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팔도 비빔면 글 쓴 적 없네?"
며칠 전에 마트에서 팔도 비빔면을 사왔어요. 원래 팔도 비빔면을 매우 좋아하는 데다, 날이 더워져서 팔도 비빔면을 번들로 구입했어요. 그리고 오늘 오후였어요. 당연히 예전에 팔도 비빔면 글을 쓴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안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 왜 팔도 비빔면 글을 쓴 적이 있는지 찾아보았는가?
너무나 평화로운 2025년 6월 14일. 아침에 일어나서 전전날부터 쓰던 글을 하나 완성했어요. 전날 완성할 수도 있었지만, 티스토리 블로그가 매우 불안정했어요. 제 경험상 이럴 때는 그냥 놀아버리는 게 차라리 나았어요. 가뜩이나 딱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추억 같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주제로 쓰는 글이라 힘들게 쓰고 있는데 티스토리 블로그 서비스가 상당히 불안한 걸 보고 하루 놀아버리기로 했어요. 그리고 아침에 어쨌든 글 완성해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완성해서 블로그에 올렸어요.
그 다음부터는 평소대로 할 거 하고 있었어요. 평소대로 할 일 하고, 외국의 국어책 지문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렇게 오후가 되었어요.
'이따가 비빔면이나 끓여먹어야겠다.'
이렇게 끝나는 하루인 줄 알았어요. 원래는 이렇게 끝날 하루였어요. 정말 아무 것도 없고 평화롭고 기억 속에서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하루가 되어 사라져야 맞는 날이었어요.
저녁 즈음이 되었어요.
'스레드에 옛날 이야기나 올릴까?'
스레드에 갑자기 옛날에 쓴 글을 올리고 싶었어요. 딱히 떠오르는 주제는 없었어요. 너무나 평화로워서 헛소리조차 떠오르지 않는 날이었어요.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10년 전 오늘 쓴 글을 올리는 거였어요. 10년 전이라면 2015년이었어요.
2015년 6월 14일에 올린 글은?
바로 태국 짜뚜짝 한글 지도였어요.
https://zomzom.tistory.com/1119
태국 방콕 짜뚜짝 주말 시장 chatuchak market 한국어 지도
태국 방콕에 있는 짜뚜짝 주말 시장은 태국 최대의 시장으로, 관광객 뿐만이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오는 시장입니다. 여기는 MRT (지하철) 짜뚜짝 공원 (쑤언 짜뚜짝, 짜뚜짝 파크) 역에서 내려
zomzom.tistory.com
'이때 여행중이었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이때 제가 동남아시아 여행중이었어요. 업로드 시각을 확인해보니 태국 날짜로는 6월 13일 밤에 올린 글이었어요. 6월 14일에는 태국 왓 아룬 사원을 갔는데 보수작업중이었고, 카오산 로드는 역시나 실망스러웠어요.
https://zomzom.tistory.com/1804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9 태국 배낭 여행 - 방콕 카오산 로드, 프라쑤멘 요새
중요하다는 절을 돌아볼까? 카오산 로드를 가볼까? 왓 아룬까지 왔기 때문에 카오산 로드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후아람퐁역에서 카오산 로드까지 가는 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왓 아룬에
zomzom.tistory.com
그러면 9년 전 - 2016년 6월 14일에는 뭐 하고 있었지?
2016년 6월 14일에 무엇을 했는지 찾아봤어요. 역시 블로그를 뒤져보니 있었어요.
"아..."
2016년 6월 14일, 나는 중국 시안에 있었다. 시안역에서 상하이 남역까지 15시간 20분에 걸친 반인체공학적 딱딱의자 야간 이동.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던 바로 그 2016년 중국 여행 '복습의 시간' 여행기에 있었어요.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이었어요.
https://zomzom.tistory.com/1763
복습의 시간 - 73 중국 대륙 횡단 여행 마지막 기차 - 시안~상하이 야간 좌석 이동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았어요. 앞뒤로 가방을 메니 숨이 콱 막혔어요. 바로 벗어던지고 싶었어요. 시안 와서 숙소에 체크인을 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앞뒤로 가방을 메지 않
zomzom.tistory.com
6월 14일이 나에게 그렇게 독특한 날이었다구?
믿음이 안 갔어요. 그래서 내 인생 최악의 해 중 하나였던 2020년 6월 14일에 올린 글을 찾아봤어요.
이것도 만만치 않소
야! 너는 왜 두 번 외쳐!
그 암울했던 2020년, 그해 6월 14일에 올린 글은 파울로 코엘료 소설 연금술사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어 버전이었어요. 하필 이날은 웃긴 걸 올렸어요.
https://zomzom.tistory.com/4454
파울로 코엘료 소설 연금술사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어 버전
저는 외국 여행을 가면 책을 사서 모으고 있어요. 책을 사서 모으기 위해 서점을 가면서 여행지와 벗어난 곳도 같이 둘러보곤 해요. 제 외국 여행기를 쭉 보신 분들은 제 여행기에서 서점 가는
zomzom.tistory.com
"나의 6월 14일이 이럴 리 없어!"
얌전히 라면이나 끓여먹읍시다
내 인생에서 6월 14일이란 매우 특별한 날이었음을 깨달으며 팔도 비빔면이나 끓여먹기로 했어요.

