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카페나 갈까?"
2021년 11월 14일 새벽이었어요. 전날 저녁에 매우 일찍 잠들었어요. 원래는 일찍 자고 야심한 시각에 일어나서 서울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찾아 밤새 돌아다닐 생각이었어요. 그렇지만 야심한 시각에 일어난다는 것이 너무 야심한 시각에 일어나버렸어요. 눈을 떠서 몇 시인지 확인해보니 벌써 새벽 2시가 넘어 있었어요. 새벽 2시면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대중교통으로 갈 방법이 없어요.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라면 택시를 타고 도봉산역까지 가서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뿐이었어요. 시도 경계를 넘으면 요금이 비싸지니까 적당히 망월사역까지 택시 타고 가서 망월사역에서 도봉산역까지 걸어가는 방법도 있기는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서울에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너무 늦었어요. 이렇게 서울에 가면 서울 도착했을 때 아마 새벽 4시는 되어 있을 거였어요.
'집에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되는데...'
집에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이미 토요일에 그게 안 된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집에 있으면 정신만 산만해요. 집중은 하나도 안 되고 글도 안 쓰고 아무 것도 안 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낼 뿐이었어요. 이럴 바에는 차라리 24시간 카페를 가는 것이 나았어요. 카페 가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집중해서 글 쓰고 아침이나 점심 즈음에 돌아오는 것이 훨씬 나았어요.
"의정부 24시간 카페나 가볼까?"
계획이 바뀌었어요. 의정부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가기로 했어요.
"쿠카쿠 커피 가야겠네."
한때 의정부에는 24시간 카페가 여러 곳 있었어요. 가장 유명한 곳은 의정부역 서부 광장 KFC 옆에 있는 팡도미 카페였어요. 의정부역 서부 광장으로 나오면 24시간 카페인 팡도미 카페와 커핀그루나루가 있었어요. 이 중 제가 잘 가는 24시간 카페는 팡도미였어요. 어둠이 내리깔리면 팡도미 카페 가서 밤새도록 글을 쓰고 공부하다가 오후에 집에 돌아오곤 했었어요. 팡도미 카페는 나중에 발자크 커피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의정부 24시간 카페는 서부 광장에 몰려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마 2019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2018년일 수도 있어요.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서울에서 108번 버스를 타고 아주 야심한 시간에 의정부로 돌아오던 중이었어요. 의정부역 거의 다 왔을 때였어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슬슬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하며 창밖을 보고 있었어요.
"24시간 카페 새로 생겼네?"
의정부역 동부광장 방향으로 24시간 카페가 한 곳 오픈해 있었어요. 처음 보는 카페였어요. 심야시간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입구에 24시간 카페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24시간 카페였어요.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이었어요.
"저기 나중에 가봐야겠다."
그렇지만 계속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어요. 쿠카쿠커피 의정부점 위치는 의정부역 7번 출구로 나가서 의정부역 남쪽 끄트머리에 있었어요. 의정부역에서 호원역 방향으로 쭉 걸어가서 의정부역이 끝나는 지점에 있었어요. 이쪽은 위치상 약간 애매한 곳이에요. 의정부역은 동쪽과 서쪽이 완전히 단절되어 있어요. 동쪽과 서쪽 사이에 지상 철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의정부역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을 횡단하려면 의정부역까지 기어올라가든가 지하상가로 기어내려가야 해요. 아니면 엄청 멀리 돌아가서 굴다리 아래로 지나가든가요.
의정부 번화가는 행복로에요. 의정부역 5번 출구 맞은편이에요. 이쪽이 의정부에서 가장 큰 번화가에요. 의정부 번화가인 행복로에서 의정부역 7번 출구까지 별로 멀지는 않지만 실제 가려고 하면 상당히 귀찮은 길이에요. 왜냐하면 신호등을 무려 2개나 건너야 해요. 뭔가 귀찮음을 많이 유발하게 되어 있어요. 더욱이 이쪽은 번화가에서 조금 외진 곳이라 평소에는 이쪽을 아예 안 가요. 동부광장 번화가를 갈 거면 번화가를 가고, 서부광장을 갈 거면 서부광장을 가지, 의정부역 남쪽 끄트머리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갈 일이 없어요. 회룡역까지 걸어가더라도 경전철 의정부쪽으로 걸어가지 의정부역 7번 출구쪽으로는 잘 안 걸어가요. 경전철 의정부역 쪽은 나름 유흥가가 있고 식당, 카페들도 있는 길이라 걷는 재미가 있지만 의정부역 7번 출구 쪽은 큰 길이라 차는 많은데 정말 아무 것도 없어요.
