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받아쓰기 해 본 기억이 모두 있으실 거에요. 저도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하곤 했어요. 받아쓰기를 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다름 아닌 받침들. 한국어에서는 받침이 오직 ㄱ,ㄴ,ㄷ,ㄹ,ㅁ,ㅂ,ㅇ - 이렇게 7개 소리로만 나죠. 이것을 잘 넘겼다 싶으면 또 나오는 것이 '읽다, 삶다' 와 같은 이중자음으로 된 받침들. 이중자음으로 된 받침들은 저도 가끔 햇갈릴 때가 있어요. '돌, 돐'처럼 둘 다 인정이 되는 건 상관이 없는데, '졸음'이 맞는지 '졺'이 맞는지 희안하게 햇갈릴 때가 가끔 찾아오더라구요. 더 웃긴 건 별 생각없이 쓰면 맞는데, 깊이 생각하며 쓰려고 하면 그때부터 햇갈리기 시작한다는 것. '안'과 '않'의 차이야 워낙 유명하고 악명 높다보니 그다지 햇갈리지 않는데 이런 참 별 것 아닌 문제를 깊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혼돈이 찾아오더라구요.
- 더 놀라운 사실은 '운전 중 졸았다'는 '운전 중 졸음'이 아니라 '운전 중 졺'이 맞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도 이런 건 거의 틀리게 씁니다. (http://krdic.naver.com/rescript_detail.nhn?seq=5755)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우즈베크어를 틀리지 않고 잘 적을까요?
물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먼저 범위를 한정해야 해요. 아예 우즈베크어를 잘 모르는 우즈벡인들도 있거든요. 학교를 러시아인 학교로 가서 러시아어로 교육받은 우즈벡인들은 당연히 우즈벡어를 썩 잘하지 못해요. 그래서 이 질문에서 다룰 사람들은 우즈벡어를 매우 유창하게 잘 하고 모국어로 우즈벡어를 사용하는 우즈벡인들이에요.
당연히 이 사람들도 잘 틀리는 글자가 있어요. 먼저 우즈베크어에는 다음과 같은 알파벳들이 있어요.
a, b, d, e,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 u, v, x, y, z, o', g', sh, ch
한국인들이 어려워하는 발음들로는
o, o', u 구분하기.
- o와 u는 한국인들이 잘 구분해요. 하지만 o'가 어떨 때에는 o로, 어떨 때에는 u로, 어떨 때에는 o도 u도 아닌 소리로 들려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 - O'zbekiston 을 제대로 발음하는 게 상당히 힘든 일이랍니다. 하나씩 딱 들려달라고 하면 소리 분간을 할 수 있어요. o는 '어'에 가까운 '오', o'는 '오', u는 '우'. 하지만 실제에서는 o' 발음을 딱 짚어내기가 어렵고, o도 우리 귀에 그냥 '오'로 들리기 일쑤에요.
k, q, x 구분하기
k는 'ㅋ' 발음. 우리랑 같아요. 이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는 q, x. q는 혀를 목젖에 대고 공기를 불어 터치는 듯한 소리이고, x는 공기를 목젖으로 불어 목젖을 흔드는 소리에요. k와 q 구분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x. 이게 참 어중간한 소리라 k, q까지 햇갈리게 만들죠.
x, h 구분하기
x는 위에서 설명했고, h는 그냥 우리나라 'ㅎ'. 하지만 이것이 바로 오늘 글에서 다룰 주제랍니다.
인터넷을 보면 우즈베크인들은 철자를 종종 섞어써요. 특히 라틴 문자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키릴 문자를 우즈벡 키릴로 예쁘게 치는 게 아니라 러시아 키릴로 부다다다 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러시아어에는 없는 우즈벡어 키릴 문자들은 그냥 구분 않고 쓰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그게 바로 h, q, o', g' 이죠.
h - ҳ (우즈벡 키릴) 이것을 그냥 х 로 많이 쓰고
g' - ғ (우즈벡 키릴) 이것을 그냥 г로 많이 쓰고
q - қ (우즈벡 키릴) 이것을 그냥 к로 많이 쓰고
o' - ў (우즈벡 키릴) 이것을 그냥 у로 많이 써요.
문제는...우즈벡인들도 h와 x는 진심으로 많이 햇갈려한다는 것이에요.
다른 글자는 아는데 귀찮아서 그냥 틀리게 쓰는 것이에요. 제대로 써 달라고 하면 정확히 제대로 잘 써주어요. 하지만 h - x 는 우즈벡인들도 정말 햇갈려해요. 어느 정도냐 하면 교과서에서조차 h와 x가 햇갈려 오타를 내는 경우가 있을 정도죠.
우즈베크인들의 말에 의하면, 이 h와 x는 실상 차이도 없다고 해요. 원칙적으로는 차이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 따라 자기 편한대로 h라고 했다가 x라고 했다가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 사람들은 모국어로 우즈베크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애들이 '맛있다'를 '마시따'라고 적어놓아도 문제 없이 잘 이해하는 것처럼 아무 문제 없이 잘 읽고 들어요. 외국어로써 우즈베크어를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우즈베크인은 정확히 h와 x를 구분해서 적어줄 거라 당연히 여기지만, 실상은 이 사람들도 이것만큼은 엄청나게 햇갈려 해서 이건 매우 잘 틀리게 써요. 그리고 이렇게 제가 글로 적는 이유는 이건 그냥 웃어넘어갈 정도가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이 정말로 많이 햇갈려하고 잘못 적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자신들도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외국어를 배울 때 모국어 화자에게 배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로 널리고 흔해요. 하지만 모국어 화자에게 배울 때 분명 맹점이 존재하기 마련이에요. 현지인처럼 말하는 것과, 정확히 그 언어로 글을 쓴다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죠. 문맹이라고, 표준어 문법을 잘 모른다 해서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당장 우리만 해도 많은 문법적 실수를 남발하며 살고 있지만 '킴취 마시소요'라고 하는 외국인들보다는 한국어를 잘 하죠.
우즈베크인에게 우즈벡어를 배울 때, h 와 x 는 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즈베크인들도 매우 햇갈려 하는 거라 잘못 알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잘못 알려주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제대로 된 선생님께 배운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현지인에게 배운 말 가운데 h 또는 x 가 있다면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본 후 맞는 철자를 외울 필요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