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서울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강원도 태백시 태백역 24시간 찜질방 가기 - 석탄의 길 3부 02

좀좀이 2023. 4. 1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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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감자 많은 거 많아?"

"응. 왜?"

"나 올해 강원도 여행 가서 감자 한 번도 못 봤어."

 

강원도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던 중이었어요. 강원도 친구에게 강원도에 진짜 감자 많은 거 맞냐고 물어봤어요. 강원도 친구는 맞다고 대답했어요. 강원도 친구는 제게 왜 강원도에 감자가 많냐고 물어보는지 매우 궁금해했어요. 강원도 친구에게 장난으로 물어본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물어봤거든요. 강원도 친구는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는지 알고 싶어했어요.

 

강원도 감자 많은 거 맞음?

강원도 가서 감자를 한 번도 못 봤는데?

 

제 고향 제주도 별명은 감귤국이에요. 감귤국 소리 들을 만 해요. 제주도에는 감귤 과수원이 매우 많아요. 감귤 수확철이 되면 제주도 도처에 감귤이 넘쳐나요. 만약 겨울에 제주도를 방문한다면 감귤은 원없이 볼 수 있을 거에요. 비상품선과인 파치는 먹으라고 그냥 줘요. 어차피 파치는 버려야하고, 이거 버리는 것도 돈 들거든요. 과수원 바닥에 그냥 버리면 토양에 매우 안 좋아서 파치는 따로 또 별도로 버려야 하는데 돈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파치는 공짜로 주며 먹으라고 하는 일이 매우 많아요. 이 때문에 제주도 감귤철에 가면 식당이고 어디고 다 귤을 쌓아놓고 막 가져가서 먹으라고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아는 사람 있으면 파치 한 컨테이너 받아오는 건 쉽거든요. 여기에서 컨테이너란 거대한 화물 운반하는 컨테이너가 아니라 우체국 택배 박스 크기의 노란색 플라스틱 상자에요. '컨테이너'라고 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콘테나'라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2022년에 강원도 여행을 몇 번을 갔는데 감자가 제주도 감귤철 감귤 수준으로 굴러다니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봤어요. 감자 수확철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해두요. 강원도 남부 여행 가서 감자밭은 하나도 못 봤어요. 강원도 남부 여행 가니까 사과는 많이 보였어요. 사과 나무는 여러 번 봤어요. 프랑스어로 감자는 pomme de terre 이고, 사과는 pomme 에요. 프랑스어로 감자는 대지의 사과에요. 그렇지만 강원도 남부가 프랑스어 문화권은 아니잖아요. 엄연한 한국어 문화권인데요.

 

감자를 공짜로 나눠주거나 감자가 막 굴러다니는 수준까지 기대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식당 가면 밑반찬으로 감자조림이나 감자채 볶음 같은 거 나오는 수준이어도 만족할 거였어요. 그러나 강원도 가서 밥을 몇 번을 사먹었는데 감자조림, 감자채 볶음 같은 감자 반찬 나오는 경우를 단 한 번도 못 봤어요. 과장 아니라 진짜로 한 번도 감자 반찬이 나온 적 없었어요.

 

감자전, 감자옹심이 같은 거 파는 식당이야 여러 번 봤어요. 그러나 이런 건 강원도 별명이 '감자국'인 이유가 될 수 없었어요. 감자 옹심이 파는 식당은 서울에서 그리 흔하지 않지만 감자전 판매하는 식당은 허다해요. 감자전이 강원도 음식이라고 해도 현재는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유명한 음식이니까요. 게다가 감자전, 감자옹심이 판매하는 식당이 춘천에서 닭갈비, 막국수 판매하는 식당처럼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었어요. 감자전은 특히 그 정도 밀도라면 서울에서 감자전을 안주로 판매하는 술집 밀도와 다를 바 없어보였어요.

 

나는 왜 강원도 가서 감자를 못 먹어봤는가!

