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21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야경

좀좀이 2020. 9. 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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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다리도 갔고, 딘 캄 포도 갔고, 광동회관도 갔고...이제 대충 다 봤나?'


일본인 다리도 건넜고, 딘 캄 포도 갔고, 광동회관도 갔어요.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을 한 바퀴 대충 둘러본 것 같았아요. 이제는 여유가 생겼어요. 일단 대충 다 봤고, 사진도 그럭저럭 찍었거든요.


'정말 운 좋았어.'


아마 다낭은 여전히 비가 퍼붓고 있을 거였어요. 비구름보다 제가 빨랐어요. 비구름은 호이안으로 몰려오고 있었어요. 일기예보상 호이안은 이날 비가 내릴 거라고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호이안 올드타운을 대충 다 둘러보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어요. 예쁜 호이안 올드타운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을 아쉬워할 때가 아니었어요. 이렇게 비가 안 내려서 사진 찍으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크게 감사해야 했어요.


목적지 없이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호이안 시장이 나왔어요.


호이안 시장


'시장이나 둘러봐야겠다.'


아쉽게도 시장은 볼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파장 분위기였어요. 이미 문을 닫아버린 가게도 많았고, 상인 대부분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딱히 눈에 띄거나 인상적인 것도 없었어요. 후에에서 갔던 시장보다 규모는 작았고 특징도 딱히 보이지 않는 시장이었어요. 혹시 기념품 괜찮은 것을 판매하는지 찾아보며 다녔지만 그런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시장이었어요.


정처없이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저녁 5시 36분이 되었어요.


베트남 과일


'슬슬 호이안 구시가지로 돌아가볼까?'


2014년 12월 21일. 동지였어요.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날이었어요. 시각은 저녁 5시 36분. 여름이라면 엄청 밝을 때였어요. 그러나 겨울에 동지였기 때문에 이날은 해가 엄청나게 짧았어요. 이미 밤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가면 온통 깜깜해질 거였어요. 맑은 날이라 해도 금방 깜깜해질 동지인데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었어요.


'호이안 야경 좀 구경해야겠다.'


야경 사진은 아주 어두울 때보다는 해가 질 무렵에 촬영하는 것이 좋아요. 색채에 대한 것은 개인마다 달라요. 그렇지만 야경 사진을 완전히 깜깜해졌을 때보다는 빛이 어슴푸레하게 조금 남아 있는 저녁 시간에 촬영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색채 문제가 아니에요. 너무 깜깜하면 사진에서 시커멓게 찍히는 부분이 엄청나게 많아지거든요. 사실상 안 찍히는 부분이 크게 늘어나요. 여기에 셔터스피드도 엄청나게 길게 가져가야 해요. 장셔터를 쓸 수록 피사체가 많이 흔들려요. 삼각대를 사용하면 정지해 있는 것은 선명하게 찍을 수 있지만, 움직이는 것들은 매우 지저분하게 찍혀요. 그래서 그나마 셔터스피드를 조금이라도 빨리 가져갈 수 있는 시각인 빛이 조금 남아 있는 저녁 시간이 아주 깜깜한 심야시간보다 야경 사진 촬영할 때 더 좋아요. 길 가는 사람한테 내가 사진 찍으니 아예 비키든가 거기에 정지해 있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저는 베트남 여행 갈 때 삼각대를 가져가지 않았어요. 안 가져간 것이 아니라 삼각대가 아예 없었어요. 삼각대는 솔직히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쓸 일도 거의 없거든요. 최고의 결과물 한 장 얻기 위해 촬영해야 한다면 삼각대가 필수에요. 그렇지만 여행이 주목적이고 사진은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촬영하는 거라면 삼각대는 진지하게 안 들고 다니는 것이 좋아요. 이건 몇 번 경험해보면 알게 되요.


발걸음을 서둘렀어요.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호이안 구시가지로 가야 했거든요.


호이안 올드타운


바람은 남서쪽으로 - 21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야경


길거리 노점상들은 모두 철수했어요. 그러나 일반 상점 및 기념품 가게는 여전히 문을 열고 장사하고 있었어요.


베트남 호이안 종이등 가게


날이 어두워지자 종이등이 밝고 예쁘게 빛나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음식 냉장고 자석


다양한 베트남 음식 냉장고 자석도 매우 예뻤어요. 다양한 쌀국수도 있고 흰 쌀밥도 있었어요.


'저거 다 먹어보고 귀국하고 싶다.'


음식이 특히 맛있는 베트남이다보니 베트남 음식을 최대한 여러 종류 먹어보고 싶었어요. 냉장고 자석에 있는 음식 중 대부분이 제가 못 먹어본 베트남 음식이었어요.


베트남 겨울 여행


베트남 겨울 야경

베트남 호이안 겨울 여행


Hoi An


nightview of Hoi An, Vietnam


베트남 관광 사진


"여기 연도 파네?"


베트남 전통놀이 연


베트남 연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모양을 보면 우리나라 가오리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많이 다르게 생겼어요. 연에 꼬리를 다는 이유는 꼬리가 있으면 예쁜 장식이 되기 때문도 있지만, 균형 못 맞춘 연을 날리면 바람에 뱅뱅 돌아버려요. 연에 붙여 놓는 꼬리는 무게중심을 아래로 쏠리게 해서 연이 안정적으로 날 수 있게 해줘요.