이 때문에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이 의정부 24시간 카페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계속 안 갔어요. 밤에 한 번은 갈 만 한데 제가 사는 곳 기준으로는 뭔가 귀찮음을 유발하는 위치에 있어서 갈 생각을 안 했어요. 24시간 카페를 가고 싶을 때는 항상 팡도미 카페를 갔어요. 언젠가는 한 번 가서 글을 써야겠다고 계속 생각하기는 했지만 생각 뿐이었어요. '언젠가'라는 말은 결국 안 하겠다는 말이에요.
"그때 갔어야 했어!"
2020년 11월 24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심야시간 카페, 식당 전면 실내 영업 금지 조치가 발동되었어요. 수도권 24시간 카페는 완전히 멸종당했어요. 배달 전문 카페나 몇 곳 있었을 거에요. 당연히 쿠카쿠커피 의정부점도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았어요. 밤에 버스를 타고 의정부역 거의 다 와서 쿠카쿠커피를 쳐다보면 항상 불이 꺼져 있었어요.
이 와중에 봄이 되자 의정부에서 가장 유명한 24시간 카페였던 발자크 커피가 결국 이 사태에 무너져서 폐업했어요. 과거 심야시간이 되면 의정부역 서부 광장을 밝게 빛내던 발자크 커피는 아주 휑한 공실이 되었어요. 그 옆에 있던 24시간 영업하던 KFC도 24시간 영업을 안 하게 되었어요. 커핀그루나루는 다행히 안 망했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았어요.
2021년 11월 1일부로 드디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심야시간 카페, 식당 실내 영업 제한 규제가 철폐되었어요. 하지만 24시간 카페는 아직 심야시간 영업 개시한 곳이 거의 없었어요. 아마 카페가 가장 늦게 24시간 영업을 다시 재개할 거였어요. 제일 먼저 국밥집이 심야시간 영업을 재개할 거고, 그 뒤에 술집이 심야시간 영업 재개할 거에요. 그리고 카페는 아마 12월이 되어야 다시 24시간 영업을 재개하는 곳이 여러 곳 등장할 거었여요.
24시간 카페가 제일 늦게 다시 살아날 거라 본 이유는 먼저 심야시간 카페는 종업원 한 두 명이 전체 매장을 관리해요. 심야시간에 전체 매장을 관리할 인력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에요. 이게 단순히 한두 달 이어진 것이 아니라 무려 11개월간 지속되었기 때문에 단절된 기간이 매우 길어요. 그래서 심야시간에 전체 매장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거에요.
두 번째로 심야시간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에요. 첫 번째는 밤에 술 마시고 잡담하러 온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술집 영업이 심야시간까지 이어져야 있어요. 술집이 먼저 심야시간 영업이 재활성화된 후에 심야시간 카페 수요가 생겨요. 두 번째는 카페에서 밤새 공부하고 작업하려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은 주로 대학생들이에요. 대학교 과제, 시험 기간은 12월이에요. 그러니 위 두 수요가 맞물리는 때는 12월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몇 번 심야시간 영업 해제해줄 것처럼 하다가 뒤통수 친 적이 여러 번 있기 때문에 24시간 카페는 11월은 적당히 눈치보며 조금씩 준비하다 12월에 다시 재활성화될 거라 보고 있어요.
당연히 서울은 초토화.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은 바로 24시간 영업 개시!
누구보다도 빨랐어요. 경기도 의정부 24시간 카페인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은 2021년 11월 1일부로 바로 24시간 영업을 재개했어요.
"이건 무조건 가야 해!"
진짜 줄 때 먹어야 해요. 뉴스에서는 유럽 쪽이 또 난리났다고 하고 있었어요. 네덜란드는 또 다시 봉쇄령을 내린다고 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제 사람들이 다 알아요. 그 망할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해봐야 아무 효과 없어요. 그렇게 해서 잡힐 문제였으면 진작에 잡혔어야 했어요. 당연히 일반인들이 들고 일어났어요. 한국도 다르지는 않을 거에요. 아니, 한국 정부가 또 봉쇄령 펼친다고 하면 사람들은 더 심하게 반발할 거에요. 당장 수도권은 11개월간 사회적 거리두기 통제를 실시했는데 확진자가 잡히기는 커녕 연일 신고가 갱신했어요.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엉터리고 해봐야 경제만 붕괴되는 잘못된 조치라는 증거에요.
