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5일 일요일 아침이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오늘은 서울 쉐이크쉑 지점을 돌아다니며 매장별 한정 메뉴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기로 한 날이었어요. 호기심이 충만한 상태였어요. 개인적으로 쉐이크쉑 햄버거는 입에 그렇게까지 맞는 맛이 아니었어요. 아직까지도 쉐이크쉑에서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는 쉑버거에요. 쉐이크쉑에서 신메뉴 나온 것을 몇 종류 먹어보기는 했지만 쉐이크쉑에서 아직까지도 그나마 제일 맛있게 먹는 햄버거는 쉑버거에요.
"아이스크림은 다르겠지?"
쉐이크쉑 아이스크림은 아직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아이스크림이야 달라봤자 뭐 얼마나 다르겠어요. 독특하게 만들기는 했겠지만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특별할 거 같지 않았어요. 맛이 여러 종류니까 하나씩 먹어보는 재미는 있겠지만 정말 골때리는 맛은 없을 거라 예상했어요.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여러 개 먹어야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맛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거였어요.
그래도 SPC삼립인데.
배스킨라빈스 운영하는 SPC삼립인데.
쉐이크쉑은 SPC삼립이 운영하고 있어요. SPC삼립 자회사 중 비알코리아가 있어요.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운영하고 있어요. SPC삼립은 요즘 꽤 잘 나가고 있어요. 단순히 포켓몬빵 때문이 아니에요. 강남역 주변 가보면 SPC삼립 계열사 매장이 여러 곳 있어요. 쉐이크쉑은 당연히 있고, 던킨 매장도 있고, 배스킨라빈스도 아이스크림 100종류 판매하는 매장을 오픈했어요. 아주 잘 나가는 중이에요. 어쩌면 강남역 대로변에 아주 으리으리한 파리바게뜨 매장이 들어설 지도 몰라요. SPC삼립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파리바게뜨니까요.
"노원역부터 가야겠다."
영등포역부터 가서 의정부쪽으로 올라오는 방법과 노원역부터 가서 영등포쪽으로 내려가는 방법이 있었어요. 아직 홍대입구에 있는 쉐이크쉑 갈지 결정 못 했어요. 처음부터 멀리 이동하기 귀찮았어요. 처음부터 멀리 간다고 지하철 오래 타면 그것만으로도 흥이 사라져요. 호기심 넘치고 기운 넘칠 때 가까운 곳부터 빠르게 돌면서 하나씩 먹어보기로 했어요.
"노원역은 얼마만에 가는 거지?"
노원역을 처음 가본 것은 2017년에 수도권에 있는 24시간 카페 찾아다닐 때였어요. 그때 노원역에 24시간 카페가 있어서 노원역에 간 것이 노원역을 처음 가본 것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아무리 의정부에 살고 있고 의정부에서 노원역이 가깝다고 해도 노원역을 가지 않았어요. 노원역은 갈 일도 없고 거기 가서 딱히 할 만한 것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어쩌면 24시간 카페 이전에 한 번 갔었을 수도 있어요. 그때 노원역에 초밥 무한리필 제공하는 식당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제 기억 속에서 노원역 맨 처음 간 것으로 기억나는 것은 24시간 카페 때문에 갔던 것이었어요.
한때 노원역에 있는 24시간 카페 가려고 노원역을 종종 가곤 했어요. 밤 늦은 시간에 노원역 24시간 카페 가서 밤새 글 쓰고 책 보다가 점심에서 저녁 즈음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잤어요. 의정부에서 일찍 출발해서 지하철로 노원역으로 바로 가는 방법이 있었고, 지하철 막차로 창동역으로 가서 창동역에서 노원역으로 걸어가기도 했어요. 정말 늦게 출발하면 버스 타고 쌍문역 가서 노원역까지 걸어가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2020년부터 이렇게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노원역에 있는 24시간 카페는 더 이상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았고, 자정 넘어서 서울로 가던 버스인 108번 버스도 단종되었어요. 노원역 갈 일도 없어졌고 심야시간에 가기도 나빠졌어요. 그래서 2020년부터는 노원역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노원역에 지인이 사는 것도 아니고, 노원역 번화가가 딱히 특징있거나 매우 큰 번화가도 아니어서요.
집에서 나와서 의정부역으로 갔어요.
"여기 사진 찍을 필요 없잖아."
