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카페 음료는 홍콩다방 동윤영이에요. 홍콩다방 동윤영은 밀크티와 커피를 섞어서 만든 음료로, 원앙차 鴛鴦茶라고 해요.
사회적 거리두기 심야시간 카페, 식당 영업금지 해제까지 며칠 안 남았던 2021년 10월 25일 새벽. 서울 동대문에서 걷기 시작해서 드디어 홍대입구까지 도착했어요. 홍대입구 도착했을 때 시각은 새벽 4시 40분쯤이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심야시간 카페, 식당 영업금지 조치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였어요. 아직 실내에서 취식이 금지되어 있는 시각이었어요.
'홍대입구니까 그래도 24시간 김밥천국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너무 오랜만에 심야시간에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아팠어요. 게다가 구두가 많이 걷기에 매우 부적합했어요.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어요.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팠어요. 어디 앉아서 조금 쉬고 싶었어요. 슬슬 밥 먹어야할 때도 되었어요. 이왕이면 밥 보다는 카페에 가고 싶었어요.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 진짜 졸릴 때 집에 돌아가기 전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이러면 이른 점심을 홍대입구에서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 될 거였어요. 아주 알차게 심야시간부터 아침까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계획이었어요.
'아무리 홍대입구가 심야시간에 초토화되었다고 해도 뭔가 하나는 있겠지.'
홍대입구는 서울 교통의 요지이자 클럽 유흥가에요. 홍대 클럽은 매우 유명해요. 이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이 외에 홍대입구는 서울 교통의 요지이기도 해요. 홍대입구역에 공항철도가 들어오면서 홍대입구는 서울의 관문 중 하나가 되었어요. 홍대입구에서 김포공항, 인천국제공항은 물론이고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 가기도 편해요. 공항철도 하나만으로 홍대입구는 서울에서 매우 중요한 교통의 요지가 되었어요. 그래서 과거에는 홍대입구에서 숙박한다고 하면 홍대 유흥가에서 밤새 놀려고 거기에 숙소를 잡았다고 지레짐작해도 별로 안 틀렸지만, 요즘은 아니에요. 요즘은 홍대입구 쪽에서 숙소 잡았다고 홍대입구 클럽 유흥가 때문에 숙소를 거기로 잡았다고 생각하면 큰 실수에요. 단순히 교통의 요지라서 그쪽에 숙소를 잡는 경우도 상당히 많거든요.
홍대입구는 기본적으로 대학가에요. 이름부터 홍익대학교 입구에요. 여기에 신촌의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와도 그렇게 멀지 않아요. 걸어서 가려고 하면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요. 신촌 번화가에서 걷가다 조금 밋밋하고 지루한 오르막길 지나가면 바로 동교동 삼거리가 나와요. 동교동 삼거리를 넘어가면 바로 연남동이 나오고, 거기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홍대입구에요. 그래서 이쪽은 대학생들이 꽤 많이 밀집한 곳이에요. 서울에서 자취방 가격 비싸기로 악명 높은 동네 중 하나구요.
홍대입구는 대학가 뿐만 아니라 원래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에요. 홍대입구 주변 연남동, 동교동, 상수, 합정까지 모두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에요. 보다 멀리까지 본다면 망원동도 있구요. 망원동은 홍대입구에서 멀기는 하지만 배달 지역으로 보면 거의 같은 동네로 묶여요.
그래서 홍대입구 번화가에는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상수, 합정 정도까지 가면 뭔가 있겠지 싶었어요. 실제로 과거에 합정역에는 할리스커피 24시간 매장이 있었어요. 동대문에 24시간 카페가 있었으니 홍대입구도 있을 거라 판단했어요.
완벽히 틀렸다.
진짜 완벽하게 틀렸어요. 홍대입구에는 문 열고 영업중인 카페가 단 한 곳도 없었어요. 식당도 KFC가 영업중이었고, 김밥집 한 곳이 영업중이었어요. 이게 전부였어요. 테이크타웃 전문 카페라도 있으면 가려고 했지만 없었어요.
'상수, 합정까지 가볼까?'
상수, 합정은 사람들 사는 동네니까 거기라면 어쩌면 하나 정도 있을 수도 있었어요. 새벽 5시 즈음에는 인력시장이 열려요. 홍대입구 근처에서는 어디에서 인력시장이 열리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있기는 할 거에요. 일용직 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그러면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가게들이 있을 거였어요. 대충 상수, 합정 쪽 가면 뭔가 있겠지 싶었어요.
절망이다.