 

세기의 미스테리였어요. 강원도는 감자의 땅 감자국인데 강원도 여행을 2022년에 몇 번을 갔는데 감자 구경도 못 했어요. 제 경험만 놓고 보면 강원도를 감자국이라고 부르는 건 엄연한 날조이자 왜곡이었어요. 강원도는 감자국이 아니라 옥수수국이었어요. 옥수수는 진짜로 많이 봤어요. 강원도에는 유명한 옥수수가 많구요. 강원도가 옥수수국이라고 하면 납득하겠는데 감자국은 제 경험상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어요. 감자가 이렇게 귀한데 뭔 얼어죽을 감자국이에요.

 

강원도 남부 여행 가서 정작 많이 본 것은 배추였어요. 강원도 남부는 배추에 진심인 지역이었어요. 텃밭에도 배추가 자라고 있었어요. 텃밭은 배추와 옥수수였어요. 멀리 산자락에는 배추가 빽빽히 심어져 있는 고랭지 배추밭이 보였어요. 감자는 못 보고 배추만 무지막지하게 많이 봤어요. 과장 조금 보태면 강원도 여행 가서 내 평생 본 배추만큼 배추를 봤을 거에요.

 

'이게 올해 마지막 여행 되겠네.'

 

스스로 만든 석탄의 길 여행. 2022년 마지막 여행이 될 거였어요. 이제 11월이 코앞까지 다가왔어요. 겨울에는 여행 다니기 힘들어요. 추워서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재미없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겨울은 제주도 여행도 재미없어요. 우리나라 여행은 봄에 벚꽃 시즌에 잠깐 재미있고, 한동안 그럭저럭 수준이다가 여름과 가을에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특히 절정은 가을이에요. 가을 단풍철이 한국 풍경 클라이막스에요.

 

우리나라에서 겨울 여행이라면 스키 타러 가거나 겨울 축제 가는 정도일 거에요. 동해로 일출 보러 가거나요. 이거 외에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을 게 별로 없어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그래요.

 

우리나라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지금까지 압도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곳은 강원도 남부였어요. 강원도 남부와 비교할 만한 지역이 아예 없었어요. 우리나라 각 지역마다 각각의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재미와 풍경이 있는 곳은 강원도 남부 지역이었어요. 산도 예쁘고 바다도 예쁘고 계곡도 예쁘고 뭐 하나 안 아름다운 곳이 없는 곳이었어요. 게다가 동해시로는 KTX로 갈 수 있고, 영월, 정선, 태백, 삼척 내륙은 무궁화호 열차로 갈 수 있어요.

 

강원도 남부 내륙지역은 겨울에 매우 추운 지역이에요.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상당히 추워요. 게다가 눈도 많이 와요. 스키 타러 간다면 좋겠지만 저는 그런 쪽으로는 별 흥미가 없어요. 저는 걸어다니며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데 눈 많이 쌓여 있고 추우면 답이 안 나와요.

 

'2022년 마지막 여행이라...'

 

마침표를 찍는 여행이었어요. 2022년 마지막 여행이기도 했고, 2022년 하반기 저를 열광하게 했던 강원도 남부 여행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 여행이기도 했어요. 나쁘지 않았어요. 겨울에는 여행을 안 다니니까 겨울에는 여행기 밀린 것을 열심히 써서 끝내고 날이 풀리고 다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오면 그때부터 다시 여행을 다닐 거에요. 아쉬운 게 아니라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여행기 쓸 것 자꾸 쌓여가는 것 보면 여행 다니면서 마음 한 켠이 계속 불편해요. 여행 안 가는 겨울에 밀린 여행기 싹 다 쓰면 그 다음에는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거였어요.

 

"언제 가지?"

