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2부 05 - 강원도 영월 추천 여행지 운탄고도1330 3길 모운동, 운탄고도 마을호텔

좀좀이 2023. 3. 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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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모운동이구나!"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감탄했어요.

 

 

아침 노을에 산 꼭대기는 붉게 물들었어요. 산 아래는 아직 어둠이 남아서 푸르스름한 빛을 띄고 있었어요. 제가 서 있는 모운동이 있는 산과 멀리 앞산 사이는 분지처럼 푹 파여 있었어요. 산으로 둘러싸여서 푹 파인 곳에 구름이 모여 있었어요. 모운동은 구름이 모여가는 동네라는 뜻으로, 한자로 募雲洞이에요. 워낙 산골이라 구름도 쉬어가는 동네라는 표현으로 은유적으로 붙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정말로 구름이 모여 있는 동네였어요.

 

 

나만 안 되는 영월?

나만 되는 영월이다!

 

찜질방에서 혼자 고생했던 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무슨 나만 안 되는 영월이에요. 나만 되는 영월이에요. 지금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두 사람 뿐이었어요. 저와 17번 버스 기사분이요. 17번 버스 첫 차를 타고 모운동으로 오자 이런 황홀한 풍경과 마주했어요. 이 풍경이 얼마나 쉽고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너무나 멋진 풍경이었어요.

 

영월 17번 버스가 모운동 도착하자마자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는 때는 그렇게 많지 않을 거에요. 아침 첫 차를 타고 와야 하는데 여름에는 해가 너무 일찍 떠요. 여름에는 첫 차 타고 와서 이런 풍경 보기 어려울 거고, 초봄에는 아직 풍경이 황량할 수 있어요. 가을에 와야 보기 좋을 거에요.

 

모운동에서 바라보는 구름이 산에 모여 있는 풍경은 사진으로만 본 백두산 천지 같기도 했어요. 분화구 속 물이 펄펄 끓어올라 김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모운동 올 때까지 이렇게 황홀한 풍경을 볼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저 운탄고도1330 3길을 걷고 예미역에서 태백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 발생할 재수없는 상황을 고려해서 영월 17번 버스 첫 차를 타고 왔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저를 맞이해준 풍경은 이렇게 쉽게 보기 어려운 비경이었어요.

 

버스 기시분께서 버스에서 내리셨어요. 모운동이 일종의 회차지점이었어요. 17번 버스는 모운동을 종점 삼아서 잠시 쉬었다가 올라올 때와는 다른 길로 내려가서 다시 영월교통차고지로 가는 노선이었어요.

 

"아까 기분 상하게 했으면 미안해요."

"예? 아니에요! 괜찮아요!"

 

버스 기사분께서 제게 아침에 영월교통차고지에서 냉정하게 탑승을 거부한 게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깜짝 놀라서 아니라고 했어요. 규정상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기분 나쁘지는 않았어요. 버스 기사분께서 알려주신 고가도로 아래 버스 정류장은 카카오맵, 네이버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았어요. 카카오맵, 네이버 지도에 나와 있는 영월교통차고지 다음 정류장은 주공3,4차 아파트 정류장이었고, 영월교통차고지에서 주공3,4차 아파트까지 거리는 도보로 624미터, 도보로 10분이었어요. 그래서 그저 크게 당황했을 뿐이었어요.

 

"아까 말씀하신 정류장이 지도에 없고 지도에서는 영월교통차고지에서 타라고 나와서 놀랐어요."

"그게 예전에는 17번 버스가 영월버스차고지 다음 정거장이 주공3차라 너무 멀어서 차고지에서 타게 해줬었어요. 원래는 차고지에서 못 타는데 정류장이 너무 머니까 타라고 해준 거였어요. 그런데 차고지에서 승객 탑승시키는 것 자체도 문제인데 아까 보셨듯이 거기가 버스가 후진해서 나와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거기가 사람들 태워주면 사고 위험이 너무 커서 정류장을 하나 만들고, 회사에서 규정상 차고지에서는 아예 못 태우게 하고 있어요. 태워주고 싶어도 CCTV 달려 있어서 태워줄 수가 없어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카카오맵이랑 네이버지도는 영월교통차고지에서 타라고 나오고 고가도로 아래 정류장은 아예 나오지 않아서요. 아직 반영 안 되었나 봐요."

