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23 일본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 나카메구로역, 도쿄 아침 거리 풍경 東京 地下鉄 2号線 日比谷線 中目黒駅

좀좀이 2019. 10. 2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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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친구가 흔들어 저를 깨웠어요. 전날 일찍 자야 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일찍 자지도 않았어요. 숙소 돌아왔을 때가 밤 11시였거든요. 밤 11시에 돌아와서 씻고 TV 조금 보다 TV 끌 때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2019년 8월 29일이 되어 있었어요.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거든요. 다음날 일정은 무조건 일찍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잠을 빨리 자야 했어요. 그러나 정작 잠을 잔 시각은 별 차이 없었어요.


"몇 시야?"

"5시."


친구가 5시라고 했어요. 일어나야 했어요. 이제 일어나서 씻어야 빨리 출발할 수 있었거든요. 정말 졸렸지만 몸을 일으켜 세우고 TV를 켰어요. TV는 일본어로 뭐라고 떠들어대고 있었어요. 밤새 상당히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인상적인 꿈은 아니었어요. 그냥 기분 나쁜 꿈이었어요.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도 기억나지 않고 그저 참 기분 별로인 꿈을 꿨다는 느낌만 남아 있었어요. 찜찜한 느낌이 드는 꿈은 아니었어요. 뭔가 암시하는 것 같은 내용은 아니었거든요. 의미 없는 내용인데 그냥 꿈 내용이 짜증나는 꿈이었어요. 꿈에 대한 기억은 금방 사라졌어요. 꿈이 남긴 느낌도 TV에서 나오는 일본어 소리와 영상에 빠르게 사라져갔어요.


비틀거리며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시원한 찬물로 샤워를 하자 정신이 돌아왔어요. 다리 피로는 조금 줄어들었어요. 10시간 정도 푹 잤다면 아주 좋은 컨디션이었을 거에요. 그러나 그렇게 느긋하게 잘 시간이 없었어요. 4시간 반 정도 잔 거 같았어요. 아마 1시에 잠들었을 거에요. 그래도 그 시간이라도 누워서 편하게 잤다고 기분이 상쾌하고 다리도 안 아픈 것 같았어요.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입으며 TV를 봤어요. 일기 예보가 나오고 있었어요.


"오늘 맑네?"

"내일 또 비온대."

"또?"


일기예보에 의하면 다음날 비가 또 내릴 예정이었어요. 전날 우산을 잃어버렸어요. 우산이 없었어요. 그런데 다음날은 강수 확률이 높았어요. 이러면 우산이 또 필요했어요.


"오늘 우산 사야 해?"

"내꺼 같이 쓰고 다니든가."

"너꺼 우산도 작잖아."


친구 우산을 같이 쓰고 다니는 방법이 있기는 했어요. 문제는 친구 우산이 작다는 것이었어요. 가방에 쏙 들어가는 우산이었기 때문에 혼자 쓰기에 딱 알맞는 크기였어요. 같이 쓰고 다닌다면 둘 다 머리카락만 안 젖고 나머지 부분은 전부 젖을 거였어요. 일본 도쿄 날씨는 계속 사람 약올리고 있었어요. 비가 내린다고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습도만 대기권 돌파하게 끌어올리고 있었어요. 게다가 비는 자꾸 내린다고 하고 있었구요. 아직까지 비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적은 없었지만 다음날 비가 또 온다는 소식은 절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어요.


"그러면 오늘 맑고 내일 비오고 모레 맑은 거야?"

"그럴 거래."


첫 날은 맑았어. 둘째날은 흐렸지만 괜찮았어. 셋째날은 다행히 실내를 돌아다닐 때 비가 다 왔어. 오늘은 맑아. 내일은 또 비와. 그리고 떠날 때가 되어서야 비가 그치고 다시 맑아진대.


내가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날씨 운이 더럽게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날씨 운이 정말 안 좋았던 적이 한 번 있기는 했어요. 2009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발칸유럽과 중부유럽을 돌아다녔던 때요. 그래도 그때 비가 내리지는 않았어요. 눈이 많이 내렸죠.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데에 그렇게까지 큰 지장은 없었어요. 단지 길바닥이 미끄럽고 신발은 새로 산 것조차 물이 새서 동상 걱정하며 아장아장 걸어다닌 것 뿐이었어요.


이렇게 여행 일정 내내 비 걱정하고 비 내린 적은 없었어요. 아무리 동남아시아 우기 때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도 우기 때 갔던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에서 비를 만난 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때도 숙소 들어와서 샤워하고 빨래하면 그때부터 밖에 폭우가 쏟아졌죠.