 

여행 갈 날짜를 봤어요. 날씨도 봤어요. 11월로 넘어가기 전에 빨리 다녀오기로 했어요. 11월 넘어가면 날이 급격히 추워질 거였어요. 게다가 인도로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국도 차로 가에로 걸어야하는 구간도 꽤 있었기 때문에 눈이라도 내리면 2023년으로 넘어가야 갈 수 있었어요. 더 미루면 날이 급격히 추워질 거였어요. 날이 추워지면 다니기 어려울 거였어요. 게다가 단풍이 남아 있을 때 돌아다녀야 그래도 풍경 볼 게 있을 거였어요.

 

제일 좋은 날짜는 10월 31일이었어요. 10월 31일에 태백시 가서 태백시 24시간 찜질방인 성지사우나에서 1박 하고 다음날인 11월 1일 아침에 태백시에서 버스 타고 삼척시로 넘어가는 일정이었어요. 11월 1일에 동해시까지 걸어가서 동해시 24시간 찜질방인 금강산 건강랜드에서 1박 하고 다음날인 11월 2일에 동해시에서 삼척시로 걸어가서 삼척시에서 의정부로 돌아오는 일정이 제일 좋았어요.

 

"10월 31일에 가야겠다."

 

날짜를 정했어요. 2022년 10월 31일에 출발하기로 했어요.

 

"태백 가서 뭐하지?"

 

이번에는 태백시 가서 무엇을 할지 정할 차례였어요. 만약 태백시 가서 태백시를 돌아다니며 놀 거라면 의정부에서 새벽에 버스를 타고 태백시로 넘어가야 했어요. 만약 태백시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잠만 잘 거라면 청량리역 가서 무궁화호 열차 막차 타고 태백역으로 가야 했어요. 모 아니면 도였어요. 태백시 시내권은 전에 태백시 갔을 때 4번 버스 타고 한 바퀴 돌았어요. 태백시 4번 버스가 돌아다니는 곳에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지역은 장성동 하나 있었어요. 장성동을 보러 가려고 이른 새벽에 버스 타고 태백시 가는 건 영 안 내켰어요. 만약 의정부에서 이른 새벽에 버스 타고 태백시를 간다면 4번 버스 타고 못 가는 태백시 외곽으로 가야 했어요. 북쪽 추전역과 바람의 언덕을 가든가 멀리 영월군 상동읍 중석리를 다녀오는 일정이었어요. 반면 청량리역 가서 무궁화호 열차 막차 타고 태백역으로 간다면 태백시는 정말 잠만 자고 떠나는 도시가 될 거였어요.

 

'태백은 이번에는 잠만 자고 가자.'

 

태백시 가서 완전히 먼 곳을 갈지, 태백시 구경은 아예 포기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어요. 이번 일정은 이틀 연속 많이 걷는 길이었어요. 사흘 내내 엄청나게 많이 걸어다니는 것은 무리였어요. 이제 신발이 발에 많이 길들어서 신고 다닐 때 예전보다 훨씬 덜 아프기는 했지만 사흘 내내 많이 걷는 것은 무리였어요.

 

운탄고도1330 7길이 개통되어 있었다면 이야기가 또 달랐겠지만, 이때는 운탄고도1330 7길이 개통되지 않았던 때였어요. 운탄고도1330 7길은 통리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데 통리 고개가 차도를 따라 걸어서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에요. 완전히 산 속으로 들어가서 넘어가야 해요. 게다가 넘어가도 문제인 것이 넘어가면 철로를 따라 걸어가라고 하는데 길이 없다면 여기에서 막힐 거였어요.

 

태백시는 저녁 늦게 가서 잠만 자기로 했어요.

 

'출발 지점을 어디로 정하지?'

 

태백시 일정은 밤 늦게 태백시에 도착해서 태백시 24시간 찜질방인 성지사우나에서 1박한 후에 태백시 24시간 식당인 부래실비식당에서 아침밥 먹고 떠나는 일정으로 정했어요.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어요. 태백시에서 버스 타고 삼척 내륙지역으로 간 후, 본격적인 도보 여행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할지도 정해야 했어요. 이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였어요.

 

"신기에서 시작할까?"

