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걸어야지."
이태원 모스크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서 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이쪽에는 24시간 카페는 고사하고 앉아서 쉴 곳도 없었어요. 아래 이태원 번화가로 내려가면 아마 잠시 쉴 만한 곳이 있기는 할 거였어요. 아마 케밥 가게 하나는 문을 열고 장사하고 있을 거였어요. 그렇지만 케밥 사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일단 발 가는 대로 계속 걷기로 했어요.
비탈길을 따라 아래로 쭉 내려갔어요. 이태원 모스크에서 내려와 길이 꺾어지며 이태원 번화가가 보이는 곳까지 왔어요. 여기부터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어요.
"역시 이태원이네."
길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어요. 예전 봉쇄 전 이태원의 밤에 비하면 사람들이 매우 적기는 했지만 봉쇄 중 이태원과는 비교할 수 없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태원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았고, 이태원 클럽에서 놀고 클럽 들어가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외국인들도 꽤 보였어요. 이태원은 다시 예전 모습을 빠르게 찾아가고 있었어요.
"어디로 가지?"
이태원 번화가에서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했어요. 이태원에서 보광시장으로 가서 한강으로 가는 방법이 있었고, 삼각지로 가서 용산구를 횡단하는 방법이 있었어요. 원래는 보광시장으로 가려고 했어요. 그러나 막상 이태원 번화가까지 오자 마음이 흔들렸어요. 보광시장으로 간 후 거기에서 한강을 따라 걸어가는 것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어요. 뭔가 자극적인 것이 없었어요. 반면 삼각지 쪽으로 쭉 걸어가면 국방부로 갈 거였어요.
국방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이번 정권에서 청와대는 민간에게 개방되었어요. 대통령은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했어요. 그래서 청와대는 관람객이 너무 많아서 난리고 용산 국방부 앞은 경호 때문에 난리라고 했어요. 국방부 위치는 전쟁기념관 맞은편이에요.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후 청와대 쪽도 안 가봤고 국방부 쪽도 안 가봤어요. 둘 다 요즘 아주 핫플레이스에요.
"6호선 따라서 공덕까지 쭉 걸어가야겠다."
이태원역에서 6호선을 따라 공덕역까지 쭉 걸어가기로 했어요.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이태원에서 신나게 놀고 흔든 사람들이 용산 전쟁기념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이 장면이 매우 재미있었어요. 용산 전쟁기념관 앞길은 원래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에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항상 있어요. 전쟁기념관은 관광지구요. 전쟁기념관 근처부터는 사람들도 많이 살아요. 게다가 밤에 이태원에서 신나게 몸을 흔들며 즐긴 사람들이 이쪽으로 걸어가기도 하구요. 심야시간에 이태원쪽은 교통이 지옥 그 자체거든요. 요즘은 심야시간 이태원이 예전만 못해서 덜하겠지만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태원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영 안 좋은 곳이에요. 그러니 한국 사회에서 격리시켜놓고 싶은 문화를 몰아넣는 문화 게토가 된 거구요. 그러다보니 술도 깨고 흥분도 진정시키고 몸에 남아 있는 과잉 에너지를 마지막으로 발산시키려고 이태원에서 효창공원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청와대쪽은 밤에 매우 조용한 동네였지만 전쟁기념관 쪽은 밤에 아주 조용한 곳은 아니에요.
전쟁기념관 앞에 도착했어요. 사복 경찰이 쫙 깔려 있었어요. 과거 청와대 시절과 아주 크게 달라진 점이 있었어요. 청와대 시절에는 청운효자동 청와대 방향 골목길에 들어가면 사복경찰이 다가와서 신분증 검사를 하곤 했어요. 그러나 전쟁기념관과 국방부 사이에 있는 큰길에 서 있는 경찰들은 행인들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어요. 이 장면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국방부 앞을 지나 효창공원역까지 왔어요.
"어우, 이거 왜 이렇게 힘들어?"
동대문에서부터 걸어왔어요. 걸어온 거리만 보면 그렇게 많이 걸은 편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실제 거리에 비해 1.5배는 더 걸은 느낌이었어요. 한남동 달동네 오르막길을 마구 치고 올라가면서 진을 빼버린 것이 컸어요. 그것만 아니었다면 힘들 게 하나도 없는 길이었어요. 명동에서 남산을 넘어서 이태원까지 걸어가는 것보다 한남동 달동네를 바로 치고 넘어가는 게 훨씬 힘들어요. 길이는 짧지만 경사가 비할 바가 아니에요.
"용산구가 터가 좋은 거 맞아?"
