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도선 전철이 도착했어요. 전철을 탔어요.


"빈 자리 있다!"


빈 자리로 가서 앉았어요. 쿠라마에역까지 서서 가지 않아도 되었어요. 살살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이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속삭였어요.


고개를 들어 손잡이를 바라봤어요.


일본 지하철 광고


"저 광고는 뭐지?"


지하철 손잡이도 광고를 붙여놓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흥미로운 것은 지하철 손잡이에 붙여놓은 광고는 여자 얼굴만 붙어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에서 이런 광고는 주로 '오늘밤 외로우면 연락주세요' 같은 광고에요. 아래에 이름과 전화번호 적혀 있구요. 이런 광고는 주로 명함 크기의 전단지로 유흥가 가보면 바닥에 지저분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광고를 자세히 볼까 하다가 말았어요.


일본 도쿄 오에도선 지하철


지하철은 문제 없이 앞으로 잘 달려가고 있었어요. 지하철 내부는 한국 지하철과 큰 차이점이 없었어요. 단지 지하철 안에 붙여놓은 광고가 일본 지하철이 더 많아 보일 뿐이었어요. 그리고 일본 지하철에는 테이프로 붙여놓은 작은 아르바이트, 대출 광고가 안 보인다는 점 정도가 차이점이었어요. 광고는 일본 지하철 내부가 훨씬 더 많아 보이지만, 일본 지하철 안에는 테이프로 붙여놓은 불법 부착 광고물이 안 보인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었어요.


2019년 8월 28일 밤 9시 57분경. 쿠라마에역에 도착했어요.


쿠라마에역 플랫폼


일본 도쿄 다이토구 오에도선 쿠라마에역 개찰구를 향해 걸어올라갔어요.


일본 도쿄 다이토구 오에도선 쿠라마에역


화난 경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포스터가 있었어요.


일본 지하철 에티켓 포스터


人をぶっちゃダメなんだよ。


'이거 무슨 말이지?'


사람을 어떻게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인데 무엇을 어떻게 뭘 하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었어요. ぶっちゃ 가 뭔 말인지 알 수 없었어요. ちゃ 가 아마 ては 가 줄어든 말일텐데, 그렇다면 앞의 것은 ぶう, ぶつ, ぶる 셋 중 하나였어요. 셋 다 사전을 찾아봐도 딱 이거라는 해석이 안 나왔어요.


포스터 아래를 보면 鉄道係員 이라는 한자가 있었어요. 지하철 직원에게 시비 걸지 말라는 포스터 같았어요.


'일본도 알고 보면 별별 인간들 꽤 많을 거야.'


이런 포스터가 있다는 것은 지하철 직원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아직까지는 돌아다니면서 크게 난동피우거나 행인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은 보지 못했어요. 노숙자를 여러 명 보기는 했지만 그들 역시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어요. 그러나 어딘가에는 시비를 걸고 난동피우는 인간이 있다는 것이겠죠. 그러니 저런 포스터를 붙여놓는 거구요.


일본 발전


"이거 진짜 엽서로 안 파나?"


윗쪽은 마네키네코, 아래쪽은 헬로키티. 일본의 옛날 고양이 캐릭터는 마네키네코, 오늘날 일본의 고양이 캐릭터는 헬로키티. 이것은 진짜 반박 불가였어요. 아까 히가시신주쿠역에서 본 것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어요. 이것은 거기에 더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어요. 이건 보자마자 '아, 진짜 그렇네!'라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어요.


이 포스터는 진짜 갖고 싶었어요. 1000엔 주고 떼어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아사쿠사에는 왜 이런 엽서 안 팔지? 이런 거 팔면 나름 인기 좋을 거 같은데.'


숙소에서 지하철역 가는 길에 아사쿠사 센소지가 있었어요. 여기에 이런 것 파는 가게가 하나쯤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마네키네코와 헬로키티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캐릭터니까요. 이건 보자마자 이 포스터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바로 알아볼 수 있고, 반박조차 불가능한 그림이었어요. 이런 것을 팔면 분명히 사가는 사람들이 여럿 있을 거였어요.


'하여간 일본인들 발상 기발한 건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쿠라마에역 와서 엄청난 발견물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일본 여행 안내


여백이란 일본에서 지옥 천불에 떨어져야할 죄악이란 말입니까!