팔도 비빔면 봉지에는 팔도비빔면 모델 변우석씨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어요. 팔도 비빔면 봉지 디자인은 거의 변화가 없어요. 변하기는 했지만 매우 조금씩 변화해서 변화가 크게 잘 안 와닿아요. 하지만 과거 비빔면 봉지와 비교해보면 분명히 많이 바뀌었어요.

팔도 비빔면 봉지 뒷면은 위와 같아요.

팔도 비빔면 열량은 525kcal이에요. 총 내용량은 130g이에요.

팔도 비빔면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면류
소맥분(밀:미국산, 호주산), 팜유(말레이시아산), 감자전분(덴마크산, 독일산), 정제소금, 감미유S, 야채풍미액, 면류첨가알칼리제(탄산칼륨, 탄산나트륨, 피로인산나트륨), 구이검, 혼합제제(폴리인산나트륨, 메타인산나트륨,메타인산칼륨), 녹차풍미액
스프
설탕, 정제수, 고추장, 양념간장액, 덱스트린, 정제소금, 고춧가루, 식초, 홍고추엑기스, 맛베이스, 사과농축과즙, 마늘엑기스, 통참깨참기름, 효모추출물, 겨자분말, 산도조절제2종, 양파농축액, 혼합야채엑기스, 파프리카추출색소, 향미증진제2종, 구아검, 참깨, 김, 만두향미유
"만두향미유?"
스프에 들어간 재료 중 만두향미유가 들어가 있는 것이 매우 신기했어요. 비빔면에 왜 만두향미유가 들어가는지 매우 궁금해졌어요.

팔도 비빔면 스프는 위와 같이 생겼어요.

