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24 일본 최대 스타벅스 -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スターバックス リザーブ ロースタリー 東京

좀좀이 2019. 10. 2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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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람 별로 없다."


이렇게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한 이유는 바로 일본 최대 스타벅스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를 가보기 위해서였어요.


'내가 여행 와서 스타벅스 하나 가보자고 이렇게 일찍 일정을 시작하다니...'


재작년만 해도 스타벅스는 남자 혼자 갈 곳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엄청 웃기네.


지금 이런 내 자신이 매우 우스웠어. 진짜야. 재작년까지만 해도 스타벅스란 여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거든. 남자 혼자 거기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어. 그래서 주변에서 친구들이 스타벅스 간다는 말을 할 때마다 놀라곤 했어. 스타벅스에 대한 내 생각은 내가 대학교 진학하며 서울로 올라왔던 2000년대초에서 하나도 안 바뀌어 있었어. 재작년의 내가 이런 나를 본다면 미쳤다고 하겠지. 여행 가서 그렇게 할 게 없어서 스타벅스나 찾아가냐고 비웃을 거야.


일본 최대 스타벅스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 가자고 한 것은 저였어요. 친구에게 일본 최대 스타벅스는 어디냐고 물어봤어요. 친구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더니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라고 했어요. 여행 중 혹시 거기 갈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거기 막 몇백, 몇천 명 대기한대. 대기표 받아들고 주변 구경하고 와서 들어간다고 하더라."

"그러면 거기 아침 일찍 가버리면 되지 않을까? 설마 아침 6시에 와서 줄 서서 기다리겠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고 했어요. 솔직히 이런 곳에 수백 수천명이 줄을 서는 것은 관광객이 그만큼 몰려서일 거에요. 그런데 아무리 관광객들이 부지런하다고 해도 새벽 6시부터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 와서 줄 서서 대기하고 있을 거 같지는 않았어요. 오픈 초기에는 아마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오픈한지 몇 달 지났어요. 게다가 이런 곳에 눈에 쌍심지 켜고 달려가는 한국인들이 정부의 반일선동으로 인해 도쿄 여행을 잘 안 가게 되었대요. 이게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도쿄 여행 가는 한국인들이 줄었다면 보다 널널할 거였어요.


아무리 부지런한 관광객이라 해도 새벽 6시부터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지. 새벽 6시까지 움직이는 일은 많아도 말이야.


예전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야간 매니저로 일할 때였어요. 관광객들이 새벽 6시까지 놀고 들어오는 경우는 간간이 봤어요. 밤에 놀 것이 이것저것 많은 서울의 경우, 그렇게 동이 틀 때가 되어서 숙소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있어요. 꼭 술 마시고 클럽 가서 덩실덩실 부비부비 춤추고 놀아서 새벽에 숙소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어요. 야시장을 돌아다니면 새벽 4시 넘어서 들어오기도 했거든요. 동대문 야시장이 그 즈음까지 열려요. 그래서 보따리상 및 쇼핑하러 온 사람들은 동대문 야시장 싹싹 다 돌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러나 새벽 6시에 일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못 봤어요. 새벽 6시에 일정을 시작하는 사람들 중 진짜 전부라 해도 될 정도가 다 비행기가 아침 이른 시각에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거 아니고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어요.


이것은 제가 여러 나라를 여행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부득이하게 새벽 이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새벽 6시는 모두가 잠자는 시각이었어요. 일정을 아무리 빨리 시작한다고 해도 숙소에서 8시쯤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어요. 제가 8시쯤 나온다는 게 아니에요. 정말 일정을 빨리 시작한다는 관광객들 대부분이 그 즈음에 하루 일정을 시작했어요. 사실 관광객들은 보통 아침 9시에 움직이기 시작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침 8시는 어느 나라든 출근시간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침 9시 전에만 가면 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혹시 아침 일찍 일정 시작해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를 가는 일정을 넣을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친구는 된다고 했어요. 그 일정이 바로 지금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일정은 아예 상상도 못할 일정이었다는 거지.


