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음료는 수소 가스 음료인 애니닥터헬스케어 수소샘이에요. 탄산음료라고 하기에는 탄산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음료에 주입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명칭이 사실 안 맞아요.
작년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고르고 있었어요. 제가 안 마셔보고 궁금한 음료수를 찾고 있었어요. 눈에 들어온 음료수가 하나 있었어요. 리튬 배터리 디자인처럼 생긴 파란색 캔이었어요.
"수소샘? 이거 뭐지?"
수소샘 캔을 꺼내서 봤어요.
"뭐? 진짜 수소 음료라고?"
충격받았어요. 이름을 봤을 때는 무슨 수컷 한우처럼 힘을 낸다는 의미로 이름을 붙인 에너지 음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진짜 수소를 주입해 만든 음료였어요.
수소. 원소기호 H. 원소기호 1번.
수소는 터지는 기체잖아?
중학교 때였어요. 물을 전기분해하는 실험을 했어요. 실험관 두 개에 물을 꽉 채워서 수조에 거꾸로 박아놓고 전기선 가닥을 실험관 안에 집어넣었어요. 이렇게 하면 물이 전기분해되어서 수소와 산소가 실험관 안에 모여요. 양극에는 산소 기체, 음극에는 수소 기체가 수집되요.
전기분해 실험 과정은 솔직히 아주 재미없었어요. 실험관에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는 것 뿐이었거든요. 솔직히 과학 실험이란 자고로 성냥으로 불 붙일 일이 있는 실험이 꿀잼 보장이죠. 이래야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성냥으로 불장난하면서 놀거든요. 화학물질 실험도 재미있기는 한데 이것은 선생님이 화학물질 배분을 엄격히 해서 장난칠 거리가 없었어요. 전기 쓰는 건 지루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전기로 장난칠 것이 없었으니까요. 전기분해 과정에서는 성냥을 절대 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성냥 갖고 불장난을 할 수도 없었어요.
실험관에 기체가 충분히 모였어요. 선생님께서 성냥에 불을 붙여서 입구에 대어보라고 했어요. 먼저 산소부터 해봤어요. 산소는 이게 진짜 산소가 모인 건지 확인조차 제대로 안 되었어요. 산소가 있으면 불이 더 잘 탄다고 하는데 특별히 달라보이는 점이 전혀 없었어요. 성냥불은 그냥 성냥불이었어요. 산소가 풍부하면 보다 더 잘 탄다고 하는데 성냥불은 산소가 모인 실험관 앞에 가져가기 전이나 가져간 후나 똑같이 잘 타고 금방 꺼졌어요.
이제 수소가 수집된 실험관에 불 붙은 성냥을 갖다댈 차례였어요. 산소가 시시했기 때문에 수소도 별 거 없을 거라 예상하며 불 붙은 성냥을 실험관 앞에 갖다 대었어요.
삑!
'삑' 소리와 함께 불이 순식간에 실험관 끝까지 확 올라갔어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실험관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수소는 진짜로 불을 만나면 폭발하는 성질을 가진 기체였어요.
그러니까 이 음료수 삼키고 담배 물고 있다가 트림하면 터지는 거야?
그럴 리야 없겠죠. 그렇지만 일단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실험관에 모였던 얼마 안 되는 수소도 성냥불을 만나자 바로 터지는 것을 실험을 통해 직접 경험해봤거든요.
수소는 산성 아니야?
산성 물질은 수소 이온을 갖고 있어요. 황산, 염산, 질산 등 화학 시간때 달달달 외워야 했던 부분이었어요. 황산은 중학교 기술 시간때도 제법을 배웠어요. 황을 태워서 이산화황을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서 아산화황(삼산화황)으로 만든 후 물에 녹이면 황산이 된다고 배웠어요. 연합고사를 치뤄서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던 때였고, 연합고사에는 기술가정 과목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건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어요. 이렇게 중학교 때 산성과 수소 이온의 관계에 대해 엄청나게 중요하게 배운 후 고등학교 가서 화학 시간 때 또 배웠으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어요. 탄산 음료가 산성인 것도 이래서 기억하고 있어요.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면 탄산이 형성되거든요.
그러면 이건 엄청 시큼할 건가?
수소를 물에 쏴서 만든 음료는 산성을 띌 건가, 아니면 다른 물질일 건가.
이 두 기억 때문에 수소샘은 절대 안 마셔보기로 했어요.
'수소차 민다고 하더니 이제는 이런 것까지 내놓네.'
아무리 봐도 이건 왜 나왔는지 이해가 어려운 음료였어요. 정체 불명의 음료였어요. 음료의 존재 이유는 순수한 음료로써의 존재보다는 오히려 정부와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수소차를 밀고 있어서 그 기조에 올라타기 위해 나온 음료로만 보였어요.