화려한 새가 그려진 연도 있었고, 코끼리 모양 연도 있었어요. 코끼리 모양 연은 양쪽 끝이 커다란 귀이고, 꼬리가 코였어요.


베트남 호이안 여행


아주 깜깜한 밤풍경. 그러나 실제로는 고작 저녁 6시였어요. 당연히 아직 관광객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호이안 올드타운에서는 씨클로를 타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도 여럿 보였어요.


베트남 도자기


베트남 기념품 도자기


호이안 올드타운 야경을 구경하며 돌아다녔어요. 아직은 사진을 찍을 만 했어요. 너무 깜깜하지 않았거든요. 사진이 안 흔들리는 데에 비중을 많이 둬서 어둡게 촬영한 후 한국 돌아가서 후보정해서 사진을 살릴 계획이었어요.


베트남 길거리 노점상


베트남 호이안 밤거리 풍경


어둠 속에서 베트남 아오자이는 더욱 예쁘게 빛나고 있었어요.


베트남 아오자이


'슬슬 강가로 가볼까?'


베트남 꽝남성 호이안은 야경도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해요. 베트남 호이안 야경을 특히 빛내주는 것은 바로 호이안 시내를 흐르는 투본강 위에 떠 있는 많은 종이등이에요. 어둠 속 투본강 수면 위에서 반짝이는 종이등은 호이안 야경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에요. 투본강을 따라 흘러가는 종이등은 호이안 야경을 더욱 요정처럼 예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준대요.


'비 안 온다!'


만약 비가 내렸다면 종이등이 떠 있는 투본강을 볼 수 없을 거였어요. 그러나 다행히 비가 안 내리고 있었어요. 게다가 동지라서 저녁 6시 반도 안 되었는데 심야시간 못지 않게 아주 깜깜했어요.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이 이럴 때는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었어요. 가뜩이나 동지라서 해가 짧은데 먹구름 때문에 호이안 전체가 더 이른 시간에 매우 캄캄한 어둠에 휩싸였거든요. 지금 가서 보는 장면이나 진짜 밤이 되어서 보는 장면이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호이안이었어요.


투본강 강변으로 갔어요.


베트남 꽝남성 야경


투본강 너머쪽에는 불빛이 매우 환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아까 제가 도착했을 때는 텅 비어있던 식당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것 같았어요.


베트남 호이안 종이등 상인


강가에는 종이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나와서 종이등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베트남 호이안 투본강 야경


사람들이 이미 투본강에 종이등을 띄워보내고 있었어요.


베트남 호이안 야경 사진


'나도 등 하나 사서 띄워볼까?'


종이등을 팔고 있는 상인에게 갔어요.


베트남 호이안 문화


"한 개 얼마에요?"

"1만동이에요."


1만동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500원 정도였어요. 베트남 동은 뒤에 0 하나 떼고 나누기 2하면 원화와 얼추 맞거든요.


"등 하나 주세요."


1만동을 내고 등을 받아서 강물에 띄웠어요.


베트남 호이안


투본강 수면에 등을 띄우고 소원을 빌었어요. 제가 빈 소원은 이거였어요.


'아무 일 없이 잘 돌아가게 해주세요.'


여행 중 소원 빌 때마다 아무 일 없이 잘 돌아가게 해달라고만 빌어요. 여행 속 매 순간순간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거든요. 예전에는 저도 여행 중 소원을 빌 일이 있으면 복권 당첨이라든가 인생 역전 같은 거창한 소원을 빌었어요. 그렇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참 많은 일을 겪어봤어요. 불량청소년과 싸움 붙을 뻔한 적도 있었고, 도둑도 당해봤고, 소매치기에게 옷이 찢겨보기도 했어요. 이런 사소한 것들 외에 가장 놀랐던 거라면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교통사고로 손목이 절단될 뻔한 일이었어요. 진짜 찰나의 순간이었어요. 만약 1초만 늦었어도 손목이 잘려나갈 거였는데 그 1초 때문에 몸이 멀쩡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여러 일을 겪으면서 여행 다니며 비는 제 소원은 매우 소박해졌어요. 그저 별 탈 없이, 아무 일 없이 무사히 한국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게 되었어요.


베트남 투본강


Vietnam Photo


툭 투둑 투두둑 투두두둑


"어? 비 온다!"


투본강에 등을 띄우고 소원을 빌고 자리를 뜨는 순간이었어요.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다시 호이안 올드타운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trip to vietnam


호이안 야경은 정말 화려하고 예뻤어요. 누구나 다 황홀해하며 아름답다고 할 만한 장면이었어요.


베트남 호이안 야경 사진


다시 일본교로 돌아왔어요.


베트남 호이안 일본교 야경 사진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입구

빗방울이 점점 더 많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그래도 아직은 돌아다니며 사진 찍을 만 했어요.


베트남 밤거리 사진


"이거 뭐지?"


