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20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Hội Quán Quảng Đông

좀좀이 2020. 9. 7. 12:51
728x90

"이제 광동회관 들어가야지."


vietnam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Hội Quán Quảng Đông 주변을 돌아다니다 슬슬 안에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하늘을 한 번 쳐다봤어요.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지만 운이 정말 좋다면 이대로 비구름이 비를 뿌리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어 보였어요.


'빨리 다 돌아봐야겠다.'


일단 광동회관까지 보면 호이안 돌아보는 것은 대충 마무리될 거였어요. 주요 관광지 중 꼭 가봐야하는 곳은 대충 찾아가본 셈이었거든요.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비가 올 지도 신경써야 했고, 날 자체가 어두워지는 것도 신경써야 했어요. 사진기는 이미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고 제게 계속 알려주고 있었어요. 사진을 안 흔들리게 촬영하려고 하면 셔터스피드를 올려야 했고, 그러면 사진이 시커멓게 나왔어요. 반대로 밝기를 맞춰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사진이 너무 흔들렸어요.


아직 관광객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만약 날이 더 좋았다면 관광객들도 그만큼 더 좋았을 거에요. 사람이 없는 틈을 노려서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어요. 일단 입구 사진을 촬영했어요. 입구에는 한자로 廣肇會館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름은 광동회관인데 한자는 광조회관이었어요.


호이안 광동회관도 입장권을 받고 있었어요. 입장권 한 장을 뜯어갔어요.


베트남 여행


베트남 화교


'여기도 중국 분위기 나네.'


중국을 가본 적이 없었지만 딱 봐도 중국 문화 느낌이 엄청나게 많이 느껴졌어요.


'아, 여기는 중국인들이 만든 거지?'


호이안은 과거 국제 무역항이었어요. 국제 무역항에 드나드는 광동 출신 중국인 중 호이안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해요. 이렇게 호이안에 정착해 살던 사람들이 19세기에 호이안에 자신들이 모시던 여러 신들을 모시는 사당을 만들었어요. 이것이 바로 광동회관이에요.


베트남 화교 문화


vn


왜 자꾸 이런 모습이 어색할까?


아무리 봐도 어색했어요. 가슴이 뛰지 않았어요. 자꾸만 사진으로만 봤던 동남아시아 이미지를 찾고 있었어요. 그러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중국 문화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광동회관은 중국인들이 만든 것이니 당연히 중국풍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이것은 오직 광동회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어요. 후에에서 가본 곳들, 호이안에서 가보고 있는 곳들 모두 그랬어요. 사진으로 많이 보던 동남아시아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어요.


제가 지금 베트남 여행 온 것 맞습니까? 중국 남부 여행 온 것 아닙니까?


중국 문화에는 전혀 관심없었기 때문에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았어요.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에 왔다는 설레임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모습을 볼 때마다 자꾸 꺼져만 갔어요.


베트남 여행


베트남 호이안 여행


'여기는 중국인들이 만든 곳이니까.'


여기는 광둥회관. 애초에 중국인들이 만든 곳. 중국인들이 만들었는데 중국 문화 냄새 안 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야. 여기는 호이안에서 유독 중국 문화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이야. 중국인들이 만든 곳인데 당연한 거 아니야? 중국인들이 설마 베트남 문화 건축물과 비슷하게 만들었겠어? 여기는 대충 보고 나가도 돼. 화교 문화에는 전혀 관심없잖아. 이건 화교 문화이지, 베트남 문화가 아니야.


애써 부정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부정할 수 없었어요. 베트남 호이안 광둥회관에서 중국 문화 냄새가 짙게 나는 것은 사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광둥회관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어요. 후에에서도 상당히 강하게 느꼈거든요. 어렸을 적 봤던 베트남 전쟁을 다룬 미국 전쟁 드라마 머나먼 정글에서 나오던 베트남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어요. 머나먼 정글에서 봤던 베트남 분위기와 아예 다른 중국 문화 영향 짙게 받은 유적들이었어요. 괜히 베트남을 유교 문화권, 동아시아 문화권에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었어요.