제발 여백 좀 줘, 여백 좀!


커다란 안내문. 여백 따위란 없었어요. 뭘 저렇게 빽빽하게 적어놨는지 모르겠어요.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게 만들어놨어요. 여백 따위란 아예 없었어요.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종이 한 장에 우겨넣으려고 발악하는 것 같았어요. 저걸 보고 서서 다 읽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어요.


일본 럭비 월드컵


럭비 월드컵 포스터가 있었어요. 9월 20일 도쿄에서 개막한다고 적혀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관광 가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휘청거릴 거라고 했지만 정작 2019년 9월에는 일본에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인 럭비 월드컵이 예정되어 있었어요. 일본에서 럭비가 얼마나 인기 있는 스포츠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럭비가 엄청나게 인기 없는 스포츠이다보니 이 대회 자체를 별 거 없는 대회라 여길 거에요. 스포츠 뉴스에 한 줄도 안 나올 거구요.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어요.


4年に一度じゃない。

一生に一度だ。

- ONCE IN A LIFETIME -


'4년에 한 번이 아니다. 일생에 한 번이다'라고 일본어로 적어놓고 영어로는 아주 간단히 ONCE IN A LIFETIME 이라고 적어 놨어요. 이것도 인상깊게 볼 거라면 볼 거였어요. 일본식 강조 및 홍보 표현과 영어의 광고 멘트의 차이랄까요? 어떻게 보면 일본인이 인식하는 일본 문화와 세계 문화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에요.


도쿄 쿠라마에역 개찰구


"쓰레기통 있다!"


버릴 쓰레기는 없었어요. 그러나 진귀한 것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첫 날 쓰레기통 못 찾아서 빈 캔을 들고 다녔던 기억 때문에요.


일본 도쿄 지하철역 스탬프


쿠라마에역에는 지하철역 스탬프가 마련되어 있었어요.


'우리나라 철도인은 어떻게 되었을 건가?'


한국에도 비슷한 것이 있어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가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도장을 모으는 문화도 없고, 기차역 방문 기념 스탬프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거에요. 한국에는 자매품으로 특정 우체국 가면 찍을 수 있는 기념 도장인 관광우편날짜도장도 있어요. 이 역시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이것은 우열을 논하기 보다는 양국 간 문화 차이라 봐야 할 거에요.


"여기 스탬프는 무슨 모양이지?"


쿠라마에역이 관광지라고 들어본 적은 없었어요. 쿠라마에역 스탬프에는 어떤 그림이 새겨져 있나 궁금해졌어요.


'스탬프 무지 크게 만들어놨네.'


지하철역 스탬프는 상당히 컸어요. 무슨 소 목에 차는 방울인 워낭만한 크기로 만들어놨어요.


일본 도쿄 다이토구 오에도선 쿠라마에역 기념 스탬프


무슨 공장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어요. 이 공장 같은 것은 아마 도쿄도 수도국 쿠라마에 물처리센터일 거에요.


쿠라마에역에서 나왔어요.


일본 쿠라마에역


지도를 보며 아사쿠사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일본 자전거


자전거가 벤치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요. 다음날이 되면 이 자전거는 사람을 태우고 어딘가로 달려가겠죠.


일본 도쿄 골목길 야경


골목길은 매우 조용했어요. 그리고 목욕탕에서 나는 특유의 끓는 물 냄새가 느껴졌어요.


일본 분리수거


분리수거용 궤짝이 있었어요. 제주도에서는 저런 걸 '컨테이너'라고 불러요. 하지만 육지 사람들한테 '컨테이너'라고 하면 거대한 화물을 싣는 매우 큰 화물 운반 철제 상자를 떠올릴 거에요.


일본 야경


아무도 없고 조용하기 그지 없는 골목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신사가 하나 나왔어요.


일본 신사


"스미다강 야경이나 조금 보고 갈까?"

"그러자."


친구에게 스미다강 야경을 보고 가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친구가 그러자고 했어요.


스미다강 다리 위로 올라갔어요.


일본 도쿄 스미다강 야경


아사히 빌딩 조형물과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어요.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


일본 도쿄 아사히 빌딩


스미다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어요.


隅田川


도쿄 여행


"저거 노숙자 아냐?"


일본 사회


노숙자들이 강변 산책로 주변에 누워서 자고 있었어요.