상수, 합정까지 갔지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새벽 5시가 넘었는데도 뭐 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완벽히 낭패였어요. 이러면 아침에 문 여는 식당은 아침 8시나 되어야 문을 열 거에요. 정말 빨라야 아침 7시 30분일 거구요. 몇 시인지 봤어요. 이제 새벽 6시였어요. 이러면 차라리 종로로 돌아가는 게 훨씬 나았어요. 종로는 새벽부터 일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아침은 일찍 시작되는 편이에요. 문제는 뭘 선택해도 애매했어요. 버스 타고 종로로 돌아가자니 종로 가서 할 게 없기는 마찬가지였어요. 다리 아픈 건 괜찮았어요. 그거야 잠시 밥 먹고 카페에 앉아 있으면 회복될 거였어요. 진짜 문제는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서 아팠어요. 다른 건 몰라도 발바닥에 물집 잡히니 걸을 때마다 쓰려서 힘들었어요.
'어떻게 하지?'
이건 머리를 굴린다고 답이 나올 게 아니었어요. 발바닥만 멀쩡하다면 망원동까지 걸어갈 텐데 발바닥이 아파서 걸어갈 의욕이 하나도 안 생겼어요. 다행히 날이 춥지는 않았어요. 날이 춥기까지 했다면 진짜 난감했을 거에요.
홍대입구 거리를 계속 돌아다니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어요. 그러다 큰 길로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조그마한 테이크아웃 카페 한 곳이 이제 막 문을 열고 있었어요.
'저기라도 가자.'
일단 커피라도 한 잔 사서 마시며 생각하기로 했어요. 테이크아웃 카페 이름은 홍콩다방이었어요. 홍콩식 와플과 밀크티를 판매하는 가게였어요.
"지금 장사하나요?"
"밀크티는 바로 되고 와플은 15분 정도 걸려요."
조금 고민했어요. 약간 허기졌기 때문에 와플도 먹고 싶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차피 조금 이따 아침 먹을 건데 지금 와플을 굳이 사먹을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어떤 음료가 있는지 쭉 봤어요.
"원앙차 판다."
홍콩다방 음료 중 동윤영이 원앙차였어요. 원앙차는 밀크티와 커피를 섞은 음료에요. 커피 밀크티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에요. 커피에 우유 부은 것이 아니라 홍차를 넣어서 만든 밀크티와 커피를 섞은 음료에요. 카페 이름답게 정말 홍콩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동윤영 하나 주세요."
저는 홍콩다방 동윤영 밀크티를 아이스로 주문했어요.
홍콩다방에서는 음료를 캔에 넣어서 줬어요.
'이건 음료 사진을 찍을 방법이 없네?'
홍콩다방 동윤영이 어떻게 생겼는지 찍을 방법이 없었어요.
홍콩다방 동윤영 밀크티 커피 가격은 5500원이에요.
캔 사진 외에 찍을 것이 없었어요. 홍대입구 홍콩다방에는 인형 하나가 있었어요. 음료를 못 찍는 대신 인형 옆에 동윤영 캔을 놓고 사진을 찍었어요.
밀크티 커피.
홍콩다방 동윤영은 캔에 밀크티가 들어 있었어요. 여기에 커피를 내려서 부어서 섞어서 만들어줬어요. 동윤영은 홍콩다방 원앙차 이름이에요. 원앙차는 커피와 밀크티를 섞어서 만드는 음료에요.
두 가지 음료를 섞어서 만든 음료는 크게 세 가지 맛 중 하나에요. 어느 한쪽으로 맛이 쏠리는 경우가 있어요. 이 경우는 2가지가 나와요. A와 B를 섞었을 때 A로 쏠리는 경우와 B로 쏠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이와 더불어 두 재료가 완전히 맛에서 반반인 경우가 있어요. 이렇게 두 가지 음료를 섞으면 맛은 이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에 속하게 되요.
홍콩다방 동윤영은 밀크티 커피였어요. 맛이 커피에 상당히 많이 쏠려 있었어요. 기본적인 맛은 쓴맛 날카로운 아메리카노였어요. 커피향이 고소했고, 맛은 썼어요. 커피가 독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그래서 처음 마시면 커피맛만 가득 느껴졌어요.
이렇게 처음에는 커피맛으로 진하게 시작되어서 중후반 가면 그때부터 홍차 밀크티 향이 살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것은 아무리 봐도 커피였어요. 커피쪽으로 무게가 상당히 많이 실려 있었어요. 밀크티 맛을 떠올리고 마시면 커피맛이 혀를 강하게 쳐서 뭘 잘못 주문한 줄 알 거에요. 하지만 커피 맛을 떠올리고 마시면 홍차 밀크티 향 살살 나는 커피라고 생각하며 맛있게 잘 마실 거에요.
홍콩다방 동윤영은 밀크티 커피 기대하고 마신다면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커피 밀크티 기대하고 마시면 기대 이하일 수 있어요. '밀크티'와 '커피'라는 두 단어의 배열 순서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차이가 꽤 커요. 밀크티 커피라면 밀크티 맛과 향이 느껴지는 커피고, 커피 밀크티라면 커피 맛과 향이 느껴지는 밀크티니까요. 홍콩다방 동윤영은 이렇게 봤을 때 밀크티 커피라고 해야 맞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