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의 특징

좀좀이 2012. 12.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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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조금 알아본 후 물어보는 질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술이랑 돼지고기 팔아요? 거기 이슬람 국가라고 하던데요."


예, 술 많이 팔고, 돼지고기도 팔아요. 돼지고기는 많이 파는 편은 아니나, 타슈켄트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술은 정말 많이 팔아요. 마시는 사람도 많구요. 이 나라 포도주는 맛있어요. 확실히 포도가 좋아서 그런지 포도주가 맛있고, 가격도 싸요.


사실 '이슬람'에 대해 다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 이유는 '기독교', '불교'는 우리나라에 잘 정착했기 때문에 굳이 쉬운 이야기부터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요. 예를 들어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 및 교리의 특성에 대해 굳이 서기 0년 즈음까지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워낙 주변에 신자들도 많고, 교회와 성당도 많기 때문에 일단 가서 본 후에 이야기를 하자고 해도 문제가 안 되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훨씬 이야기를 하기 쉽구요.


하지만 이슬람은 그렇지 않아요.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정착한 종교도 아닐 뿐더러 주변에서 접하기도 극히 어려운 종교에요. 그러다보니 기독교, 불교와 관련해 간단히 필요한 부분만 설명해주듯 설명하면 이해 불가에 빠지기 쉽다는 게 문제이죠. 그러다보니 결국은 사도 무함마드 (마호메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그러면 말이 길어지니 서로 피곤해지기 일쑤이죠.


그러면 먼저 '술 마시고 돼지고기 먹는 우즈베키스탄 무슬림들'에 대해 어떤 자세로 볼 것인가의 문제.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는 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서 '무슬림은 술도 안 마시고 돼지고기도 안 먹는구나'라는 것을 알았는데, 이 믿음이 깨져버리기 때문이죠. 원칙을 어기는 신자를 어떻게 보고 대해야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되고 오판의 빌미가 되기도 해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하즈라티 이몸 모스크타슈켄트에 위치한 하즈라티 이몸 모스크. 보통 '하스티몸' (Hastimom) 이라고 한다. 타슈켄트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자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중심지였다. 오른편에 보이는 건물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란이 보관되어 있다.



이 나라는 실제로 이슬람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아요. 단적으로 이슬람 5대 의무 - 신앙고백 (샤하다), 하루 5회 기도(살라), 적선 (자카트), 성지순례 (하지), 한 달 단식 (라마단) 가운데 라마단 지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술 마시고 돼지고기 먹는 무슬림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구요.


그러면 율법을 어기는 이 나라의 무슬림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간결하면서 명확해요. '그것은 인간과 신의 문제이지, 인간과 인간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도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라마단 때에는 단식을 해야 하고, 술과 돼지고기는 절대 입에 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히 우리들보다 몇백배 더 잘 알고 있어요. 이것을 어겼을 때 그 잘못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죄가 아니에요. 그러므로 인간이 율법을 어긴 인간에게 잘못했다고 비난을 할 자격이 없는 것이죠. 그것은 그 종교를 믿는 신자인 이상, 신과 약속한 것이지, 인간과 약속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것을 개인에 따라 다르다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뿐이지, 모든 것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버린다면 오히려 문화를 모르고 무례함을 저지르는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술을 마시고 돼지고기를 먹을지언정 그게 자신들이 믿는 이슬람에서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마신다 해도 '무슬림도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주장이 참이 될 수 없는 것이지요.


이 말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중학생이 담배를 태운다 합시다. 중고등학생이 담배를 태운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생이 담배를 태울 수 있다'는 주장이 참일까요? 당연히 틀린 주장이죠. '우리나라에서 중학생은 담배를 태울 수 없다. 하지만 몰래 태우는 학생들이 좀 있다' 이렇게 해야 맞지, 중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태운다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생이 담배를 태울 수 있다'고 주장하면 당연히 틀린 주장이죠. 잘 구해서 잘 태우지만, 엄연한 불법입니다. 안 되는 걸 하는 것일 뿐이죠. 아무리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90%가 담배를 태워댄다 해도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건 엄연한 불법이에요. 그리고 그 애들도 이게 불법임을 알구요. 단지 안 된다는 것을 할 뿐,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란 것입니다. 차이라면 중고등학생의 흡연 금지는 사회적 약속 - 즉 인간과 인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이 약속을 어겼을 때 인간이 처벌할 수 있는 것이고, 율법을 어긴 것은 신과 개인의 약속이기 때문에 다른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죠.