길바닥에 뭔가 잔뜩 떨어져 있었어요.


베트남 풍습


하나 주워봤어요.


베트남 전통 풍습


베트남 사람들은 저녁이 되자 길거리에 위 사진 속 도장 같기도 하고 사탕 같기도 한 것을 던져놓고 있었어요.


베트남 야경 사진


호이안 야경 사진

길가에 누가 불을 피워놨어요.


베트남 전통 문화 풍습


"왜 불 피워놨지?"


불이 활활 타고 있었어요. 왜 불을 피워놓았는지 궁금해졌어요. 주변을 둘러봤어요. 다른 곳에서도 불을 피워놨어요.


베트남 지전 태우기 문화


가짜돈인 지전을 태우고 있었어요. 장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빌고 있는 모양이었어요. 이 또한 동아시아권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문화 중 하나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제가 어렸을 적에는 지전 태우는 풍습을 따르는 사람이 간혹 존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지전 태우는 문화가 아마 사실상 없어졌을 거에요.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지전 태우는 문화가 남아 있었어요.


베트남 여행 사진


가게마다 제단이 차려져 있었어요.


베트남 전통 문화 제단


빗줄기가 더 강해지고 있었어요.


"슬슬 돌아가야겠다."


올 것이 닥쳐오고 있었어요.


베트남 밤길


베트남 골목길


베트남 야경 운치

"아, 망했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냈어요. 이제 우산을 쓰지 않으면 돌아다닐 수 없었어요. 비가 본격적으로 퍼붓기 시작했어요.


"일단 숙소 가야겠다."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저녁에 웨딩 촬영하던 베트남인들이 건물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어요.


베트남 풍경 사진


"아!"


갑자기 가벼워진 어깨. 바닥에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 가늘고 길다란 것이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사라져갔다.


노트북 가방이 땅바닥에 떨어졌어요. 깜짝 놀랐어요. 노트북 가방 안에 노트북 컴퓨터와 카메라가 들어 있었거든요. 바닥에 주저앉아 바로 노트북 가방을 들었어요. 비가 계속 많이 퍼붓고 있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가방이 많이 젖었는지부터 확인했어요. 다행히 가방은 별로 안 젖었어요. 겉표면만 살짝 젖은 정도였어요. 내부는 멀쩡했어요. 카메라도 다행히 멀쩡했어요.


"뭐가 문제였지?"


노트북 가방을 살펴봤어요. 노트북 가방을 하도 오래 써서 가방끈을 연결하는 철이 다 마모되어 있었어요. 가방끈을 연결하는 철이 끊어져 있었어요.


'아...골치 아프게 되었네.'


노트북 가방에 온갖 귀중품을 다 넣고 다니고 있었어요. 별도의 보조가방은 아예 들고 오지 않았어요. 노트북 가방은 항상 옆으로 메고 다녀야 하는데 이게 끈이 떨어져버렸어요. 그렇다고 손으로 들고 다니면 엄청 불편하고 무거웠어요.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카메라를 목에 메고 급히 노트북 가방 끈을 다시 노트북 가방끈을 연결하는 철로 된 고리에 끼웠어요. 다행히 철로 된 고리가 완전히 벌어져 있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한 번 끊어진 고리가 제대로 노트북 가방끈을 잡아줄 리 없었어요. 몇 걸음 걷자마자 다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어요.


급한대로 노트북 가방끈을 가방 손잡이에 묶어서 옆으로 메었어요.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무게 균형이 아예 안 맞았어요. 게다가 가방이 완전히 기울고 쏠려서 도저히 메고 다닐 수 없었어요. 그래도 이 상황에서는 그것 외에 방법이 없었어요.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노트북 가방을 엉거주춤 껴안고 숙소를 향해 걸어갔어요. 더 돌아다니고 싶어도 날씨도 최악이었고 노트북 가방도 최악이었어요.


hoi an photo


그새 신발이 다 젖어버렸어요. 비가 엄청나게 많이 퍼부었거든요.


베트남 여행 야경 사진


베트남 노점상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노점상 상인들. 오늘 장사는 완전히 망해버렸어요.


베트남 겨울 여행 야경 사진


소원을 빌며 강물에 떠내려보낸 수많은 종이등은 전부 비를 맞아 강 속으로 가라앉아버렸어요. 소원을 싣고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강바닥을 향해 빠져버렸으니 소원이 이루어질 리 없었어요. 빗물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종이등에 저주를 퍼부으며 강물 속으로 처박아버렸어요. 조금 전 수면에서 반짝이던 별이었던 종이등은 모두 까만 강물에 먹혀버렸어요.


베트남 12월 여행


인심 야박한 빗줄기 속에서 다시 투본강을 건너갔어요. 2014년 12월 21일 저녁 7시 26분. 더 이상 돌아다닐 방법이 없었어요. 그나마 행운이라면 투본강에 종이등이 떠내려가는 호이안 야경을 잠깐이라도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다낭에서 죽어버리기를 바랬던 먹구름은 기어코 호이안까지 기어와서 재수없고 저주받은 폭우를 마구 쏟아내고 있었어요. 호이안은 빗물에 잠겨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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