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2부 06 - 한국 도보여행 코스 운탄고도1330 3길 모운동 폐광산 옥동광업소 황금폭포

좀좀이 2023. 3. 8.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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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 가까운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운탄고도1330 안내표식은 어디 있지?"

 

여기로 가는 길만 있었기 때문에 이 길이 운탄고도1330 3길이 맞았어요. 그러나 운탄고도1330 3길 표식은 보이지 않았어요. 보이는 거라고는 산꼬라데이길 안내 표식 뿐이었어요.

 

 

'시작부터 찝찝하네.'

 

맞게 있었어요. 틀리게 갈 방법도 없었어요. 게다가 여기는 다녀온 사람들 후기도 꽤 있는 구간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이 어떤 길인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본 글 대부분은 2022년 10월 2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 후기 글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는 모운동에서 수라삼거리로 갔다가 만봉사 주차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하산하는 코스로 진행되었어요. 시작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사진도 많이 찍고 자세히 글을 써요. 여기가 맞게 가는 거라는 것은 사전 조사를 통해 잘 알고 있었어요.

 

'이거 길 완성된 거 맞아?'

 

시작부터 찝찝함과 함께 갑니다.

 

맞게 걸어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도 뭔가 찝찝했어요. 저는 운탄고도1330을 걸으려고 왔어요. 운탄고도1330 안내 표식을 보고 걸어야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운탄고도1330 안내 표식은 안 보였어요. 보이는 거라고는 산꼬라데이길 안내 표식 뿐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홈페이지에는 산꼬라데이길 안내 표식 보고 따라가라는 말이 하나도 없었어요. 월간 산 잡지에 실린 운탄고도1330 3길 기사에도 산꼬라데이길 안내 표식 보고 가라는 말은 없었어요. 제가 가야할 길 안내 표식은 없고 다른 길 안내 표식을 보며 가야 하니 당연히 찝찝했어요.

 

리본이 그렇게 아까움?

무슨 고오급 비단 리본임?

 

운탄고도1330 안내 표식을 보면 안내 표지판도 있지만 리본도 있어요. 운탄고도1330 안내 리본은 노란색 리본과 초록색 리본을 같이 묶어놨어요. 운탄고도1330 측에서는 리본을 여기저기 매달아놓는 것은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있었어요.

 

표지판에 붙이면 되지 않소?

저 표지판은 무슨 국보 9999호임?

앞면이 글자 때문에 안 된다면 뒷면에 리본 붙이면 되지 않음?

 

모운동에서 구름이 산 사이에 모여 있는 아침 풍경을 보고 기분이 매우 좋아졌어요. 숲길을 걸으며 가을 숲 냄새를 맡으니 허파가 맑아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나 마음은 뭔가 찜찜했어요. 운탄고도1330 3길 걸으러 영월 오기 전에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 참가 후기들을 읽어봤고, 운탄고도1330 안내판에 나와 있는 지도를 외웠어요. 지도도 사진을 찍어서 저장해놨어요. 그러나 운탄고도1330에서 산꼬라데이길 안내 표식을 보고 가라는 안내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다른 길 안내판 보며 걷는 길이 맞게 가는 건지 100% 믿음이 들지 않았어요.

 

'맞겠지, 뭐. 길이 이거 밖에 없는데.'

 

조금 더 걸어가자 황금폭포 전망대 입구가 나왔어요.

 

 

황금폭포 전망대에는 황금폭포에 대한 안내문이 적혀 있었어요. 안내문 내용은 다음과 같았어요.

 

황금폭포 전망대

옥동광산 폐광구 내부에서 흘러나온 물을 별도의 동력 없이 낙차를 이용해 이곳까지 끌어와 만든 인공 폭포이다.

갱도의 철분성분으로 인해 물 빛깔이 붉은 황금색처럼 보이며, 폭포 옆 우측 계곡이 깊어 작은 그랜드캐니언을 연상하게 하고 겨울철 황금색 얼음벽은 장관을 이룬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리에 있는 황금폭포는 자연 폭포는 아니에요. 과거 옥동광산 폐광구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지하수를 절벽으로 떨어지도록 물길을 만들어 조성한 인공 폭포에요. 인공 폭포로 떨어지는 물은 폐광산 침출수이기 때문에 물에 철분 성분이 많아서 물 색깔이 붉은 빛과 누런 빛이 있는 물이에요. 그래서 황금빛 물이 떨어지는 폭포라고 황금폭포래요.

 

황금폭포 전망대로 올라갔어요.

 

 

"저게 황금폭포구나!"

 

멀리서 실선 같은 누런 물줄기가 보였어요.

 

 

"진짜 금맥 같다!"

 

멀리서 보면 금맥처럼 생겼어요. 당장 곡괭이 들고 금 캐러 가야할 것 같았어요. 그러나 금맥이 아니라 철분이 다량 함유된 폐광산 침출수였어요.

 

 

황금폭포는 까마득한 절벽을 타고 아래로 줄줄 흐르고 있었어요.

 

 

'여기는 가지치기 좀 하면 안 되나?'

