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였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이었어요. 오랜만에 커피빈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봤어요. 인스타그램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놓치는 게시물이 많아요.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 어플에 들어가서 게시물을 쭉 넘겨보다 보면 인스타그램이 버벅이다 아예 멎어버리는 현상 때문에 제가 못 본 게시물이 쌓여 있으면 다 볼 수 없어요. 그러다보면 신메뉴 출시되었다는 게시물도 놓치곤 해요.


이제 연말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카페도 신메뉴를 쭉 출시할 때가 되었어요. 연말 다이어리 관련된 신메뉴는 대부분 이미 출시되었어요. 제 기억에 의하면 다이어리 관련 신메뉴 출시 후에 신메뉴가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더 출시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연말에 출시되는 신메뉴는 꽤 괜찮은 경우가 많았어요.


올해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시작되기 전에 매우 많이 준비했어요. 올해 경기가 워낙 안 좋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래서 외식업계 및 카페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었어요. 올해 준비를 제대로 안 했다가는 정말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되어 회복 못 할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잔뜩 제대로 준비하고 신메뉴를 하나 둘 출시하기 시작했더니 바로 전염병 사태가 발생했어요. 그렇게 해서 올해는 유독 비운의 명작이 엄청나게 많이 쏟아졌어요. 정말 눈물날 정도로요. 전염병 사태만 아니었다면 역대급 명작 소리 들을만한 것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다 망했거든요.


이런 비극적인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올해 비극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어떤 음료를 내놓을지도 올해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에요. 마지막에 반전이 일어나서 마지막만큼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비극으로 시작해서 지옥으로 끝나게 생겼거든요. 어쩌면 올해 출시된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 중에서 가장 불쌍한 비운의 명작이 등장할 수도 있어요. 정말 훌륭하고 뛰어난데 때를 완벽히 잘못 만나서 하나도 안 알려지고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요.


커피빈에서는 11월초에 신메뉴를 출시했어요. 그거 말고 다른 신메뉴를 출시한 것이 있는지 살펴봤어요.


"어? 신메뉴 출시했네?"


신메뉴 출시했다는 게시물이 있었어요. 자세히 봤어요. 엄청나게 충격받았어요.


"뭐야? 커피빈 그동안 라지 사이즈 없었었어?"


커피빈에서 신메뉴 출시했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은 아이스 음료 라지 사이즈 출시 게시물이었어요.


잠깐만...진짜 커피빈에 라지 사이즈 없었나?


저는 커피빈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것이 엄청나게 구체적이에요.


한여름 엄청나게 더울 때 마시는 잘잘한 얼음이 듬뿍 담긴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주 구체적이고 정확해요. 한여름 엄청나게 더울 때 마시는 잘잘한 얼음이 듬뿍 담긴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랑해요. 여기에서 단 한 치도 안 벗어나요. 그래서 제 경우는 커피빈에 대해서는 계절적 소비가 극단적으로 나타나요. 한여름에는 커피빈을 엄청나게 자주 가고, 그 외 계절에는 가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리고 커피빈에 가면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요. 커피빈 아이스 음료에 들어가는 잘잘한 얼음은 별사탕처럼 쉽게 씹어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빨대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뚜껑을 열고 잘잘한 얼음과 커피를 같이 입에 머금고 얼음을 아작아작 씹으면 정말 맛있어요.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 자체도 맛있지만 얼음과 같이 씹어먹으면 다른 카페에서 따라하지 못하는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커피빈 가면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얼음과 커피를 같이 마시기 때문에 한겨울에는 잘 안 가는 편이에요. 그냥 시원한 음료만 마셔도 추운데 얼음까지 마시면 더 춥거든요.


