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사회적 거리두기 심야시간 영업제한 통금조치 속 서울 홍대입구역 홍대 패션 거리 심야시간~새벽 풍경

좀좀이 2021. 10. 3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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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야시장을 둘러보고 동대문 24시간 카페인 메가커피 동대문점에서 음료 하나 사서 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어요. 홍대입구까지 걸을 생각이었어요.

 

'홍대 쪽도 24시간 카페 아직 살아 있는 곳 있지 않을까?'

 

실낱 같은 기대가 살아났어요. 동대문은 24시간 카페 및 심야시간 운영 카페가 여러 곳 있는 곳이에요. 동대문 야시장이 있기 때문에 밤에 항상 활기찬 곳이에요. 홍대입구는 심야시간에 술집, 클럽 때문에 불야성인 곳이에요. 홍대입구에서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라도 24시간 운영하는 곳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웠어요. 동대문에 하나 있다고 해서 홍대입구에도 하나 쯤은 있겠다고 짐작하면 서울의 야간 시간 지리를 아주 잘 모르는 사람이에요. 도매 야시장 때문에 밤새 북적이는 곳과 유흥가라서 밤새 북적이는 곳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사회적 거리두기 심야시간 영업제한 통금조치 속에서도 야시장은 돌아가야만 해요. 안 그러면 우리나라 상업 유통망에 막대한 지장이 생겨요. 밤에 물건 골라서 떼어와서 낮에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야시장은 어쨌든 돌아가요. 그렇지만 유흥가는 아니에요.

 

이렇게 동대문과 홍대는 심야시간에 매우 활기찬 지역들이지만 천지차이급으로 큰 차이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동대문에 24시간 카페가 아직도 있다고 해서 홍대입구에도 있을 거라 기대해서는 안 되었어요.

 

'그래도 거기 대학가에 주택가니까 하나쯤은 있을 수도 있잖아.'

 

홍대입구가 유흥가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학가에요. 그리고 주택가에요. 홍대입구쪽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쪽에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프리랜서, 예술가 등등요. 홍대입구 하나만으로 한정짓지 않고 그 일대인 연남동, 신촌, 상수, 합정까지 합쳐서 보면 24시간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하나쯤은 있을 수도 있어보였어요.

 

동대문에서 홍대입구까지 걸어가는 길은 몇 가지 있어요. 이 중 제일 덜 힘든 코스는 청계천을 타고 종각으로 간 후 거기에서 광화문으로 가서 충정로 쪽으로 걸어가는 거에요. 거리상으로는 더 짧은 경로가 있을 수 있지만 청계천변을 따라 걷는 것이 걸을 때 피로가 제일 덜 해요. 그래서 실제 걸어보면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걸을 때 청계천 산책로로 걸어가는 것이 시간도 제일 덜 걸리고 피로도 제일 덜 해요.

 

청계천 산책로로 내려가지 않고 청계천변을 따라 걸었어요. 동대문에서 멀어질 수록 사람들이 급격히 사라져갔어요. 거리가 조용해졌어요. 이상하지 않았어요. 당연했어요. 서울 종로는 교과서, 자습서에도 나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간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지역이에요. 종로에 사람 없는 건 2020년 11월 24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심야시간 영업제한 전면 실시 이전부터 그래왔어요. 아직은 딱히 놀랍거나 이상하지 않았어요.

 

'운동화 신고 나올 걸 그랬나?'

 

2021년 10월 25일 새벽. 무려 11개월만에 심야시간에 서울을 걷고 있었어요. 구두를 신고 나갔더니 발이 벌써 슬슬 아프기 시작했어요. 동대문 야시장을 몇 바퀴 돌고 나서 걷는 거라 이미 꽤 걸어다닌 후 걷고 있었어요. 의정부에서 0시 40분 조금 안 되어서 36번 버스를 타고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빨리 홍대입구로 넘어가야 해서 빠른 걸음으로 부지런히 걸었어요. 확실히 구두라서 속도가 안 붙었어요. 운동화를 신고 걸으면 빠르게 걸을 때 땅을 차고 나가는 느낌이 있어서 속도가 잘 붙어요. 하지만 구두는 미끄러지는 느낌이 있어서 아무리 빨리 걸으려고 발을 열심히 놀려도 속도가 하나도 안 붙었어요.

 

고향에 돌아온 기분.