이 일정을 넣자고 한 것은 저였어요. 그러나 스타벅스를 가보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이었어요. 불과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스타벅스란 나 혼자 절대 가지 않을 장소였어요. 거기 무슨 음료가 있든 별을 모으고 뭘 하든 다 관심없었어요. 스타벅스를 가게 된 이유는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에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마구 뿌리는 이벤트를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여러 장 받았어요. 그거 쓰려고 간 것이 스타벅스에 가기 시작한 이유였어요. 그렇게 몇 번 가보니 스타벅스도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혼자 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스타벅스도 종종 가게 되었어요.


2016년의 좀좀이가 2019년의 좀좀이를 보면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2016년까지만 해도 카페란 데이트할 때나 가는 곳이라 여겼어요. 혼자 갈 생각은 아예 안 했어요. 그러다 2017년에 24시간 카페 100곳을 찾아가보고 2018년에 이벤트로 받은 스타벅스 쿠폰 쓰려고 스타벅스 가면서 생각이 엄청나게 바뀌었어요. 이제는 카페는 적당히 시간 때우고 책 보고 글 쓰러 가는 곳으로 여기고 있거든요. 2016년 당시의 좀좀이가 오늘의 좀좀이를 본다면 엄청 신기해하고 한편으로는 엄청 경악할 거에요. 그리고 2016년의 좀좀이는 오늘의 좀좀이를 보고 스타벅스는 여자들만 가는 곳 아니었냐고 물어봤을 거에요. 아주 진지하게요. 제가 서울 처음 올라왔을 때만 해도 스타벅스는 그런 이미지가 엄청 강했거든요. 저는 그 이미지를 2018년까지 끌고오고 있었구요.


나도 내가 미친 거 닮다.


가볍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이것은 친구가 가자고 한 것이 아니었어요. 제가 가자고 한 것이었어요. 이왕 일본 도쿄 가는 것, '최고', '최대'라고 하는 것들을 보고 싶었어요. 그 중에 스타벅스가 있었구요. 그래서 제가 고른 일정 중 하나가 바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였어요. 스스로 왜 이것을 일정에 집어넣었는지 약간 이해가 안 되었어요. 2018년 8월만 해도 여행 중 이런 일정이 있다면 이딴 일정 왜 집어넣냐고 뭐라고 했을 거니까요. 저 스스로에게 일어난 너무 급작스럽고 격한 변화였어요. 그래서 아직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이해 잘 못 하는 느낌이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었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매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일본 여행 여행기 - 예습의 시간 - 24 일본 최대 스타벅스 -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와, 예쁘다!"


부드럽게 안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깔끔하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공간. 창 밖 메구로강 풍경과 잘 어울리는 목재 인테리어. 너무 휑하지도, 너무 비좁지도 않은 공간 배치. 잠을 몇 시간 못 자고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더위를 느끼며 온 보람이 있었어요. 아직 음료를 주문하지 않았고 전 층 다 둘러본 것이 아니었는데도요. 문 열고 내부를 본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여기가 일본 제일의 스타벅스란 거지?"

"응. 맞아. 여기가 제일 크대. 이게 세계에 5개 밖에 없는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이래."


친구에게 다시 여기가 일본에서 제일 큰 스타벅스 매장이냐고 물어봤어요. 친구가 맞다고 했어요. 일본에서 제일 큰 스타벅스 매장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딱 5곳 뿐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중 한 곳이라고 알려주었어요.


도쿄 스타벅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는 2019년 2월 27일에 개장식을 거행했어요. 아시아에서는 상하이에 이어 두 번째, 세계적으로는 다섯 번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이라고 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는 100가지가 넘는 독특한 커피 및 티 음료를 판매하는 매장이에요.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점은 주류도 판매하는 매장이라는 점이에요. 그리고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의 프린치 Princi 브랜드 베이커리 메뉴를 선보인 매장이기도 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는 메구로강 강변에 조성된 나카메구로 벚꽃길의 벚꽃을 테마로 삼아 실내 디자인을 꾸몄다고 해요. 그리고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의 건축가와 협업을 통해 건설된 스타벅스 유일의 로스터리 점포로도 유명해요.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쿠마 켄고 隈 研吾 Kengo Kuma 와 전세계 5개 로스터리 디자인을 모두 책임진 스타벅스 최고 디자인 책임자 리즈 뮬러 Liz Muller 가 협업했다고 해요. 리즈 뮬러는 기본 디자인 개념을 제공했다고 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는 일본 현지 공예가들의 힘을 많이 빌려서 세웠다고 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건물 전층인 4개층 모두 일본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적절하게 배합하기 위해 노력했대요.