수소의 폭발성은 워낙 악명 높고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소를 대량 생산할 경우, 이것이 과연 경제성이 있는지 말이 많았어요. 모두가 전기차를 밀라고 했지만 정부와 현기차는 계속 수소 자동차를 밀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저러다 진짜 현기차가 별명이 현실이 되어 흉기차 되는 거 아니냐고 비아냥대었어요. 이 음료수의 존재는 수소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닐까 진지하게 추측했어요.
그러다 올해 6월 초였어요. 한화 그룹이 미국 수소 트럭 제조업체 니콜라에 투자했다가 대박이 났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물론 니콜라는 아직 수소 트럭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수소 테마주에 한화가 투자했다는 뉴스가 퍼지면서 수소 트럭 테마가 형성되어서 미국 주식 투자하던 한국인들이 니콜라를 매수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니콜라 주가는 현재 작살나서 2020년 6월 9일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이에요.
전기차 테마주의 대장인 테슬라 주가는 무서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이건 올라갈 때는 팍 치솟고, 내려갈 때는 팍 내리꽂아버렸어요. 올라갈 때는 화성 가는 로켓, 내려갈 때는 지상 추락 로켓이었어요. 그렇지만 테슬라는 어쨌든 폭등했어요. 미국 주식 TSLA 는 공매도 숏충이 뚝배기 다 터뜨리면서 화성까지 날아갈 기세였어요. 테슬라 주식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이건 공매도 숏충이 뚝배기를 연료 삼아 태워가며 화성으로 날아가는 모습이었어요.
미국 주식 테슬라 TSLA 가 폭등하면서 덩달아 한국에서는 2차전지 테마주가 형성되었어요. LG화학, 포스코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이 2차전지 테마주라고 폭등했어요. 여기에 현기차는 수소 전기 대형 트럭 생산에 나섰고, 스위스로 첫 수출까지 했어요.
'진짜 수소샘 마셔봐야 하나?'
전기차, 수소 전기차 테마가 세계 주식 시장을 강타한 여름. 문득 수소 가스 음료 수소샘이 떠올랐어요. 마셔볼 때가 되었어요. 편의점으로 갔어요. 한 캔 사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수소 가스 음료인 애니닥터헬스케어 수소샘 캔은 이렇게 생겼어요.
수소샘 캔 배경색은 연한 파란색이에요. 가운데에는 물방울 모양이 있고, 물방울 모양 안에는 '덕유산 기슭, 맑은 물 물맛 좋은 수소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그 아래에는 SuSoSem 이라고 수소샘 영문명이 적혀 있었고, Premimum Hydrogen Water 라고 적혀 있었어요.
수소샘에는 수소가 0.00012% 함유되어 있고, 용존수소량은 2200~1600 ppb 래요.
수소샘은 제품 유형 중 혼합음료에 해당해요. 원재료는 정제수, 수소이고, 질소가 충전되어 있대요.
수소샘 유통전문판매원은 (주)애니닥터헬스케어 회사로,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에 위치해 있대요. 연구개발은 애니닥터 수소바이오연구소, 제조원은 (주)상일 회사래요.
무향 무미 무감
왜 내가 또 맹물 리뷰를 써야 하는가!
아무 향이 없었어요. 아무 맛도 없었어요. 아무 느낌도 없었어요. 그냥 맹물이었어요.
더 할 말이 없었어요. 아무 맛이 없고 아무 향이 없는데 뭐라고 하겠어요. 그래도 수소 가스가 들어갔다면 톡 쏘는 느낌이라도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그런 것도 없었어요. 무향, 무미, 무감 - 완벽한 맹물이었어요. 단 하나의 특징도 찾을 수 없었어요.
이게 어느 순간 편의점에서 안 보이게 된 이유를 알겠다.
그냥 맹물맛이라면 캔에 집어넣어서 판매할 것이 아니라 패트병에 집어넣어서 판매했어야죠. 광고 멘트도 잘못 되었어요. 아예 '수소가 들어간 물'이라고 써서 그냥 물맛이라는 것을 확실히 밝혔어야 했어요. 이건 저 말고도 특별한 무슨 맛이나 향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마셔본 사람들이 꽤 있을 거에요. 그러나 한결같이 저처럼 엄청나게 실망했을 거에요. 최소한 탄산처럼 톡 쏘는 느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깔끔하게 없었어요.
그렇다고 다 마시니까 트림이 꺽꺽꺽 나오는 것도 아니었어요. 진짜로 물 마신 후와 똑같았어요. 캔에 들어 있어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했는데 전혀 없었어요. 캔 디자인만 배터리처럼 생겼을 뿐이었어요.
수소 가스 음료이자 수소수라는 애니닥터헬스케어 수소샘은 그냥 맹물맛이었어요. 어디에서 특별함을 찾아야할 지 전혀 못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