 

저만의 도보 여행 코스 석탄의 길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운탄고도 9길이었어요. 운탄고도1330에서 동해시가 왜 참여 안 했는지 궁금해진 것이 발단이었어요. 단순한 궁금증에 그치지 않고 내가 만들어버리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것이 바로 운탄고도 9길이었어요. 운탄고도 9길을 걸을 때 마지막에 코스가 이상해지면서 이럴 거면 내가 코스 뚫어버리고 말겠다고 폭발해 버렸어요. 그러니까 석탄의 길은 운탄고도1330 9길을 제 마음대로 뜯어고쳐서 새로운 도보 여행 코스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어요.

 

운탄고도1330 9길 시작점은 신기역이에요. 석탄의 길 코스를 직접 만들어서 걷기로 결심하게 만든 것이 운탄고도1330 9길이니까 시작점은 신기 터미널로 잡는 게 맞았어요. 그러나 신기 터미널부터 걸으면 첫날 일정이 엄청나게 길어졌어요. 신기역에서 마평교까지 걸어가는 것까지는 운탄고도1330 9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길이었지만, 마평교에서 길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마평교에서 도경리역을 들렀다가 동해시로 넘어가야 했어요. 동해시로 넘어가서 끝이 아니라 동해시 북쪽 묵호 지역, 그것도 묵호지역 꼭대기에 위치한 묵호등대까지 가야 했어요.

 

동해시로 들어가서 동해시 해안가만 따라가는 길이라면 이렇게 무리해도 괜찮았지만, 그렇게 곱게 다니지 않을 거였어요. 동해시 들어가서도 오르락 내리락하며 걸을 거였어요. 길 자체도 길고 평탄한 길만 걸을 것이 아니었어요. 평지만 걸어도 운탄고도 9길에 비해 코스가 너무 길었구요.

 

'미로에서 시작할까?'

 

인간적인 거리로 만들려면 미로면사무소 정류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신기터미널에서 미로면사무소 정류장까지 거리는 도보로 10.5km였어요. 신기터미널에서 시작할지, 미로면사무소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할지에 따라 걷는 거리가 상당히 크게 차이났어요. 10.5km면 2시간 넘는 거리에요. 아무리 아는 길이라 해도 전체적으로 걸어야 하는 총거리가 매우 길기 때문에 3시간 정도로 봐야 했어요. 10.5km 차이가 아니라 전체 일정에서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 차이였어요. 전체 일정에서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 차이라면 상당히 큰 차이에요.

 

'신기에서 시작하고 싶은데...'

 

신기방기한 동네인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에서 길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운탄고도 9길을 제 마음대로 완전히 개조하는 여행이니까 시작을 신기터미널에서 하는 것이 맞았어요. 그러나 3시간 반 차이는 너무 컸어요. 인간적인 코스를 만들려면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에서 시작해야 했어요. 미로면에서 시작해도 상관은 없었어요. 운탄고도 8길은 길이가 17.73km에 불과해요. 운탄고도 8길은 힘든 구간도 아예 없어요. 계속 평지만 걷는 길인데 17.73km에요. 그러니까 운탄고도 8길을 종점이 신기역이 아니라 미로면사무소 정류장으로 정해서 28.23km로 연장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어요. 운탄고도 9길 총길이가 25.15km니까요. 운탄고도 4길 총길이가 28.76km니까 운탄고도 8길 종점을 미로면사무소 정류장으로 정해도 운탄고도 4길보다는 코스 총길이가 짧아요.

 

"모르겠다."

 

이건 나중에 정하기로 했어요. 웬만하면 신기면에서부터 걷지만, 여차하면 미로면사무소 정류장에서부터 걷기로 했어요.

 

2022년 10월 31일이 되었어요. 역시나 잠을 자다가 새벽에 일어났어요. 이러면 또 오후 3시에서 4시쯤에 잘 거였어요.

 

'아냐, 오늘 반드시 가야 해.'

