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라면

팔도 꼬꼬면 라면

좀좀이 2021. 10. 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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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먹어본 라면은 팔도 꼬꼬면 라면이에요.

 

라면을 사러 마트에 갔어요. 라면은 한 번에 많이 사오기 때문에 신중하게 잘 골라야 했어요. 만약 입맛에 아예 안 맞는 라면을 골라버리면 다 먹어치울 때까지 계속 고역이었어요. 어지간한 라면은 다 먹지만 진짜 입에 안 맞아서 먹어치우느라 엄청나게 고생한 라면들도 있었어요. 그런 경험이 쌓일 수록 마트 가서 라면 고를 때 더욱 신중하게 고르게 되었어요.

 

라면을 쭉 보던 중이었어요. 제가 안 먹어본 라면이 이것저것 있었어요.

 

"어떤 거 구입하지?"

 

라면을 보다가 하얀 봉지가 보였어요.

 

"꼬꼬면 아직도 살아있었어?"

 

팔도 꼬꼬면이 있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라면이었어요.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기억도 안 났어요. 팔도 꼬꼬면은 한국 라면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라면이지만 오랫동안 장수하며 인기를 두고두고 누리지는 못한 라면이에요.

 

팔도 꼬꼬면 라면은 2011년에 출시된 라면이에요. 당시 남자의 자격 '남자, 그리고 아이디어 1탄-라면의 달인'에서 이경규씨가 라면 레시피를 준비해서 들고 나왔어요. 이경규씨는 라면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고, 그때 나온 하얀 국물 닭고기 라면은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당시 우승한 라면은 따로 있었지만 이것은 봉지 라면으로 만들어서 판매할 실용성은 매우 떨어지는 라면이었어요.

 

팔도에서는 이경규씨의 꼬꼬면을 보고 이경규씨와 신작 라면 계약을 맺었어요. 그리고 4개월의 개발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하얀 국물 라면인 꼬꼬면을 출시했어요. 당시 한국에서는 라면 국물은 빨개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어요. 하얀 국물 라면은 승산이 없다고 보는 전망이 대부분이었어요. 아주 옛날 과거까지 다 뒤진다면 하얀 국물 라면도 존재할 수 있어요. 그러나 설령 있었다 해도 이때보다 훨씬 이전에 다 폭삭 망했을 거에요.

 

팔도 꼬꼬면은 엄청나게 성공했어요. 하지만 팔도의 판단 실수로 인해 흥행을 계속 이끌어나가지는 못했어요. 팔도 꼬꼬면이 출시되었을 때는 여름이었어요. 이 당시 팔도는 인스턴트 봉지 국물 라면에서는 엄청나게 헤메고 있었고, 주력 제품은 당연히 팔도 비빔면이었어요. 팔도 비빔면은 매해 여름 판매량이 폭발적이고 여름에는 아무래도 뜨거운 국물 라면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여름에 팔도 비빔면으로 장사하고 가을부터 꼬꼬면으로 승부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꼬꼬면이 엄청나게 대박쳤어요. 팔도는 꼬꼬면을 증산하고 싶어도 증산이 불가능했어요. 왜냐하면 팔도 비빔면의 시즌이라 라면 기계들이 다 팔도 비빔면에 투입되어 있었거든요. 이걸 빼서 꼬꼬면으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요.

 

하지만 팔도 꼬꼬면의 인기는 한때의 돌풍으로 정리되어갔어요. 하얀 국물 라면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기는 했지만 흰 국물 라면의 점유율은 점점 줄어들어갔어요.

 

여기에 팔도는 계속 인스턴트 봉지 국물 라면에서 우왕좌왕했던 것도 하나의 중요한 악재로 작용했어요. 팔도는 인스턴트 봉지 국물 라면에서 유독 약점을 보여왔어요. 팔도 라면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면발 굵기였어요. 인스턴트 봉지 국물 라면 면발치고는 면발이 너무 가늘었어요. 심할 때는 머리카락 빨아먹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팔도 라면들의 국물맛은 뼈대 있는 고전파 인스턴트 라면 국물맛에 가까워요. 그래서 국물은 맛있는데 정작 면이 영 아니었어요. 국물 라면에서 확실한 대표 상품이 없다보니 하얀 국물 라면 꼬꼬면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한계가 있었어요. 팔도가 컵라면 회사, 비빔면 회사라는 이미지를 넘어서서 종합 인스턴트 라면 회사로 넘어서지 못하니 팔도 꼬꼬면이 힘이 부칠 때 이를 잡고 끌어올려줄 힘이 없었어요.

 

당시 하얀 국물 라면 중 오뚜기 기스면은 너무 날림으로 만든 티가 많이 났어요. 삼양 나가사끼 짬뽕은 신경써서 제대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도 마트 가면 있어요. 꼬꼬면은 팔도의 국물 라면에서의 방황과 맞물려서 아주 긴 시간 마트에서 아예 안 보였어요.

 

그랬던 팔도 꼬꼬면이 다시 마트에 나와 있었어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팔도 봉지라면도 많이 발전했어요. 팔도 인스턴트 봉지 국물 라면은 남자라면과 더불어 왕뚜껑 라면을 주요 라인업으로 만들었어요. 고질적인 문제였던 면발 문제도 드디어 이제 해결해서 안정된 것 같아요.

 

팔도 꼬꼬면을 두 묶음 집어서 카트에 넣었어요.

 

팔도 꼬꼬면 라면 봉지는 이렇게 생겼어요.

