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 미쳤네?"
불과 1년 채 안 되었어요. 달러-원 환율이 1200원 돌파할 때만 해도 미국 달러가 가봤자 어디까지 가겠냐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1달러에 1400원을 목전에 두고 알짱거리고 있어요. 1달러에 1300원 넘었을 때도 달러-원 환율이 너무 올랐고 한국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니 여기부터 더 상승할 거라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쯤 올랐으니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본 사람이 더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1달러에 1400원을 과연 돌파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참고로 1달러에 1400원을 돌파한 적은 정말 별로 없어요. 심지어 리먼 사태때조차도 달러-원 환율이 1달러에 1400원을 넘었던 기간은 불과 한 달 남짓이에요.
"이러면 미국 주식 투자하기도 애메하네."
달러-원 환율이 폭주하니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도 매우 애매해졌어요.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환차손을 크게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심각히 우려하며 접근해야 할 환율이었어요. 섣불리 들어갔다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보고 환차손으로 한 대 더 얻어터지는 경우를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조만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봐야 할 시점이었어요. 물론 당장 갑자기 1100원대, 1200원대로 푹 떨어지지야 않겠지만 13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초반으로 떨어져도 환차손이 꽤 발생해요.
올해 달러-원 환율이 얼마나 급격히 상승했는지는 아래 두 차트로 확 와닿게 볼 수 있어요.
위는 미국 VOO이고, 아래는 한국 TIGER 미국 S&P500 이에요. 둘 다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요. 기초자산 및 변동은 같아요. 단지 VOO는 미국 달러로 계산되고, 한국 TIGER 미국 S&P500은 한국 원화로 계산될 뿐이에요. 미국 VOO 차트를 보면 작년 11월에 고점을 찍은 후 올해 두 차례 큰 기술적 반등 주며 주구장창 하락하다 7월에 다시 상승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으로, 역대 최고점 가려면 아직도 까마득해요. 하지만 한국 TIGER 미국 S&P500 차트를 보면 11월 고점 거의 다 왔어요. 진짜 11월 역사상 제일 꼭대기 언저리에 물린 사람을 제외하면 다 수익내고 나올 수 있어요.
미국 VOO는 1년전 대비 7.7% 하락한 상태라고 나와요. 그러나 한국 TIGER 미국 S&P500은 1년전 대비 무려 8.2% 상승한 상태라고 나와요. 그러니까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보면 S&P500은 1년전에 비해 7.7% 정도 하락했지만, 이걸 환율 변동까지 전부 반영해서 보면 원화로는 오히려 1년전 대비 8.2% 정도 상승한 상태에요.
아쉽게도 이것은 미국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주가 차손을 환차익으로 전부 방어해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에요. 한국 증시는 당연히 폭삭 주저앉았고, 한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실을 크게 입은 상태에요.
"진짜 증권사들이 요즘 채권 때문에 신났구나."
연일 증권사에서 채권 판매 신기록을 쓰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었어요.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서 주식 매매수수료로는 장사가 안 되지만, 대신 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권 투자로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장외채권상품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해요.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상하거나 위험한 채권만 안 팔면 수수료를 챙겨서 수익을 낼 수 있어서 좋고, 개인투자자들은 딱히 투자할 곳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 예금 가입하는 것처럼 단기채 위주로 많이 매수하고 있다고 해요.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몰리자 삼성증권이 장외채권상품으로 월이자지급식 채권을 판매 개시했어요. 삼성증권이 장외채권상품으로 월이자지급식 채권을 판매하자 인기가 대폭발했어요. 이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채권 시장 특성을 이해해야 해요.
한국 채권 시장은 대체로 3개월 이표채에요. 3개월 이표채란 이자 지급 주기가 3개월이라는 말이에요.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받아요.
채권으로 매달 이자를 받고 싶다면 한국 채권 시장에서 발행된 채권이 대부분 3개월 이표채이므로 1,4,7,10월에 이자를 주는 채권, 2,5,8,11월에 이자를 주는 채권, 3,6,9,12월에 이자를 주는 채권에 투자해야 해요. 그래야 매달 이자를 받을 수 있어요.
문제는 채권 시장은 규모는 주식 시장과 비교할 수 없게 매우 크지만 매매빈도는 주식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이 매우 적다는 점이에요.
주식 시장과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미국 주식은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주식이 많다 보니 적당히 1,4,7,10월에 배당금 주는 주식, 2,5,8,11월에 배당금 주는 주식, 3,6,9,12월에 배당금 주는 주식에 투자하면 매달 배당금이 들어와요.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도 있구요.
