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25 일본 도쿄 메구로구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 日本 東京 目黒区 ドン・キホーテ 中目黒 本店

좀좀이 2019. 10. 30. 08:18
728x90

"이거 컵받침 어떻게 다른 거 못 구하나?"

"새 것으로 하나 달라고 해봐."

"줄까?"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매장 컵받침은 종이로 된 1회용 컵받침이었어요. 컵받침에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음료 그림이 인쇄되어 있었어요. 여기 와서 기념품 사지 않고 컵받침을 기념으로 가져가면 딱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컵을 들고 올라가다가 커피를 조금 흘렸어요. 커피에 젖은 종이 컵받침 색깔도 예쁘기는 했지만 젖은 것을 들고 갈 수는 없었어요.


"직원한테 물어봐."


1층 계산대는 분주했어요. 이제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거든요. 직원들은 열심히 주문을 받고 있었어요. 밑져야 본전이었어요. 컵받침을 기념으로 꼭 갖고 싶었어요. 직원에게 다가갔어요. 이건 그냥 영어로 물어보기로 했어요. 계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영어를 매우 잘 했거든요.


"혹시 컵받침 하나 주실 수 있나요?"

"예."


직원이 컵받침 하나를 주었어요.


"혹시 다른 그림 없나요?"

"이것 뿐이에요."


제가 마신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한정 음료는 MELROSE-TOKYO 였어요. 그래서 MELROSE-TOKYO 그림이 그려진 컵받침을 갖고 싶었어요. 그러나 직원은 MELROSE-TOKYO 그림이 그려진 컵받침은 없다고 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직원에게 받은 컵받침은 제가 여기 와서 커피 주문했을 때 받은 컵받침과 똑같은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컵받침이었어요.


직원이 웃는 얼굴로 컵홀더 하나를 주었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컵받침


컵받침에 그려진 음료는 ICED SPARKLING ESPRESSO WITH MINT였어요.


그림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ミントと一緒にシェイクした

エスプレッソに

スパークリングウオーターを注いだ

ミントが香る爽やか味わい。


민트와 같이 쉐이크한 에스프레소에 스파클링 워터를 부어넣었습니다. 민트향기가 나는 상쾌한 맛.


컵받침에 그려진 음료인  ICED SPARKLING ESPRESSO WITH MINT 에 대해 잘 알았어요. 이럴 줄 알았다면 정말 평범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아이스 스파클링 에스프레소 위드 민트를 주문해서 마셨을 거에요. 그랬다면 컵홀더 그림과 제가 마신 음료가 완전히 일치했을테니까요. 그러나 이미 끝난 일. 지나가버린 순간이었어요. 다음 일정 때문에 이제는 진짜 나가야 했어요.


컵홀더를 가방 속에 집어넣고 밖으로 나왔어요.


도쿄 여행


아까보다 햇볕이 더 뜨거워졌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이제 조금 걸을까?"

"그래도 되구. 여기가 메구로강 벚꽃길이야."

"우리 여기 걷자. 다음 목적지까지 걸어갈 수 있지?"

"응. 걸어갈 수 있어."


다음 목적지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했어요. 경치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메구로강 양쪽 가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있었어요. 벚꽃이 핀다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벚꽃 구경하고 사진 찍을 거에요. 그러나 제가 갔을 때는 2019년 8월 29일. 도쿄도 한여름이었어요. 당연히 벚꽃이 있을 리 없었어요. 짙푸르고 까끌거리게 생긴 벚꽃 이파리가 무성히 돋아나 있었어요.


매우 여유로웠어요. 역시 하루를 이른 아침에 시작하니 마음이 급하지 않았어요. 아직 시간 매우 많이 남아 있었거든요. 이제 오전 10시였어요. 평소 여행다닐 때 같으면 이제 숙소에서 나오네 마네 하고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간다고 숙소에서 매우 일찍 출발했더니 일정 하나를 마쳤는데도 고작 오전 10시밖에 안 되었어요.


이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일정이 끝났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으로 메구로강 사진을 찍었어요.