받아들여야만 해. 하지만 도저히 안 받아들여져.


머리 속 베트남 이미지와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베트남 이미지의 괴리는 너무 심했어요.


베트남 화교 유적


베트남 겨울 여행


hoi an

광동회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바람은 남서쪽으로 - 20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Hội Quán Quảng Đông


"여기는 관우 모시네?"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삼국지 관우


삼국지 등장 인물 중 하나인 촉나라 관우를 모셔놓은 것이 보였어요. 중국에서 관우가 어쩌다가 재물의 신이 되었는지 참 궁금했어요. 베트남에서 관우는 Quan Công 이에요. 한국어로 하면 '관공'이에요.


광동회관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베트남 호이안 길거리 풍경


광동회관까지 둘러봤기 때문에 입장권을 사용하기 위해 더 둘러볼 곳이 별로 안 남아 있었어요. 나머지는 굳이 안 가도 될 것 같았어요. 어차피 오늘 뿐만이 아니라 다음날도 있었거든요. 이제 실내에 들어가면 셔터스피드가 너무 느리게 나와서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시꺼멓게 나오고 흔들려서 찍힐 사진을 찍으려고 실내 들어갈 바에는 남은 시간 동안 밖을 돌아다니며 호이안 길거리 사진 촬영하는 것이 더 나아보였어요.


베트남 문화


베트남 길거리 풍경


베트남 호이안 길거리 풍경


길거리 식당이 다시 열렸어요. 이제 저녁 식사를 판매하려고 하는 모양이었어요.


베트남 길거리 식당


가게 앞에는 제단이 조성되어 있었어요. 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베트남 전통 문화


"어? 인형 있다!"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이 보였어요. 정말 사고 싶었지만 전부 마그네틱으로만 만들어져 있어서 구입을 망설이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마그네틱이 아니라 인형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어요.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어요.


길거리를 계속 돌아다녔어요. 이번에는 외화를 베트남 동으로 환전해주는 가게가 나왔어요.


"환율은 노이바이 공항이 훨씬 낫네."


환율을 보니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환율이 훨씬 더 안 좋았어요. 게다가 재미있는 점을 하나 더 발견했어요. 50달러와 100달러 지폐 환율과 달러 소액권 환율이 달랐어요. 50달러, 100달러 지폐 환율이 달러 소액권 환율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무슨 지폐를 액면가에 따라 환율을 다르게 매기지?'


액면가에 따라 환율이 달라지는 것이 신기했어요. 베트남에서는 달러 고액권과 소액권 환율이 다르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설마 진짜 그럴까 싶었어요. 다 똑같은 달러니까요. 그렇지만 베트남 와서 보니 실제로 달러 고액권과 소액권 환율은 달랐어요. 달러 고액권이 달러 소액권보다 환율이 더 좋았어요. 같은 달러인데 소액권이라고 차별하는 모습이 희안하고 이상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달러 소액권과 고액권 환율은 차이가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달러가 낡으면 아예 안 받아줬어요. 우즈베키스탄은 오직 빳빳한 달러만 취급했어요. 달러가 빳빳한 것만 받아주고 낡은 것은 안 받아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위조지폐 문제 때문에 허름한 달러를 안 받아주는 거라고 했거든요. 허름한 달러와 신권 달러에 대한 환율 차이라면 위조지폐 리스크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이해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베트남은 낡은 달러 지폐에 대해 환율 차이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액권, 소액권에 따라 환율이 다른 것은 이해하기 많이 어려웠어요.


베트남 풍경 사진


"이건 베트남 풍경이다."


베트남 과일 장수


길거리 풍경은 제가 상상하던 베트남 이미지와 많이 비슷했어요.


베트남 호이안 여행


베트남 호이안 관광



가게 앞에서 가게 주인 아저씨가 제단에 향을 올리고 있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