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밀크티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

좀좀이 2020. 12. 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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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봤어요.


"눈 내리네?"


새하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어요. 길가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어요. 이번 겨울 두 번째 내리는 눈이었어요. 처음 눈이 내렸을 때에는 싸리눈이 내려서 하늘에서 눈발이 힘없이 쏟아졌어요. 눈은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렸어요. 이번 눈은 제대로 된 함박눈이었어요.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더 새하얀 눈이 계속 순백색을 덧칠해가고 있었어요. 세상이 점점 아무 것도 없는 흰색으로 덮혀갔어요.


창문을 열었어요. 유난히 더 고요한 아침이었어요.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왜 유독 더 고요하고 조용한지 항상 궁금해요. 그 어떤 소리도 없고 눈 내리는 소리만 사아 사아 들렸어요.


'그래, 그냥 다 덮어버려라.'


눈으로 모든 걸 다 덮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올 한 해를 하얗게 지워버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니까요. 그러다 지난 겨울에는 언제 눈이 처음 쌓였는지 기억을 더듬어봤어요. 지난 겨울에 눈이 이렇게 쌓인 풍경을 처음 본 것이 언제인지 떠오르지 않았어요.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지난 겨울에 유독 눈이 엄청나게 안 내렸다는 것 뿐이었어요. 이렇게 눈이 안 내리고 안 쌓이는 겨울은 처음이라고 매우 신기해했었어요.


'냉장고에 밀크티 사놓은 거 있었지?'


침묵 속에서 하얗게 쌓여가는 눈을 보다가 문득 냉장고에 예전에 사놓은 밀크티가 2통이나 있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두 통 모두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였어요. 1+1 행사할 때 사와서 냉장고에 처박아놓고 여태 까먹고 있었어요.


'그거 오늘 어떻게든 마셔서 치워버려야겠다. 유통기한 다 되었을 건데...'


지난달이었어요.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누가 자기 블로그에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에 대해 메모해놓은 글을 봤어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가 동원 밀크티보다 더 맛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맛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누구 보라고 쓴 게 아니라 자기 기억을 대충 블로그에 적어놓은 거라 왠지 믿음이 가는 글이었어요.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는 예전부터 많이 봤어요. 그러나 단 한 번도 그것을 사서 마셔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밀크티를 마셔보고 기분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가격은 비싼데 마셔보면 밍밍해서 이게 밀크티인지 설탕물인지 분간 안 되는 것 뿐이었어요. 사람 실망시키는 것도 정도껏 실망시켜야지, 이건 항상 실망 수준을 넘어서서 분노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밀크티는 믿고 거르게 되었어요.


여기에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는 뭔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이었어요. 단순히 '빙그레 밀크티'였다면 도박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서 마셔봤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창비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나온 밀크티였어요. 개인적으로 콜라보레이션으로 나온 제품은 별로 안 좋아해요. 콜라보레이션으로 나온 제품을 먹어보고 대박이라고 느꼈던 적이 딱히 없었어요. 이건 하필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밀크티에 콜라보레이션까지 겹쳤으니 절대 거들떠봐서는 안 되는 제품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렸어요.


그런데 그게 맛있다는 글을 보자 갑자기 엄청나게 마셔보고 싶어졌어요.


'편의점 가서 하나 사와야겠다.'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는 편의점 가면 있으니 나중에 편의점 가서 구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개똥도 꼭 약으로 쓰려고 하면 없지.


"왜 없는데?"


편의점 갈 때마다 그렇게 쉽게 눈에 띄던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가 막상 마셔보려고 하니 보이지 않았어요. 동네 편의점 몇 곳을 가봤지만 전부 없었어요. 없을 만 했어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를 편의점에서 본 지 꽤 되었어요. 이제쯤 사라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제품이었어요. 가뜩이나 밀크티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까지 인기가 많지 않은데다 출시된 지도 조금 되었으니 없어질 만 했어요.


'이번에는 빙그레 창비 밀크티 찾으러 돌아다녀야해?'


갑자기 밀려오는 후회. 마음에 안 들더라도 봤을 때 마셔봤었어야 했어. 입에 안 맞아서 욕을 한 바가지 쏟더라도 그냥 도전해야 했어.


늦었어요. 동네 편의점에서는 싹 사라졌어요.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동네 편의점에서 안 보이니까 이제 미치도록 궁금해졌어요. 눈에 보일 때는 하나도 안 궁금했는데 정작 눈에서 사라지니까 매우 궁금한 존재가 되었어요. 좋은 제품이 잠깐 나왔는데 그걸 놓쳐버린 거 같았어요.


그렇게 며칠 지나갔어요. 길을 돌아다니다 편의점에 들어갔어요. 혹시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있다!"


무려 1+1 행사 제품으로 있었어요. 바로 구매했어요.


'집에 가서 마셔야지.'


계산 후 가방에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 두 통을 집어넣었어요. 편의점에서 바로 마시려고 구입한 것이 아니었어요. 동네에 없어서 보이는 김에 바로 구입한 것 뿐이었어요. 편의점에 들어간 것도 무언가 사서 마시려고 들어간 게 아니라 교통카드 충전하러 들어간 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집에 가서 마시기로 했어요.