일본 여행


"여기 강 맞아? 물이 너무 적은데?"


메구로강은 동네 하천 같았어요.


'이거 지금 물 흐르는 것도 어제랑 그저께 비 와서 흐르는 거 아냐?'


일본 도쿄 여름 여행


아무리 물은 빛의 굴절 때문에 수심이 얕아보인다지만 이건 정말로 얕은 하천 같았어요.


Japan


"설마 내일 비 올까?"

"일기예보에서는 내일 강수 확률 60%라고 했어."

"그러면 거의 온다는 거잖아."

"응."


정말 화창하고 맑은 하늘이었어요. 비가 내릴 거라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날씨였어요.


일본 하천


"우산 사야하나?"

"일기예보에서는 비 온다고 했어."

"아...고민되네."


기껏 망할 우산 버렸다고 좋아하고 있었어요. 정확히는 잃어버린 것이지만 버린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없어져서 너무 행복하고 속이 시원했거든요. 거기까지는 좋았어요. 문제는 바로 다음날 일정이었어요. 일기예보에 의하면 다음날은 역시나 또 비가 내릴 거였어요. 지금까지는 그래도 날씨 운이 어느 정도 따라주고 있었어요.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일정에 지장을 주는 타이밍에 비가 내리지는 않았거든요. 어디 실내에 들어가 있거나 일정 다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아예 출발 직전에 비가 내렸어요.


일기예보대로 비는 내리고 있었어요. 단지 제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어요. 이렇게 운이 계속 따라준다면 우산을 꼭 구입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냥 다녀도 상관 없었어요. 문제는 이렇게 좋은 날씨 운이 언제까지 이어지냐는 것이었어요. 분명히 비는 내릴 거였어요.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어요. 아무리 지금 화창하다고 해도 다음날 강수 확률은 60%였어요. 그 비가 언제 오느냐가 관건이었어요.


"우산 그냥 하나 살까?"

"그러든가. 여기 바로 옆이 돈키호테야."


하늘에 '내일 절대 비 안 내려'라고 적혀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치 영화 제목 '도쿄 맑음' 東京日和 처럼 며칠 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었어요. 하루 일정 전부를 묶어서 아예 제목으로 東京、晴れ 라고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만드는 하늘이었어요. 에어컨 바람을 쐬러 다시 실내로 꾸물꾸물 기어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햇볕이었어요. 비 올 구석이 아예 안 보였어요.


그러나 미래는 모르지.


어찌 할 것인가. 일본의 기상학 기술력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이 자연, 이 햇볕, 이 하늘을 믿을 것인가.


나는 과학을 택하겠다!


과학을 택하기로 했어요. 좋든 싫든 우산을 또 사기로 결정했어요. 돈이 조금 많이 아깝기는 했어요. 일기예보를 보면 다음날인 8월 30일은 강수 확률 60%였고, 귀국하는 날인 8월 31일은 맑을 거라고 했어요. 이날 - 8월 29일은 맑을 거였구요. 오직 바로 다음날인 8월 30일을 위해 일본에 제물로 또 우산 사는 값을 바쳐야 하는 기분이었어요. 8월 30일 강수확률 60%만 아니라면 우산을 구입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한 번 중국제 우산에 학을 뗀 것으로 충분했거든요.


"돈키호테 가자."


친구와 돈키호테를 향해 걸어갔어요.


"아, 여기가 돈키호테 본점이래."

"어?"

"우리 가는 곳이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이래."

"무슨 돈키호테 지역 본점 같은 건가?"


친구가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으로 가고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친구 말을 듣고 메구로구에 있는 돈키호테 지점들의 본점 아닌가 했어요. 아까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본 풍경은 큰 특징이 없는 풍경이었어요. 아주 평범한 동네였어요. 도쿄에서 사람들 거주하는 곳을 찾아가면 이와 비슷한 풍경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볼 것 같았어요. 번화가라는 느낌은 전혀 없고 그저 동네 사람들 살아가는 곳 느낌만 있는 곳이었어요.