 

심야시간에 서울을 돌아다니자 있어야할 곳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어요. 원래 서울을 낮보다 밤에 잘 돌아다녔어요. 심야시간에 주로 활동했어요. 글을 써도 심야시간에 글을 썼고 책을 보고 공부하더라도 심야시간에 했어요. 서울 돌아다니는 것도 당연히 주로 심야시간에 돌아다녔구요. 24시간 카페는 나의 친구였어요. 아주 야심한 시간에 24시간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곤 헀어요. 새벽 3시쯤 되면 원하는 자리 어디든 앉을 수 있었어요. 새벽 5시쯤 되어가면 카페에는 거의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이 시각에는 넓은 카페 공간 전체를 저 혼자 쓰다시피했어요.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이 다시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고, 다시 카페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카페에서 나왔어요. 밝은 아침 햇살이 열심히 시간을 보냈으니 집에 가서 한숨 자라고 어깨를 토닥여줬어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따뜻한 햇볕 가득 들어와 있는 방 안에 드러누워 잠들었어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상. 이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상이 될 줄 몰랐어요. 모든 것은 2020년 11월 24일 이후 정지해버렸어요. 심야시간 영업제한은 한 달씩 한 달씩 2주일씩 2주일씩 계속 연장되었어요. 수도권은 그렇게 무려 11개월 동안 심야시간이 되면 완전히 죽은 사회로 변해버렸어요. 이 기간 동안 사실상 거의 모든 24시간 영업하던 식당과 카페가 영업 시간을 단축했어요. 심야시간은 팬데믹으로 인해 완전히 모든 경제활동이 멎어버린 시간이었어요. 심야시간에 여기저기 있는 24시간 카페 가서 밤새 시간을 보내던 소소한 일상이 그렇게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릴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어요.

 

11개월만에 서울을 심야시간에 돌아다니자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어요. 익숙한 어둠. 텅 빈 거리. 조용하고 시간의 변화가 안 느껴지는 공간. 11월 1일부터는 수도권 식당 및 카페 심야시간 영업제한 조치가 전면 해제된다고 하니 이 괴로운 시간도 곧 끝날 거였어요.

 

 

광화문을 지나 충정로를 향해 걸어갔어요. 낮에 2016년에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부터 상하이까지 함께 중국 대륙 횡단 여행을 했던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어요.

 

2016년 6월. 그 당시 저와 친구는 인생의 밑바닥 거의 근처까지 내려와 있었어요. 저는 그간 하던 것들 다 그만두고 앞으로 뭘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당장 수입이 없어졌어요. 2016년 중국 여행기 '복습의 시간'을 보면 그 당시 힘들었던 저의 주머니 사정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어요. 마지막 의정부역에서의 에피소드도 그 당시 주머니 사정이 괜찮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거에요. 진작에 지하철 카드에 돈 두둑히 충전해놨겠죠. 지갑에 원화 현금 얼마는 있었을 거구요. 친구도 그 당시 중국에서 하던 일이 잘 안 되어서 정리하고 한국 귀국하려고 하던 차였어요. 한국 귀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여행하려고 할 때 제게 같이 여행가지 않겠냐고 한 거였어요.

 

이후 저와 친구 둘이 인생의 진짜 밑바닥까지 내려갈 때까지 약 2년 걸렸어요. 친구는 2017년, 저는 2018년이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최악의 한 해였어요.

 

보통 이야기하지. 쌍바닥 찍는다구.

 

친구는 2017년, 저는 2018년이 최악의 한 해였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진짜 인생의 진저점이라고 부를 만한 때는 따로 있었어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2007년, 리먼 사태는 2009년이에요. 저와 친구에게 최악의 진저점은 아마 2021년일 거에요. 진짜 바닥 찍고 이제 반등할 일만 남았다고 여겼던 저와 친구는 2021년에 제대로 된 폭락을 얻어맞았어요.

 

그래서 더욱 친구와 같이 중국 여행하던 때, 그리고 아까 낮에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이번 사태의 시작은 2020년 초에요. 전사회적으로 공포가 지배하고 있었을 때는 2020년이었지만, 진짜 모두가 엄청나게 힘들어진 것은 2021년이에요. 2021년은 어디를 가나 생지옥이에요. 친구와 중국 여행하던 시절과 2018년도의 일들, 그리고 올해 일들이 계속 떠올랐어요. 각각 떠오르기도 하고 겹쳐서 보이기도 했어요.

 

 

2016년 이후, 더 이상 여행가고 싶은 국가, 호기심이 생기는 국가가 없었어요. 2016년 중국까지 다녀오면서 멀리 대서양 모로코부터 시작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장대한 여정이 끝났어요. 다시 서진한다고 이번에는 동남아시아를 갔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라오스와 말레이시아까지 다녀오니 호기심이 생기는 국가와 문화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어요. 억지로 쥐어짠 것이 방글라데시와 인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였지만 크게 막 궁금하지는 않았어요. 여행 목표를 상실해 버렸어요.