 

버스 기사분께서 친절하게 새벽에 발생한 일의 원인을 잘 설명해주셨어요. 보통 차고지에서 버스 탑승할 때는 차고지에 있는 버스 정류장 구역에서 탑승해요. 그런데 영월교통차고지는 그렇게 넓지 않고, 내부에 정류장 구역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요. 영월교통차고지는 넓지 않은데 버스는 면적에 비해 많이 주차되어 있어서 버스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시피 주차해 있었어요. 여기에 버스가 차고지에서 나올 때는 후진해서 나와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차고지에서 승객을 태워주려고 하면 사고 위험이 매우 높았어요. 이 때문에 바로 근처 고가도로 아래에 '하송리'라는 버스 정류장을 신설했어요. 그리고 영월교통차고지 내에서는 승객을 아예 못 태우게 바뀌었다고 해요.

 

아직 카카오맵, 네이버 지도 및 영월교통정보 등 지도에는 이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요.

 

"이건 영월군에서 빨리 카카오맵이랑 네이버 지도에 알려줘서 수정해야겠네요. 운탄고도1330 3길 가는 사람들 다 이 버스 타고 갈 건데요. 사람들 여기 온다고 영월교통차고지로 갔다가 다 저처럼 당황하겠어요."

 

운탄고도1330 중 3길이 제일 유명해요. 사람들도 많이 가구요. 운탄고도1330 3길 시작점인 모운동을 대중교통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17번 버스를 타야 해요. 이 버스 말고 선택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아요. 운탄고도1330을 열심히 홍보하는 데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운탄고도1330 3길 시작점인 모운동 가는 17번 버스 노선 탑승 기점 정류장이 하송리로 바뀐 걸 빨리 반영해줘야 해요. 왜 아직도 카카오맵과 네이버 지도에서 여전히 영월 17번 버스 탑승 기점 정류장이 영월교통차고지로 나오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어요.

 

"운탄고도 걷는다고 오는 분들은 대부분 버스터미널에서 타요."

"예? 차고지에서 안 타나요?"

"운탄고도 걷는다고 차고지에서 타는 사람은 그쪽이 처음이에요. 다 터미널에서 타요."

 

아까 왜 차고지 직원분이 저를 매우 희안하게 봤는지 이해되었어요. 운탄고도1330 3길 걸으러 오는 사람들은 꽤 있었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 중 대부분 -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사람들이 17번 버스를 터미널에서 탔어요. 그러니 운탄고도1330에 대해 영월 사람들이 잘 알고 있고, 차고지 직원분도 잘 알고 계셨겠지만, 당연히 운탄고도1330 3길 걸으러 가는 사람이라면 터미널 근처에서 타던에 이 사람은 왜 여기로 왔는지 희안하다고 여겼을 거에요.

 

영월 17번 버스가 영월역 근처도 지나가기는 하지만 영월역 근처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운탄고도1330 3길 시작점 모운동으로 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로 영월역 근처에는 숙소가 별로 없어요. 두 번째로 영월역에 도착하는 기차 시간과 17번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수도권에서 기차 타고 영월역 와서 바로 17번 버스 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요.

 

 

모운동에는 운탄고도 트래킹 온 것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어요.

 

 

모운동에는 모운동 쉼터라고 새겨진 현판이 걸린 정자가 있었어요.

 

 

"여기는 주민분들께서 진짜 정성 많이 쏟으셨구나."