그에 비해 돈키호테는 악명이라면 악명이 자자한 곳이었어요. 한국인 관광객들이 몰려가서 아주 약탈하듯 쇼핑하는 곳이었거든요. 일본에 전혀 관심없었던 저도 돈키호테 소리는 엄청 많이 들었어요.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돈키호테였거든요. 그런 돈키호테의 본점이 여기 나카메구로 벚꽃길 근처에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나중에 알았어요. 정확히는 이 여행기 쓰면서 알게 되었어요. 제가 갔던 나카메구로 벚꽃길과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근처에 있던 돈키호테가 바로 돈키호테 본사였어요. 메구로구에 있는 돈키호테 매장들의 본사라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모든 돈키호테 매장의 본사라서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 日本 東京 目黒区 ドン・キホーテ 中目黒 本店 이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돈키호테는 일본의 팬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 산하 대형 할인 잡화점이에요. 1호점은 도쿄도 후추시에 있다고 해요. 1997년 11월에 도쿄도 에도가와구 돈키호테 카사이점으로 본점을 옮겼고, 2006년 9월에 본점을 도쿄도 신주쿠 니시신주쿠 스미토모 빌딩 35 층으로 옮겼대요. 이후 2009년 9월에 본점을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으로 이전했다고 해요. 진짜로 돈키호테 본점은 메구로구에 있는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이었어요.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으로 갔어요.


"여기 우산 엄청 싸잖아!"


돈키호테 우산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 입구에 우산이 있었어요. 우산 사이즈가 매우 다양했어요. 제일 작은 것은 50cm 에 140g 이었고, 제일 큰 것은 63cm 에 305g 이었어요. 초미니 초경량 우산부터 일반 우산까지 있었어요.


"어떤 거 사지?"


일단 휴대성이 가장 좋은 것은 아무래도 제일 작은 우산이었어요. 그러나 제일 작은 우산을 구입했을 때 문제점이 있었어요.


이게 비를 다 막아줄 수 있겠소?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어요. 작은 우산을 구입하면 머리만 가려주고 온몸은 비에 다 젖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러면 우산을 구입하는 이유가 없었어요. 고작 머리 하나 안 젖자고 우산 사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제일 큰 거 골라야겠지?'


우산을 일일이 다 펴 볼 수 없었어요. 사이즈만 보고 골라야 했어요. 진열되어 있는 우산은 모두 휴대용 우산이었어요. 휴대용 우산이라면 크기가 클 리 없었어요. 아무리 크다고 해봐야 비가 퍼붓기 시작하면 상반신만 간신히 비를 막아줄 정도일 거였어요.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어요. 휴대용 우산 중 가장 큰 것을 고르면 되었어요. 그래서 63cm 에 05g 짜리 우산을 골라 집어들었어요. 우산 가격은 990엔이었어요.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뭐야?"


여백이란 하나도 없었어요. 여백이 없는 정도가 아니었어요. 정신 산만하게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


진짜 일본에서 여백의 미란 지옥불에 떨어져야만 할 죄악인가?


일본 도쿄 돈키호테


보기만 해도 눈이 피곤해지는 수준이 아니라 정신이 피곤해지는 수준. 상품이 여기저기 빼곡히 들어차있는 수준을 넘어서 천장부터 시작해 상품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어요.


일본 도쿄 돈키호테


여행기를 쓰면서 정보를 찾아보다 알게 되었어요. 일본 돈키호테 매장이 정신 사나운 이유는 이것이 컨셉이기 때문이었어요.


일본 돈키호테가 밀어붙이는 키워드 중 하나는 정글이에요. 일부러 다른 매장들과 달리 통로를 좁게 만들고 온갖 물건을 다 들여놓는대요. 아주 고의적으로 정신 사나워 보이라고 천장에도 물건을 매달아놓고 더 정신사나워 보이라고 통로를 좁게 만들어놓은 것이었어요.


그러나 이때는 이것을 몰랐어요. 그래서 돈키호테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이것이 일본인들이 추구하는 일본의 미란 말입니까!