 

 

팔도 꼬꼬면 라면 봉지는 예전 제 기억과 똑같이 생겼어요. 하얀 배경에 봉지 양쪽 윗부분은 빨간색이었어요. 오른쪽에는 붓글씨 글씨체로 '꼬꼬면'이라고 적혀 있었고, 봉지 왼쪽 하단에는 누르스름한 빛이 도는 하얀 국물과 면으로 구성된 꼬꼬면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어요.

 

 

꼬꼬면 봉지 뒷면은 위의 사진처럼 생겼어요.

 

 

팔도 꼬꼬면 라면 총 내용량은 115g이에요. 열량은 490kcal이에요. 나트륨은 1810mg 함유되어 있다고 해요.

 

 

팔도 꼬꼬면 조리 방법은 끓는 물 500ml에 면, 분말스프, 건더기스프를 함께 넣고 3분30초 정도 끓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계란은 풀지 않고 그대로 익히거나 계란 흰자만 넣어서 끓이라고 하고 청양고추를 추가로 넣으면 맛이 더 괜찮아질 거라고 나와 있었어요.

 

그리고 꼬꼬면 레시피를 개발한 이경규씨 그림도 여전히 있었어요.

 

 

팔도 꼬꼬면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면/소맥분(미국산, 호주산), 팜유(말레이시아산), 감자전분(독일산, 덴마크산), 변성전분, 정제염, 글루텐, 감미유S, 야채브로스, 면류첨가알칼리제(탄산칼륨, 탄산나트륨, 제이인산나트륨), 구아검, 산도조절제, 녹차풍미액, 비타민B2, 알긴산프로필렌글리콜

 

스프/치킨스프베이스, 설탕, 정제염, 맛베이스, 치킨스톡분말, 닭육수분말, 건파, 전분, 계란후레이크, 대파엑기스파우다, 간장조미분말, 건조지단, 조미닭고기후레이크, 건홍피망, 포도당, 청양고추추출물분말, 복합감칠맛분말, 고춧가루, 치킨팻, 향미증진제, 진한감칠맛분, 치킨향분말, 흑후추분말

 

알레르기 유발 성분으로는 계란, 대두, 밀, 닭고기가 함유되어 있대요.

 

 

꼬꼬면 스프는 분말 스프와 건더기 스프로 구성되어 있어요. 위에 있는 붉은빛 스프 봉지가 건더기 스프이고 아래 있는 초록빛 스프 봉지가 분말 스프 봉지에요.

 

 

팔도 꼬꼬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어요. 물이 끓자 스프를 집어넣었어요. 청양고추향이 팍 퍼졌어요.

 

"예전보다는 덜한데?"

 

예전에 팔도 꼬꼬면 라면을 끓여먹을 때는 스프를 넣자마자 청양고추의 풋풋하고 알싸한 향이 폭발하듯 퍼졌어요. 그렇지만 이번에 끓일 때는 청양고추향이 폭발력은 없었어요. 라면 국물이 끓으면서 청양고추향이 자연스럽게 퍼졌어요. 하지만 예전과 변하지 않은 점은 청양고추향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이었어요. 예전에 팔도 꼬꼬면 끓여먹을 때도 청양고추 냄새 확 올라와서 엄청 매울 줄 알았어요.

 

라면이 다 끓은 후 팔도 꼬꼬면을 먹기 시작했어요.

 

야식으로 먹기 딱 좋은 맛

 

팔도 꼬꼬면 라면은 끓일 때 청양고추 향이 확 퍼지는 것에 비해 맛은 매우 순한 편이었어요. 살짝 매운 기운이 있기는 했지만 신라면 같은 라면과 비할 바가 아니었어요. 이 정도 매운맛도 없다면 한국 라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약한 매운맛이었어요.

 

팔도 꼬꼬면 라면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맛은 매운맛이 아니라 짠맛이었어요. 매운맛이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짠맛이 자극적이었어요. 자극적인 맛을 짠맛으로 내었기 때문에 짠맛 튀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약간 별로라고 느낄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반대로 맵지 않고 짜기 때문에 야식으로 먹기에는 오히려 더 좋았어요. 짠맛은 물 조금 더 마시면 해결될 문제였어요.

 

팔도 꼬꼬면 국물 맛은 치킨 스톡 맛이 강하게 났어요. 닭고기 국물에 조미료 여러 가지 집어넣어서 국물 만든 맛이었어요. 약간 인위적인 닭고기 국물 맛이라고 상상하면 비슷할 맛이었어요. 삼계탕 국물이 아니라 삼계탕 국물을 이용해 만든 닭고기 국물 맛이었어요.

 

건들기 만만해 보이지만 실제 건들면 망가지기 쉬운 맛.

 

팔도 꼬꼬면 국물 맛을 보면 다른 재료 넣어서 다른 맛으로 만들기 매우 쉬워보이는 맛이었어요. 그렇지만 조금 더 상상해보면 웬만해서는 안 건드리는 것이 좋을 맛이었어요. 아주 아슬아슬하게 균형이 잡혀 있었어요. 맛이 한쪽으로 조금만 쏠려도 영 만족스럽지 못한 맛이 될 긴장감이 있었어요. 맛 자체는 좋지만 맛이 쉬워보인다고 다른 재료 살짝이라도 집어넣었다가는 맛을 제대로 망치기 딱 좋은 맛이었어요.

 

팔도 꼬꼬면 라면은 밤에 라면 끓여먹고 싶은데 자극적인 맛 부담될 때 끓여먹으면 딱 좋을 맛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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