 

바로 그때 새로운 목표로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심야시간 여행.

 

이제 지구상에 미지의 땅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낮 시간에 모험가가 되어 개척할 곳은 아무 곳도 안 남아 있어요. 자기 자신이 가기 어려운 곳만 존재할 뿐, 전인류 차원에서 보면 미지의 땅? 그런 건 지구상에 없어요. 다 개척되었어요. 하지만 세계로 바꿔서 보면 달라요. 아직 미개척된 시간이 있어요. 이제서야 열심히 개척되어가고 있는 시간이 있어요. 바로 심야시간이에요.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는 심야시간 개척의 역사이기도 해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촛불이 등장하고 전깃불이 등장하며 밤이 조금씩 더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시차 없는 정보교환이 가능해졌어요. 이렇게 심야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더 많아지고 범위가 확장되어가고 있어요. 시간적 제한이 점점 사라지면서 심야시간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미국 주식 트레이더들은 심야시간에 일해야 하고, 외국인들을 위한 유튜브 및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심야시간에 일해야 해요. 그리고 이렇게 심야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록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 카페 등 다양한 서비스도 따라서 증가해요. 이렇게 우리 인류는 심야시간을 개척해나가고 있어요.

 

이는 심야시간 공간활용에서도 나타나요. 과거 심야시간에는 으슥한 숲길이나 서울 번화가나 사람 없기는 매한가지였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심야시간에 번화한 곳이 있어요. 심지어 심야시간에만 번화한 곳들도 있어요. 단순히 유흥이 아니라 정말로 건전한 이유로 심야시간에만 번화한 곳들도 존재해요. 이렇게 시간에 따른 공간 이용도 점점 심야시간을 개척해나가고 있어요.

 

2017년 우연히 시작한 24시간 카페 돌아다니기에서 깨달았어요. 낮시간은 궁금할 게 없지만 밤시간은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였어요. 미지의 세계가 가득했어요.

 

하지만 바로 심야시간 여행을 계획하지는 않았어요. 아직 한국에 제가 잘 알지 못하던 세계가 많이 남아 있었어요. 수도권에 있는 외국인 절, 외국인 모스크라든가 서울에 남아 있던 달동네 같은 거요. 2019년에 서울에 남아 있던 달동네 탐방기 '사람이 있다'까지 마치자 이제는 진짜 아무 것도 안 남았어요. 궁금한 게 진짜 없었어요. 발로 뛰면서 알아내고 싶은 게 하나도 안 남아 있었어요.

 

그때 떠올린 것이 바로 심야시간 여행이었어요. 2017년에 약 1년간 24시간 카페 찾아다니며 심야시간에 돌아다녔던 것이 떠올랐어요. 같은 장소 여행이라 해도 심야시간 여행은 낮시간 여행과는 또 다른 세계 여행이에요. 그래서 심야시간 여행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 시작은 바로 사상 최초 심야시간 제주도 여행기 '어둠의 소리'였어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상황은 전염병 공포로 가득 찬 사회. 심야시간에 나가서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재미있게 돌아다닐 만한 곳이 많이 사라져버렸어요.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예민하기 때문에 마음껏 여기저기 놀러다니기도 안 좋은 상황이었어요.

 

2020년 11월 24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심야시간 영업제한 통금조치 강화 이후 완전히 망해버렸어요. 이때부터는 심야시간에 나가봐야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심야시간은 인류가 멸망한 날 풍경이었어요. 한국인들이 힘들게 개척한 심야시간 공간 활용은 모두 싸그리 초토화되고 끝없이 뒤로 후퇴해버렸어요. 심야시간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쪼그라들고 망하고 사라졌어요.

 

'많은 일들이 있었어.'

 

특히 2020년 12월부터는 카페 실내 취식까지 전면 금지되었어요. 2월까지 진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제 블로그에 1월부터 4월까지 온통 주식 단타 글만 있는 것이 괜히 그런 게 아니에요. 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나마 할 거 찾아보고 블로그에 글 쓸 만한 것 찾아낸 게 한국 주식 단타치는 거였어요. 이때 몸도 상당히 안 좋아졌어요. 이 시기에 건강 해친 사람들 꽤 많을 거에요. 단순히 저만의 경험이 아니라 이때는 사실상 외부 활동 전면 금지 수준이었어요. 그러니 운동부족, 영양섭취 불균형 등으로 건강 해친 사람들 상당할 거에요. 그게 진짜 몸으로 크게 느껴져서 아픈 사람도 있고 덜 느껴져서 모르는 사람도 있을 뿐이에요. 정신 건강까지 합치면 전국민 다 병들었다고 해도 될 거구요.