 

미루면 안 되었어요. 무조건 가야 했어요. 이날 출발해야 11월 2일에 이 장대한 이야기가 끝날 거였어요. 이야기의 시작은 무려 2022년 7월 17일에 시작되었어요. 2022년 7월 17일에 강원도 동해시 여행을 가면서 강원도 남부 여행을 시작했어요. 2022년 8월 29일에 강원도 삼척시 도계로 여행가면서 석탄의 길 여행 영감을 받았어요. 2022년 10월 5일에 강원도 태백시로 여행가면서 석탄의 길 여행이 시작되었어요. 정말 긴 이야기였어요. 이 장대한 이야기에 마지막 점을 찍으러 가는 여행이었어요. 더 미루면 날이 추워져서 못 갈 수 있었어요.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석탄의 길 여행을 끝내야 했어요.

 

시간이 흐를 수록 잠이 몰려왔어요. 억지로 버텼어요. 무조건 가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버텼어요. 누우면 바로 잠들 거였어요. 여행이고 나발이고 누워서 자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버텼어요. 잠이야 기차에서 실컷 자면 되었어요. 기차에서 내려서 찜질방 가서 거기에서 또 실컷 자면 되었어요. 청량리역 가서 기차를 타는 것이 제일 중요했어요. 기차만 타면 여행 성공 확률이 무려 50%였어요.

 

2022년 10월 31일 오후 5시가 넘었어요. 집에서 나왔어요. 의정부역으로 갔어요.

 

의정부역

 

 

"다녀오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돌아와야하는 의정부역. 올해 마지막 여행길이 시작되었어요.

 

2022년 10월 31일 오후 5시 45분, 의정부역 개찰구를 통과했어요.

 

의정부역 개찰구

 

인천행 지하철은 17시 54분에 출발할 예정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이 오기까지 9분 정도 기다려야 했어요. 개찰구를 통과했어요. 승강장으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의정부역 건물 벽 유리창으로 갔어요.

 

경기도 의정부역

 

지하철 1호선 열차

 

지하철 1호선 열차가 가능역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어요. 저 열차는 최소한 양주역까지는 갈 거에요. 의정부역 다음 지하철 종점은 양주역이거든요. 의정부역까지는 지하철역 가서 지하철 타며 생활하는 지역이고, 가능역부터는 지하철 시간에 맞춰서 지하철역 가야 하는 지역이에요.

 

승강장으로 내려갔어요. 지하철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승강장 사진은 안 찍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지하철이 왔어요. 지하철을 탔어요. 지하철 안에서도 별 생각 없었어요. 멍하니 있었어요. 기차표도 예매했고, 청량리역까지 기차 탑승 시간 전까지 도착 못 할 리 없었어요. 지하철은 망월사역을 지나 서울로 들어갔어요. 서울에서 남쪽을 향해 힘차게 달려갔어요. 신이문역이 나왔어요. 신이문역에는 서울 마지막 연탄 공장이 있어요. 신이문역을 지나갔어요. 달동네를 밀고 아파트를 건설중인 외대앞역 풍경이 보였어요. 회기역까지 왔어요. 회기역을 지나자 창밖이 깜깜해졌어요. 지하 구간으로 들어왔어요. 청량리역이었어요.

 

청량리역에서 내렸어요. 청량리역에서 나와 지상 청량리역으로 갔어요. 2022년 10월 31일 오후 6시 27분, 지상 청량리역에 도착했어요.

 

청량리역

 

 

철길 쪽으로 걸어갔어요.

 

서울 청량리역

 

서울에서 시간이 퇴적층을 이루고 있는 지역 청량리였어요. 청량리는 서울에서 가장 신기한 지역이에요.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모든 시간이 전부 퇴적되어 있어요. 보통 도시라고 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요. 옛날 자취는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서요. 그렇게 도시는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처럼 끝없이 변해가요. 우리 몸에서 많은 세포가 매일 죽고 새로 태어나며 조금씩 달라지는 것처럼 도시도 끝없이 옛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며 변화해가요.