일본 술


일본 미용용품


'여기에서 대체 뭘 고르라는 거지?'


정신 산만해서 뭐가 뭔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다 그게 그것 같았어요.


일본 도쿄


분명히 뒤지면 구입하고 싶은 게 많을 거였어요. 그러나 집중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어요.


일본 여행 여행기 예습의 시간 - 25 일본 도쿄 메구로구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 日本 東京 目黒区 ドン・キホーテ 中目黒 本店


한국과 일본의 미학의 차이를 아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한국에서 이렇게 물품을 진열해놓는다면 사람들이 모두 악담을 퍼부을 거에요. 그러나 일본 돈키호테는 아예 컨셉을 정신 사납고 정신 하나도 못 차리게 공간을 꾸며놓았어요. 이런 컨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일본인들 눈에 이것이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겠죠. 한국에서 이러면 욕만 엄청 먹겠지만요.


"상품 무지 많네?"


뭐가 있는지도 모를 수준이었어요. 상품 종류는 진짜 많았어요. 한 번 보고 다시 뒤돌아보면 또 다른 상품이 눈에 들어와서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못 느낄 정도였어요. 이렇게 정신 산만하게 만들어놓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같은 공간을 보더라도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계속 다른 공간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러나 나는 한국인.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저는 한국인이에요. 이런 디자인에 전혀 익숙하지 않아요. 가뜩이나 모든 상품이 일본어로 적혀 있어서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데 정신 하나도 없다 보니 뭐가 뭔지 딱 들어오는 것이 없었어요.


눈에 들어오는 상품이 하나도 없다보니 무엇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어요. 머리 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오직 하나 뿐이었어요. 너무 정신없어서 죽겠다는 것이요. 대체 일본인들은 여기에서 어떻게 쇼핑하고 필요한 물품과 사고 싶은 물품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신기했어요.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것 생각하고 왔다가는 사고 싶은 물건은 하나도 못 사고 눈만 뱅뱅 돌아가게 생겼어요.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 매장 안을 계속 돌아다니며 둘러봤어요.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담배를 판매하는 곳이 나왔어요.


"여기는 뭔 탄자니아 담배를 팔고 있어?"


탄자니아 담배


탄자니아 담배를 팔고 있었어요. 가격은 460엔이었어요.


"도미니카 담배도 있네?"


도미니카 담배


아프리카 국가인 탄자니아 담배만 팔고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저 멀리 태평양 넘어, 아메리카 대륙 넘어 위치한 대서양 카리브해 섬나라 도미니카 담배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이런 것은 한국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담배였어요.


"이거 우리나라에 없는 담배인데?"


한국 담배


엄청나게 충격받았어요. 한국 담배라고 진열되어 있는 상품은 Black Jack. 블랙잭 담배였어요. 이런 담배는 진짜 처음 보는 담배였어요. 한국에서 담배 판매하는 가게 중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담배였어요. 여러 가지 담배를 골고루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도 블랙잭 담배는 본 적이 없었어요. 흡연자라서 어지간한 담배는 다 꿰고 있어요. 그런데 블랙잭 담배는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이건 대체 무슨 담배이길래 여기에서 판매하고 있어?'


궁금하기는 했지만 구입하지는 않았어요.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담배가 있었거든요. 굳이 일본까지 와서 한국 담배를 구입하고 싶지 않았어요. 가격이 320엔이라 저렴하기는 했지만 전혀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어요. 담배는 김포국제공항에서 구입한 담배를 태우면 되었어요. 가뜩이나 우산 사서 990엔 날릴 건데 돈을 추가로 더 낭비할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천천히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을 돌아보고 있었어요. 자전거를 판매하는 곳이 나왔어요. 자전거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았어요.


"역시 여기는 엄복동의 나라가 아니네."

"응? 뭔 말이야?"