아사쿠사 센소지 절당 파워와 요요기우에하라 도쿄 자미 모스크의 파워로도 안 되는 것인가. 이것은 부처님과 알라의 콜라보로도 막을 수 없는 불운이란 말인가. 내가 모스크까지 바득바득 일부러 기어갔는데도 알라신 파워는 오늘 하루 맑은 것으로 끝이란 말인가!


'오늘 우산 다시 사야 하나?'


참 고민되었어요. 이건 예상에 전혀 없던 지출이었거든요. 또 세븐일레븐 편의점 가서 그 쓰레기 같은 중국제 우산을 다시 사고 싶은 마음은 아예 없었어요. 일본이라고 중국제가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어요. 중국 제품은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다 질이 형편없는 쓰레기인 모양이었어요. 중국 수준이 그렇죠. 그래도 후진국에서 판매하는 중국 제품보다는 질이 낫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할 거였어요. 만약 후진국에서 중국 우산을 샀다면 빗물이 떨어질 때마다 물이 빠져서 색색의 물방울을 보고 바람 한 번 불어서 우산 뒤집히면 완전 아작났겠죠.


일단 빨리 출발해야 했어요. 숙소에서 나왔어요. 이른 아침에 가야 하는 곳은 일본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 나카메구로역이었어요. 히비야선은 일본 도쿄 지하철 2호선. 여기를 가기 위해서는 먼저 아사쿠사역으로 가야 했어요. 아사쿠사역에서 긴자선을 타고 히가시긴자역으로 간 후, 지하철을 환승해서 히비야선을 타고 가야 했어요.


일본 도쿄 아침


2019년 8월 29일 새벽 6시 19분. 거리는 매우 한산했어요. 아직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출근할 시간이 아니었어요.


"담배 가게 사진 하나 찍고 가야겠다."


첫날 휴대용 재떨이를 구입한 담배 가게 사진을 못 찍었어요. 지금은 거리에 사람이 아예 없다시피 했어요. 담배 가게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어요. 사람 없는 깔끔한 사진 찍기 좋은 시간이었어요.


일본 담배 가게


아사쿠사역에 가는 길 중 아사쿠사 센소지를 통과해 가는 길로 가기로 했어요.


일본 건축


'이건 진짜 오래된 건축물일까?'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 있었어요. 이 건물이 진짜 오래된 건물인지 궁금해졌어요.


아침 6시 22분. 아사쿠사 센소지에 도착했어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


"아침 예불 하나?"


아사쿠사 센소지 안에서 스님들이 경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웅얼웅얼거리는 소리 같지만 신비한 힘이 있는 소리였어요. 공포 영화 배경 소리로 사용하면 상당히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음인데 울림이 있었거든요. 묵직함도 있었구요. 인간의 업보라든가 어기면 안 되는 금기를 어겼을 때, 그리고 퇴마 장면에서 사용하면 매우 잘 어울릴 소리였어요.


"우리 대법당 가보자."


아침에 이렇게 스님들이 경을 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아침 예불이 진행중인 것 같았어요. 예상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기는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센소지 대법당을 잠깐 올라가서 보고 나와도 될 정도의 시간적 여유는 있었어요. 일본의 아침 예불은 어떤지 궁금했어요.


사실 그 이전에 일본 불교에서는 절을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했어요. 일본에서 절에 갔을 때 절하는 방법 그 자체가 궁금했어요. 법당 안에 들어갈 방법은 딱히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대법당 불전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상태로 허리만 가볍게 까딱거리고 갔어요. 한국에서는 대법당 안에 들어가서 완벽히 엎드렸다 일어났다 하면서 절을 해요.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이런 모습을 아예 못 봤기 때문에 더욱 궁금해졌어요. 간단히 인사나 드리고 가는 사람들과 진짜 한국처럼 엎드렸다 일어났다 하며 절을 하는 사람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지, 아니면 일반 신도들은 모두 밖에서 서서 가볍게 허리만 까딱거리고 가게 되어 있는지요.


대법당으로 올라갔어요. 안에서 스님들이 경을 외우고 있었어요. 법당 안에는 오직 스님들만 계셨어요. 일반인은 보이지 않았어요. 일반인들은 모두 대법당 앞에서 서서 허리만 까딱거리며 인사하듯 절하고 가고 가고 있었어요.


센소지 대법당 내부를 사진으로 찍고 싶었어요. 그러나 센소지 대법당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였어요. 그래서 대법당 앞에서 본 센소지 풍경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


"어서 가자."