 

그렇지만 청량리는 옛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며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옛것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새로운 것이 또 생겨서 옛것도 남아 있고 새로운 것도 남아 있는 신기한 동네에요. 시간의 깊이가 이렇게 깊은 동네는 서울에서 청량리가 유일해요. 아무리 서울 사대문 안 지역이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계속 중심지라고 해도 과거 흔적은 거의 다 사라졌어요. 청량리처럼 과거의 것도 그대로 남아 있고 새로운 것도 또 생기는 지역은 찾기 매우 어려워요. 물론 청량리도 없어진 것은 있어요. 청량리588은 없어졌으니까요.

 

서울 청량리역

 

청량리역 안으로 다시 들어갔어요.

 

한국 기차 여행

 

제가 타야 할 19시 10분에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1639열차가 전광판에 올라와 있었어요. 18시 47분에 출발하는 KTX이음 847열차도 종점은 무궁화호 1639열차와 마찬가지로 동해역이지만 KTX이음 열차는 태백시를 가지 않고 묵호역을 지나 동해역으로 들어가요. 반면 제가 타고 가는 무궁화호 1639열차는 묵호역을 가지 않고 동해역이 종점이에요.

 

'설마 여기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동해역까지 가는 사람이 있을까?'

 

무궁화호 1639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에서 동해역까지 간다면 예상 소요시간이 무려 4시간 39분이에요. 거의 다섯 시간 잡아야해요. 청량리역에서 동해역까지 무궁화호 열차 요금은 19,200원이고 KTX 요금은 29,700원이에요. KTX가 무궁화 열차보다 10500원 더 비싸기는 한데 소요시간은 2시간 이상 차이나요. 2시간 반의 가치가 10,500원이 있다면 무궁화호 열차 타고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KTX 타고 가는 게 나아요.

 

'아무리 봐도 청량리역에서 동해역을 무궁화호 열차 타고 가는 건 이득이 하나도 없을 거 같은데...'

 

2시간 반의 가치가 10,500원보다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소비에 매우 민감하고 최대한 여행 경비를 절약하려고 하는 사람일 거에요. 그렇다면 숙소도 제일 저렴한 숙소를 골라서 갈 거에요. 동해시에는 24시간 찜질방인 금강산 건강랜드가 있어요. 금강산 건강랜드는 저녁 8시 넘으면 요금이 비싸져요. 이 점이 무궁화호 열차 타고 태백역으로 가는 것과 큰 차이점이었어요. 태백시 24시간 찜질방인 성지사우나는 저녁 8시 넘어서부터 요금이 저렴해져요. 태백시 가려면 버스나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만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태백시는 태백시에 매우 늦게 도착하는 무궁화호 열차 타고 가면 성지사우나를 저녁 요금으로 저렴해질 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이에요. 반면 동해역을 무궁화호 열차로 늦게 도착하면 시간은 시간대로 오래 걸리고 금강산 건강랜드는 저녁 8시 넘어서 입장한다고 요금이 오히려 비싸져요.

 

2022년 10월 31일 저녁 6시 56분, 승강장으로 내려갔어요.

 

청량리역 승강장 에스컬레이터

 

승강장에는 날렵하고 멋지게 생긴 KTX이음 열차와 후줄근한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해 있었어요.

 

청량리역 열차

 

승강장으로 내려왔어요.

 

청량리역 무궁화호 열차 KTX이음 열차

 

처음 도계 갈 때 기억나오.

저 무궁화호 열차 탈 때 화물차에 실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역에 처음 갈 때였어요. 무궁화호 열차 탈 때 옆에 있는 멋진 KTX 열차도 같이 승강장에 정차해 있었어요. 제가 타야 하는 열차는 무궁화호 열차였어요. 그렇지 않아도 허름한 외관인데 외부 도색이 들떠서 벗겨지려고 하는 곳도 있었어요. KTX 열차 보고 제가 타고 가야 할 무궁화호 열차를 보자 화물차에 올라타는 기분이었어요.