여행처럼 다니려고 나오기는 했지만 항상 여행을 시작할 때 시작점이 되어서 사진을 촬영하는 의정부역을 굳이 사진찍어야 하나 싶었어요. '여행'이 아니라 '여행 비슷한 것'으로 다니는 건데요. 게다가 아무리 노원역을 2년만에 간다고 해도 바뀐 게 뭐가 있겠어요. 이번에 갈 쉐이크쉑 매장들은 전부 서울 번화가에 있었어요. 노원역은 진짜로 2년만에 가는 거지만 다른 곳들은 툭하면 가는 곳들이었어요. 굳이 풍경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었어요.
'만약 나중에 이거 여행기 스타일로 연재물 만들면 사상 초유의 풍경 사진 하나도 없는 여행기 되는 거 아냐?'
아예 시작부터 사진을 안 찍었으니 뒤에 가는 곳들도 일관되게 풍경사진은 안 찍을 거였어요. 매장 주변 풍경 사진 찍어서 뭐해요. 쉐이크쉑 매장과 지하철역 주변을 돌아다닐 시간도 없었어요. 하루에 6~7곳 돌아다니려면 시간 꽤 걸려요. 아이스크림에 입만 갖다대었다가 버릴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먹어야하니 시간은 더 걸릴 거였어요. 물론 걸어다니지 않고 지하철 타며 돌아다닐 거니까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갯수 자체가 많았어요.
지하철을 타고 노원역으로 갔어요.
"여기는 노원역이 제일 유명하지?"
서울 노원구 노원역 번화가에서 제일 유명한 건 노원역이에요. 이게 농담이나 말장난이 아니에요. 솔직히 노원역 주변에는 유명한 것이 없어요. 의정부 사는 사람 입장에서 노원역은 산업은행, 알라딘 중고서점 갈 일 있으면 가는 곳 정도에요. 굳이 노원역 번화가까지 갈 필요 없어요. 노원역 번화가는 딱히 특별한 게 없어서 산업은행, 알라딘 중고서점 아니면 의정부 번화가에서도 다 해결되요.
노원역 일대에서 노원역이 가장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노원역이 이 근처 지하철역이라서가 아니에요.
서울에서 손꼽히는 막장환승 대표 지하철역.
노원역은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이에요.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은 노원역에서 똑같이 남쪽으로 내려가지만 방향이 달라요. 서울 강북권을 동서로 확실하게 갈라놓는 중랑천을 가운데에 두고 4호선은 중랑천 서쪽, 7호선은 중랑천 동쪽으로 가요. 4호선은 동대문, 명동 같은 서울 중심부 번화가로 이어지고, 7호선은 상봉, 건대입구를 지나 서울 강남권으로 이어져요.
노원역에서 4호선과 7호선 환승은 상당히 힘들어요. 4호선은 지상철이에요. 7호선은 지하철이에요. 여기에 7호선은 7호선스럽게 아주 땅굴이에요.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도 한참 타야 해요. 여기에 에스컬레이터로 끝이 아니라 또 걸어가야 하는 거리도 좀 길어요. 그래서 수도권 지하철 대표적인 막장환승 지하철역의 대표주자 중 하나에요. 복잡하지는 않지만 힘들어요. 종로3가역, 고속터미널역도 막장환승 소리 듣지만 여기는 노원역과 달리 지하철 노선이 3개 들어가는 곳이에요. 종로3가역은 1호선, 3호선, 5호선 환승역이고, 고속터미널역은 3호선, 7호선, 9호선 환승역이에요. 그러나 노원역은 고작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이에요. 고작 지하철 노선 2개짜리인데 체감상 종로3가역, 고속터미널역 못지 않게 환승하기 좋지 않아요.
노원역 일대 번화가는 이 근방에서 그저 지하철역 번화가일 뿐, 그렇게 특징있다고 할 만한 곳이 아니에요. 맛집이나 돌아다니며 데이트하기 좋은 곳은 노원역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공릉역, 태릉입구역 일대에요. 이쪽이 노원구에서 맛집 많은 동네이고, 경춘선 철길 공원도 있어요. 노원역은 그냥 규모 큰 역 근처 번화가에요. 노원구에서 유명한 은행사거리 학원가는 노원역에서 매우 멀구요. 애초에 은행사거리에 학원가가 들어선 이유는 학생들이 도망치기 고약한 교통 안 좋은 곳이라 그래요. 이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요.
노원역 주변 풍경 사진을 한 장 찍을까 1초 고민했어요. 바로 그만뒀어요. 사진을 찍을 생각이 안 들었어요. 동네 탐방기도 아닌데요. 애초에 동네 탐방기를 갈 거였다면 노원구라도 노원역이 아니라 당고개 양지마을이나 은행사거리 너머 백사마을로 갔을 거에요.