 

 

새벽 4시 30분 조금 넘어서 홍대입구역 홍대 패션 거리에 도착했어요.

 

"전멸이네."

 

 

길거리에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오직 저 혼자였어요. 가게들은 싹 다 전멸이었어요.

 

홍대 패션 거리에서 나와서 큰 길로 가봤어요. 큰 길도 마찬가지였어요. 슬슬 새벽 5시가 되어가자 토스트 트럭이 나와 있었어요. 이때부터는 새벽에 일하러 가야 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이 시각에 나와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인력시장 가는 일용직들이 많아요.

 

 

 

다시 홍대 패션 거리로 돌아왔어요.

 

 

2021년은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잊고 싶은 한 해로 남을 거에요. 아니, 인생에서 완전히 삭제시켜버리고 싶은 한 해로 남을 거에요.

 

2020년 10월 마지막 날. 화이자가 드디어 코비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전세계가 열광했어요. 이제 공포의 시간은 끝났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행복한 꿈을 꾸었어요. 여기저기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받아서 공돈 쓰는 소소한 재미도 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주식으로 돈을 크게 벌어 그 돈 쓰는 재미를 느끼는 소리도 들렸어요. 조금 길었던 헤프닝일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2021년이 시작되면서 진정한 지옥문이 열렸어요.

 

2020년 11월 24일부터 시작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는 끝없이 연장되었어요. 크리스마스, 연말을 지나 1월, 설날까지 계속 연장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며 버티고 있었어요.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이 망해버리자 하나 둘 무너져가기 시작했어요. 봄이 찾아왔어요. 벚꽃이 피었지만 행복을 알리는 벚꽃이 아니라 보릿고개 대기근을 알리는 벚꽃이었어요. 봄철 성수기도 바뀐 건 없었어요.

 

2021년, 날이 풀리고 여기저기에서 봄꽃이 필 때, 사방팔방에서 뚝뚝 허리 끊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쩌렁쩌렁 울려퍼지기 시작했어요.

 

자영업자들은 이때부터 와장창 망해서 가게 문 대거 닫기 시작했어요. 성수기 때 한 번 바짝 벌면 어떻게든 숨통 트일 수 있다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어요. 그놈의 성수기 한 번이 언제 다시 돌아올 지 알 수 없었어요. 최후의 최후까지 버티다 봄철 성수기마저 날리자 완전히 폭삭 망해서 폐점한 가게가 속출했어요. 이때부터 길거리에 공실이 엄청나게 폭증했어요. 2020년 8월과 2021년 겨울에는 꽤 많은 가게들이 휴가 또는 그간 미뤄왔던 리모델링 및 실내 설비 수리 기간이라고 어떻게 넘겨봤지만 2021년 봄에는 더 이상 넘길 방법이 아예 없었어요. 더욱이 전국민에게 쫙 뿌렸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도 이때가 되면 정말 끝나버렸어요.

 

신나게 폭주하던 암호화폐는 어마어마한 김프를 달고 대상승하다 5월을 기점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한 방에 싹 빠지면서 폭락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무지막지한 손실을 안겨줬어요. 특히 이때 폭락 당시 영끌, 빚투 열풍에 코인 마진거래까지 널리 퍼지면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타격 입은 사람 꽤 많아요.

 

2020년 사상 초유의 코스피 대호황을 보고 2021년에 한국 주식 시장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거지가 되었어요. 종합주가지수는 7월까지 꾸준히 상승했지만 개별주 - 특히 대형주, 우량주 주가는 나날이 하락하기만 했고, 8월부터 완전 작살이 났어요. 하필 2021년에 주식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가치투자, 장기투자한다고 대형주, 우량주에 대거 들어갔기 때문에 피해가 무지막지하게 컸어요. 차라리 세력주, 작전주, 테마주 같은 소형개잡명품주에 들어갔다면 조금 손실 보면 바로 자르고 나와서 욕 한 번 하고 끝내버리면 되요. 문제는 2021년에 새로 진입한 사람들은 이렇게 단타 목적보다는 가치투자, 장기투자한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은 대형주, 우량주에 들어갔다가 엄청나게 크게 손실나 버렸어요. 주식에 큰 돈 물렸는데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 하고 속만 끓는 사람이 넘쳐났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 증시에서 마이너스 10% 손실 기록중이라고 하면 어디 손실 축에도 못 들어가요. 현재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개인들이 진심으로 투자하고 싶어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평단가가 다시는 못 볼 안드로메다 고점급이라 어쩔 수 없이 있는 돈 없는 돈 쥐어짜내서 억지로 물타기하고 있는 거라는 비아냥이 비아냥이 아니라 진짜 실제 상황이에요.