예금으로 매달 이자를 받고 싶다면 1년 동안 매달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을 1년 만기 상품으로 1개씩 가입하면 그 다음해부터는 매달 만기 해지되어 원금과 약정 이자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러나 채권은 이렇게 매달 이자가 지급되도록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워요. 왜냐하면 이렇게 이자 지급 주기에 딱 맞춰서 채권을 매수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주식, 예적금이야 본인이 원할 때 아무 때나 투자하고 매수하고 가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채권은 워낙 거래빈도가 적다 보니 개인이 매달 이자 지급 받도록 채권 포트폴리오를 짜기 매우 힘들어요. 매물이 있어야 사죠. 그렇다고 쓸 데 없이 은행이자만도 못한 가격에 호구되어서 매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주식을 본인이 정한 주기대로 적립식으로 모으고 은행 예적금을 규칙적으로 매달 1개씩 가입하듯 매달 일정액을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매달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월이자지급식 채권이 장외채권상품으로 등장하자 폭발적인 인기를 끈 거에요. 세전수익률이 4%대인데 매월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으니까요. 언론에서는 안정적인 이자 수입과 현금 흐름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런 내용이 있어요.
삼성증권에서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월이자지급식 이표채를 성황리에 완판하는 것을 보고 다른 증권사들도 월이자지급식 채권을 장외채권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현재 증권사에서 판매중인 이자지급주기 1개월 월이자지급식 이표채 장외채권 상품을 보면 여전채에요. 여전채란 카드사, 캐피탈사 같은 수신 업무가 없고 돈을 빌려주는 대출 - 즉 여신 업무만 하는 금융회사의 채권을 말해요. 올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채권 수익률이 크게 상승했어요. 이런 현상이 여전채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났어요. 그래서 증권사와 여전사들이 합심해서 월이자지급식 채권을 발행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키움증권도 월이자지급식 채권 판매하네?"
키움증권도 월이자지급식 채권 판매에 나섰다는 뉴스 기사를 봤어요. 이때는 추석 전이었어요.
'키움증권도 나설 만 하지.'
키움증권도 장외채권상품이 좋은 편이에요. 게다가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가 매우 많이 사용하는 증권사에요.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투자에 몰려들고 있으니 키움증권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어요.
'이거 완판되는 거 아냐?'
뉴스 기사를 보며 개인투자자가 매우 많은 키움증권이니 키움증권이 장외채권상품으로 내놓은 월이자지급식 채권은 물량이 얼마 안 남아 있을 거 같았어요.
추석 연휴가 끝났어요. 2022년 9월 13일이었어요.
'혹시 한 번 봐봐야겠다.'
키움증권 어플에 들어가서 장외채권 항목으로 갔어요.
"이건가?"
맨 위에 파란 신규 딱지가 붙은 메리츠캐피탈 217-1 채권이 있었어요. 왠지 이게 키움증권에서 선보인 월이자지급식 장외채권상품 같았어요.
가상투자를 돌려봤어요. 금액은 100만2400원으로 설정했어요. 수량으로는 1000매였어요. 키움증권이 메리츠캐피탈 217-1 채권을 10매에 10024원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1000매 투자하려면 1,002,400원이 필요했어요.
참고로 채권 투자 수량은 증권사마다 기준이 달라요. 원래는 1매 단위로 계산하고, 1매는 액면가 1천원이에요. 그런데 한국투자증권 등에서는 개인투자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투자 수량을 액면가로 기입하도록 하고 있어요. 키움증권은 아직 수량으로 투자할 때는 1매 단위로 기입하게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장외채권을 수량으로 100만원어치 주문하고 싶다면, 키움증권에서는 1매 단위로 기입하게 하기 때문에 1000매를 입력해야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액면가로 기입하게 하기 때문에 1,000,000원을 입력해야 해요.
메리츠캐피탈 217-1 여전채 발행일은 2022년 8월 24일이에요. 만기일은 2022년 8월 24일이에요. 잔존기간은 345일이었어요.
메리츠캐피탈 217-1 채권 신용등급은 A+이고, 발행이자율은 4.485%에요.
키움증권 장외채권 상품 중 메리츠캐피탈 217-1 채권에 100만2400원 투자 - 즉 1000매 투자하면 세후 실수령액은 1,038,384원이라고 나왔어요. 총 투자수익률은 4.23%, 세전 연평균수익률은 4.48%, 세후 연평균수익률은 3.80%,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후총투자수익률은 3.59%라고 나왔어요.
"이거 맞네!"