위의 사진이 팔도 비빔면 사진이에요.
팔도 비빔면은 아주 약간 매콤했어요. 매운 맛이 느껴졌어요. 뜨겁지 않고 차가운 라면임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혀를 콕 찌르는 매운맛이 있었어요. 아마 비빔면도 과거에 비해 매워졌을 거에요. 매운맛 강도가 더 강해졌다기 보다는 매운맛이 콕 찌르는 느낌이 더 예리해진 느낌이었어요.
팔도 비빔면 소스 맛은 새콤한 맛과 달콤한 맛이 중심이에요. 새콤한 맛이 날카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뭉툭하지도 않은 툭툭 치는 자극을 주고, 여기에 단맛은 아주 뭉툭한 자극을 줘요. 짠맛도 당연히 있지만, 짠맛의 존재감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싱겁거나 안 짜다는 말은 아니에요. 신맛과 단맛으로 짠맛을 가리고 있어서 짠맛에 신경을 잘 안 쓰게 된다는 말이에요.
해외에서 끓여먹을 때 가장 돈 많이 드는 라면은?
팔도 비빔면!
이건 진리. 무시할 수 없는 진리.
외국에서는 물도 돈이기 때문입니다
팔도 비빔면은 물을 꽤 많이 사용해야 하는 라면이에요. 최소한 라면 끓일 때 쓴 물의 2배가 더 필요해요. 진짜 아껴야 일반 라면의 3배가 필요해요. 마지막 헹구는 물을 매우 차갑게 얼음물로 만든다고 해야 3배에요. 그 이전에 팔도 비빔면은 2번 헹궈야 제대로 맛이 나요. 처음 한 번 헹구는 것은 깔끔한 맛을 내고 면발에 탄력을 주기 위해서 헹구는 것이지만, 원체 뜨겁게 익힌 상태라 제대로 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첫 물에 많이 헹구면 면이 퍼져버리구요. 그래서 최소한 두 번은 헹궈야 해요. 얼음물이든 미지근한 물이든 상관없어요. 차가우면 차가울 수록 좋기는 하지만, 무조건 2번 헹궈야 최소한의 괜찮은 맛이 나와요. 한 번만 헹궈서 먹으면 맛이 영 별로구요.
문제는 이렇게 헹구는 데에 들어가는 물이 해외에서는 다 돈이에요. 해외의 식수 사정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안 좋아요. 한국의 좋은 점은 식수가 풍부하다는 점이에요. 원래 우리나라가 물이 맑은 편이고, 여기에 상수도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괜찮아요. 반면 다른 나라는 수질이 별로 안 좋고, 특히 석회질 많은 지역은 물을 그냥 마시는 것이 그리 좋지 않아요. 여행 온 사람이라면 별로 못 느낄 수도 있지만, 현지 체류하는 사람이라면 냄비와 커피포트에 석회질 끼는 속도를 보며 수돗물 그냥 마실 생각을 아주 빠르게 폐기처분해요. 솔직히 외국에서는 생수로 끓여도 한국보다 석회질이 빠르게 끼어요.
예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체류할 때였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살 때 우즈베크인들의 음식을 매우 좋아해서 굳이 한국 식료품 파는 가게를 가지 않고 우즈베크인들의 음식을 먹으면서 살았어요. 제가 살던 곳에서 한국 식료품 파는 가게는 멀어서 가기 귀찮았던 것도 있었구요.
그러다 하루는 날 잡아서 한국 식료품 파는 가게를 갔어요. 이때도 한국 식료품 파는 가게를 가려고 간 것이 아니라 한국 스타일로 머리를 깎아주는 미용실에 가기 위해 멀리 갔다가 그 근처에 한국 식료품 파는 가게가 있어서 구경 삼아서 간 거였어요.
"비빔면 있다!"
한국 식료품 파는 가게에서는 팔도 비빔면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팔도 비빔면을 보자 너무 반가웠어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들고 돈을 지불하고 나왔어요. 이건 본능이었어요. 보자마자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고, 몸이 저절로 움직여서 팔도 비빔면을 쥐고 얼마냐고 물어본 후 돈을 지불하고 구입했어요.
그렇게 소중한 팔도 비빔면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잘 보관해놨어요. 며칠 지났어요. 고이 모셔둔 팔도 비빔면을 복용하며 한국의 맛을 느끼기로 했어요.
우즈베키스탄도 물이 좋은 나라는 아니라서 보통 생수를 사서 마시거나 네슬레 생수통을 주문해서 마시곤 했었어요. 이게 너무 중요했어요. 그러나 저는 팔도 비빔면을 구입할 때 이 생각을 못 했어요.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에 물을 부었어요. 여기에서 물이 꽤 많이 나갔어요. 이 정도는 괜찮았어요. 원래 라면 끓일 때 쓰는 물 수준이었으니까요. 열심히 끓였어요. 팔도 비빔면은 끓이기 쉬운 편이에요. 왜냐하면 면을 잘 익혀줘야 하거든요. 짜파게티는 끓일 때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짜파게티는 다 익힌 후 다시 한 번 볶는 과정이 들어가야 진정한 맛이 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팔도 비빔면은 반대로 한 번 끓인 후 면을 빠르게 식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면이 조금 더 잘 익어야 해요. 약간 굼뜬 것 정도는 찬물로 씻는 과정을 통해 복구할 수 있어요.
면이 잘 익었어요.
"이거 마시는 물인데 다 버리네."
면을 삶은 물을 다 버렸어요. 그제서야 떠오른 생각.
"이거 헹궈야하잖아!"
생수통에서 물을 또 쭉쭉 짰어요. 라면 한 번 끓인 만큼 물을 또 냄비에 부었어요. 면을 휘휘 저으며 잘 빨았어요. 냄비 바닥을 만져봤어요. 대충 되었어요. 뜨뜻했어요. 1차적으로 잘 빨기는 했지만, 이 물 역시 버려야 했어요.
이제는 속으로 피눈물. 말통의 물이 확 줄어들었어요. 그러나 한 번 더 헹궈야 했기 때문에 또 물을 쭉쭉 짜서 냄비에 부었어요. 다시 잘 헹궜어요. 냄비 바닥을 만져봤어요. 미지근해졌어요. 이제 되었어요. 그러나 이 헹군 물도 역시 싱크대행. 재활용도 안 되는 물이었어요. 설거지 용으로도 쓸 수 없는 물이었어요.
"이거 진짜 비싼 라면이네."
팔도 비빔면은 외국에서 끓여먹을 때는 면을 헹구는 과정 때문에 진짜 돈을 떡칠하며 먹는 라면임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생수가 너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맛은 있었지만, 맛없더라도 맛있다고 느껴야만 했어요. 버린 생수가 얼마인데요. 아무리 우즈베키스탄 물가가 저렴하다고 해도 거기에서 살다 보면 현지 물가에 적응해서 그거도 많이 아까워요.
팔도 비빔면을 먹으며 예전 우즈베키스탄에서 팔도 비빔면을 끓여먹으며 생수로 면을 헹구고 그 물을 버릴 때 쓰라림이 떠올랐어요. 괜찮아요. 여기는 한국이에요. 저는 수둣물로 잘 헹궈서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