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또 돌아온 겨울. 겨울만 되면 마음이 심란해져요. 추위를 매우 싫어하는데다 물가도 뛰기 때문에 겨울이 오면 마음 속에는 태풍이 몰아치는 것 같아요. 추워서 얌전히 집에 있는데 왜 지출은 밖에 뽈뽈뽈 돌아다니는 여름보다 더 늘어나는 것인지...
하지만 요즘은 매우 따스하답니다. 11월에는 여기도 꽤 추워서 겨울 코트 꺼내입고 다니는데 요즘은 낮에 그렇게 입고 다니면 조금 덥게 입고 다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요즘 타슈켄트의 겨울 기온입니다.
한국은 영하네, 폭설 내리네, 주변 국가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도 폭설에 추위라는데 여기는 그딴 거 없어요. 마음같아서는 내심 30도까지 올라가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30도까지는 무리네요. 그래도 일기예보를 보면 목요일에 20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참 뿌듯합니다. 제가 노력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올해 초 타슈켄트에 와서 올린 글을 보면 온통 춥고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는 글 투성이에요. 저도 이게 이상기온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11월에는 여기도 영하로 떨어지고 물도 얼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따뜻해졌어요. 아주 봄이 왔다고 해도 될 정도. 기온만 올라간 게 아니라, 오늘 돌아다니는데 거리에서 공원에 풀을 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올해 초를 생각하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이게 정상 기온이랍니다. 이상 기온이 아니라 원래 타슈켄트는 겨울에 이 정도 춥대요. 이게 사실이라면 세상에 이런 파라다이스도 없어요. 건조한 기후에 피부가 적응을 못한 거 제외하면 그야말로 쾌적한 날씨죠.
원래 타슈켄트는 겨울에 그다지 추운 도시가 아니라고 해요. 그래서 애들은 매해 '1월 1일에 눈 내려라~' 이렇게 노래를 불러대었대요. 참고로 이 나라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는 없어요. 이슬람 국가이기도 하고, 기독교를 믿는 러시아인들도 러시아정교를 믿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날짜가 다르죠. 러시아 정교에서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입니다.
원래 타슈켄트는 2월에 눈이 세 번 정도 내리고 겨울 끝. 따스한 겨울이 끝나고 3월 21일에 '나브루즈 바이람'이라고 전통적인 새해 명절이 온 후, 그 다음부터는 기온이 쭈욱 상승합니다. 기온이 급격히 상승해 여름에 50도까지 찍고, 다시 또 쭈욱 내려가는 것이죠.
이렇게 따스한 겨울의 타슈켄트. 그런데 애들이 하도 눈 좀 내리라고 빌어대서인지, 작년 겨울 - 즉 올해초까지 사상 초유의 한파가 타슈켄트에 찾아왔어요. 영하 12도 이렇게 기온이 푹푹 떨어지고 3월까지 눈이 펑펑 쏟아졌어요. 사람들 다 놀란 것은 당연한 일. 봄의 축제라는 나브루즈 바이람은 원래 나브루즈 바이람인 3월 21일에 폭설이 펑펑 쏟아졌고, 대통령이 나브루즈 바이람을 며칠 연기해서 개최한다고 명령을 내렸어요. 그래서 올해 나브루즈 바이람은 모습이 참 웃겼답니다...우즈베키스탄에서 나브루즈 바이람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4월? 그 정도 되는 날씨의 모습이에요. 그 어떤 자료를 찾아보아도 나브루즈 바이람 시기의 우즈베키스탄의 모습은 우리나라로 치면 벚꽃이 필 즈음이지, 경칩 즈음의 모습이 아니에요. 봄에 어울리는 산뜻하고 가벼운 옷을 입고 '봄이 왔어요~아~행복해~'이러는 게 나브루즈 바이람이에요. 그런데 올해는 하도 추워서 나브루즈에 사람들이 두꺼운 겨울옷 껴입고 '봄이 왔어요'라고 행사를 하는데 불과 며칠 전에 폭설 내렸어...
작년~올해 초에 이런 사상 초유의 한파가 타슈켄트 및 우즈베키스탄 전국에 몰아치는 바람에 사람들이 추위에 엄청 고생한 것은 당연한 일. 특히 시골에서는 피해가 매우 컸다고 해요. 전기가 제대로 안 들어가는 지역도 많은데 갑자기 예년과 감히 비교할 수 없는 한파가 찾아와 가축들이 많이 얼어죽었다고 해요.
올해 여름이 예년에 비해 그다지 덥지 않고, 기온이 11월까지 무섭게 떨어져서 사람들이 올해 겨울은 지독하게 추울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년보다 일찍 사람들이 월동준비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상 기온이라 하네요. 제발 제가 한국 돌아갈 때까지 정상 기온이었으면 좋겠어요. 추위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