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삼대악산 (2010)2011. 11. 21. 13:41

728x90
반응형

눈을 떠보니 우리가 자는 쪽에도 사람들이 꽤 잠을 청하고 있었어요. 일단 양양에 하나 밖에 없는 찜질방이래요. 그리고 확실히 어젯밤 기억에 의하면 저쪽 건물은 사람들이 넘쳐났어요. 진짜 더운 것 억지로 참으면서 자지나 않으면 도저히 그 사람들이 다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우리가 잠을 청할 때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 우리처럼 잠잘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이쪽으로 계속 보내주셨나 봐요.


씻고 밖에 나왔어요. 아침을 먹어야 했어요.


해물탕 있다. 해물탕 먹자.”


친구가 해물탕을 먹자고 했어요. 그래서 식당에 가서 해물탕 2인분을 시켰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관광지에서 잘 나와봐야 얼마나 잘 나오겠어.


대박!”


진짜 해물이 꽉꽉 찬 해물탕 냄비가 왔어요. 매우 인상 깊었던 것은 대게가 들어갔다는 것이었어요. 대게가 들어간 해물탕은 여기 와서 처음 보았어요. 서울에서 종종 보이는 대충 오징어 몇 점, 조개 몇 개, 미더덕 몇 알 넣은 엉터리 해물탕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해물탕이었어요. 해물이 너무 많아서 해물찜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어요.


배 터지겠다.”

, 그래도 해물은 다 건져먹어야지!”


이 정도 해물탕이면 술안주로 나가면 4인분은 되겠다. 둘이 열심히 먹는데 해물이 줄어드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그냥 별 기대도 안 하고 갔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 터진 아침 식사. 양이 많다고 질이 나쁜 것도 아니었어요. 해물의 질은 분명히 매우 좋았어요. 저와 친구는 바닷가 출신. 이래 뵈도 둘 다 제주도 출신이라 아무리 까탈스럽게 맛을 구분하지 않는다 해도 싱싱한 해물의 맛과 그렇지 않은 해물의 맛은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어요. 솔직히 제주도에서 살며 먹은 해물이 얼마인데요. 확실히 해물의 질도 괜찮았어요. 서울에서는 감히 꿈도 못 꿀 해물탕.


겨우 해물만 다 골라먹고 일어났어요. 너무 맛있어서 국물도 다 먹고 싶었지만 도저히 배불러서 국물까지 먹을 수는 없었어요. 계산을 하고 나와 어디를 갈까 고민했어요.


우리 그냥 낙산사나 갈까? 양양 왔는데 낙산사는 가 줘야지.”


양양 낙산사. 비록 산불로 홀라당 다 타버렸지만 그래도 양양하면 낙산사. 낙산사 동종이 불에 녹아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장면은 어렴풋 기억나지만, 그때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왠지 개구멍이 하나 있을 것 같았어요. 적당히 개구멍으로 슬슬 걸어 들어가서 나오면 될 것 같은데 개구멍 입구로 추정되는 곳마다 밭이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어요.


실례하지만 말씀 좀 여쭈어볼 수 있을까요?”

.”

여기서 낙산사 들어가는 샛길 없나요?”

...있죠. 우리 밭 너머 길로 들어가면 있어요. 원래 거기로 가면 안 되는데 멀리서 온 거 같으니까 우리 밭 넘어서 가요.”

고맙습니다.”


그분께 밭을 지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후 동해 대산불 때 이야기를 여쭈어 보았어요.


아유...그때 말도 마요. 얼마나 큰 불이었다구.”


그분의 말씀에 의하면 그때 불이 얼마나 크게 일어났는지 길의 아스팔트가 다 녹아버려 소방차가 어떻게 진입조차 할 수 없었대요. 불 난 뒤 달려오는 소방차는 물론이고, 길에다 세워둔 차를 빼오지 못해 자가용을 홀라당 태워먹은 사람들도 부지기수. 그때 낙산사 동종이 산산조각 난 것과 불똥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어마어마한 양양 대산불을 일으켰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때 일을 실제 들어보니 정말 어마어마했던 사건임을 알게 되었어요.



언덕을 기어올라갔어요.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까 우리가 있었던 곳이 내려다 보였어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해 바닷가.


길이 좀 이상한데?”


길이 이상했어요. 분명 낙산사가 멀지 않았는데 갈 방법이 없었어요.



이 사진 찍어봐라. 낙산사에서는 절대 못 찍는다. 이것은 낙산사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에요. 샛길로 가겠다고 들어갔다가 엉뚱한 길로 들어가서 언덕을 마구 치고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한참 언덕을 헤매다 겨우 낙산사에 들어갔어요.



당연히 지쳤어요. 날은 너무 더워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요. 낙산사에 들어가서 대충 구경한 다음 해수관음상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물을 마셨어요.


우리 꼭 저기 가야해?”


아주 적극적으로 목표물을 돌진하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어요.


저기 뭣하러 가. 여기에서 봤잖아.”

그래, 가지 말자.”


낙산사에서 내려와 조금 걷자 편의점이 나왔어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고민했어요.


양양을 더 구경할까?”

그냥 서울 가자. 너무 덥다. 그렇지?”


친구도 너무 지쳐서 양양 구경은 사실상 포기. 버스표를 구입해 바로 서울로 왔어요. 서울은 금방 도착했어요. 무슨 고속도로가 뚫려서 예전 무계획이 계획에서 4시간 30분 걸렸던 것과 달리 2시간 30분만에 서울에 도착했어요.


, 우리 전설이 되자!”

무슨 전설?”