일본 스타벅스


실내 인테리어에 나무 타일을 많이 써서 실내와 실외 창 밖 벚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평범한 건물에 들어온 기분이 아니라 풀냄새와 나무냄새가 나는 공원에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일본여행기


햇살이 실내로 부드럽게 들어오고 있었어요.


Starbucks in Tokyo


나른하면서 평화로운 아침이야.


아직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스타벅스 매장 안은 조용했어요. 빈 테이블이 매우 많았어요. 빈 테이블 위로 햇볕이 떨어져 부서졌어요. 산산조각난 햇볕 가루가 탁자 위에, 바닥에 소복히 쌓이고 있었어요.


1층 바닥은 어렸을 적에 '도께다시'라고 부르던 시멘트 바닥이었어요. 이것을 도께다시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도끼다시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일본어에서 온 말이에요. 일본어로 とぎだし 라고 해요. 


도끼다시는 건물의 바닥을 마무리할 때 시멘트와 돌을 섞어서 도장한 후, 건조가 되면 표면을 연마해서 무늬와 광택을 내는 것을 말해요. 요즘은 '도끼다시'라는 말을 쓰지 말고 제대로 된 건축 용어인 테라조 Terrazzo 라고 부르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그러나 건설업에서는 여전히 일본어의 잔재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어요. 저도 아직까지는 테라조라는 말보다는 도끼다시, 도께다시라는 말을 훨씬 많이 사용하고 듣고 있어요.


테라조 바닥


"도께다시 바닥 미끄러우니까 조심해라!"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마다 듣던 어머니의 말씀. 이런 테라조 바닥은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에 얼마나 안 미끄러운지가 중요하죠. 더욱이 여기는 카페니까 더욱 중요해요. 커피 들고 가다가 발 미끄러지면 커피도 잔 밖으로 쏟아지니까요. 여기 테라조 바닥이 비 오고 눈 오는 날 얼마나 안 미끄러운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간 날은 맑은 날이었거든요. 당연히 비 오고 눈 오는 날에는 입구에 신발 바닥 물기를 제거할 깔개를 설치해 놓겠죠.


일본 커피 문화


천장 인테리어에 나무 타일을 이용한 것은 일본 종이접기 예술이자 문화인 오리가미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래요.


일본 예술


일본 최대 스타벅스에 온 이유? 하나 더 있어.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아요. 하여간 제 고등학교 동창 친구 한 명이 서울로 놀러온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나라가 얼마나 일본 문화에 종속되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이때 저는 한창 밀크티에 빠져서 이런 저런 밀크티를 구해서 마셔보고 있었어요. 이 당시 일본 문화 추종 세력들이 일본 밀크티를 어떻게든 한국에서 띄워보려고 발악하고 있었어요. 일본 밀크티 지식을 퍼뜨리고 일본 밀크티를 기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여기저기에서 진행중이었어요. 이들이 억지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한국의 홍차 문화는 완벽히 일본 홍차 문화에 종속되어 있어요. 그리고 밀크티는 대체로 홍차에 우유를 섞어서 만들어요. 그렇다보니 일본 홍차 문화에 종속되어 홍차를 즐기던 한국인들이 밀크티에 대해서도 덩달아 아는 척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 밀크티 문화는 타이완 밀크티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때 일본 무슨 밀크티 마셔봤냐는 말, 일본 무슨 밀크티 맛있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하도 맛있다고 해서 저도 마셔봤어요. 마시고 욕했어요. 진짜로 욕했어요. 맛이 없어도 너무 없었거든요. 타이완 밀크티 및 동남아시아 밀크티 마시다가 일본 밀크티 마시니까 맹물도 아니고 밀크티도 아닌 이상한 맛이었어요. 무슨 냉침 밀크티라고 비싼 돈 받아먹는데 그거보다 그냥 공차 가서 밀크티 사서 마시고 아마스빈 가서 밀크티 사서 마시는 게 약 2배 더 맛있었어요.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 문화가 대체 얼마나 일본 문화에 종속되어 있는지 토로하던 중이었어요.