청와대가 풍수지리적으로 터가 매우 나쁘다는 말은 예전부터 계속 있었어요. 청와대 뒷편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화기가 사람을 친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래서 해태 동상도 있구요. 실제로 역사를 보면 청와대에 대통령이 들어가서 살기 시작한 이후 대통령들 끝이 항상 최악으로 안 좋았어요. 그나마 좋은 게 아들이 감방 가서 무상급식 받아먹은 거에요. 이건 요 근래에 나온 말이 아니라 항상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던 말이었어요. 그래서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는 말도 간간이 나왔구요.
그런데 용산구가 그렇게 터가 좋은 자리인지 모르겠어요. 제게 용산구란 산이 참 많은 동네에요. 여기는 다른 구에 비해 비탈이 꽤 많아요. 오르락 내리락이 심해요. 그래서 용산구에 있는 어느 곳을 갔을 때 다른 곳으로 걸어서 이동하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지도상으로는 거리가 별로 안 멀어보이는데 걸어보면 경사 심한 길이 많아서 훨씬 더 힘들거든요.
효창공원역을 지나 공덕역으로 걸어갔어요. 이제 갈증이 너무 심했어요. 진짜로 타는 목마름이었어요. 아까 음료수 마시고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날은 습했어요. 그런데도 목이 말랐어요. 입술과 잇몸 사이에 혀를 밀어넣으면 찝찔한 맛이 났어요. 이건 몸이 진짜로 힘들다고 보내는 신호였어요.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싶었어요. 편의점 가서 사서 마시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편의점마다 앉아서 쉴 공간이 없었어요. 게다가 음료수 사서 마신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참고 걸어가기로 했어요.
"공덕역 다 왔네."
멀리 S-OIL 본사가 보였어요.
얼마 전 친구와 만났을 때가 떠올랐어요. 그때 미친 듯이 치솟는 기름값을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제 기름값 3천원 돌파는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었어요. 국제 유가가 100달러 넘어가도 엄청 오른 거라고 사람들이 원유 인버스 상품 엄청 샀는데 100달러 넘고 그 위로 또 올라갔어요. 작년에는 미국 나스닥 롱만 잡으면 돈이 복사된다고 했는데 올해는 천연가스와 오일 롱만 잡으면 돈이 복사되고 있어요.
더 웃긴 건 지금 유가, 천가 미쳐돌아가는 상황에서 보통 주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렇지만 전체를 들여다보면 진정한 주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에요. 주요 산유국과 관계 안 좋아진 것도 모자라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도 악화되어서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반미 진영으로 몰아넣으려고 하지, 엉뚱한 정유사에 세금 폭탄 때리겠다고 하지, 셰일가스 개발 지원은 죽어도 안 하겠다고 하지, 이런데 어떻게 유가, 천가가 잡혀요. 애초에 미국이 셰일가스 잘 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가 좋았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도 못 했어요. 러시아는 고유가일 때 꼭 사고치거든요. 러시아 현대사를 보면 소련 붕괴로 인해 과거 재정 러시아 시절 러시아 영향권을 크게 상실했고, 공산주의 붕괴 후 자본주의 전환과정에서 지독한 부작용을 겪었어요. 서방 세계는 러시아를 서방 국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계속 적대국가 취급했구요. 이렇게 쌓인 게 많은 러시아이다보니 고유가가 되면 꼭 사고쳐요. 러시아 억제하는 최고의 방법은 저유가 유지하는 거에요. 그런데 바이든 정책이 죄다 고유가 정책이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일으키고, 국제 에너지 시장 동향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거 알고보면 주포가 조 바이든이에요. 그냥 주포도 아니고 개또라이 주포에요. 적당히를 몰라요.
이렇게 이야기하던 중 에스오일 이야기가 나왔어요. 친구가 에스오일 회장 이름을 말했어요.
"사우디 사람 아냐?"
이름이 왠지 사우디아라비아 사람 같았어요. 게다가 기업명이 S-OIL이잖아요. S와 관련된 산유국이라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인데 이 중 시리아는 별 비중 없어요. 생산하는 원유 품질도 안 좋고 원유 생산량도 별로 많지 않아요. 이건 중동쪽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나 좀 아는 수준이에요. 당연히 S로 시작하는 산유국이라면 사우디아라비아죠.
"어? 너 어떻게 알았어?"
친구가 회장 국적 보고 깜짝 놀라며 저를 쳐다봤어요. 저도 진짜 사우디아라비아인일 줄 몰랐어요.