 

모운동 쉼터 정자를 보고 놀랐어요. 정수기에 믹스 커피까지 비치되어 있었어요. 아무나 마음껏 커피를 타서 마시라고 되어 있었어요. 이 정도로 방문객을 환영하는 곳은 별로 없어요. 모운동 주민분들께서 운탄고도1330의 성공을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 방문객을 위해 비치된 정수기와 커피 믹스가 보여주고 있었어요.

 

'정말 주민분들 많이 노력하고 계시네.'

 

영월군 수준이 아니라 강원도 도 차원에서 운탄고도1330을 명품 도보 여행 코스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 정도로 주민분들이 매우 크게 기대하고 노력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다른 지역 여행할 때 보지 못한 노력과 절실함이 보였어요. 이 정도 정성이라면 하늘도 감동해서 운탄고도1330을 성공하게 할 만 했어요.

 

 

운탄고도 마을호텔이 보였어요. 운탄고도 마을호텔은 아직 이른 시각이라 문이 잠겨 있었어요. 2022년 8월 15일부터 tvN STORY 채널에서 운탄고도 마을호텔 프로그램을 방영했어요. 주요 진행자는 엄홍길씨, 정보석씨, 이장우씨였어요. 저도 강원도 남부 여행 갔다가 숙소에서 켠 TV에서 운탄고도 마을호텔이란 방송이 하고 있어서 보다가 운탄고도1330이란 도보 여행 코스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운탄고도 마을호텔 프로그램은 강원도 영월군 모운동에서 촬영되었어요. 운탄고도 마을호텔 건물은 운탄고도 마을호텔 프로그램 촬영 당시 마을호텔 건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다가 운탄고도1330 3길을 걷기 위해 일어났어요.

 

 

모운동 설명이 나와 있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어요.

 

구름이 모이는 마을

모운동 마을 이야기

Moun village Story

 

구름이 모이는 동네라는 의미를 가진 모운동은 해발 1,000m가 넘는 망경대산 자락에 위치한 영월지역의 대표적인 폐광촌이다. 옥동광업소가 '검은 노다지'인 석탄을 생산하던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모운동은 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동네였다. 작은 탄광촌에는 극장, 우체국,병원, 당구장,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등 없는게 없는 마을이었지만 화려했던 마을의 영화는 1989년 옥동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점점 사그라져 갔다. 모두가 떠나는 폐광촌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볼거리와 쉼을 주는 깊은산속 옹달샘 마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어둡고 삭막했던 골목에 계절 따라 피는 꽃을 심어 가꾸고 벽화와 쉼을 주는 공간을 조성하였다. 이 같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회색의 폐광촌이었던 모운동은 구름과 사람이 쉬어가는 행복가득한 마을로 변화하게 되었다.

 

안내판 아래에는 '산꼬라데이길'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이때는 별 거 아니라고 무시했어요. 기존에 있던 도보 여행 코스를 새로운 도보 여행 코스 만들 때 재활용하는 일이야 흔하니까요.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리 모운동을 바라봤어요. 산에 둘러싸인 조그맣고 예쁜 마을이었어요.

 

 

별로 넓지 않은 지역인데 과거에 여기에 주민이 천 명도 아니고 1만명 넘게 살았다니 믿기지 않았어요. 과거 옥동광업소가 가동되었을 때 이 지역은 진짜로 사람이 북적거려서 발 디딜 틈이 없는 동네였을 거에요.

 

이른 아침부터 나와 계시는 할머니께서 계셨어요.

 

"할머니, 운탄고도 3길 가려면 이쪽으로 가면 되나요?"

"그쪽으로 가지 말고 여기로 쭉 올라가요. 그게 더 가까워요."

"감사합니다."

 

할머니께서는 마을 안쪽에서 윗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더 가깝다고 알려주셨어요.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길로 걸어갔어요.

 

 

"여기 산간지대라서 춥구나."

 

풀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어요.

 

 

2022년 10월 20일. 제가 살고 있는 의정부 및 의정부 옆 지역인 서울은 아직 서리가 안 내릴 때였어요. 모운동은 첩첩산중 영월군에서도 고지대에 위치한 곳이라 벌써 서리가 내렸어요.