"우리나라 커피 문화도 일본 문화에 종속되어 있었어. 요즘은 그래도 이탈리아 같은 곳 가서 배워온 사람들 덕분에 많이 나아졌지만..."

"뭐? 진짜?"


친구는 우리나라 커피 문화조차도 원래는 일본 커피 문화에 종속되어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아...그래서 그랬던 건가...'


일본 문화에 종속되어 있는 것들을 보면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이 하나 있어요. 그놈의 디테일. 전혀 쓸 데 없는 디테일을 무지 강조해요. 물 중량 1나노그램이라도 틀리면 이건 쓰레기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그 특유의 불필요하고 과장된 엄격성과 진지함과 세밀함이 있어요. 이런 무의미한 수준의 차이조차 미친 듯이 따지는 분야라면 일본 문화에 종속되어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요. 더 웃긴 것은 외국 것을 이런 식으로 자기네 것으로 만들고, 이게 한국에 전파되어서 원래 것과는 전혀 다른 쓸 데 없는 엄격성과 진지함과 세밀함이 강조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에요. 심지어는 구분 자체가 틀린 경우도 있지만 아직 한국은 의외로 그리 국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 맞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어요.


친구 말을 듣고 커피 문화에 대해 그간 한국에서 접했던 것을 떠올려보니 납득이 갔어요. 뭔 쓸 데 없는 것을 엄청 강조하고 있었어요. 물방울 한 방울이라도 더 떨어뜨리면, 커피에 물 부을 때 약 0.001초라도 한 자리에 더 오래 머무르면 난리날 것 같이 떠들어대던 수많은 글들. 왜 커피에서는 그렇게 오두방정을 떨고 쓸 데 없이 엄격함과 세밀함을 강조하는지 궁금했어요. 유럽에서도 아랍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도 커피 대충 내려서 잘만 마시던데요. 그런데 친구 말을 들으니 그게 이해되었어요.


그래서 와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일본 카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 유명한 것은 스타벅스 로스터리에 있는 커피 저장 통이에요. '커피 캐스크'라고 한대요. 정확히는 볶은 커피를 저장하는 구리통이에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 있는 볶은 커피 저장통 높이는 16.7m 라고 해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 있는 커피 캐스크는 구리 제품을 망치로 두들겨 만드는 일본 전통 방식인 '쓰치메'라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해요. 참고로 이 볶은 커피 저장통을 제작할 때 모든 로스터리 건물 건축 관련자들이 망치로 이 구리통을 때려보는 기회를 얻었고, 그 결과 울퉁불퉁한 질감과 패턴을 만들어내었대요. 그리고 이 구리로 만든 볶은 커피 저장통 외관은 수제 구리 벚꽃으로 장식해놓았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커피 저장통


"커피 뭐 주문하지?"


메뉴를 봤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만 판매하는 메뉴를 고르기로 했어요.


내가 스타벅스 와서 1100엔짜리 커피를 마시다니...진짜 놀랄 노자다.


제가 주문한 커피는 MELROSE-TOKYO 였어요. 가격은 1100엔이었어요. 예, 아무리 제가 이제 카페 가는 것에 아무 거부감 없다고 해도 커피 한 잔에 1만원 내고 마시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일본 도쿄 와서 1100엔 내고 커피를 주문했어요.


직원은 영어를 매우 잘 했어요. 단, 한국에서 흔히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발음하는 영어 발음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한국에서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의 영어 발음에 비해 보다 뻣뻣하고 혀를 덜 말았어요. 발음만 갖고 이게 미국식 영어인지 영국식 영어인지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어요. 직원의 영어 발음이 좋았지만, 혀 말린 발음이 두드러지는 미국식 발음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았어요.


커피를 들고 3층으로 올라갔어요.


일본 도쿄 나카메구로 벚꽃길


3층 좌석에 앉아서 밖을 봤어요. 제 시야 높이와 나카메구로 벚꽃길의 벚나무 꼭대기 높이가 비슷했어요.


