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패스트푸드

롯데리아 신메뉴 토마토없는 AZ버거 햄버거 (2020년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 한정 메뉴)

좀좀이 2020. 9. 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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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먹어본 패스트푸드 체인점 햄버거는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AZ버거 햄버거에요.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AZ버거 햄버거는 2020년 9월에 발생한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 한정 메뉴로 출시된 신메뉴에요.


집에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있던 중이었어요. 경제 뉴스를 쭉 보고 있었어요. 토마토 수급 대란 때문에 햄버거 업계가 난리났다는 뉴스가 아예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요즘 토마토 난리인가 보네?"


얼마 전부터 토마토가 올해 태풍 때문에 수급 대란이 발생해서 가격이 폭등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어요.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했대요. 뉴스 기사에 나온 바에 의하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020년 9월 25일 기준 토마토 10㎏의 평균 도매가격은 6만2660원으로 2020년 8월 2만9908원에 비해 2배 넘게 폭등했다고 해요. 토마토 때문에 패스트푸드 체인점 업계가 뒤집어졌대요.


우리나라에서 식료품 개별 품목 대란은 일상이에요. 어떻게 보면 연례행사 같은 거에요. 오히려 식료품 개별 품목 대란이 안 일어나고 지나가는 해는 뭔가 불안하다고 해도 될 지경이에요. 일단 매우 고질적으로 툭하면 대란이 일어나는 종목으로는 배추와 상추가 있어요. 배추 대란이 일어나면 식당에서 깍두기만 나온다든지 사람들이 김장 포기하고 김치 다 사먹는다는 뉴스가 연일 도배되요. 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 먼저 집으려고 서로 싸우고 난리난 사진도 올라오구요. 그 다음은 상추에요. 상추 대란이 일어나면 고깃집에서 상추가 사라져요. 상추 대신 이런 게 지구상에 존재했는지조차 의문인 정체 불명의 쌈채소가 등장하고, 심각할 때는 아예 고깃값을 할인해주고 상추를 별도 가격을 받는 일까지 벌어져요. 배추와 상추 대란은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유구한 전통 문화에요.


이것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다.


내가 태어나서 토마토 대란을 경험해본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토마토 대란은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토마토는 언제나 흔해빠진 과일. 아니, 이게 과일인지 채소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여간 넘치고 넘치는 게 토마토였어요. 토마토 대란났다는 소리는 머리털 나고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온갖 야채가 한 번씩 돌아가면서 대란을 겪을 때 무풍지대였던 것이 바로 토마토에요. 그런데 그 토마토가 난리가 났대요.


뉴스를 봤어요. 토마토 가격이 폭등하면서 토마토 가격이 감당이 안 되자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난리가 났대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지간한 햄버거에는 기본적으로 토마토가 들어가요. 토마토 안 들어간 햄버거가 오히려 별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토마토는 햄버거에 정말 잘 들어가요. 토마토, 양파, 양상추는 우리나라에서 햄버거 기본 구성 야채에요.


맥도날드 대표이사 아저씨 호주 사람이랬지? 토마토 부족한 세상은 상상도 못했겠지?


'맥도날드 대표이사 머리 뜨끈뜨끈하겠네.'


한국인들에게는 이런 게 일상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외식업 하기 어려운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야채값이 지나치게 들쭉날쭉하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야채값 폭등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잡고 계산해야 할 지경이에요. 정확히 어떤 품목이 날뛸지 모를 뿐이죠. 일단 전과가 아주 화려한 상습범 배추, 상추가 있고, 여기에 이놈들이 좀 잠잠하다 싶으면 이번에는 양파, 당근 등이 난리에요.


맥도날드 대표이사 아저씨, 웰컴 투 코리아입니다 캬캬캬


뉴스를 보다가 맥도날드 대표이사가 호주 사람이라는 점이 떠올랐어요. 호주라면 토마토 부족할 일은 상상도 못 하겠죠. 하지만 여기는 코리아에요. 코리아에서는 흔해 빠진 토마토가 갑자기 귀하신 몸이 될 수 있어요. 저를 비롯한 한국인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수 있어요. 야채값 폭등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고, 어떤 종목과 1년 중 어느 타이밍에 발생할지만 모를 뿐이니까요. 그러나 호주 사람인 맥도날드 대표이사는 이 왓더헬 시츄에이션이라고 당황해하고 머리 엄청 뜨거울 거에요. 토마토 품귀 현상은 머리털 나고 상상도 못했을 거니까요.


뉴스를 쭉 보던 중이었어요. 롯데리아에서 토마토가 원래 들어가는 메뉴에 한해 토마토를 빼고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보였어요.


'얼마나 할인해준다는 거야?'


놀면서 뉴스 보던 차였기 때문에 롯데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어요.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햄버거 시리즈


롯데리아 강제 신메뉴 출시잼!