친구가 가자고 했어요. 센소지 대법당에서 내려와 다시 아사쿠사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일본 도쿄 아침 아사쿠사


'아침은 조용하구나.'


日本 東京 浅草


일본여행


아사쿠사 센소지는 야심한 밤에도 관광객들이 있는 곳이었어요. 밤 늦게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 야경 촬영하러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러나 새벽 6시 반의 아사쿠사 센소지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만 돌아다닐 뿐이었어요.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어요.


밤까지 사람들이 붐비던 거리는 매우 고요했어요.


일본 도쿄 아침 거리 풍경


긴자선 아사쿠사역이 있는 교차로까지 왔어요.


긴자선 아사쿠사역


전날 밤에 횡단보도에서 찍었던 아사히 슈퍼 드라이 맥주 간판 사진을 다시 찍었어요.


아사히 슈퍼 드라이 맥주


전날밤과 마찬가지로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왔을 때 가운데로 가서 찍었어요. 거리에 차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으로 찍을 수 있었어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역 흡연구역


아사쿠사역 근처에는 흡연구역이 있었어요. 흡연구역은 매우 깨끗했어요.


2019년 8월 29일 아침 6시 41분. 일본 도쿄 아사쿠사역 근처는 매우 한적했어요. 출근하기 위해 차도로 나온 차가 간간이 보였어요.


아사쿠사 여행


trip in Tokyo


도쿄 지하철 긴자선 아사쿠사역으로 들어갔어요.


일본 도쿄 지하철 긴자선 아사쿠사역


지하철 플랫폼에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조용했어요.


'여기는 스크린도어 없구나.'


우리나라는 어지간한 지하철역에는 전부 스크린도어 시설을 해놨어요. 철로와 플랫폼을 완벽히 막아놨어요. 덕분에 지하철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어요. 지하철역으로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질 수 없게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스크린도어 설치로 인해 부수적으로 좋은 점이 하나 더 생겼어요. 스크린도어가 철로와 공간적으로 완벽히 차단하기 때문에 안전선 안쪽으로 걸어가도 위험하지 않아요. 지하철 플랫폼 공간 중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전체적으로 늘어났어요.


그에 비해 도쿄 지하철 긴자선 아사쿠사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아예 없었어요.


'스크린도어 왜 안 해놨지?'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이점이 꽤 커요. 그런데 스크린도어를 아예 설치 안 해놨어요.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광고를 부착할 면적이 넓어져요. 광고를 빽빽히 붙여놓는 일본 특성상 스크린도어 위에 광고를 촘촘히 붙여놓을 수 있을 거에요. 이렇게 하면 광고 수익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을 거에요. 그러나 스크린도어가 없었어요. 아사쿠사역은 이래저래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지하철역인데 스크린도어가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지하철이 왔어요. 지하철을 탔어요. 사람들이 조금 타고 있었어요. 일본은 지하철에 타면 사람들이 가방을 앞으로 메었어요.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도 이거 따라해보려고 노력했지만 현재까지는 성과가 매우 안 좋아요. 이것을 굳이 따라해야하는 이유도 모르겠구요. 철밥통 지하철 근무자들 아이디어 수준이 그렇죠.


서울 지하철 철밥통 직원들이 내놓은 최악의 아이디어는 단연코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운동일 거에요. 사람들 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한쪽은 계단을 올라가는 용도로 이용하고 다른 한 쪽에 서서 올라가는 용도로 이용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한심한 철밥통 지하철 근무자들은 쓸 데 없이 두 줄 서기 운동을 펼쳤어요. 그 덕에 지금 한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한 줄 서기도 아니고 두 줄 서기도 아닌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사실 한 줄 서기가 이용객들에게는 훨씬 경제적이고 만족도가 높은데요. 무슨 에스컬레이터 쉽게 고장난다고 두 줄 서기 운동을 펼쳤어요. 그렇게 쉽게 고장날 에스컬레이터라면 애초에 튼튼한 에스컬레이터로 설치했어야죠.


한국의 이런 쓸 데 없고 모두를 불편하게만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강요하는 지하철 직원들은 아마 다 지하철 이용 안 하고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거에요. 지하철 이용해보면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죠.


오전 7시. 히가시긴자역에 도착했어요.


일본 도쿄 지하철 긴자선 히가시긴자역


히가시긴자역에서 히비야선으로 환승해야 했어요.


東銀座駅 ひがしぎんざえき


히비야선 히가시긴자역 플랫폼으로 갔어요.