 

황금폭포 전망대에서 보는 황금폭포는 신기했어요. 황금폭포 보는 맛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경치를 조망하기 매우 좋은 지점이었어요. 아쉽게도 나무가 가려서 정말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방향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나뭇가지만 없었다면 구름이 산들 사이에 고여 있는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전망대를 꼭 이 따위로 만들어.'

 

전망대가 나뭇가지에 가려서 전망을 제대로 조망할 수 없는 문제는 비단 운탄고도1330 3길 황금폭포 전망대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매우 많은 전망대가 공통적으로 이런 문제를 갖고 있어요. 전망대에서 전망 조망하기 좋게 전망대 주변 2m 정도만 나무를 베어내면 전망 조망하기 딱 좋을 텐데 전망대 코앞에 나무가 자라서 전망대에서 제대로 전망을 볼 수가 없어요. 전망을 보라는 건지 코앞 나뭇가지와 잡풀을 보라는 건지 분간 안 되는 전망대가 꽤 있어요. 전망대 만들 때 이 부분만 신경쓰면 훨씬 좋은 관광지가 될 건데 이 문제를 전혀 신경 안 쓰는 거 같아요.

 

 

전망을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보는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어요.

 

 

가파른 계단을 다시 내려왔어요.

 

 

광부와 탄차 동상이 있었어요.

 

다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걸었어요. 아직까지는 길이 매우 평탄한 편이었어요.

 

길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이 나왔어요. 산꼬라데이길 이정표에서 제가 걸어온 길은 황금폭포전망대, 옹달샘, (구)동발제작소 방향이었어요. 제가 가야하는 방향은 표지판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와 있지 않은 방향이었어요.

 

 

'옥동광업소랑 옥동광업소 목욕탕도 보고 갈까?'

 

옥동광업소와 옥동광업소 목욕탕은 운탄고도1330 3길 코스가 아니었어요. 오직 운탄고도1330 3길만 걷는 것이 목적이라면 옥동광업소와 옥동광업소 목욕탕은 안 가도 되었어요.

 

'아직 시간 많잖아. 길 이 정도면 힘들 것도 없을 거구.'

 

2022년 10월 20일 오전 7시 26분이었어요.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 후기를 보면 수라삼거리까지는 별로 안 힘들다고 했어요. 운탄고도1330 3길은 크게 코스 2개로 구성되어 있어요. 하나는 지금 제가 걷고 있는 망경대산 트래킹 코스이고, 나머지 하나는 석항역에서 예미역까지 걷는 구간이에요. 수라삼거리 이후부터 엄청나게 험하고 위험하다고 나와 있었지만 수라삼거리까지는 별로 위험하지 않고 많이 힘들지 않다는 평이 많았어요. 오전 7시 26분이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매우 많이 남아 있었어요. 옥동광업소와 옥동광업소 목욕탕 보고 간다고 해서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거 같지 않았어요.

 

"옥동광업소가 황금폭포 발원지 아냐?"

 

아까 황금폭포 전망대에서 본 설명에 의하면 옥동광업소 갱도가 황금폭포 발원지였어요. 황금폭포 봤는데 발원지도 봐야죠. 온 김에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고 가기로 했어요.

 

이정표 옆에는 안내문이 적혀 있는 안내판이 있었어요.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어요.

 

(구)갱도 입구

Mine Tunnel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에 의하여 1989년 이곳 옥동광업소가 폐광되었으며, 폐광 당시 갱도의 입구를 틀로 막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무너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갱도의 길이는 2.1km이고 산의 반대쪽까지 관통되어 있는데, 갱도 내부에는 맑은 샘이 있어 끊임없이 물이 흘러 나온다.

이 물은 예전에는 갱도 양 옆의 배수로를 통해 빠져나갔지만, 지금은 입구에 흙을 쌓아 700m 떨어진 황금폭포까지 흘러가게 하였다. 갱도 내의 철분성분으로 인해 물 빛깔이 붉게 보이고, 한 여름에도 갱도 내부에서 찬바람이 나와 입구에는 차가운 안개가 자욱하다.

 

(구)옥동광업소 목욕탕

Miner Bathhouse

목욕탕이 없어 검은 얼굴로 회사에서 집까지 오던 그 시절, 출퇴근 시간에는 온통 새카만 광부들이 북적거렸는데 부모 자식 간에 길을 지나쳐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부녀자들은 밥하는 일만큼이나 목욕물 데우는 것이 중요한 하루 일과였는데 옥동광업소 목욕탕이 생긴후 점차 생활이 편리해졌다.

 

옥동광업소 목욕탕과 옥동광업소 갱도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어요.

 

 

옥동광업소 목욕탕이었던 건물이 나왔어요.

 

 

"이게 황금폭포 물줄기네."

 

옥동광업소 목욕탕 앞에는 도랑을 따라 싯누런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어요. 이 물이 황금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었어요.

 

옥동광업소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봤어요.

 

 

역시 폐건물이라 낙서가 있었어요. 이 동네에서 살던 청소년들이 써놓은 건지 외지에서 놀러온 사람들이 써놓은 건지 모르겠어요.

