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은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이에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중 철밥통 공무원 같은 아이스크림이 몇 종류 있어요. 매장 이름표 왼쪽 상단에 다홍색 SIGNATURE 딱지가 붙어 있는 아이스크림들이 바로 언제 가든 항상 있는 철밥통 공무원 같은 아이스크림이에요. 이 아이스크림들은 베스킨라빈스31이 아주 그냥 평생 직장이에요. 대신 휴가 가는 일도 거의 없어요. 아주 가끔 휴가 가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어요. 예를 들어서 레인보우 샤베트가 오버 더 레인보우 샤베트 출시되면서 아주 잠깐 휴가간 적 있었어요.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면 언제 가도 반드시 있어요. 특히 바닐라, 초콜렛, 초콜렛 무스 같은 건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있어요.
이렇게 언제든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베스킨라빈스31 철밥통 아이스크림 중에는 자모카 아몬드 훠지가 있어요.
"저건 볼 때마다 몽골의 맛 같단 말이야."
자모카 아몬드 훠지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자모카'라는 단어 때문에 몽골과 전혀 관련없는데 몽골의 맛 같았어요. 이유는 아주 오래전에 예전에 봤던 영화 때문이었어요. '칭기스칸'이라는 영화였어요. 이 영화는 칭기스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영화 내내 몽골어가 나와요.
예전 우즈베크어를 공부할 때 터키어를 공부한 사람들은 우즈베크어를 처음 듣고 발음이 투박하다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제 귀에는 우즈베크어가 그렇게 고상하고 아름답게 들릴 수가 없는데 터키어 공부한 사람들은 터키어에 비해 매우 투박한 발음이라고 했어요. 그런 저도 듣고 진짜 투박하다고 느끼는 튀르크 언어가 있었어요. 바로 카자흐어였어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는 공중파 TV로 카자흐스탄 방송을 볼 수 있어요. 타슈켄트 위치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국경과 가깝기 때문이에요. 가끔 채널 돌리다 카자흐스탄 방송을 틀어놓고 카자흐어를 들어보면 진짜 컥컥거리고 투박했어요. 우즈베크인들도 카자흐어, 키르기즈어는 너무 투박하다고 놀리곤 했어요. 튀르크인들 사이에서 카자흐어는 진짜로 투박한 발음이라고 정말 많이 유명하고 이걸 놀리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에요. 제가 우즈베키스탄 있을 때 카자흐어, 키르기즈어 투박하다고 컥컥 즈즈 거리며 자기들끼리 비웃는 우즈베크인들 여러 번 보고 만나봤어요.
영화 칭기스칸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영화 내내 몽골어가 나와요.
몽골어는 진짜 발음 엄청 투박하네!
카자흐어도 발음이 엄청 투박하다고 했는데 카자흐어는 몽골어에 비할 바가 아니었어요. 영화 내용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그나마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칭기스칸이 금나라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몽골인들은 감옥에 가둬놓으면 갇혀 있는 생활에 적응 못해서 알아서 죽는다고 이야기하는 것 뿐이에요. 이것보다도 훨씬 인상적이고 압도적으로 인상적인 것은 딱 하나 있었어요.
자무카!
나는 칭기스칸 영화 떠올리면 '자무카'만 떠오른다.
거칠고 투박한 발음. 게다가 이건 명사에 세 글자라서 귀에 확 들어왔고 머리에 바로 확 꽂혔어요. 자무카! 이건 직접 들어봐야 해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가 없어요. 칭기스칸 영화 전체에서 최고의 명대사는 바로 '자무카!'에요.
배스킨라빈스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과 몽골 칭기스칸의 친구이자 숙적 자무카는 아무 상관 없어요. 그러나 배스킨라빈스 가서 자모카 아몬드 훠지를 볼 때마다 칭기스칸 영화 명대사 '자무카!'가 떠오르며 저건 몽골의 맛 같아 보였어요.