 

처음 청량리역에서 기차 타고 도계역 갈 때는 객차 대신 화물차 타는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어요. 저건 저거고 이건 이거였어요. 무궁화호 열차도 훌륭해요. 오히려 친근했어요. 웃으면서 무궁화호 열차에 올라탔어요.

 

무궁화호 열차

 

좌석에 앉았어요. 스마트폰을 껐어요. 최대한 스마트폰 배터리를 절약해야 했어요. 찜질방 가서 자면서 스마트폰을 충전하기는 하겠지만 콘센트가 남아 있지 않다면 충전 못 할 수도 있었어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했어요. 기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할 것도 없었어요. 여행 기록을 특별히 남겨야할 만한 것도 없었어요. 원래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지 않고, 이렇게 여행다닐 때는 기껏해야 노래 듣고 지도 보고 사진 찍는 용도로만 사용해요. 지금은 사진 찍을 것도 없었고 지도 볼 것도 없었어요. 노래는 안 들으면 그만이었어요.

 

잠을 청했어요. 자다 깨다 반복했어요. 창밖 풍경은 볼 것이 없었어요. 너무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깜깜한 어둠이었어요. 영월역을 지나가자 보이는 것도 어둠이고 안 보이는 것도 어둠이었어요.

 

그렇게 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정신을 차렸어요. 곧 태백역이었어요.

 

2022년 10월 31일 22시 45분, 태백역에 도착했어요.

 

태백역

 

 

'여기 올해 대체 몇 번째 오는 거지?'

 

이번에 태백역 온 것은 2022년 들어서 벌써 세 번째였어요. 전에 영월군 상동읍 간다고 태백 왔다가 태백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태백역에서 기차를 타고 떠났어요. 바로 지난 번 여행에서는 운탄고도1330 3길을 다 걸은 후 예미역에서 기차 타고 태백역으로 왔어요. 이번에는 청량리역에서 기차 타고 태백역으로 왔어요. 태백 방문 횟수는 이번이 무려 네 번째였어요.

 

'이게 다 성지사우나 때문이야.'

 

태백시에 무려 네 번이나 온 이유는 태백시에 24시간 찜질방인 성지사우나가 있기 때문이었어요. 운탄고도 8길과 운탄고도 9길을 걸을 때 숙박비를 절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태백시 24시간 찜질방인 성지사우나에서 1박하는 것이거든요. 성지사우나에서 사우나 즐기고 찜질방에서 잠을 잔 후, 새벽에 태백 터미널 가서 버스 타고 삼척으로 가면 되요. 8길이라면 도계 터미널, 9길이라면 신기 터미널에서 내리면 되요.

 

강원도 태백시 기차역 태백역

 

마지막 열차까지 운행이 종료된 태백역. 역 앞은 조용했어요.

 

태백역에서 성지사우나로 걸어갔어요. 쌀쌀하기는 했지만 의정부의 밤에 비해 그렇게 많이 춥지는 않았어요. 어쩌면 태백시를 2022년에 무려 네 번째 오는 거라서 마음 속에서 태백시는 더 추울 거라고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에 덜 춥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어요.

 

성지24시찜질방

 

 

2022년 10월 31일 밤 10시 56분, 강원도 태백시 태백역 24시간 찜질방인 성지24시찜질방에 도착했어요.

 

요금을 내고 사우나로 들어갔어요. 너무 졸렸어요. 씻기 귀찮았어요. 출발할 때 샤워 매우 깔끔하게 잘 하고 왔어요. 걸은 거리도 얼마 없었기 때문에 다리를 냉찜질을 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오늘은 빨리 자자.'

 

사우나를 즐기지 않고 바로 찜질방으로 올라갔어요. 콘센트에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고 스마트폰에 충전기 케이블을 연결했어요. 바로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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