 

반면 주택 가격은 끝없이 치솟았어요. 정부에서는 사실상 대출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까지 들고 나왔어요. 이러자 이번에는 진짜 전세자금, 주택 실거주 매입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았어요.

 

2021년 한국은 지옥도 그 자체에요. 생지옥 생지옥 하는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2020년이 아니라 2021년에 크게 잘못 되었어요. 2021년에 잘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2022년에 엄청난 대호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거에요. 살아남아 있기만 하다면요. 원래 죽은 자는 말이 없어요.

 

 

결국 여기저기에서 분노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어요. 누가 봐도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엉터리에 오로지 국민 탄압 및 통제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게 뻔해졌어요. 지하철, 버스 타면 알아서 예방되고 민주노총 조끼 걸치면 절대 안 걸린대요. 바이러스 주제에 무슨 주 52시간 근무한답시고 심야시간에만 일하고 낮에는 또 일을 안 한대요. 이걸 누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요.

 

물론 아직도 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잘 지켜야한다고 외치는 인간들이 있기는 해요. 둘 중 하나에요. 자기 인생 최대 업적이 사회적 거리두기 잘 지킨 것인 무가치한 인간, 또는 천사병 걸려서 입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켜야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자기도 열심히 어기며 즐길 거 다 즐기는 입과 몸이 따로 노는 사람들이요. 이 둘에 해당하지 않는데 정말 잘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라면 그 사람들은 건강 상태가 진짜 안 좋아서 이 질병 아니라도 평소에 건강에 엄청나게 신경 많이 쓰고 조심해야 하는 진짜 환자들이에요.

 

언론에서는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참는 데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인내심의 한계가 아니라 버티다 진짜 모든 방면에서 한계가 와버린 상황이에요.

 

여름에도 정부는 또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연장했어요. 이쯤 되자 이제 사람들은 다 알아서 잘 어기기 시작했어요. 식당이 문을 닫으면 공원이나 공터에서 술 마시면 되요. 또는 방 잡아서 놀든가요. 꼼수에 꼼수만 늘어가고 깜깜한 세계에서 노는 방법만 더 널리 퍼졌어요. 마치 과거 여러 나라에서 금주령을 내리면 밀주 산업과 몰래 숨어서 노는 문화만 크게 흥하는 것과 똑같았어요. 수도권에서 10시가 되면 모든 식당과 카페가 닫자 이 조치에 해당 안 되는 지역으로 넘어가서 놀고, 식당 및 카페에서 못 놀게 하니 밖에 나와서 놀면 그만이었어요. 이쯤 가면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인지 자영업자 때려잡고 준법의식 파괴하는 캠페인으로 벌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었어요. 전국민이 문재인 정부 말 반대로 해야 개꿀이라는 거 다 알아요.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찬가지였어요.

 

 

텅 빈 깔끔한 홍대 거리. 바람이 차가웠어요.

 

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인가.

 

이제 모든 사람이 대답을 못 해요. 엉터리니까요. 그게 11월 1일이 되면 끝날 거였어요. 11월 1일 오후부터 카페, 식당 등 영업시간 제한 완전 해제였어요. 애초에 순수하게 방역 목적이었다면 버스, 지하철 증차시켜서 최대한 대중교통에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게 하고, 영업시간 제한을 할 게 아니라 단위 면적 당 수용 인원을 제한해야 했어요. 영업시간은 오히려 최대한 늦게까지 하게 해서 인원을 분산시켜야 했구요. 2차가 문제라면 특정 시간 이후부터 주류 판매만 금지하면 될 일이었어요.

 

 

불이 켜진 곳은 무인 가게들이었어요. 스티커 사진 같은 곳이었어요. 그 외에는 아무 데도 문이 열려 있지 않았어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휑한 공간이었어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조차 보면 반갑게 느껴질 정도로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 기록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심야시간 영업 금지 정책 시기 마지막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죠.

 

2021년 11월 1일. 이날은 '해방절'이라고 불러야 할 거에요. 죽어버린 심야시간 서울에 조금이라도 활기가 돌기 시작할 거에요. 겨울이 오고 있지만 10월초 한파가 자니가고 다시 날이 따스해진 것처럼 봄철의 활기가 돌아올 거에요. 이 모든 것이 죽어버린 심야시간 속 서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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