커피빈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안 마시고 다른 음료를 마신 적은 정확히 딱 세 번 있어요. 이것을 어떻게 정확히 기억하냐면 제가 커피빈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다른 음료를 마신 경우는 제 블로그에 전부 글로 써서 올렸거든요. 모로칸 민트 라떼, 스트로베리 바나나 아이스 블렌디드, 피넛 카라멜 카페라떼를 각각 한 번씩 마셔본 것 외에는 전부 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였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커피빈 가서 레귤러 사이즈를 주문한 적은 한 번 있었어요. 나머지는 그나마도 다 스몰 사이즈로 주문했어요. 레귤러 사이즈도 제가 순수하게 주문하고 싶어서 주문한 것이 아니었어요. 작년 한여름 어느 날이었어요. 친구와 강남에서 만났을 때였어요. 그날은 제가 밥을 샀어요. 친구가 자기가 커피를 산다고 하면서 혹시 가고 싶은 카페가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저는 커피빈 가자고 했어요. 보통은 스타벅스를 가는데 한여름만큼은 아니에요. 한여름에는 닥치고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절대지존 최고거든요. 그래서 친구와 커피빈으로 갔어요. 친구가 덥고 목마르니 오늘은 큰 것으로 마시는 것이 어떠냐고 했어요. 제가 사는 게 아니라 친구가 사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라고 했어요. 그때 딱 한 번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레귤러 사이즈로 마셔봤어요.


그동안 커피빈에 라지 사이즈가 없었다는 것이 충격이었어요. 막연히 커피빈도 라지 사이즈가 있을 거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게시물은 더욱 충격적이었어요. 라지 사이즈는 그나마 아이스 음료에만 한해 출시되었어요.


"이거 뭐지?"


많이 어리둥절했어요.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커피빈 메뉴판은 기억나지 않았어요. 여름이 되면 커피빈을 즐겨 가지만 올해 단 한 번도 커피빈 메뉴판을 쳐다보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커피빈 가면 주문하는 건 너무 뻔하거든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요.


모로칸 민트 라떼는 2018년에 마신 거고, 스트로베리 바나나 아이스 블렌디드, 피넛 카라멜 카페라떼는 카페 입구에 신메뉴 출시되었다는 홍보물이 있었어요. 홍보물에는 당연히 가격이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그 두 번조차 메뉴판을 안 보고 주문했어요.


그런데 왜 아이스만 라지 사이즈 제공이야?


이것도 희안한 일이었어요. 라지 사이즈 판매할 거면 뜨거운 것도 판매해도 될 건데 아이스 음료에 한해서만 라지 사이즈를 판매한다고 했어요.


커피빈 아이스 음료 라지 사이즈 출시가 이상하게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마침 서울 갈 일이 있었어요.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에 커피빈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라지 사이즈로 주문해서 마셔보기로 했어요. 그동안 커피빈에 라지 사이즈가 없었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아이스 음료에 한해 라지 사이즈를 출시했다는 것에 두 번 놀랐어요.


볼 일을 다 본 후 커피빈으로 갔어요. 커피빈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라지 사이즈로 주문했어요.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라지 사이즈


컵이 컸어요. 직원분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커다란 라지 사이즈 컵 꼭대기까지 꽉 채워주셨어요.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


제가 좋아하는 커피빈의 잘잘한 얼음도 꽤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커피빈


커피빈 아이스 음료 라지 사이즈는 모두 레귤러 사이즈보다 300원 더 비싸요.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가격은 5600원이에요.


커피빈 얼죽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라지 사이즈


양이 꽤 많았어요. 아주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셔도 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정말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었어요. 정확한 용량은 모르겠어요. 체감상 500cc 언저리일 것 같았어요.


커피 맛 자체는 스몰 사이즈와 다르지 않았어요. 고소한 맛 강하고 쓴맛도 약하지 않았어요.


"와, 이거 좋아!"


커피빈 특유의 잘잘한 얼음도 매우 많이 들어 있었어요. 양이 많아서 시원하게 들이켜자 입안에 얼음도 한무더기씩 들어왔어요. 얼음을 와그작 와그작 씹는 쾌감이 2배였어요. 입에 별사탕을 한 움큼 집어넣고 씹는 기분이었어요. 커피빈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스몰 사이즈로 주문해서 마실 때는 양이 적기 때문에 조금씩 마셔야 했어요. 그래서 얼음 씹는 느낌이 별사탕 몇 개 씹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라지 사이즈로 주문하자 그럴 필요 없이 아주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고, 당연히 입에 들어오는 얼음 양도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얼음 씹는 맛이 아주 달랐어요.