 

 

건물에는 머릿돌이 부착되어 있었어요. 머릿돌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어요.

 

머릿돌

본 건물은 광산 근로자를 위하여 정부의 지원으로 건립된 것이니 다함께 고마운 마음으로 이용합시다.

(동력자원부)

1987년 11월 3일 준공

 

1987년인지 1981년인지 약간 헷갈렸지만 옆에 있는 11월의 1자를 보면 아마 1987년일 거에요. 만약 1987년에 준공된 건물이라면 옥동광업소가 1989년에 폐광되었으니 이 목욕탕이 준공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폐광되었어요. 만약 진짜 1987년에 준공된 건물이라면 이 건물은 비운의 건물이었어요.

 

탄광촌 생활사를 보면 초기에는 목욕탕이 없어서 광부들이 검은 탄가루를 뒤집어쓴 채 귀가했다고 해요. 다 시커먼 얼굴이니까 가족들도 광부가 집에 와서야 자기네 가족이라고 알아봤다고 해요. 탄광에 본격적으로 목욕탕이 생긴 건 1980년 4월 사북사태 이후 정부에서 광산 근로자 복지에 크게 신경쓰면서부터라고 해요. 탄광에 목욕탕이 생긴 후에는 탄광 근로자 가족들도 탄광 목욕탕을 이용했다고 해요. 모운동도 아마 목욕탕이 생긴 후 마을 주민들도 이 목욕탕을 이용했을 거에요.

 

모운동 이야기는 아니지만, 탄광촌 생활사를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목욕탕이 생기니까 광부들이 퇴근 전에 말끔히 씻고 귀가해서 가족들이 광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전혀 모르게 되었대요. 그래서 심지어는 광부들이 쉽게 돈 번다고 여기는 가족 구성원들도 있었고, 돈을 헤프게 쓰기도 했다고 해요. 이 때문에 광업소에서 광부의 가족을 탄광 견학을 시켜주니까 이번에는 탄광 일에 너무 충격받아서 가장이 너무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며 돈 번다고 울고불고 떠나자고 하는 가족이 늘어나서 실제 탄광을 떠난 광부들도 꽤 있었다고 해요. 이로 인해 가족을 탄광 견학시켜주는 일이 없어졌다고 해요.

 

옥동광업소 갱구를 향해 걸어갔어요.

 

"여기 물 엄청 많네?"

 

갱구로 다가갈 수록 물이 매우 많았어요. 물 웅덩이, 물을 흠뻑 먹은 흙 진창이 길을 점령하고 있었어요. 풀숲으로 들어가서 옥동광업소 갱구를 향해 걸어갔어요.

 

 

"우와, 침출수 봐라!"

 

침출수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항 가서도 폐갱에서 침출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을 봤어요. 거기는 그래도 갱구 입구 옆쪽에 물길 만들어서 흐르고 위에 철망을 씌워놔서 얼핏 보면 물이 보이지 않았어요. 물 흐르는 소리만 힘차게 들렸어요. 여기는 폐갱구 입구에 물이 가득 들어차 있었어요. 차원이 달랐어요.

 

 

물은 황금폭포 꼭대기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어요. 이 주변은 늪지처럼 변해 있었어요.

 

 

지금은 폐광인 강원도 영월군 탄광 옥동광업소 갱도 입구에 최대한 다가갔어요. 얼핏 보면 흙탕물처럼 보이는 누런물이었어요.

 

옥동광업소 갱구를 보고 되돌아나오는 길에 다시 옥동광업소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어요.

 

 

매우 음산했어요. 무서울 거 없는데 괜히 으스스해지는 분위기였어요.

 

'이 길 재미있는데?'

 

운탄고도1330 3길 초입부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을 보여주는 길이었어요. 도계에서 봤던 흥전항과는 또 달랐어요.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모운동 옥동광업소는 폐광이 오래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있었어요. 한 번 가볼 가치가 꽤 높은 곳이었어요. 보통 폐광은 흔적도 찾기 어려워요. 광산업체가 폐광시킬 때 환경복구를 시키도록 했기 때문에 폐광할 때 흔적을 싹 다 밀어버리고 허물어버렸어요. 이 때문에 폐광 흔적 찾기만 어려운 게 아니라 폐광촌 흔적 찾는 것조차 어려워요.

 

더욱이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은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었어요. 무수히 많은 탄광이 1990년대에 폐광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탄광들도 2000년대 들어와서 다 폐광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탄광은 대한석탄공사에서 운영중인 강원도 태백시 장성광업소, 강원도 삼척시 도계광업소,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광업소가 있고, 경동나비엔 보일러와 경동 도시가스로 유명한 경동이 민영탄광을 운영중이에요. 이 외에는 전부 폐광했어요. 탄광 대부분이 폐광한 지 10년도 넘어서 흔적 찾기도 어려워요.

 

운탄고도1330 3길 초입부는 탄광이 폐광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변한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어요. 이런 신기한 장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풍경 자체가 아름다웠어요. 아름다운 풍경 감상하면서 독특한 지식도 쌓는 길이었어요.

 

 

원래 제가 가야 할 길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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