갑자기 의욕이 불타올랐어요. 어제 찜질을 제대로 해서 다리 통증은 완벽히 나았어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고생한 것, 조금 더 고생해서 전설이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우리 용산 가서 자전거 빌려 타자!”


용산에서는 자전거를 매우 저렴하게 빌려줘요. 핸드폰 결제를 하면 몇 백 원에 자전거를 빌려줘요. 비록 좋지는 않지만 짧은 시간이라면 그럭저럭 탈 만 해요. , 조금이라도 오래 타면 안장이 좋지 않아서 엉덩이가 매우 쑤셔요.


그거 좋은데! Y도 불러서 같이 갈까?”


참고로 Y겨울 강행군에서 같이 여행을 다닌 친구.


“Y가 간다고 할지 모르겠다. 가다가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


같이 등산간 KY는 고3때 같은 반. 사이좋게 뼈밖에 없으면서 서로 누가 더 비만이네 하면서 놀리던 사이였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YK보다는 더 마른 편. 누가 봐도 둘 다 뼈다귀밖에 없는데 YK의 뱃가죽을 붙잡고 이 지방 덩어리라고 놀리곤 했어요. 지금은 둘 다 살이 쪄서 마른 편은 아닌데 어쨌든 KY보다는 살이 더 쪘어요. 지금은 제가 둘 보다 더 말랐어요. 어쨌든 Y가 서울에 올라와있기 때문에 Y에게 같이 놀자고 전화를 걸었어요.


나 지금 일 있는데...나중에 같이 놀자.”


그래서 K의 집에 들려 짐을 챙긴 후 용산역까지 버스를 타고 갔어요. 7호선과 1호선의 전철 환승은 매우 극악으로 안 좋지만 숭실대 입구에서 용산역까지 가는 건 버스 타면 매우 편해요. 501번 버스나 506번 버스 타면 용산역, 남대문, 시청, 광화문, 종각까지는 쉽게 갈 수 있어요.


자전거를 빌려서 타 보는데 역시나 기어 변환이 가뜩이나 4단 밖에 없는데 그나마 2,3단 기어만 되었어요. 1, 4단 기어로 변환하려면 방법은 하나. 체인을 풀러서 1단이나 4단 기어에 맞추어 끼우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2,3단 기어만 이용해서 타기로 했어요.


전에 동쪽으로 가서 서울숲까지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서쪽으로 달리기로 했어요.



날이 흐려서 왠지 비가 올 것 같았어요.



조금 달리자 국회의사당이 보였어요. 그러나 국회의사당이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계속 달렸어요. 그러나 너무 오래 달릴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안장이 안 좋아서 엉덩이가 아팠거든요. 날이 덥기도 하고 엉덩이도 아프기도 해서 편의점이 보이자 자전거를 세우고 캔맥주를 사서 마셨어요. 사이좋게 한 캔씩 마신 후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어요. 자전거가 좋은 자전거가 아니라 많이 추월당했지만 추월도 많이 했어요. 인라인 스케이트 탄 사람에게 추월당할 때에는 조금 슬펐어요.


신나게 밟는데 주변이 풀밭이라 날파리가 많았어요. 얼굴에 자꾸 달려들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그냥 타고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문제가 생겼어요. 날파리가 제 눈에 들어간 것이었어요. 순간 눈이 아파서 눈을 뜰 수 없었어요. 자전거를 급히 세우고 친구를 불렀어요. 친구가 뒤돌아선 것을 보자 자전거를 돌려 뒤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친구는 급히 방향을 바꾸어 저를 쫓아왔어요. 뒤로 달린 이유는 다행히 날파리가 눈에 들어가기 조금 전에 수돗가를 지났기 때문이었어요. 일단 뒤로 달려 수돗가에 가서 물로 눈을 씻어내는데 친구가 달려왔어요.


, 갑자기 왜?”

눈에 날파리 들어갔다.”


눈을 물로 씻은 후 다시 밟기 시작했어요. 어느덧 자전거를 탄 지 한 시간이 넘었어요. 뭔지 모를 공원이 나타났어요.


저기 가보자!”


친구가 자전거 방향을 틀었어요. 저도 따라갔어요. 공원 안에서 자전거를 타며 놀다가 공원의 분수광장에 도착했어요.



우리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저거 가로질러가기 하자.”

좋아!”


친구의 재미있는 제안. 바로 수락하고 가위바위보를 했어요.


! 졌다.”

, 달려!”


일단 분수가 꺼지기를 기다렸다가 분수가 꺼지자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애들이 많아서 마구 밟을 수 없었어요. 적당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가로질러 가는데...


우캑캑캑!”


분수가 다시 가동되어서 저의 얼굴에 제대로 어퍼컷을 날렸어요. 그 다음에는 남성의 상징에 분수가 어퍼컷...멈추지 않고 달려서 어떻게 가로질러 나오기는 했는데 완전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며 웃었어요. 깔깔 웃는 친구.


다시 자전거를 밟기 시작했어요. 20. 드디어 가양대교 도착.



가양대교 위로 올라가는데 보도 폭이 너무 좁아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서서 비켜주어야 했어요. 가양대교를 건너 가양동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다시 용산을 향해 자전거를 열심히 밟았어요. 이제 진짜 밤. 그냥 열심히 밟았어요. 21시 넘어서 용산에 다시 도착했어요.


이렇게 설악산 등산이 끝났답니다.

반응형

'여행-삼대악산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대악산 - 13 치악산  (2) 2011.11.23
삼대악산 - 12 치악산  (0) 2011.11.22
삼대악산 - 10 설악산  (0) 2011.11.20
삼대악산 - 09 설악산  (0) 2011.11.19
삼대악산 - 08 설악산  (0) 2011.11.19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