 

 

운탄고도 2길 종점이자 3길 시작점이라고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왔어요.

 

 

"여기가 원래 산꼬라데이길이었나 보네."

 

운탄고도1330 방향 표시판 대신 산꼬라데이길 방향 표시판이 있었어요.

 

 

'산꼬라데이길 보면서 가야겠는데?'

 

안내판에 지도도 산꼬라데이길 광부의 길 지도가 운탄고도1330 지도보다 훨씬 구체적이었어요.

 

 

과거 모운동 초등학교였던 건물이 나왔어요. 주민이 1만명이었을 때는 이 학교 건물에도 학생들이 바글바글했을 거에요.

 

운탄고도1330 3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동발 제작소가 나왔어요.

 

 

모운동 동발 제작소 터는 건물이 다 부서져서 벽만 일부 남아 있었어요.

 

 

동발 제작소 터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문이 적혀 있었어요.

 

구) 동발제작소

Timbering Factory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나무기둥을 '동발'이라고 한다. 동발을 사용할 당시 광산사고 중 가장 빈번하고 위험하였던 사고로 60%이상이 붕괴사고였는데 나중에는 콘크리트로 동발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는 광산작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

 

 

한쪽에는 콘크리트 동발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몇 개 있었어요. 콘크리트 동발 위에는 이끼가 끼었어요.

 

'나중에 가면 더 좋아지겠지?'

 

탄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동발제작소 터만 봐서는 이게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어요. 한쪽에 쌓여 있는 콘크리트 동발을 세워놓았다면 그래도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콘크리트 동발 몇 개 남은 것은 이끼가 뒤덮혀서 얼핏 보면 무의미한 콘크리트 더미로 보였어요.

 

'이 정도야 뭐.'

 

방문객들이 꾸준히 많이 찾아오면 나중에는 더 좋아질 거에요. 동발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 포토존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면 과거 동발을 짊어맨 광부 동상 같은 것도 세울 수 있을 거에요. 지금은 시작이니 이 정도로도 괜찮아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놔두는 것 자체도 나쁘지 않았어요. 애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곳이야 강원도에 허다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서 동시에 애잔한 분위기에 취하는 곳은 강원도라고 해도 많지는 않을 거에요.

 

 

조그만 웅덩이가 나왔어요. 광부의 샘이었어요. 광부들이 갱으로 가면서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빌며 동전을 던져넣던 옹달샘이라고 해요.

 

 

나란 인간, 속세에 찌든 인간.

 

"동전 없다."

 

이런 샘이 나오면 과거 광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동전을 던져넣었을지 상상하며 문학적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건강한 인간일 거에요. 하지만 나란 인간, 속세에 찌든 타락한 인간이에요. 광부의 샘 속에 동전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었어요. 동전이 안 보였어요. 태백시 황지연못은 유명한 연못이라 그런지 누가 500원짜리 동전도 던져넣었던데 모운동 광부의 샘은 10원, 100원 동전도 안 보였어요.

 

"여기 시작부터 느낌 좋은데?"

 

운탄고도1330 3길 시작점 모운동에서 얼마 채 안 걸었어요. 모운동 자체가 풍경이 아름다웠고, 광부의 샘까지는 구두 신고 와도 충분히 걸어갈 만한 길이었어요. 영월 추천 관광지라고 이야기해도 손색없는 곳이었어요. 영월읍내에서 모운동까지 오는 길도 아름다웠고, 모운동도 아름다웠어요.

 

나만 안 되는 영월?

그런 건 개나 줘버리라고 해.

 

느낌이 좋았어요. 이번 여행은 너무 수월하고 잘 풀릴 거 같았어요. 처음 시작이 조금 우당탕하기는 했지만 잘 풀렸고, 모운동의 멋진 구름이 모여 있는 아침을 감상했어요. 악운은 끝났어요. 분명히 좋은 운만 가득할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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