하지만 정부가 또 뭔 짓을 할 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러니 무조건 기회가 왔을 때 모든 것을 다 즐겨야 했어요. 언제 또 심야시간 영업제한 걸겠다고 난리칠지 모르니까요.
"쿠카쿠커피 가야겠다."
집에 있어봐야 아무 것도 안 되어서 24시간 카페를 가고 싶던 차였어요. 그동안 계속 가보는 것을 미루기만 했던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을 가보기로 했어요.
2021년 11월 14일 새벽 4시 12분, 의정부역으로 갔어요. 여기를 넘어가야 했어요.
원래 KFC도 24시간 운영했고, 그 왼편에 있는 깜깜한 공실은 24시간 카페인 발자크 커피가 있었어요.
의정부역으로 올라갔어요.
이제 번화가쪽이 아니라 의정부역 7번 출구 교보빌딩 방향으로 가야 했어요. 위 사진 속 풍경은 동부광장 번화가에요. 여기에서 길은 안 건너요. 길을 건널 필요가 없어요.
의정부역 7번 출구로 가는 길은 깜깜했어요. 무한상상 시민정원 쪽은 항상 깜깜했어요. 이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에요. 의정부에 처음 왔던 것은 2010년이었어요. 의정부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구요. 무한상상 시민정원 쪽은 밝았던 적이 없어요.
'의정부도 변해가네.'
의정부역 주변은 정말 안 변하는 곳이었어요. 제가 처음 의정부 왔을 때는 경전철 한창 건설하고 있을 때였어요. 의정부역 주변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한 게 거의 없어요. 그런데 요즘은 계속 변해가고 있어요. 재개발로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어요.
한국전기공사협회 건물이 나왔어요. 저 건물 1층이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이에요.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에 도착했어요.
쿠카쿠커피 의정부점 주소는 경기도 의정부시 평화로 489에요. 지번 주소는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63-7이에요. 쉽게 찾는 방법은 의정부역 7번 출구를 찾으면 되요. 버스로 온다면 의정부역 버스 정류장으로 가지 말고 그 전에 의정부3동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려야 해요. 의정부역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의정부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걸어야하기 때문에 훨씬 많이 걸어가야 해요.
"이 시각에도 사람들 꽤 있네?"
실내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새벽 5시가 되어가는데도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잡담하며 놀고 있었어요. 이쪽은 대형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고, 의정부 번화가인 동부광장행복로에서 의정부역 넘어가지 않고 횡단보도만 2번 건너면 올 수 있어요. 그래서 아직 심야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매우 많은 것 같았어요.
실내에는 좌석이 많았어요. 벽쪽 자리에는 벽에 콘센트가 있어서 노트북 사용하기 좋게 되어 있었어요. 카페 중간과 구석에는 콘센트가 있는 커다란 책상이 있었어요. 밤에 와서 글 쓰고 책 보기 괜찮은 카페였어요. 밤에 놀러와서 잡담하고 놀기에도 좋은 카페였어요. 좌석이 매우 많았어요. 심야시간에 좌석 부족해서 나가야 할 일은 절대 없어 보였어요.
경기도 의정부 의정부역 7번출구 동부광장 번화가 무한상상 시민정원 24시간 카페인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은 화장실은 카페 외부에 있었어요. 흡연은 건물 뒷편으로 나가서 해야 했어요. 화장실과 흡연실은 카페 내부에 없고 카페가 있는 건물의 화장실, 흡연구역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나중에 여기 또 와야겠다.'
심야시간에 와서 책 보고 공부하기에 괜찮은 카페였어요. 그 이전에 아주 소중한 의정부 24시간 카페였어요. 현재 서울 노원구는 실내 매장 이용이 가능한 24시간 카페가 멸종 상태에요. 도봉구는 원래 24시간 카페가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카페였어요. 노원구, 도봉구 기준으로 24시간 카페 선택지가 의정부 아니면 수유역 뿐이니까요.
의정부역 주변에서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쿠카쿠커피 의정부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