홈페이지 보고 빵 터졌어요. 한우불고기버거, AZ버거, 와규에디션II, 핫크리스피버거는 토마토없는 햄버거 시리즈가 출시되었어요. 진짜 토마토 대란 맞았어요. 토마토 대란으로 인해 토마토 들어가는 햄버거 네 종류에서 토마토가 제외된 버전이 추가되었어요. 소리소문 없이 신메뉴 네 종류 출시된 셈이었어요.


2020년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 한정 에디션이냐!


더 웃긴 건 홈페이지를 보면 이게 대충 임시로 만든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가격만 달라진 게 아니라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햄버거 열량까지 달라져 있었어요. 이건 임시 땜빵으로 집어넣은 퀄리티가 아니라 진짜 신메뉴 정식 출시에 걸맞는 홈페이지 관리 퀄리티였어요.


"이건 꼭 먹어야해!"


초희귀 초레어 그 자체였어요. 이런 시즌 한정 에디션 햄버거는 이번에 놓치면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몰라요. 물론 주문할 때 토마토 빼고 달라고 해서 억지로 만들어서 먹을 수야 있겠죠. 그러나 이렇게 정식으로 출시된 것을 먹기 위해서는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초대형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을 기약없이 기다려야 했어요. 이건 그냥 초희귀 초레어 수준이 아니라 초특급 초초초희귀 초초초초초초레어 스페셜 에디션이었어요.


홈페이지를 더 자세히 살펴봤어요.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찾아냈어요.


아재버거만 왜 600원 할인인데!


롯데리아에서 토마토없는 햄버거 시리즈로 출격시킨 햄버거는 총 4종류에요. 한우불고기버거, AZ버거, 와규에디션II, 핫크리스피버거에요. 이 중 아재버거만 토마토없는 햄버거 버전이 600원 더 저렴했고, 나머지 세 종류는 전부 300원 저렴했어요.


토마토없는 아재버거야말로 진정한 스페셜 에디션 끝판왕 초특급 초한정판 울트라 메가톤급 햄버거다!


롯데리아 2020년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 한정 메뉴 콜렉션을 모두 모을 생각은 없었어요. 하나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 중에서 가장 진귀한 것은 바로 토마토없는 아재버거였어요. 다른 건 토마토 빠졌다고 300원 할인인데 토마토없는 아재버거만 600원 할인이었거든요. 만약 나중에 또 이런 스페셜 메뉴가 부활한다면 할인가격이 일률적으로 맞춰질 확률이 높았어요. 그러므로 토마토없는 아재버거는 정말 진귀한 스페셜 에디션이었어요.


으으...참을 수 없어! 이건 꼭 당장 먹어야해!


무리였어요. 당장 궁금해서 먹으러 뛰쳐나가야만 했어요. 이런 진귀한 것은 존재할 때 빨리 쟁취해야 하거든요.


롯데리아로 갔어요.


'이거 낚시면 어떡하지? 우리 동네는 나중에 나오는 거 아니야?'


무인주문기 화면을 터치했어요.


롯데리아 초희귀 햄버거


"있다!"


한민족 5000년 역사에서 영원히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는 2020년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 한정 메뉴 햄버거들이 있었어요. 아재버거만 토마토없는 아재버거가 일반 아재버거보다 600원 저렴한 것도 그대로였어요.


토마토없는 AZ버거를 터치해봤어요.


토마토없는 아재버거 세트 가격


세트로 주문했어요. 조금 기다리자 한민족 5000년 역사에서 정말 진귀한 메뉴인 2020년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 한정 신메뉴 토마토없는 아재버거 세트가 나왔어요.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아재버거 세트는 이렇게 생겼어요.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아재버거 세트


다행히 케찹은 그냥 나왔어요. 토마토 귀하다고 감자튀김은 주고 토마토 케찹 안 줬으면 화났을 거에요.


롯데리아 신메뉴 토마토없는 AZ버거 햄버거 (2020년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 한정 메뉴)


롯데리아 홈페이지에서는 토마토없는 아재버거 햄버거에 대해 '육즙 가득 순쇠고기 패티와 통밀발효종 효모가 사용되어 부드러운 브리오쉬 번. 좋은 재료와 맛의 A to Z를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 (토마토 미포함)'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평범한 AZ버거 설명과의 차이점은 뒤에 괄호쳐서 적혀 있는 '토마토 미포함' 뿐이었어요.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아재버거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아재버거의 가장 큰 특징은 진짜 토마토가 안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토마토가 없으니 볼륨감이 그만큼 줄어들었고, 빨간색이 사라지면서 노란색 체다치즈가 엄청 부각되었어요.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AZ버거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아재버거 가격은 단품 6000원, 세트 7700원이에요. 롯데리아 아재버거 가격이 단품 6600원, 세트 8300원인 거에 비해 단품, 세트 모두 600원 저렴해요.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AZ버거 열량은 단품 540kcal, 세트 934kcal 이에요. 롯데리아 아재버거 열량이 단품 547kcal, 세트 941 kcal 인 것에 비해 단품, 세트 모두 7kcal 씩 낮아요.