Starbucks in Japan


커피를 자리에 놓은 후 카메라를 들고 조금 돌아다녔어요.


スターバックス リザーブ ロースタリー 東京


スターバックス


"진짜 예쁘게 잘 만들었다."


スターバックス リザーブ


'내가 하다하다 이제는 이런 것까지 즐기는구나.'


일본여행


여기는 친구는 별 관심 없었어요. 제가 가자고 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친구 것까지 제가 지불했어요. 그게 당연했어요. 만약 아침에 친구가 저를 깨워주지 않았다면 못 왔을 거니까요.


スターバックス リザーブ ロースタリー


여유로웠어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이 시각에 카페에 오는 관광객은 별로 없거든요. 이제 아침 8시 반도 안 되었어요.


이것이 제가 주문한 1100엔짜리 커피인 MELROSE-TOKYO였어요.


18 MELROSE-TOKYO


19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MELROSE-TOKYO 커피


"이거 아주 사진이란 사진은 다 찍고 마셔야지."


무려 1100엔 짜리 커피. 내가 맨정신으로는 절대 주문하지 않을 가격. 그러나 주문했고, 커피를 받았어.


1100엔짜리 커피. 사진을 최대한 예쁘게 찍어주마. 이렇게라도 즐기고 본전 뽑아야지.


The Tokyo Roastery


Starbucks Reserve Roastery Tokyo


아...무리입니다. 평소에 사진 찍는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갑자기 노력한다고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평소에 워낙 사진을 대충 찍은 후유증. 아무리 예쁘게 사진을 찍으려 노력해도 평소에 노력을 안 했더니 사진을 멋지게 찍을 수 없었어요. 굳이 변명하자면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구도 잡기 상당히 어려웠어요.


"여기 진짜 술도 파네?"


starbucks in Tokyo, Japan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는 주류가 들어간 칵테일 같은 것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이런 게 아침의 여유인가.


이런 여유는 좀좀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소!


아직도 아침 8시 반조차 되지 않았어요.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2019년 8월 29일 아침 8시 20분이었어요. 이 시각은 제가 잠자고 있어야 정상인 시각이었어요. 일상에서도 이 시각에는 잠자고 있을 시각이었어요. 여행중?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이른 시각에 깨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어요. 있기는 있어요. 그 대부분이 야간 이동 후 버스나 기차에서 내렸기 때문에 깨어 있었던 것이었어요. 이런 건 자발적으로 깨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기상당한 것이라 해야겠죠.


어색함의 극치였어요. 모든 것이 다 어색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이 이상함.

내가 내 발로 일부러 스타벅스로 간 것이 이상함.

내가 스스로 1100엔짜리 커피를 주문한 것이 이상함.

하루를 이렇게 일찍 시작한 것이 이상함. 그것도 무려 여행임.


전혀 나 답지 않은 일련의 행동.


두 눈을 감았다.


이것은 적응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적응 안 한다고 이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잖아. 왔어. 내가 주문한 1100엔 짜리 커피가 놓여 있어. 바닥이든 침대든 드러누워 있어야 할 시간에 의자에 앉아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감상하고 있어. 익숙해져야지. 익숙해져야 해.


커피를 한 모금 마셨어요. 체리 아이스커피였어요. 커피에서 체리향이 통통 튀며 춤추고 있었어요. 이쑤시개 같은 막대에 꽂혀 있는 체리에서 체리향이 커피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어요. 커피향이 북적이는 공간. 긿 잃은 아이처럼 방황하던 체리향은 커피향의 인파 속에서 춤을 추었어요. 무표정한 표정으로 갈 길 가는 커피향 인파. 그 속에서 춤추는 체리향은 비록 혼자였지만 누가 봐도 존재감만큼은 커피향 못지 않았어요.


친구와 잡담을 하며 느긋하게 앉아서 아침 시간을 보냈어요. 중국인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모두 관광객이었어요. 중국인들도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놓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어요.


빈 자리가 하나 둘 사라져갔어요. 이제 관광객들이 아침 일정을 소화할 시간이었거든요. 카페 안은 쾌적하고 조용했어요. 중국인들도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있었어요.