즉 자기들이 먹고 싶다고 하면 먹으라 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추궁하고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는 것이죠. 단, 이것은 율법이 사회적 약속의 기능을 하지 않을 때 이야기이고, 율법이 사회적 약속의 기능을 수행할 때에는 당연히 틀린 말이 됩니다. 이 경우는 율법이 사회적 규범으로 작용하는 것에 대해 인간과 인간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율법을 어겼을 경우 타인의 제제가 가능한 것이죠.


그러면 이제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특징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할게요.


먼저 우즈베키스탄은 수니파 이슬람과 수피즘이 주류입니다. 시아파도 있기는 한데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이에요.


그리고 수니파는 다시 어느 율법을 따르냐에 따라 다시 크게 4종류로 계열이 갈라져요.

하나피 학파 - 터키, 시리아, 요르단, 중국, 중앙아시아, 북인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집트 북부

말리키 학파 -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서아프리카, 중부 이집트, 수단, 쿠웨이트, 바레인

샤피이 학파 - 팔레스타인, 레바논, 예멘,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 남부 이집트, 인도양

한발리 학파 - 사우디아라비아


하나피 학파가 율법 적용이 제일 널널하고 한발리 학파가 율법 적용이 가장 엄격해요. 즉, 믿기 가장 널널한 것은 하나피 학파라는 것이지요. 이 4대 법학파가 중요한 이유는 수니파 지역이라 해서 '이슬람 문화'가 다 같은 게 아니라는 것 때문이에요. 어느 법학파를 따르느냐에 따라 이슬람의 모습이 달라져요. 심지어는 모스크 모양조차 이 4대 법학파에 따라 달라져요. 율법은 이슬람 - 즉 쿠란 (코란)에 기초해 만든 '법'이라고 보면 되요. 일단 중앙아시아에 들어온 하나피 학파는 그 율법 적용이 가장 널널한 학파에요. 그렇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관용도가 높은 편이죠. 예를 들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합시다. 하나피는 이때 마셔도 되요. 하지만 한발리는 죽으면 죽었지 입에 절대 술을 대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수피즘. 이것은 신비주의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튀르크 민족들에게 이슬람이 전파될 때 가장 널리 퍼진 것이 바로 이 수피즘이에요. 수피즘이 가장 널리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이들이 기적과 고행을 보여주며 보다 원초적인 곳을 자극했기 때문이에요. 사도 무함마드의 일생에 기적은 오직 딱 1회, 그것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안 되는 아주 애매한 일이 딱 한 번 있을 뿐이에요. 원래 유목민이었던 튀르크 민족들에게 이런 종교가 절대 흥미있을 수가 없죠. 멀리 갈 것 없이 기독교에서 예수가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여러 기적들을 보여주죠. 즉, 아무리 좋다 어쩌다 입 아프게 설득하고 설명해 봐야 눈앞에 벌어진 기적보다는 못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수피들은 이들에게 기적(?)과 고행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부분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어요.


게다가 튀르크 민족은 이슬람을 그대로 잘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들 기존의 종교와 결합시켜 받아들입니다. 원래 튀르크 민족들에게는 하늘의 신인 '텡그리'를 믿는 고유의 종교가 있었는데 이 '텡그리'를 '알라'로 바꾸어 버립니다. 게다가 '지하드' - 즉 '성전'을 자신들의 약탈행위의 정당화 이유로 사용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다른 사람들 약탈하면서 '이것은 잘못된 믿음을 가진 자들에 대한 성전이다!' 라고 합리화 및 정당화시킨 것이었죠. 이래서 이 지역에 이슬람이 빠르게 확산되었어요.