2021년 11월이었어요. 배스킨라빈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철밥통 아이스크림 몇 종류 앞에 NEW를 붙여서 다시 출시했어요. 이때 NEW를 붙여서 다시 출시한 아이스크림은 NEW 슈팅스타, NEW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과 더불어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가 있었어요.
"홈페이지는 왜 안 바꾸지?"
웃긴 건 매장 이름표는 바뀌었는데 홈페이지는 안 변하고 예전 이름 그대로 있었어요. 매장은 다 새로운 아이스크림이라고 NEW 슈팅스타, NEW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인데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름은 예전 그대로 슈팅스타,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자모카 아몬드 훠지였어요. 아무리 홈페이지 관리 그렇게 신경 잘 안 쓰는 베스킨라빈스31이라지만 새로운 이달의 맛 아이스크림이 출시되어서 홈페이지 아이스크림 리스트가 업데이트되었을 때도 이것들은 여전히 과거 이름 그대로였어요.
먼저 NEW 슈팅스타부터 먹었어요. 먹고 글을 썼어요. 그로부터 한참 지나서야 배스킨라빈스 홈페이지에서 슈팅스타와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이 NEW 슈팅스타와 NEW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으로 바뀌었어요.
자모카 아몬드 훠지는?
자모카 무시해?
바꾸려면 다 바꿀 것이지, 자모카 아몬드 훠지는 여전히 자모카 아몬드 훠지였어요. 매장은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으로 판매중인데요. 이건 까먹은 건지 모르는 건지 알 수 없었어요. NEW 붙여서 다시 내놨으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다 바꾸는 게 정상인데 슈팅스타와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은 NEW 붙은 새로운 걸로 바꿔주고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는 여전히 자모카 아몬드 훠지였어요.
저는 자모카 아몬드 훠지를 매우 좋아해요. 배스킨라빈스에서 레인보우 샤베트에 이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에요. 자모카 아몬드 훠지는 아주 예전에 먹고 글도 썼어요.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로 이름이 바뀐 후에 먹어봤어요. 그 후 계속 글 쓰는 것을 미루며 언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모카 아몬드 훠지가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로 바뀌는지 구경했어요. 3월이 끝나가도록 이름이 안 바뀌었어요. 이쯤 되면 소외 우량주였어요.
"기다리다가 사진에 곰팡이 피겠다."
배스킨라빈스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모카 아몬드 훠지를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로 바꿔줄 때를 기다리다가 먹고 사진 찍은지 한참 지났어요. 결국 새로 또 먹었어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생겼어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은 진한 베이지색에 아주 진한 고동색 리본이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여기저기 아몬드가 숨어 있어요.
예전 자모카 아몬드 훠지와 비교해보면 딱히 달라진 부분이 안 보였어요.
"생긴 건 똑같은데?"
아무리 봐도 자모카 아몬드 훠지와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의 차이점은 안 보였어요. 한편으로는 둘 사이에 차이점이 보이면 오히려 그게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완전히 달라진 게 아니라 살짝 업그레이드된 거니까요. 레인보우 샤베트와 오버 더 레인보우 샤베트 같은 관계가 아니에요.
배스킨라빈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 소개문은 '깊고 풍부한 자모카 아이스크림에 고소한 아몬드와 초콜릿 훠지 시럽이 들어있는 제품'이에요. 베스킨라빈스31 매장에 있는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 이름표에 나와 있는 소개문은 '은은한 커피에 곁들인 아몬드와 초콜릿 훠지'에요. 설명문이 짧아졌어요.