나중에 찾아보니 S-OIL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대주주래요. 아마 그래서 이름도 S-OIL일 거에요. 에스오일이 과거에는 쌍용석유였다고 해요. 후에 아람코가 대주주가 되었고, 이름도 에스오일로 바뀌었대요.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대주주인데 이름을 에스오일로 하고 있는 이유는 S-OIL에서 S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연상시키기도 하기 때문도 있을 거에요. S가 쌍용이 아니라 Saudi 라고 해도 납득이 가잖아요. 물론 Saudi Oil 의 약자는 절대 아니지만요. S-Oil의 정식 명칭이 Saudi-Oil 이라고 해도 믿는 사람 꽤 많을 걸요? 대주주가 사우디 아람코라는 거 보면 믿기 좋아요.
'지금도 에스오일 앞에 무료 자판기 있을 건가?'
에스오일 앞에는 무료 자판기가 있었어요. 꽤 오래전에 봐서 지금도 있는지 궁금했어요. 억지로 에스오일 본사 앞에 갈 필요는 없었어요. 공덕역에서 서강대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에스오일 본사 무료 자판기가 있는 자리를 지나가야 했어요.
에스오일 본사 건물 앞에 왔어요.
"있다!"
에스오일 캐릭터 구도일과 노란 자판기가 있었어요.
구도일은 커피를 들고 있었어요. 저 커피는 왠지 예멘 모카 커피일 거 같았어요.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니까 커피는 아라비아 반도의 커피인 예멘 모카 커피겠죠. 그래야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도 더 자연스럽구요. 설마 베트남 원두로 만드는 한국 인스턴트 커피겠어요. 물론 예전에 커피 무료 자판기가 있었을 때는 베트남 원두로 만든 한국 인스턴트 커피가 나왔었어요. 아무리 무료 자판기에서는 한국 인스턴트 커피가 나온다고 해도 구도일은 예멘 모카 커피 마셔야 뭔가 더 S-OIL이 사우디 오일 같죠.
"물 준다!"
서울 공덕역 S-OIL 본사 에스오일 & 시소와 그네 마포 영유아 통합 지원센터 무료 생수 자판기는 여름이라고 시원한 생수를 무료로 주고 있었어요. 너무 기뻤어요. 그렇지 않아도 생수 사서 마실까 진지하게 고민중이었어요.
오른쪽에서 종이컵 나오는 버튼을 누르면 일회용 종이컵이 나왔어요.
일회용 종이컵으로 왼쪽 '냉수 나오는 곳' 덮개를 열면 냉수를 받아마실 수 있는 정수기 버튼이 있었어요. 종이컵으로 레버를 밀면 냉수가 줄줄 나왔어요.
"역시 사우디 오일!"
에스오일은 절대 Saudi Oil 의 약자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냉수를 무료로 마시며 다시 한 번 사우디 오일을 외쳤어요. 사막 카라반이 갈증에 죽을 지경에 빠졌을 때 마시는 시원한 냉수 한 모금. 사우디아라비아 이미지랑 딱 맞잖아요. 사우디아라비아 관광 홍보 영상 보면 초록색 산도 나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와 열사의 땅이에요.
물은 정말 시원했어요. 세 컵 마셨어요. 물이 너무 맛있었어요.
서울 공덕역 S-OIL 본사 에스오일 무료 생수 자판기는 시소와 그네 마포 영유아 통합 지원센터에 후원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물을 너무 잘 마셨기 때문에 후원을 어떻게 하는지 봤어요. 방법은 자판기에 홈이 있어서 거기에 현금을 넣게 되어 있었어요.
"계좌이체는 없네?"
당연히 현금이 단 한 푼도 없었어요. 현금을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어요. 불편하기만 하구요. 요즘은 길거리 노점상도 계좌이체로 바로 돈을 받는 시대에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현금 없이 살 수 있어요. 서울 공덕역 S-OIL 본사 에스오일 & 시소와 그네 마포 영유아 통합 지원센터 무료 생수 자판기에서 물값 내는 셈 치고 후원하는 방법은 오직 현금을 자판기에 넣는 방법 뿐이었어요. 물 마신 돈 내고 싶어도 돈을 낼 방법이 없었어요.
"계좌이체하게 만드는 건 어렵나?"
조금 궁금했어요. 요즘 사람들 소비행태를 보면 현금만 받게 하는 게 아니라 계좌이체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좋을 텐데요.
구도일 캐릭터와 뒤에 있는 커다란 사람 조형물이 참 잘 어울렸어요. 덥고 목마를 때 공짜로 냉수 주는 착한 구도일이었어요.
서울 공덕역 S-OIL 본사 에스오일 & 시소와 그네 마포 영유아 통합 지원센터 무료 생수 자판기에서 무료로 시원한 물을 잘 마셨어요. 서울 공덕역 에스오일 근처에서 목이 마르다면 서울 공덕역 S-OIL 본사 에스오일 & 시소와 그네 마포 영유아 통합 지원센터 무료 생수 자판기에서 냉수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아요. 공덕역 간 김에 재미로 경험해보는 것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