그리고 원래 이 지역에 가장 먼저 들어온 이슬람은 시아파와 수피즘이었어요. 지금은 대부분 수니파이지만요. 여기에서 또 재미있는 특징이 나타나요. 시아파와 수피즘은 성인 숭배를 인정해준다는 것. 수니파는 성인 숭배를 철저히 금지하지만, 시아파와 수피즘은 이를 인정해 주어요.


여기에 다시 '소련'. 우즈베키스탄의 무슬림들이 정말 널널한 믿음을 가지게 만든 결정적 원인은 바로 소련입니다. 이슬람에 대해 철저한 탄압을 가했고, 억지로 여러 민족 - 특히 러시아인들을 뿌려놓아서 고유 문화의 색채를 많이 약화시켰어요. 그리고 철저한 소련식 서구화 및 공산화는 당연한 것이었구요. 중앙아시아는 소련 시절 그냥 '다양한 민족들의 유배지'였다 생각하시면 되요. 상식적으로 카자흐스탄에도, 우즈베키스탄에도 130개가 넘는 민족이 산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리하자면 '유목민 문화 + 원래 율법 적용이 가장 널널했던 하나피 학파 + 수피즘 + 소련과 러시아인들의 서구화'의 결과물이 이 지역 이슬람이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에서는 다른 지역 - 아랍, 터키 등지의 이슬람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1. 종교의 개인문제화


위에서 교리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신과 인간 사이의 문제이며 제3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위에서 제가 전제조건을 달아놓았죠. '종교 교리가 사회적 약속의 기능 (법, 도덕, 관습)을 하지 않을 경우'라구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다른 이슬람 지역에 비해 (구소련권 제외) 종교 교리의 사회적 약속 기능이 매우 약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교리 가운데에서 자기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지키고 아닌 것은 안 지키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죠. 러시아인들이 많은 지역으로 갈 수록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 따라 '우즈벡인들은 이슬람을 강하게 믿어', '우즈벡인들도 술 먹고 돼지고기 먹고 단식도 잘 안 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게 됩니다. 이슬람에 대한 지식 없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슬람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이슬람에 대해 큰 오판을 해버리기 딱 좋은 상태인 것이죠.


종교 교리의 사회적 약속 기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교리를 어떻게 지킬지에 대해서도 제각각입니다. 교리를 제멋대로 안다는 말이 아니에요. 교리는 똑같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교리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따라 개인적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나는 돼지고기도 먹고 술도 먹을 거야', 어떤 사람은 '나는 술만 먹을 거야', 어떤 사람은 '나는 술도, 돼지고기도 안 할 거야'라고 하고, 라마단도 '나는 라마단 기간 내내 단식해야지', '나는 단식 안 해야지', '나는 주말에만 해야지'라고 아주 골고루 나와요. 이렇게 되는 이유는 종교 교리의 사회적 약속 기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능이 강하다면 안 지킨다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강하게 비난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단순히 신과 인간간의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약속도 어긴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앎은 똑같으나 실천은 제각각'이라는 모습이 나오는 것입니다.


2. 돼지고기


술 마시는 무슬림은 많아요. 하지만 돼지고기 먹는 무슬림은 정말 보기 힘들어요. 왜 보기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술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체 무엇을 해야 술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답을 찾기 참 어려워요. 담배를 죽어라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한 갑 태운다고 술 마신 기분이 날까요? 아니면 에스프레소를 1.5리터 패트병에 담아서 쉬지 않고 원샷하면 술 마신 기분이 날까요? 기분만 더러워지고 그 자리에서 토하고 난리날 겁니다. 그렇다고 술을 대신하기 위해 마약을 한다면 그건 더 나쁜 것이구요. 게다가 현대 사회에서 술을 대신하기 위해 마약을 하면 목적지는 정해져 있죠. 모든 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그 곳으로 끌려갑니다. 실상 우리 주변에서 술을 대체할 것이 마땅히 없어요.