토마토없는 AZ버거 햄버거


번을 들어봤어요. 머스타드 비슷한 소스와 양상추, 생양파, 체다치즈와 바싹 구운 패티가 보였어요. 토마토가 시각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볼 수 있었어요. 그 빨갛고 둥근 것 하나 빠졌다고 햄버거 모습이 아주 밋밋해졌어요.


롯데리아 신메뉴 토마토없는 AZ버거 햄버거


솔직히 웃기 위해 먹으러 간 거였어요. 토마토 수급 대란으로 인해 토마토없는 햄버거 버전을 따로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웃기잖아요. 올해 자체가 먼 미래에 되돌아보면 어이없어서 웃을 한 해인데 그냥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패스트푸드 업계가 토마토 때문에 뒤집어졌고, 롯데리아는 토마토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토마토없는 AZ버거를 급히 메뉴에 추가했어요.


뭐야? 이거 맛있는데?


맛을 기대하고 간 것이 아니라 웃음을 기대하고 간 것이었는데 의외로 맛있어서 놀랐어요.


토마토의 족쇄에서 탈출한 재료들의 탈주 본능


햄버거는 약간 느끼한 맛이 있었어요.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햄버거에 굳이 토마토를 집어넣는 이유는 감칠맛을 더해주기 위해서도 있지만 느끼함을 잡기 위해서도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햄버거에 구운 토마토를 집어넣지 않고 반드시 조리하지 않은 토마토 날것을 슬라이스로 잘라 집어넣는 이유는 패티, 치즈 등이 만들어내는 느끼함을 잡기 위해서라고 보는 게 맞아요. 물 많은 토마토의 시원함과 새콤함이 느끼함을 많이 줄여주거든요. 그런데 토마토가 빠지니 패티와 치즈는 아주 원색적인 맛을 과감없이 드러내었어요. 치즈는 치즈대로 나는 원래 느끼한 존재라고 치즈향을 팡팡 풍겼고, 패티는 패티대로 내 고기향 어택을 견뎌보라고 고기향을 마음껏 뿜어내었어요. 토마토의 족쇄에서 해방된 패티와 치즈는 마음껏 느끼함과 풍부한 향을 자랑하며 광란의 질주를 시작했어요.


AZ버거 번은 달콤한 맛을 뿌리며 달렸어요. 토마토가 있었을 때는 토마토의 족쇄에 묶여서 햄버거 번 자체의 단맛이 많이 감소했을 거에요. 그러나 토마토가 빠지자 햄버거 번에서 느껴지는 단맛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어요. 햄버거 패티와 체다 치즈는 오히려 번한테 좀 더 힘껏 단맛을 소리질러보라고 옆에서 부추기고 있었어요.


여기에 짠맛도 느껴졌어요. AZ버거 번의 단맛과 짠맛이 섞이자 단짠 조합이 되었어요. 토마토가 없으니 단짠 조합이 아주 정확하고 확실하게 느껴졌어요. 짠맛이 단맛보다 더 많이 강했지만 단맛이 짠맛보다 약해서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이건 식사로 먹는 거니까요. 게다가 단맛은 콜라가 더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번의 단맛이 짠맛보다 강했다면 세트로 먹을 경우 단맛이 너무 강했을 거에요.


미군부대 근처에서 찾아보면 있을 거 같은 맛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AZ버거는 야채 역할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어요. 토마토가 들어갈 것에 맞춰서 만든 맛의 밸런스는 토마토가 빠지면서 각각의 재료가 질주 본능에 눈떠버렸어요. 단품만 먹기에는 조금 느끼했고, 맛이 약간 자극적이었어요. 미국식 햄버거라고 만들어서 내놓는 것들과 맛이 상당히 많이 비슷했어요.


그러나 미국식 햄버거라고 보기에는 번 때문에 무리였어요. 번에서 나는 단맛 때문에요. 번에서 나는 단맛이 이것은 한국의 햄버거라고 계속 주지시켰어요. 빵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는 주식으로 먹는 빵과 간식으로 먹는 빵의 경계가 매우 명확해요. 그리고 그 특징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단맛'이에요. 주식으로 먹는 빵은 심심하고 단맛이 없어요. 이는 상당히 당연한 것이에요. 우리도 식사에서 쌀밥 먹을 때는 밥을 그냥 먹지 밥에 설탕 쳐서 먹지 않잖아요. 누룽지를 간식으로 먹을 때 가끔 설탕 쳐서 먹구요. 이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롯데리아 토마토없는 AZ버거는 번에서 단맛이 매우 뚜렷하게 느껴졌어요. 이 단맛 때문에 미국식 햄버거라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들었어요. 그보다는 미군 부대 근처에서 찾아보면 있을 것 같은 맛이었어요.


롯데리아 신메뉴 토마토없는 AZ버거 햄버거는 2020년 9월 토마토 수급 대란 시즌으로 인해 급조된 메뉴에요. 그렇지만 이것은 이것대로 꽤 매력있고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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