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창신동 달동네 창신 소통 공작소, 산마루 놀이터 야경

좀좀이 2022. 4. 2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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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토성 같은 거는 뭐야?"

 

흙으로 만든 성 비슷한 게 있었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건물이었어요. 흙으로 만든 성 비슷하게 생긴 게 여기에 왜 있는지 의문이었어요. 여기가 바로 서울 창신동 산마루 놀이터였어요.

 

 

 

"이거 예산 엄청 들어갔겠다."

 

나름대로 괜찮게 만들기는 했어요. 대체 왜 저 토성 같은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동네 주민 자녀들을 위해 만든 시설인지 여기로 자녀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인지 분간이 안 갔어요. 그렇다고 해서 랜드마크로 만든 것 같지도 않았어요. 아마 처음 이것을 만들 때는 랜드마크로 삼으려는 목적도 있었을 거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희안하게 생긴 건물도 만들었겠죠. 그런데 여기에 이런 건축물이라고 해야할지 구조물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한 것이 랜드마크로 필요한지 의문이었어요. 랜드마크를 만들 거면 전망대나 잘 지어놓는 게 훨씬 더 나을 건데요.

 

 

 

 

놀이터 안을 돌아다녔어요.

 

 

정자로 갔어요.

 

 

"여기는 나중에 낮에 와서 글 제대로 쓸 거니까."

 

보통 이렇게 돌아다닐 때는 다음에 글을 어떻게 쓸지 생각하며 다니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번에 창신동 돌산마을 달동네를 왔을 때는 아니었어요. 나중에 낮에 카메라 들고 와서 사진 찍고 글을 제대로 쓸 계획이었어요. 그것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2019년 서울 달동네 여행기 연재물 '사람이 없다'에 창신동 돌산마을 달동네가 없는 이유.

 

서울 창신동, 숭인동 달동네는 서울 재개발에서 매우 뜨거운 이슈에요. 제대로 글을 정성껏 썼다면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을 거에요. 그러나 당시에 창신동, 숭인동 달동네는 달동네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안 갔어요. 여기는 굳이 자료 찾고 조사하지 않고 제가 아는 것만 글을 써도 글을 한 바닥 쓸 수 있는 글쓰기 상당히 쉬운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제외했어요.

 

 

첫 번째 이유는 그다지 특색 없는 동네였어요. 경사는 심해요. 낙산 자락에 형성된 달동네이다 보니 급경사에요. 올라갈 때 정말 힘들고 범위도 넓어서 체력 소모가 커요. 그에 비해 정작 아주 인상적인 장면은 별로 없는 동네에요.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서울 중심가는 이미 아주 오래 전에 불법 판잣집, 토굴 등을 싹 밀고 한 차례 재개발한 곳이에요. 그 당시 불법 판잣집, 토굴 등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한 곳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 노원구 달동네들이에요. 서울 노원구에 있는 달동네들은 정부가 처음부터 계획하고 조성한 달동네에요.

 

서울의 중심에 불법 판잣집, 토굴이 득시글한 모습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가만히 놔둘 리 없었어요. 이렇게 아주 오래 전부터 중앙정부가 꾸준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재개발한 동네 중에 창신동, 숭인동이 있어요. 창신동, 숭인동 달동네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아주 오래된 단층 슬레이트 지붕, 시멘트 기와 가옥이 아주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 아니에요. 찾아보면 있기는 하지만 별로 없어요. 진작에 다 밀어버렸으니까요.

 

창신동, 숭인동 달동네는 재개발되었지만 시간이 흘러가며 낙후되어서 다시 달동네 소리 듣는 낙후된 동네가 된 곳이에요. 그런데 그냥 가보면 또 생각만큼 엄청나게 낙후되어 보이지도 않아요. 중구 다산동 같은 곳은 정말 낙후된 게 보이는데 이쪽은 그렇지 않아요.

 

창신동, 숭인동 달동네는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재미가 있을 리 없었어요. 힘만 들구요. 더욱이 바로 맞은편에는 충신동, 이화동 달동네가 있었어요. 충신동, 이화동 달동네는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동네에요. 이화동 달동네는 '이화동 달동네'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이화동 벽화마을'로 매우 유명한 곳이에요. 충신동, 이화동 달동네를 다녀왔는데 굳이 창신동, 숭인동 달동네를 또 갈 필요를 못 느꼈어요.

 

 

두 번째 이유는 창신동, 숭인동 달동네가 외관상 그렇게 특별할 것은 없는데 할 말은 무지 많은 동네였어요. 동네 역사 같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었어요. 이건 아주 대놓고 정치적인 글이 될 거였어요.

