강원도 삼척시 마평교에서 왼쪽 영동선 기찻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도경리역까지는 한 번 가봤던 길이라 다 아는 길이었어요.
오십천은 하늘이 반사되어 아름답고 몽환적인 풍경이었어요.
오십천과 영동선 철로를 따라 걸어가자 쌍굴다리가 나왔어요.
도경리역은 가는 길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쌍굴다리를 통과해서 가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쌍굴다리를 지나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왼쪽 언덕길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어요. 쌍굴다리를 통과해서 가면 도경리역 뒷편으로 가고, 언덕길로 가서 가면 도경리역 정면으로 가요. 전에 도경리역 역전은 가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도경리역 뒷편으로 갈 계획이었어요. 도경리역 뒷편으로 가서 도경마을을 완전히 갈라버리는 철길을 넘어가는 길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어요.
쌍굴다리를 통과했어요. 성창레미콘 공장을 지나가자 조용한 시골 풍경이 나왔어요. 도경리역 가는 길은 헷갈릴 일이 없었어요. 외줄기 길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길 양옆으로는 밭이 있었어요.
'사진은 이따 도경리역 보고 나올 때 찍어야지.'
도경리역으로 가는 길 풍경은 도경리역 갔다가 돌아나올 때 사진으로 찍기로 했어요. 만약 도경리역을 넘어가는 길이 있다면 도경리역 역전만 갔다가 다시 쌍굴다리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2022년 11월 1일 오전 8시 51분, 도경리역에 도착했어요.
도경리역 뒷편으로도 도경리역 철로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어요.
"여기에서 어디로 넘어갈 수 있지?"
도경리역 건물은 입구가 잠겨 있었어요. 이것은 전에 왔을 때 확인해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도경리역 역사를 통해서 맞은편 역전으로 갈 수 없었어요.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없는데?"
아무리 봐도 도경리역 맞은편에서 도경리역으로 넘어갈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도경리역 역사 바로 앞은 기차가 다니는 영동선 철로였어요. 도경리역은 간이역 폐역이지만 도경리역 앞 철로는 버려진 철로가 아니에요. 무궁화호 열차와 화물 열차가 매우 자주 지나다니는 철도에요.
'넘어갈 곳이 한 곳은 있을 거 같은데...'
도경리역 역사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버스가 도경리역까지 들어와서 정차해요. 반면 도경리역 역사 맞은편 제가 서있는 쪽 방향에는 도경동 마을회관이 있었어요. 영동선 철도는 강원도 삼척시 도경동을 완전히 분단시켜놓고 있었어요. 이러면 보통 철도 건널목이라도 하나 있기 마련인데 철도 건널목 같은 것도 없었어요. 도경리역을 중심으로 한쪽에 사람들이 몰려 살고 다른 한 쪽은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쪽은 버스정류장, 다른 한쪽은 마을회관이 있는데 철도를 건너갈 길이 없는 게 이상했어요.
제가 아무리 이상하다고 여겨도 없는 철도 건널목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어요.
도경리역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내려왔어요.
다시 쌍굴다리를 향해 걸어갔어요.
도경동에도 가을이 찾아왔어요.
할머니 한 분이 보였어요.
"안녕하세요."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어요.
"할머니, 혹시 철도 넘어가는 길 여기 없나요?"
"응. 없어."
할머니께서는 영동선 철길을 건너가는 길이 없다고 하셨어요.
"혹시 여기에 과거에 광산 같은 거 있었나요?"
"아니, 여기는 광산 없었어."
할머니께서는 도경동에는 예전부터 광산이 없었다고 대답하셨어요.
"여기에 예전에 사람들 많이 살았나요?"
"많이 살았지. 예전에는 초등학교도 있었어."
"어디에요?"
할머니께서는 도경리역 주변에 초등학교가 있었다고 알려주셨어요. 할머니 말씀으로는 옛날 도경동에 사람이 많이 살 때는 70~80명 정도가 도경리역 주변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다고 하셨어요. 현재는 폐교되었다고 하셨어요.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쌍굴다리를 행해 걸어갔어요.
밭에는 수확한 깻단이 묶여서 세워져 건조되고 있었어요.
과일 나무를 다듬는 주민분이 보였어요.
"안녕하세요."
주민분께 인사를 드렸어요.
"혹시 도경리역 넘어가는 길 없나요?"
"도경리역 넘어가는 길은 없어요."
"그러면 여기에서 철길 너머 맞은편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저기 멀리 쌍굴다리 지나서 언덕길로 올라가야 하나요?"
"예. 사람들 다 차 있어서 그렇게 다녀요."
주민분께서는 주민분들이 철도 너머로 갈 때는 자기 차를 이용해서 간다고 하셨어요.
"원래 그랬나요?"
"예전에는 도경리역을 넘나들 수 있었는데, 할머니들이 귀가 어둡잖아요. 할머니들이 저기 철길 너머 밭 간다고 철길 건너가는데 기차 소리 못 듣고 지나가서 사고 위험 많으니까 아예 막아버렸어요."
"그러면 엄청 불편하지 않나요? 버스 정류장은 철길 너머에 있잖아요. 마을회관은 여기 있구요."
"저희도 건의하고 있기는 한데 답이 없어요."