하지만 반전이 있어요. 예전 배스킨라빈스 매장에 있던 자모카 아몬드 훠지 이름표에 나와 있는 소개문은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설명문과 똑같아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 열량은 싱글 레귤러 컵 사이즈 기준으로 274kcal 이에요.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맛있다.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어요. 원래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러나 자주 먹지는 않았어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맨날 먹는 것도 아닌데 배스킨라빈스가 신메뉴 아이스크림을 매우 부지런히 출시해서 신메뉴 아이스크림 쫓아가기도 바빴어요. 게다가 자모카 아몬드 훠지를 좋아하기는 해도 베스킨라빈스31은 제게 보통 디저트 먹으러 가는 곳이에요. 이미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깔끔한 것 찾다 보면 원래부터 가장 좋아하던 레인보우 샤베트를 생각없이 골라버리곤 해요. 그래서 자모카 아몬드 훠지는 매우 좋아하지만 자주 먹어보지는 못했어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은 기본적으로 커피 아이스크림이에요. 커피의 고소하고 쓴맛이 잘 느껴졌어요. 자모카 아몬드 훠지가 장수하는 이유는 배스킨라빈스 매장에 있는 커피 아이스크림이기 때문일 거에요. 이거 말고 커피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기본적인 아이스크림 맛 종류를 구비해놓으려고 하다 보니 샤베트인 레인보우 샤베트와 더불어 계속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메뉴에요. 이거 제외하고 보면 베스킨라빈스31 매장에 커피맛 아이스크림 아예 없는 날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커피 아이스크림은 항상 꾸준히 수요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베스킨라빈스31이 카페 역할도 하는데 커피도 마시고 싶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을 때 절충안으로 고르기 딱 좋은 아이스크림이에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은 쓴맛이 조금 강했어요. 이유는 아몬드 때문이었어요. 아몬드가 고소한 맛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쓴맛도 같이 끌어올렸어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박박 볶아서 만든 커피에 참 많이 가까운 맛이었어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을 먹다 보면 리본과 아몬드가 계속 변칙적으로 맛에 포인트를 만들어요. 맛이 밋밋하지 않고 재미있어요. 그리고 리본과 아몬드가 불규칙적으로 계속 맛을 바꿔주기 때문에 먹으면서 쉽게 물리거나 맛이 밋밋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은 단맛도 강하고 고소한 맛도 강하고 쓴맛도 강하고 커피맛도 강한 아이스크림이에요. 맛이 다 강해요.
그러나 자모카 아몬드 훠지와 뭐가 달라진 건지 생각해보면 애매했어요. 맛이 조금 더 강해진 거 같기는 한데 크게 차이나는 것이 아니라 오차범위 내에 있는 차이였어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속에 리본, 아몬드가 균일하게 들어가 있지 않아요. 어떤 부분은 많이 들어가 있고, 어떤 부분은 덜 들어가 있어요. 매장 직원분들이 최대한 균일하게 들어가게 노력하며 뜨기는 하지만 아이스크림 자체에 부재료가 한 곳에 왕창 뭉쳐 있으면 어쩔 수 없어요. 이런 특징이 극단적으로 나타났던 게 바로 배스킨라빈스 아몬드 봉봉봉이었어요. 배스킨라빈스 아몬드 봉봉봉은 부재료인 아몬드가 너무 불규칙하게 들어가 있어서 운 좋으면 아몬드 아이스크림 범벅을 먹었고, 운 나쁘면 아몬드 봉봉만도 못한 걸 받았어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였어요. 두 번 다 맛이 조금 진해지고 아몬드도 조금 더 들어간 거 같기는 한데 오차범위 안이었어요. 자모카 아몬드 훠지 먹을 때도 운 좋으면 이런 맛을 느꼈었어요. 그러니 뭔가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어요.
베스킨라빈스31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 아이스크림은 고소하고 쓴맛이 느껴지는 커피 아이스크림이에요. 안에 아몬드도 들어가 있구요. 상당히 인기 좋은 아이스크림이에요. 제가 가본 모든 매장이 다 NEW 자모카 아몬드 훠지로 바뀌었는데 배스킨라빈스 홈페이지는 여전히 예전 자모카 아몬드 훠지가 올라와 있고, 맛도 과거 자모카 아몬드 훠지와 그렇게 크게 달라진 부분은 못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