하지만 돼지고기의 경우 그렇지 않아요. 쇠고기도 있고, 양고기도 있어요. 더욱이 여름에 뜨거운 건조지역에서는 돼지를 키우기 극히 어려워요. 돼지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더위를 잘 버티지 못하거든요. 게다가 유목을 하는 지역에서 돼지를 유목하며 키우기는 어렵죠. 양이나 소야 들판에 풀만 많으면 되지만, 돼지는 유목으로 키우기 어려운 동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구할래야 구하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술 마시는 무슬림은 많아도 돼지고기 먹는 무슬림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돼지고기 먹는 무슬림도 있어요.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있어요. 이 이유는 서구화와 러시아인들과 많이 섞여살다보니 그런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어요.


3. 번역본 쿠란 (코란)


쿠란은 절대 번역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물론 번역을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한 쿠란은 쿠란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이건 그냥 사람이 적당히 설명해놓은 것이라고 간주할 뿐, 그 신성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슬람에서 코란은 '최후의 경전'이에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알라 (하느님)가 몇 번이고 인간들에게 여러 방법을 통해 신의 뜻을 전했지만 돌대가리 닭대가리 멍청한 인간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자 '이게 완전판이다. 이거 대로 해라'라고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준 것이 바로 쿠란이에요. 뭘 어떻게 해도 자꾸 엉터리로 믿고 잘못 믿고 하니까 아예 '모범답안'을 준 것이죠. 즉, 이슬람에서 '쿠란=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그 어떤 이유에서도 쿠란을 고치는 것, 쿠란 번역본을 신성하게 여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요. 다큐멘터리 보면 애들이 죽어라 쿠란을 웅얼웅얼 외워대는 게 아니에요. 그게 하느님의 말씀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걸 죽어라고 외우는 것이죠. 뭔지도 모르고 일단 외우고, 뜻을 외우는 것이죠. 예를 들어 '라 알라 일라 알라후'를 외우고 그냥 그 뜻을 '알라 외에 신은 없다'라고 외우는 것이지, لا اله الا الله 를 가지고 'لا는 절대부정으로 '모든 것이 없다'는 의미이며, الا 는 예외사로 '~를 제외하고'라는 의미다'라고 아랍어 문법을 배우는 게 아니에요. 만약 후자처럼 배우면 이 지역에서도 아랍어가 잘 통하겠죠.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즈베크어로 번역된 쿠란도 쿠란 원본에 준하는 신성한 것이라 여기는 무슬림들이 많습니다. 이건 정말 충격적인 것이죠. 기본 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생각이니까요.


4. 성인숭배


우즈베키스탄_성인_묘소우즈베키스탄에서 모스크 주변에 공동묘지가 있다면 이슬람 성인의 묘소를 발견할 수 있을 수 있다.


이슬람에서는 성인 숭배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이건 번역된 코란도 신성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에요. 번역된 코란도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어쨌든 내용은 같으니까' 입니다. 이렇게 보면 사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로 코란을 주문 외우듯 줄줄 외우고 그 뜻을 자기 말로 외우는 것이랑 사실 차이도 없어요. لا اله الا الله 라는 문장을 해석하고 스스로 그 뜻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라 일라 일랄라'로 외우고 '알라 이외에 신은 없다'라고 뜻만 외우는 거나 처음부터 '알라 이외에 신은 없다'라고 외우는 거나 그게 그거라는 것이죠. 결국 저 아랍어 문장을 스스로 읽고 해석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은 똑같으니까요. 단지 번역본만 외우냐, 원문이 뭔 말인지도 모르는 채 원문을 외우고 번역본을 외우느냐의 차이 - 즉 주문같은 말 하나 더 외우냐 마느냐의 문제죠. 아마 '알라 일라 일랄라'가 '알라 이외에 신은 없다'라는 말을 아는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꽤 있을 거에요. 네이버나 다음으로 검색하면 그냥 나와요. 하지만 저 말에서 절대부정 لا 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참고로 절대부정 لا의 의미는 0.000000000000001% 의 가능성조차 부정해버리는 가장 강력한 부정의 방법이에요. 이걸 알고 보면 저 문장의 느낌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죠. '죽었다 깨어나도, 맨틀을 뚫고 내핵까지 파고 들어가도, 수억광년 너머로 날아가도, 아니, 뭔 짓을 해대도 그 어떤 신은 아예, 애초에, 그리고 영원히 없다. 오직 알라만 있을 뿐이다'라는 의미니까요.