주민분 말씀을 듣고 삼척시와 코레일의 조치에 많이 황당했어요. 도경동은 도경리역과 영동선 철로가 마을을 완전히 갈라놨고, 유일하게 건너다닐 수 있는 통로인 도경리역은 위험하다고 지나다니지 못하게 막아놨어요. 이러면 철길 건너편으로 가는 방법이라고는 아주 멀리 뺑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어요. 아무리 이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해도 도경리역을 막아놓고 무턱대고 쌍굴다리와 고갯길을 넘어서 다니라고 하는 건 진짜 아니었어요.
주민분께서는 도경리역에서 기차가 서던 시절에 도경리역에 기차거 정차하면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려서 기차 정차 시각에 맞춰서 와 있던 버스를 타려고 막 뛰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38번 국도가 개통되고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도경리역은 폐역되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도경동은 원래 광산이 없는 동네였고, 사람들 거주하는 농촌 마을이었다고 알려주셨어요.
"여기에서 동해시로 넘어가는 길이 38번 국도 따라 가는 길 뿐인가요? 제가 지금 걸어서 여행중인데 동해시로 걸어서 넘어가려고 하거든요."
"동해시 넘어가려면 저쪽으로 가면 차는 못 다니지만 독봉산 넘어가는 오솔길이 있어요."
"예?"
주민분께서는 도경리역에서 동해시로 걸어서 넘어가는 길이 38번 국도 따라 걷는 길 외에 도경리역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독봉산 넘어가는 오솔길도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도경리역 길 끄트머리까지 걸어가면 농부들이 산에서 농사짓는다고 만든 오솔길이 있고, 오솔길을 따라서 독봉산을 넘어가면 동해시로 갈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길 위치가 정확히 어디에요?"
카카오맵으로 지도를 보여드리며 여쭈어봤어요.
"그건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농사짓는 분들 계실 건데, 그분들께 물어보세요. 38번 국도는 위험해서 못 걸어가요. 거기는 동해항 가는 덤프트럭 많이 다녀서 매우 위험해요."
마을 주민분께서는 38번 국도는 동해항으로 가는 덤프트럭이 많이 다녀서 위험하기 때문에 걸어서 못 간다고 하셨어요. 카카오맵에서 왜 38번 국도 일부 구간을 돌아서 가라고 했는지 이해되었어요. 38번 국도 중 도경사거리에서 동해시로 넘어가는 구간은 동해시 동해항으로 가는 덤프트럭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걸어서 넘어가기에는 매우 위험한 구간이라 그 길로 걸어가는 것은 전혀 추천하지 않았어요.
주민분께 인사를 드리고 쌍굴다리로 갔어요.
쌍굴다리 바로 뒷편에는 성창레미콘이 있었어요.
쌍굴다리도 그다지 안전하지 않았어요. 여기는 성창레미콘 때문에 레미콘 차량이 다니고 있었어요.
"아까 알려주신 샛길로 가볼까?"
삼척시에서 동해시로 걸어서 넘어가는 길이 38번 국도 외에 도경리역 너머 마을 깊숙히 들어가면 독봉산 넘어가는 길이 있다고 했어요. 38번 국도 말고 독봉산 넘어가는 오솔길로 동해시를 가는 것도 꽤 의미있을 거 같았어요.
'아냐, 거기는 이번에 갈 곳은 아니야.'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주민분께서 알려주신 독봉산 넘어서 동해시로 넘어가는 길은 제대로 난 길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주민분들이 산에 있는 밭 가기 위해 만든 오솔길이라고 했어요. 오솔길에서 독봉산 넘어가는 길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을 거였어요. 길 찾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문제였고, 만약 독봉산 들어가서 산 속에서 길 잃고 헤메게 되면 매우 골치아파질 거였어요.
삼척에서 동해시 넘어간다고 일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해시 최남단에서 북단 묵호항과 묵호등대까지 걸어가야 했어요. 중간에 동부사택도 들려야 했구요. 일정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가는 길에 들리는 추가 일정 넣는 것도 조금 무리인데 카카오맵에도 없는 길을 완전히 새로 뚫는 건 무리였어요.
이번에는 위험하다고 하셨지만 계획대로 동해항 가는 덤프트럭 많이 다니는 38번 국도를 통해 동해시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쌍굴다리를 사진으로 찍고 잠시 길 옆 건천에 들어가서 쌍굴다리를 구경했어요.
"가야겠다."
귀를 쫑긋 세우고 차가 오고 있는지 확인했어요. 쌍굴다리는 매우 좁았어요. 쌍굴다리 아래에서 커다란 레미콘 차량과 마주치면 상당히 곤란해질 거였어요. 비켜서거나 피하기에 공간이 너무 협소했어요. 차량이 안 오는 것을 소리로 확인한 후 재빠르게 쌍굴다리를 통과했어요.
쌍굴다리를 통과한 후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어요.
자취방에서 들고 온 삼다수를 마셨어요.
잠시 쉬다가 다시 일어났어요.
"이제 덤프 많이 다니는 38번 국도네."
2022년 11월 1일 오전 9시 42분, 도경교차로에 도착했어요. 여기부터 고갯길이 시작될 거였어요. 이 고갯길이 바로 삼척시에서 동해시로 넘어가는 길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