Higashi-ginza Station


아사쿠사역 보다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어요. 시간은 아침 7시 4분이었어요. 아침 7시라 사람들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았어요.


도쿄 지하철 2호선 히비야선 전철이 도착했어요. 전철을 탔어요. 전철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저런 게 일본 감성인가?"


일본 도쿄 여행 안내


이건 그래도 나름 괜찮았어요. '여백'이라고 부를 공간이 있었거든요. 인형 사진을 보면 심도를 얕게 찍었어요. 그래서 배경이 뭉개져 있어요. 뭉개진 배경을 보면 여백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이래도 여백이 없다고 느껴졌어요. 사진 한 장에는 여백이 아예 없었어요. 그러나 사진 옆을 보면 인간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게 글이 적혀 있었어요. 광고 문구도 적혀 있고, 문구 간 간격도 떼어져 있었어요. 대신 너무 작은 글자도 같이 적혀 있기는 했지만요.


인형을 등장시켜서 광고용 사진을 찍은 아이디어는 좋았어요. 과장된 얼굴 표정이지만 인형이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인형이니까 호불호도 덜 탈 거에요. 얼핏 보면 인형극 광고처럼 생겼어요.


지하철은 나카메구로역을 향해 잘 가고 있었어요.


히비야선 지하철 내부


東京 地下鉄 2号線 日比谷線


아침 7시 25분. 히비야선 나카메구로역에 도착했어요.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 객차


사람들이 전철에서 모두 내렸어요. 나카메구로역은 도쿄 지하철 2호선인 히비야선 地下鉄 2号線 日比谷線 의 종점인 역이었어요. 사람들이 모두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객차 내부 사진을 한 장 찍은 후 지하철에서 내렸어요.


나카메구로역


저를 태우고 온 지하철이 다시 움직였어요.


"와, 저기 사람들 봐!"


中目黒駅


일본 도쿄도 아침은 지옥철이구나.


진짜 아침 일찍 출발하기를 잘 했어요. 맞은편 나카메구로역에서 출발하는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줄을 서 있었어요. 제가 있는 플랫폼은 나카메구로 종점 플랫폼이었어요. 7시 26분. 드디어 도쿄 도민들이 출근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아사쿠사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숙소에서 어물쩍거리다 늦게 나왔다면 아침부터 저 인파에 시달려야 했을 거에요.


맞은편 플랫폼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모습은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 9호선 못지 않아보였어요. 나카메구로역 다음 지하철역에서 전철을 타는 사람은 꿈도 희망도 없을 것 같았어요. 앉아서 가기는 고사하고 지하철 타는 것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쪽은 인산인해. 이쪽은 먼지만 데굴데굴. 뒤를 돌아봤어요.


"여기 사진 찍기 좋은데?"


도쿄 아침 거리 풍경


푸른 하늘. 맑았어요. 며칠 만에 보는 파란 하늘인지 몰랐어요. 너무 기뻤어요. 하늘을 보니 최소한 이날 하루는 하루 종일 매우 맑을 거였어요.


東京 目黒区


이제 역에서 나가야 했어요.


Naka-Meguro Station


개찰구를 빠져나왔어요.


'이거 뭔가 너무 익숙한데?'


나카메구로역 출구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어요. 사진 제목에 '서울의 아침', 또는 '서울, 맑음' 이라고 붙여놓고 사진을 보여주면 이 사진이 아마 일본 도쿄 나카메구로역 출구 사진이라는 것을 잘 모를 거에요. 서울과 경기도, 인천 어디엔가 있을 법한 풍경이었어요.


일본인들은 출근하고 등교하고 있었어요.


'남들 다 일하러 가고 학교 가는데 나만 놀러가네.'


아니에요. 친구도 같이 놀러가고 있었어요.


여행 중 아침 일찍 나오면 이런 묘하고 재미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남들은 다 일하러 가고 학교 가는데 혼자 놀러가요. 이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느껴져요. 벽이라기 보다는 시간 2개, 공간 2개가 겹쳐진 느낌이에요. 내가 서 있는 이 시각, 이 공간, 이 현실이 저들이 서 있는 이 시각, 이 공간, 이 현실과 다른 것 같아요. 분명히 똑같은 시각, 똑같은 공간, 똑같은 현실인데요.


물론 저는 여행 다닐 때 이렇게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이 느낌이 상당히 독특했어요.


'저 사람들도 일하러 가기 싫다고 생각하겠지?'