집으로 돌아왔어요. 냉장고에 집어넣었어요. 그리고 잊어버렸어요. 눈에서 안 보이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해요. 밖에서 호기심에 사온 것을 방에 던져놓고 매일 봐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데 이건 아예 냉장고 안에 들어가버렸어요. 투시 능력이 없으니 냉장고 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 매일 보일 리 없었어요. 냉장고 속에 뭐가 있는지야 뻔히 다 알고 있지만 냉장고를 열어볼 일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하루 하루 뒤로 미루고만 있었어요.


그러다 눈 내리는 풍경을 보자 냉장고에 처박아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 유통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이제 미룰 수 없었어요. 과자나 인스턴트 커피 같은 것은 유통기한이 조금 많이 지나도 먹어도 별 상관없어요. 냉동실 냉동제품도 팔팔 끓여서 먹으면 배탈은 안 나요. 그러나 밀크티는 아니었어요. 유제품은 유통기한 지나지 않아도 보관 한 번 잘못하면 버려야 해요. 이건 후딱 마셔서 치워야했어요.


냉장고를 열었어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를 꺼냈어요. 다행이었어요. 아직 유통기한까지 무려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어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는 이렇게 생겼어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


통 배경색은 분홍색이에요. 디자인은 매우 단순했어요. 분홍색 배경에 분홍빛 산과 들판을 형상화한 모양이 있었어요. 통 디자인 자체는 벚꽃 만발하는 봄에 어울리는 디자인이었어요.


통에는 황정은 소설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글 중 발췌본이 적혀 있었어요.


빙그레 밀크티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 주요 성분 비율은 우유 30%, 홍차추출분말(고형분95%이상) 0.6%이래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는 식품 유형 중 액상차에 속해요. 제조업소는 (주)삼양패키징 광혜원 공장이에요. 유통전문 판매업소는 (주)빙그레 회사에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정제수, 우유(국산)30%, 설탕, 홍차추출분말(칠레산)0.6%, 혼합분유(네덜란드산), 탄산수소나트륨, 혼합제제(유화제, 카라기난, 구아검), 정제소금, 합성향료, 천연향료


알레르기 유발성분으로는 우유가 포함되어 있어요. 그리고 고카페인 음료라고 해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 용량은 330mL 에요. 열량은 178kcal 이에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 성분


계속해보겠습니다

제발 계속해주세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를 한 모금 마셨어요. 일단 첫 모금에서 파악해야할 포인트는 딱 하나였어요. 이게 제대로 물맛 안 나게 만들었는지였어요.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밀크티를 증오 수준으로 미워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물맛이었어요. 혀뿌리를 날카롭게 자극하는 물맛이 나면 그건 그냥 최악의 밀크티거든요. 그래서 물맛이 느껴지는지 신경써서 첫 맛을 음미했어요.


물맛이 없다. 엄청나게 부드럽다.


혀뿌리를 부드러운 솜털로 살살 쓰다듬는 느낌이었어요. 날카로운 맛이 전혀 없었어요. 엄청나게 부드러웠어요. 이것은 밀크티에 우유를 제대로 잘 집어넣었다는 증거였어요.


이제부터 제대로 맛을 볼 차례였어요. 다시 한 모금 마시고 맛을 음미했어요.


이거 커피 대용으로 좋잖아!


단맛은 적당했어요. 끝부분에는 살짝 씁쓸한 맛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쓴맛을 잘 못 느꼈지만 마시다보니 쓴맛이 점점 잘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우유의 고소한 맛도 상당히 잘 느껴졌어요. 우유 고소한 맛과, 달콤한 맛, 여기에 끝에 홍차 특유의 쓴맛까지 있었어요. 이 조합만으로도 어지간한 인스턴트 커피 대용품으로 매우 충분한 맛이었어요. 커피 대신 마시기 매우 좋은 맛이었어요.


여기에 향기로운 꽃향기가 살살 느껴졌어요. 커피에 커피향이 있다면 밀크티에는 홍차 특유의 향기로운 꽃향기 비슷한 향기가 있어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에서는 향기로운 꽃향기가 졸업식때 품에 한가득 안은 꽃다발이 풍기는 향기처럼 입 안에서 기쁘고 밝게 퍼지고 있었어요. 2월부터 4월까지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면 매우 좋을 향기가 12월 추위 속에서 제 입안을 따스하고 활기 넘치는 봄날로 만들어주었어요.


'이제 이거 보이면 이거 사서 마셔야겠다.'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동원 보성홍차 밀크티보다 훨씬 더 맛있었어요. 카페에서 판매하는 밀크티보다 이게 더 맛있었어요. 아이러니였어요. 공차까지는 아니고 아마스빈과 경쟁해볼 만한 맛이었어요. 아마스빈과 경쟁해볼 만한 정도니까 나머지 카페에서 판매하는 밀크티 따위는 다 가볍게 이길 맛이었어요. 사실 우리나라가 카페고 밀크티 전문점이고 밀크티를 정말 맛없게 만드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요.


빙그레 창비 감성 밀크티는 정말 크게 만족했어요. 통에 인쇄되어 있던 발췌본의 원문 제목이 '계속해보겠습니다'였어요. 빙그레가 제발 밀크티를 계속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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