번역된 코란도 신성하게 여기는 자세는 이와 같이 들으면 수긍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랍어로 된 코란을 신성하게 여기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놀라기는 해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문제. 하지만 성인숭배는 아니에요. 이건 아예 금지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괜히 사도 무함마드의 얼굴을 하얗게, 아니면 시커멓게 칠해버리는 게 아니에요. 사도 무함마드에 대한 숭배조차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요. 사도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리면 사람들이 또 알라를 믿는 게 아니라 사도 무함마드 우상을 보고 기도할까봐 아예 그리지도 못하게 하는 거에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성인숭배를 찾는 것은 쉽답니다. 단, 성인숭배라 해서 성인의 묘소에 절하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리 성인숭배라 해서 성인 묘소에 절을 한다면 이건 그냥 어기는 정도가 아니라 기독교로 비유하자면 '저는 돌아가신 바오로 2세 교황님께 기도드릴 거에요. 바오로 2세 교황님, 저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드리는 거에요. 이건 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이단'이죠. 여기서 성인숭배란 돌아가신 성인의 묘소에 찾아가 자신의 복을 비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렇게 성인 숭배가 널리 퍼져 있는 이유는 이 지역에 가장 먼저 들어온 이슬람은 시아파와 수피즘이기 때문이지요. 시아파와 수피즘 모두 성인 숭배를 허용해 준답니다. 이것 역시 기존 튀르크 민족이 가지고 있던 영웅에 대한 숭배 문화와 결합한 것이죠. 나중에 수니파로 바뀌기는 하나 이 문화는 이런 이유로 계속 유지되어 오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수니파에서는 성인 숭배를 금지하고 있지만, 수니파든 시아파든 수피즘이든 모두 '이슬람'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있다보니 성인 숭배도 당연히 이슬람적인 행동이라 믿고 있는 것이죠. 간단히 비유하자면 천주교를 믿던 사람이 개신교로 개종했는데 계속 성모마리아를 섬기고 있는 것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거에요.


5. 이슬람 교리와 전통 종교 행위의 혼동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성인 묘소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경고문이에요. 내용은 '벽에 글 쓰기, 나무에 끈 묶기, 묘소에 무릎 꿇기, 묘소에서 희망 빌기 모두 이슬람 율법에서 가장 큰 죄악으로 간주됩니다' 에요. 이게 붙어 있는 이유는? 당연히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이유는 이게 이슬람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라는 것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구요. 이유는 위에서 이 지역으로의 이슬람 도입 과정에 있어요. 이슬람이 그대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유목민들이 자기네 입맛에 맞게 적절히 바꾸어가며 받아들였기 때문. 저렇게 붙여놓아도 저기서 하지 말라는 짓 하는 사람들과 그 흔적을 생각보다 쉽게 목격할 수 있어요.


어느 지역이나 고유의 문화와 기복 신앙이 있기 마련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을 이슬람과 별개의 것으로 분류를 하느냐, 이슬람의 일부라고 생각하느냐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악마의 눈'은 이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파티마의 손'은 이슬람 문화의 일부라 생각하기도 해요. 전자는 그냥 전통 문화로 넘기면 되는 것이고, 후자는 그 지역 이슬람만의 특징의 범주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것을 '이슬람'의 일부로 생각하니까요.


이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시약이 필요해요. 첫 번째는 소련-러시아 문화, 두 번째는 이슬람이에요.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으면 그건 바로 원래부터 이 지역에 있던 고유의 문화인 것이죠. 아랍 및 터키 지역에서 이슬람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또는 한국에서 이슬람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충격 좀 받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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