친구가 갑자기 뜬금없이 여기는 엄복동의 나라가 아니라고 말했어요. 친구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인터넷에서 '엄복동'이 영화 흥행을 평가하는 단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발단은 2019년 개봉한 한국 영화인 자전차왕 엄복동이었어요. 제작비를 무려 150억원이나 쏟아부었는데 관람객 수는 고작 172212명이었어요. 가수 비가 출연했다고 어느 정도 흥행할 거라 많이 떠들어대었지만 흥행 실적은 완전히 참담한 실패였어요.


자전차왕 엄복동은 온갖 비난이 쏟아진 영화였어요. 아무리 반일감정 이용해서 해먹으려고 해도 영화 자체가 엉망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엄복동'이라는 인물 자체가 문제가 많은 인물이에요. 자전거 도둑이거든요. 여기에 시나리오도 엉망이고, 흥행 요소라고는 가수 비 - 정준영이 출연한 것 밖에 없었어요. 그나마 비도 고작 한다는 말이 '술 한잔 마셨습니다... 영화가 잘 안되도 좋습니다. 하지만 엄복동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영화가 별로 일수있습니다 밤낮으로 고민하고 연기 했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습니다 저의 진심이 느껴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였어요. 말 그대로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어요.


이후 인터넷에서 영화 흥행 실적 논할 때 새로운 단위가 등장했어요. 바로 UBD 였어요. 관람객 17만명 = 1UBD 래요. UBD의 어원은 당연히 '엄복동'이었어요. 영화 흥행을 놓고 인터넷에서 이야기할 때 이제 UBD가 등장하곤 해요.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UBD 이야기가 나오면 망작이라는 의미구요.


이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에 진열된 자전거를 보더니 엄복동의 나라가 아니라는 말을 해서 매우 의아했어요.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인터넷에 그런 말 돌더라구. 우리나라는 자전거만 훔쳐간다구."


친구가 이야기해줬어요.


카페에서 지갑이나 핸드폰, 노트북 올려놓고 자리 비워도 사람들이 안 훔쳐간대요. 택배기사가 문 앞에 택배를 그냥 놓고 가도 저녁에 돌아가보면 택배가 잘 있대요. 아무도 문 앞에 있는 택배를 안 건드린대요. 아주 안전한 나라래요.


하지만 자전거라면?


한국에서 자전거는 아무리 잘 묶어놔도 다 뜯어간대요. 자전거만큼은 절대 안전하지 않은 나라래요. 뭔 수를 써도 다 훔쳐간대요.


이 말 듣고 엄청 깔깔 웃었어요. 너무 와닿는 말이었거든요. 진짜에요. 한국에서 카페에 뭘 올려놓고 가도 도난당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택배가 집 문 앞에 있어도 그거 건드리는 사람 거의 없구요. 그런데 자전거만큼은 엄청 많이 도난당해요. 한밤중에 아예 트럭 갖고 와서 묶여 있는 자전거를 다 훔쳐가는 경우도 있어요. 아침에 가보면 자전거 자물쇠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거죠. 바퀴 하나만 빼놓고 훔쳐가는 경우도 있고, 절단기로 자물쇠를 절단하고 훔쳐가는 경우도 있어요. 제 주변에 이렇게 해서 자전거를 도난당한 사람이 몇 있어요.


친구 말에 엄청 웃으며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을 쭉 둘러봤어요. 우산을 계산한 후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에서 나왔어요.


일본 도쿄 메구로구


뜨거운 햇살. 나카메구로 벚꽃길은 엄청나게 더웠어요.


日本 東京 目黒区


"여기 너무 마음에 들어!"


정말 마음에 드는 길이었어요. 평범한 일본인들이 거주하는 곳에 있는 길거리 풍경 같았거든요. 이런 길을 걸어보고 싶었어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길요.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달려갈 것 같은 풍경요.


도쿄 메구로구


나카메구로 벚꽃길을 따라 쭉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Tokyo


일본 도쿄 사진 촬영 명소


진짜 도쿄에 온 게 실감나!


trip in Tokyo


나카메구로 벚꽃길


日本 東京 目黒区 中目黒


너무 기분 좋았어요. 여기로 오면서 본 fufu 라는 단어는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렸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