일본인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 같지 않았어요. 저 사람들이라고 일하고 싶어서 일하겠어요. 일하는 것과 노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보면 다 노는 것을 선택하죠. 그래서 이 모습이 더욱 서울과 비슷해보였어요. 만약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아침에 두 손 위로 쫙 들어올리며 만세를 부르며 회사를 향해 사람들이 기운차게 뛰어가고 있었다면 엄청나게 위화감을 느꼈을 거에요. 일본인은 진짜 한국인과 아예 다르다고 느꼈겠죠. 그러나 직장으로 출근하는 일본인들도 회사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였어요.


일본 도쿄 여행기 예습의 시간 - 23 일본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 나카메구로역, 도쿄 아침 거리 풍경 東京 地下鉄 2号線 日比谷線 中目黒駅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아침부터 덥네.'


푸른 하늘. 햇볕이 뜨거웠어요. 아침부터 무지 더웠어요. 자비 없었어요.


"야!"

"왜?"

"저거."

"저거? 뭐?"

"저기!"

"저기 뭐?"

"저 간판!"


친구가 간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morning in Tokyo, Japan


fufu.


간판에 fufu 라고 적혀 있었다.


푸푸!


아, 망할 거지 같은 푸푸!


이것은 오늘 하루 조심하라는 징조입니까! 위험합니다. 초위험합니다. 어떤 반전이 등장할 지 모릅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합니다!


이런 경고문인가.


얼굴이 일그러지는 나. 그리고 그런 표정을 보며 깔깔 웃는 친구.


때는 2015년 초. 그때까지 한국에서 아프리카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어. 이태원에 아프리카 식당이 있었는데 왠지 가기 무서웠어. 그러다 용기를 내서 지인과 들어가봤어. 그때 시킨 음식이 바로 푸푸, 에구시 스프, 졸로프 라이스였어.


너, 진심으로 이 가게 확 망해버리라고 간절히 빌어본 적 있니? 그것도 오직 음식 맛 때문에 말이야.


진짜 먹고 머리 끝까지 열받았다. 이딴 것도 인간이 먹는 거냐고 소리치고 싸우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거구의 나이지리아 아주머니가 맛있냐고 물어봤을 때 차마 이게 음식이냐고 물어보지 못하고 맛있다고 말해버린 소심한 나. 지인은 몇 숟갈 먹다가 바로 K.O. 떡실신.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해서 꾸역꾸역 입에 쑤셔넣으며 속으로 울었지.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 돈이면 과자 부스러기를 사도 몇 개를 사는데...나는 왜 이딴 것을 먹고 있단 말인가!


더 열받은 것은 지하철에 탔을 때. 뱃속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끊임없이 올라왔소. 배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올라오는 기분 아시오? 아무리 물아일체가 되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왜 멀쩡한 돈 내고 음식물 쓰레기통과 내가 물아일체가 되어야 한단 말이오? 왜 푸푸는 쓸 데 없이 배에서 계속 불어터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오?


정말로 격분. 대참사. 진심으로 그 나이지리아 식당이 불이 나든 홍수가 나든 망해버리기를 빌었음.


그것이 바로 푸푸에 대한 기억. 그 나이지리아 식당이 망해 없어진 것을 보고 진심으로 기뻤어. 그 이후로 푸푸를 또 먹어본 적이 있어. 그때도 마찬가지였어. 나에게 있어서 푸푸란 아프리카 부두교 저주의 신비.


친구는 그때 제가 얼마나 대참사를 겪었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fufu 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이었어요. 아프리카 음식 푸푸도, 간판의 푸푸도 철자가 똑같았어요. 에프. 유. 에프. 유. fufu. 푸푸!


travel in Tokyo, Japan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Tokyo


Japan


자전거는 전날 과음했는지 길거리에 자빠져 있었어요. 술 깨는 약이 필요해 보였어요.


나카메구로 벚꽃길


하천이 나왔어요.


일본 도쿄 하천


"여기 꽤 운치 있는데?"

"여기가 나카메구로 벚꽃길이야."


친구는 여기가 나카메구로 벚꽃길이라고 알려줬어요.


Naka-Meguro in Tokyo, Japan


"여기 유명해?"

"꽤 유명한 걸로 알고 있어. 벚꽃 아름답다구."


日本旅行


東京旅行


일본 스타벅스


메구로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어요.


메구로강 目黒川 めぐろがわ


"어서 가자!"


친구가 재촉했어요.


도쿄 메구로구


사진을 찍고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해야만 했던 이유 때문에 다시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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