메리츠캐피탈 217-1 채권의 예상 현금 흐름을 보니 월이자지급식 채권이 맞았어요. 메리츠캐피탈 217-1 채권에 100만2400원 투자하면 매달 이자가 3737원 지급되고, 여기에서 9월만 세금이 190원 제해지고, 나머지는 570원씩 제해질 거였어요. 9월만 190원 제해지는 이유는 보유기간 (채권 투자 용어로은 과표구간)이 이자 발생일로부터 이자 지급일까지 꽉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거 100만원만 투자해야겠다. 아니지, 100만2400원만 투자해야겠다."
키움증권 이자지급주기 1개월 월이자지급식 이표채 장외채권 1년 만기 메리츠캐피탈 217-1 여전채 주문 가능 수량은 널널했어요. 995,930(천원)어치 남아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995,930천원이니까 실제 남아 있는 수량은 998,320,232원어치였어요. 약 10억원 안 되는 물량이었어요. 저야 100만2400원어치만 살 거니까 제가 1000매 샀다고 티도 안 날 거였어요.
키움증권 이자지급주기 1개월 월이자지급식 이표채 장외채권 1년 만기 메리츠캐피탈 217-1 여전채를 1000매 매수했어요. 매수하자마자 증권 계좌에 물렸다고 파란불이 떴어요. 증권사도 먹고 살아야죠. 증권사 장외채권상품을 매수할 때는 별도의 수수료가 아예 없어요. 왜냐하면 증권사에서 이미 매매수수료 같은 거 다 반영한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에요. 대신 매수한 직후 계좌를 보면 평가차손이 떠 있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물론 매도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이자지급주기대로 이자 받고 만기일 도래했을 때 만기 원리금 상환받아서 처음 장외채권 투자할 때 나와 있던 수익률대로 수익 보고 끝나요.
'이거는 이자로 미국 ETF에 투자할까?'
키움증권 이자지급주기 1개월 월이자지급식 이표채 장외채권 1년 만기 메리츠캐피탈 217-1 여전채로 매달 받는 이자를 미국 ETF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어요.
자체 원금 보장 ELS 투자법 가보자.
월이자지급식 채권에 투자한다면 채권 발행 회사가 도산하지만 않는다면 만기에 원금은 상환받으니 원금 손실은 없어요. 이자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거니까 이자로 투자한 미국 주식은 손실이 나도 채권 이자 좀 덜 먹었다고 퉁치면 되요. 오르면 좋고 내리면 이자 조금 덜 먹은 셈이에요. 물론 올라도 극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별로 먹은 게 없기는 하지만요.
이렇게 월이자지급식 채권에 투자하고 매달 들어오는 이자만으로 미국 주식, 미국 ETF에 투자한다면 사실상 자기 스스로 자체적으로 굴리는 원금 보장 ELS나 마찬가지에요. 너무 수익이 쥐꼬리만하다고 여겨진다면 토스증권에서는 미국 3배 ETF도 소수점 투자로 투자할 수 있으니 레버리지 높은 ETF 골라서 투자하면 되구요.
만약 SPY, IVV, VOO 같은 S&P500 ETF에 매월 이자로만 적립식 투자했는데 미국 증시가 정말 대참사 발생해서 증시가 반토막났다 해도 별 손실 없어요. 원금은 채권에 들어 있으니 원금 손실은 없고, 이자로 투자한 것에서 손실이 발생할 텐데, 증권사에서 현재 판매중인 월이자지급식 채권은 세전 수익률이 4%~5%에요. 미국 증시와 환차손이 겹치면서 이자로 투자한 게 반토막난다 해도 현재 파킹통장이 연리 2% 수준이고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형 CMA가 연리 2.55%니까 대충 1년간 파킹통장에 돈 묵힌 셈이라고 퉁치면 끝이에요.
정말 최악의 대참사를 가정해본다면 채권발행회사가 부도나서 채권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경우인데,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인 여전채가 터져서 휴지조각될 상황이면 증시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먼지 되었어요. 내 여전채의 안녕 걱정하기 전에 당장 회사 줄도산, 가게 줄파산으로 한국 경제에 둠스데이 찾아온 날이에요.
바로 위의 최악의 대참사는 너무 극단적인 가정이에요. 그보다 아주 현실적인 위험을 예상해본다면 채권에 투자해서 채권에 돈이 묶여 있는데 급하게 큰 돈 필요해서 채권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될 때에요. 만기가 길지 않은 단기채이고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등급인 채권에 예금 대신하는 목적으로 투자할 때는 채권 자체가 휴지조각되는 사태보다 본인에게 갑자기 큰 돈이 급히 필요한 일이 발생할 리스크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해요.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3개월 이표채 발행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러나 앞으로는 이렇게 1개월 이표채가 꾸준히 발행되고 장외채권상품에도 계속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월이자지급식 채권이 있으면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보다 다양한 투자전략을 짤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