쉐이크쉑 노원점에 도착했어요. 매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쉐이크쉑 노원점 벽에는 커다란 메뉴판이 붙어 있었어요. 여기에서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아이스크림 메뉴는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이었어요.
"노원 노랑 싱글로 주세요."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을 싱글 사이즈로 1개 주문했어요.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 가격은 싱글 사이즈 5,900원, 더블 사이즈 8,900원이에요.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은 하얀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샛노란 시럽이 뿌려져 있었어요. 샛노란 시럽에는 큼지막한 검은 씨앗이 몇 개 있었어요. 검은 씨앗은 패션 프루트 씨앗이었어요.
"생긴 건 평범하네."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 외관은 검고 새끼 손톱만한 패션 프루트 씨앗이 몇 개 있는 거 외에는 매우 평범하게 생겼어요. 패션 프루트 씨앗도 그렇게 인상적일 것까지는 없었어요. 저렇게 생긴 초코볼 박혀 있는 아이스크림은 여러 종류 있어요. 단지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에 박혀 있는 검은 알갱이는 초콜렛 볼이 아니라 패션 프루트 씨앗이라는 것이 특징일 뿐이었어요.
쉐이크쉑에서는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에 대해 '망고 & 패션 프루트의 상큼 달콤함과 쇼트브레드의 바삭함이 매력적인 쉐이크쉑 노원의 시그니처 콘크리트'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소개문과 매장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메뉴판에 적혀 있는 설명문이 똑같았어요.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 영문명은 Nowon Norang 이에요.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을 떠먹기 시작했어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기묘한 이야기.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의 기본적인 맛은 당연히 달았어요. 아이스크림이니까 당연히 달았어요. 오히려 안 달았다면 그게 이상한 거에요.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은 하얗고 진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망고 퓨레가 더해져 있었어요. 아이스크림 단맛과 망고의 단맛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었어요.
아이스크림 단맛과 망고 단맛의 조합은 좋았지만 그렇게 특이하지는 않았어요. 망고맛은 망고맛이었어요. 망고향이 향긋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망고향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요. 게다가 망고향은 진짜 망고나 망고 주스나 망고 가공품이나 향이 신기할 정도로 일관된 편이에요. 아이스크림과 망고 주스를 같이 마시는 것과 망고 퓨레를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먹는 것에서 맛과 향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아요. 더욱이 망고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망고가 들어갔다고 해서 특별함은 없었어요.
"패션 프루트는 어디 갔지?"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을 눈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패션 프루트 씨앗이 들어 있었어요. 패션 프루트는 상당히 셔요. 이건 한국에서 먹어도 셨고, 동남아시아 가서 먹었을 때도 셨어요.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에는 패션 프루트도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새콤한 맛도 꽤 강할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새콤한 맛은 없었어요. 패션 프루트 향도 안 느껴졌어요. 눈 감고 먹으면 망고 퓨레 뿌린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씨앗 씹을 때만 패션 프루트가 들어간 것을 인식할 수 있었어요.
어째서 쇼트브레드가 새콤할까.
이것이 바로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의 기묘한 맛이었어요. 제 혀가 이상한 게 아니에요. 노란 시럽 같은 것에는 신맛이 하나도 없었어요. 패션 프루트 씨앗을 떠서 먹을 때도 신맛은 전혀 안 느껴졌어요. 아이스크림 자체는 당연히 신맛이 존재할 리 없었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신맛이 없었어요. 그런데 희안하게 쇼트브레득를 먹으면 그때 신맛이 톡톡 튀어나왔어요.
"쇼트브레드가 원래 신맛이었나?"
정작 신맛이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노란 시럽 같은 것에는 신맛이 하나도 없고 신맛이 전혀 없어보이는 쇼트브레드에는 신맛이 있었어요. 아이스크림 떠먹을 때는 신맛이 하나도 안 느껴지고 망고와 소프트 아이스크림 맛의 조합이었지만, 쇼트브레드를 같이 먹으면 그때 신맛이 가볍게 뿅 튀어올라왔어요. 신맛이 있어야할 것 같은 곳에는 신맛이 없고 신맛이 전혀 없게 생긴 것에는 신맛이 있었어요.
"이거 무난하고 맛있네."
쉐이크쉑 노원점 한정 메뉴 노원 노랑 아이스크림은 망고맛과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조합이었어요. 망고에 거부감 없다면 당연히 좋아할 맛이었어요. 여기에 신기하게 바삭한 쇼트브레드를 씹으면 그때 신맛이 느껴지는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일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