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조금 쉬다 오색으로 정신없이 내려갔어요.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정말 꽤 많이 내려간 것 같았는데 한참 남았어요. 경사가 매우 급해서 확확 내려가는 것 같은데 기껏 많이 내려갔다 싶으면 다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어요.
“악!”
물 먹은 돌을 잘못 밟아서 미끄러졌어요. 미끄러진 것 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장딴지가 미치도록 아팠어요.
‘근육 끊어졌나?’
아무리 허벅지를 주물러 주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어요. 다리를 꽉 움켜쥐고 걸으면 통증이 덜한데 그런 자세로는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어요.
18시 15분. 드디어 오색으로 내려왔어요. 오색으로 내려오며 별로 인상 깊게 느껴지는 풍경도 없었고 다리도 아팠기 때문에 그냥 정신없이 내려왔어요. 그러다보니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어요.
내려와서야 오색 코스에서 사진을 하나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오색 코스 입구만 몇 장 찍었어요.
멀리서 봐도 아름다운 설악산. 버스를 타고 양양 시내로 들어갔어요. 저녁은 친구가 산다고 했어요. 식당을 찾아 돌아다녔는데 다리가 아파서 솔직히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일단 밥을 먹고 찜질방을 찾아다녔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사람들이 양양에 찜질방이 있냐고 우리에게 오히려 되물어보았어요. 한참 물어보다가 결국 한 곳 찾았어요. 문제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가야하며, 양양군 읍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나마도 올해 처음 문을 연 찜질방이라고 했어요.
찜질방은 생각보다 매우 규모가 컸지만, 막 공사가 끝난 건물에서 나는 냄새가 났어요. 일단 온탕에 들어갔어요.
“어? 통증이 풀리네?”
오래 들어가있지도 않았는데 근육의 통증이 상당히 많이 좋아졌어요. 아마 근육이 놀라서 크게 뭉쳤나봐요.
“찬물 들어가자.”
친구가 찬물에 들어가자고 했어요. 근육 뭉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유명한 상식. 그래서 냉탕에 들어갔어요.
“우왁! 추워!”
한여름. 매우 더운 여름. 찬물에서 놀고 싶은 계절이에요. 그런데 이 냉탕은 물이 너무 차서 들어가자마자 나가고 싶었어요. 다시 온탕행. 그런데 온탕은 또 상당히 뜨거웠어요. 그래서 냉탕행. 여기는 또 너무 차가웠어요.
냉탕과 온탕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다 씻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잠자리를 찾아야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자리에는 전부 사람들이 있었고, 남아있는 자리는 너무 더워서 잘 수가 없었어요.
우리가 계속 찜질방에서 잠 잘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을 보신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말을 거셨어요.
“이 찜질방이 이번 여름에 열었는데...어때요? 무슨 불편한 거 있으세요?”
“잠 잘 곳이 마땅치 않네요. 사람들은 엄청 많은데 괜찮은 자리는 다 임자가 있고, 남은 자리는 도저히 더워서 잘 수가 없네요.”
“음...그러면 따라오세요.”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데려가신 곳은 맞은편 건물. 이 찜질방은 두 개 건물이 있고 그 사이에 다리가 있어서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한쪽은 아직 열어놓지 않았어요. 물론 건너갈 수는 있지만 불이 꺼져 있었고, 아무도 없었어요.
“그냥 여기에서 쉬세요.”
“예,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친절하게 선풍기도 가져다 주셨어요. 일단 사람들 열기가 없어서 그럭저럭 잠을 청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