 

'사람이 있다' 연재물을 보면 부동산 정책 관련 내용도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색깔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너무 정치적이지만은 않도록 글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동네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어서 동네 특색에 대해 할 이야기들도 꽤 있어서 균형을 잡아가며 글을 쓸 수 있었어요. 그러나 창신동, 숭인동은 그렇지 않았어요. 딱히 특색이라고 할 만한 풍경 같은 것은 없고 글 쓸 내용은 너무 정치적인 색채가 강했어요. 창신동이 유명해진 이유는 순전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시재생사업의 중심지역이 되어서 정치적 이슈로 떴어요. 그 전에는 창신동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긴 동네인지는 고사하고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거에요.

 

그래서 창신동, 숭인동은 일부러 안 간 것도 있어요.

 

 

"정치적인 판단이었을 거야."

 

서울 중심부인 종로구, 중구는 전면 재개발해야 해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크게 발전할 거라고 예상하고 건설된 곳도 아닐 뿐더러, 그 이전에 현재 서울은 한국전쟁 이후 날림으로 지어진 도시에 불과해요. 제대로 된 도시계획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사람들이 급한대로 마구 집 짓고 건물 올리며 만들어간 도시에요. 그래서 서울 중심부는 대대적으로 지금 서울, 지금 대한민국 규모에 맞게 재개발해야 해요.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도시재생사업은 먹히는 곳이 있고 안 먹히는 곳이 있어요. 제가 만약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면 이화동, 충신동을 도시재생사업 역점 동네로 삼았을 거고, 노원구 백사마을은 대대적인 문화예술촌으로 만들었을 거에요. 노원구 백사마을은 교통이 별로 좋지 않은 데다 1970년대 중앙 정부에서 계획적으로 조성한 계획 달동네거든요. 대한민국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큰 의의가 있는 동네에요. 그런 곳을 적당히 형태 보존하며 대대적으로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 같은 것처럼 만든다고 각종 예술인 창작 작업실과 공방, 카페가 많은 관광지 마을로 재개발했다면 꽤 성과가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도시재생사업을 보면 정말 절묘하게 안 먹히는 동네들만 골라서 밀어줬어요. 도시재생사업이 먹힐 만하게 생긴 동네들은 오히려 방치한 감이 있구요.

 

애초에 제대로 계획도 안 세웠을 수도 있어요. 그저 재개발을 막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해먹었을 수도 있어요. 서울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아무리 봐도 이게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러니 이건 정말 서울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추진한 거라고 생각이 흘러갈 수 밖에 없어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도시재생사업은 남은 게 없어요. 돈은 엄청 많이 들어갔는데 남은 거라고는 벽화 같은 거 뿐이에요.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조금 있구요.

 

"슈즈 트리부터 꼬였을 거야."

 

이유는 몰라요. 그러나 일어난 사건들만 놓고 보면 서울로7017부터 이상하게 흘러가고 꼬이기 시작했어요. 고가도로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울로 7017은 원래 서울역 너머 중림동, 청파동 등을 연결하기 위한 거대한 인도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어요. 서울로 7017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중림동, 청파동, 만리동 일대를 재개발할 계획이 있었고, 그러면 거기 주민들이 서울역 너머 을지로, 명동 쪽으로 갈 수 있는 인도가 필요했어요.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 모두에게 서울역 앞 대로를 횡단보도로 건너가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혼잡이 발생할 수 있었어요. 이게 원래 명분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서울로 7017이 완공된 후에 중림동, 청파동 재개발을 막아버렸어요. 그래서 서울로 7017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게 되어버렸어요. 이때부터 도시재생사업이 여기저기 재개발을 막는 알박기용, 그리고 세금 줄줄 새고 사라지는 알 수 없는 사업으로 완전히 변질되어버렸어요. 그 시작이 슈즈 트리였어요. 서울로 7017 슈즈 트리 이전까지는 서울 심야버스 운영, 경의선 철길 공원 등 나름대로 업적을 잘 만들어가다가 슈즈 트리를 기점으로 대놓고 서울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굴기 시작했어요.

 

 

 

"언제쯤 낮에 카메라 들고 와서 다시 여기를 돌아다닐 건가?"

 

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 가고 싶으면 갈 거에요. 그런데 당장 며칠 후에 또 올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천천히 걸으며 구경했어요.

 

 

"저건 밤에 보니까 진짜 괴이하게 생겼네."

 

 

낮에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밤에 보니 나무 괴물처럼 생겼어요.

 

 

"이게 창신동의 지금 현실 아닐까?"

 

머리 속은 꽃밭 상태로 만든 계획. 현실은 고달프고 답 없는 상황. 다른 곳들은 번쩍번쩍 잘 나가는데 여기는 잘못된 정책으로 발 묶여 나날이 더 낙후되어 가고 있는 상황.

 

 

서울 창신동 돌산마을 달동네를 대충 둘러봤어요. 딱 창신 소통 공작소, 산마루 놀이터까지만 갔어요. 동네는 깊은 밤중이라 매우 조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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