스몰 사이즈 마실 때와 레귤러 사이즈를 마실 때는 얼음 씹는 맛에서 별 차이를 못 느꼈어요. 레귤러 사이즈가 양이 더 많기는 하지만 마구 꿀꺽꿀꺽 마실 만큼 양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라지 사이즈는 확실히 달랐어요. 양이 많아서 크게 크게 마셔도 되었어요. 이렇게 크게 한 입 마실 때마다 입 안에 들어오는 얼음 양도 많아졌고, 얼음 양이 많아지자 얼음 씹는 맛이 아주 시원하고 호쾌해졌어요.


제가 이가 좋아서 얼음을 잘 씹는 것이 아니에요. 커피빈 얼음은 매우 잘고 별로 안 단단해요. 새우깡보다 조금 더 단단해요. 과자 씹을 수 있을 정도면 쉽게 씹을 수 있어요. 라지 사이즈는 단순히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어요. 커피빈 얼음 씹어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얼음 씹는 맛이 아주 달라졌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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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이 엄청나게 많네요~~ 라지사이즈 이지만요... 아이스아메리카노 먹고 싶네요~~ 잘보고 갑니다~

    2020.11.22 08: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얼음이 엄청 많네요 ㅎㅎ

    2020.11.22 0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론 산미가 강한 스타벅스보다는 덜한 커피빈의 아메리카노를 좋아해요. 그런데 일본엔 커피빈이 아주 드믈어서 자주 마시질 못하거든요;; 토쿄엔 니혼바시에 딱한군데 있어서 가끔 직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녀와요. 물론 한국에가면 커피빈만 가고요 ㅋㅋ

    2020.11.22 12: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일본 스타벅스는 산미가 강한 모양이군요! 한국 스타벅스는 산미가 엄청 없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커피 좀 마신다는 사람들이 항상 한국 커피 문화 깔 때 하는 교과서적인 멘트가 스타벅스는 산미가 없는 커피인데 이게 한국에서 커피의 기준으로 자리잡아서 한국에서 커피는 죄다 산미가 엄청 없고 태운맛이라고 하거든요. 커피빈은 산미가 더 없기는 하지만요 ㅋㅋ 나중에 기회되시면 한국 스타벅스와 일본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맛 비교 글 써주세요!!! 엄청 기대되요! 작년 일본 여행 갔을 때는 나카메구로에 있는 4층짜리 스타벅스 한 번 간 게 전부인데 그때는 아메리카노를 안 마시고 다른 커피를 마셨어요 ㅋㅋ;;; 그 외에는 정말 카페 가고 싶을 때는 스타벅스가 없었고 카페 갈 상황이 아니거나 카페 갈 마음이 하나도 없을 때만 스타벅스가 있었어요 =_=;; 도쿄에는 커피빈이 니혼바시에 딱 하나 있군요. 엄청 희귀한 존재였네요 ㅋㅋ;;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의정부에도 커피빈 없어요...커피빈도 의정부 살고 있는 제게는 서울의 맛이에요ㅋㅋ;;

      2020.11.22 21:19 신고 [ ADDR : EDIT/ DEL ]
  4. 술 마신 다음날 딱이네요 ㅋㅋ

    2020.11.22 14: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예전부터 느꼈지만... 커피 한잔으로 이렇게 포스팅을 작성할 수 있는것은 엄청난 능력 같습니다. 항상 배우고 갑니다! 저의 롤모델 좀좀이님 ㅎㅎ

    2020.11.22 15: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같이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신 기분이에요 :)

    2020.11.22 21: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이렇게 추운 날씨속에도 차가운 음료를 드시다니..

    치아도 튼튼하신가 봅니다..ㅎㅎ

    그래도 커피가 산미가 있으면 그 만큼 입안에서 나는 안좋은냄새?가 덜 난다고 하더라구요...

    2020.11.22 22: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얼죽아는 진리입니다! ㅋㅋ 커피빈은 얼음 때문에 아무리 추워도 아이스에요 ㅋㅋㅋㅋ 기회되시면 커피빈 가셔서 음료랑 같이 얼음 한 번 씹어먹어보세요. 신세계에요. 그리고 커피빈 얼음은 과자 씹을 수 있을 정도면 무리없이 씹을 수 있어요 ㅎㅎ

      2020.11.23 08:3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