'이런 아침을 즐겨도 되나?'


혼자 웃었어요. 너무 저답지 않은 행동이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웃겼어요. 남들이 하루 일정을 시작할 때, 저는 이미 하루 일정 중 첫 번째 일정을 끝냈어요. 이제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기 진짜 오후 되면 대기 꽤 많겠는데?'


아침 9시가 넘자 빈 자리가 거의 없었어요. 이제 사람들이 일어나 여기로 오고 있었어요. 이런 기세라면 이따 오후가 되면 빈 자리가 하나도 없고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을 것 같았어요. 이른 아침에 오기를 정말 잘 했어요. 만약 오후에 왔다면 여기에서 백 단위 적혀 있는 대기표 받고 주변에서 시간 때울 곳 없나 어슬렁거리면서 내가 이짓을 왜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을 거였어요.


"이제 가자."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빈 컵을 반납하고 먼저 4층으로 올라갔어요.


trip in Japan


티백 껍질을 이용해 벽을 예쁘게 꾸며놨어요.


일본 미적 감각


잘 보면 TOKYO 라는 글자가 보여요.


일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일본 스타벅스 인테리어


"이게 커피 캐스크구나!"


세계 최대 스타벅스 커피 캐스크가 어디 있는지 계속 찾고 있었어요. 구리로 된 커피 캐스크는 매장 한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구리 기둥이었어요.


세계 최대 스타벅스 커피 캐스크


"여기도 여백의 미 따위란 없네."


일본 문화


만약 한국이었다면 구리로 된 커피 캐스크를 어떻게 예쁘게 장식했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에요. 만약 한국이었다면 이렇게 커다란 구리로 된 커피 캐스크 위에 음각으로 그림을 새겨놨을 거 같아요. 아마 십장생도에서 모티브를 따왔을 거에요. 그래서 한 층씩 걸어올라갈 때마다 산 위로 올라가고, 4층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는 하늘 풍경이 보이게 구름과 해를 새겨놓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양각보다는 음각을 선택했을 거에요. 우리나라라면 반질반질한 커피 캐스크 위에 그렇게 그림을 음각으로 새겨넣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여기는 일본. 일단 구리로 된 커피 저장통을 망치로 두드려서 요철을 만들어놨어요. 당연히 여백 같은 것은 없었어요. 울퉁불퉁하고 불규칙적인 요철이 커피 캐스크 전면을 덮고 있었어요. 비어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이렇게 촘촘한 요철로 뒤덮힌 커피 캐스크 앞에는 수제 구리 벚꽃 장식을 촘촘히 매달아놨어요. 울퉁불퉁한 벚나무 기둥에 벚꽃이 가득히 피어난 모습을 연상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만든 것 같았어요.


상당히 화려했어요. 그리고 여백의 미를 안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 미술 특유의 모습이 여기에도 크게 반영된 것 같았어요. 커피 캐스크와 카페 공간 사이의 텅 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구리 벚꽃을 많이 매달아놓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내가 일본인이었다면 이 커피 캐스크가 어떻게 보였을까?'


궁금했어요. 만약 제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이었다면 이 커피 캐스크는 전혀 다르게 보였을까요? 이것은 제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세계였어요. 일본인에게 이 커피 캐스크에 대한 감상을 직접 듣지 않는다면 일본인들 눈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 있는 구리 커피 캐스크가 어떻게 보이는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거에요. 당연히 지금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 있는 구리 커피 캐스크가 일본인들 눈에 어떤 아름다움으로 보이는지 전혀 몰라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구리 커피 캐스크


the beauty of Japan


천천히 잘 둘러보며 아래를 향해 내려갔어요.


일본 도쿄 메구로구


'이거 한 송이 따가고 싶다.'


일본 구리 벚꽃 장식


만약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 구리 벚꽃 장식을 팔았다면 분위기에 취해서 하나 구입했을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구리 벚꽃 장식은 판매하고 있지 않았어요.


東京旅行


도쿄 여행


东京 星巴克


일본 최대 스타벅스 -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다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1층으로 내려갔어요. 1층에는 제가 여기 도착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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