일본 노숙자


일본도 사람 사는 사회니까 어두운 부분 많겠지.


스미다강 강변에서 자고 있는 노숙자들을 보자 한 가지 어려운 문제가 떠올랐어요.


일본의 나쁜 점을 한국에 열심히 알리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일본도 사람 사는 사회. 일본에는 일본 나름의 사회 문제들이 있어. 일본이라고 당연히 다 좋을 수는 없지. 나쁜 점도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을 거야. 일본 사회 보고 숨막히고 답답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 뿐이 아니니까.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일본에 대한 이미지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해. 오죽하면 이게 얼마나 신기해서 외국인들이 일본 문화와 일본인에 대한 심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겠어.


당연히 일본 사회에 나쁜 점도 많아. 대표적인 사례라면 이지메가 있어. 이것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문화야.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면 일본 뉴스에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겠어. 이거 말고도 일본에 대한 나쁜 점 찾아보려고 하면 끝도 없을 거야. 한국어로 인터넷 30분만 검색하면 일본의 나쁜 점 관련 글 몇백 개는 찾지 않을까?


일본의 나쁜 점에 대해 열심히 알리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일본 사회도 저렇게 나쁜 점이 많으니까 괜히 일본 숭상하지 말라는 효과는 있을 거야. 한국 사회에 경각심을 가지라는 의미도 있고. 한국 사회 보고 일본 사회의 10년 전 모습이라고들 많이 말하니까. 10년 후 미래의 한국 사회에 발생할 문제를 미리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 그렇게 본다면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본 사회의 단점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 기능이 있어.


하지만 요즘 일본 사회의 단점 관련된 글을 보면 상당히 많은 글이 그런 의미보다는 일본이 이렇게 형편없으니 일본 무시하고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이게 과연 좋은 걸까? 대한민국에 도움되는 걸까?


분명히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발전한 나라야. 아무리 단점이 많고 잃어버린 30년 가네 마네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보다 엄청나게 발전한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삼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일본에게는 배울 게 없고 만만하게 봐도 된다'는 식의 글은 한국 사회에 과연 도움이 될까? 한국에게 일본이 과연 만만한 나라일까?


글이란 어떤 뉘앙스로 쓰는지에 따라 같은 정보라 해도 상당히 다르게 읽혀.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글과 이렇게 형편없는 나라라고 이야기하는 글은 전혀 달라. 동일한 소재를 다룬 글이라 해도 말이야.


가뜩이나 지금은 정부가 대놓고 반일감정 선동하고 있는 상황. 누가 뭐래도 일본은 그다지 충격 없는데 한국은 쌍코피 터지고 있어. 일본을 지나치게 빨아대는 분위기라면 일본에 대해 이렇게 나쁜 점도 많은 나라라고 소개하는 것도 좋아. 그렇지만 가뜩이나 반일 분위기 고조되어 있고 일본 무시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반일선동에 동참하려고 일본의 나쁜 점을 소재로 일본 무시해도 된다는 글을 쓰는 게 과연 애국일까?


이럴 때일 수록 일본의 좋은 점을 한국에 소개해서 일본이 막대한 자금 쏟아부어 만든 좋은 것들을 마구 한국으로 공짜로 날라주는 것이 애국 아닌가? 산업스파이가 별 거고 애국자가 별 거야? 우리들의 조국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하는 행동을 하면 그게 애국자지. 백날 천날 무슨 얼어죽을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반일운동은 참여한다고 떠들어봐야 달라지는 게 뭔데? 일본 기관총 앞에 부적 지니고 죽창 들고 돌격하다 갈려나간 동학농민군 되자는 건가?


머리 속이 복잡했어요. 어떤 것이 우리나라를 위해 진정 필요한 행동일까요.


말 없이 흘러가는 스미다강. 어둠을 흡수해 시커멓게 변한 스미다강 강물을 뒤로 하고 숙소를 향해 걸어갔어요.


일본 여행


Tokyo


아사쿠사역까지 왔어요.


아사쿠사역


"저기 아사히 맥주 간판 사진 찍을까?"

"저거? 여기에서?"

"아니. 딱 정면에서."

"어떻게? 차도 한가운데로 뛰어들게?"

"방법이 있지."


큰 길 한가운데에서 빛나는 아사히 맥주 간판.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아사히 빌딩 거품 조형물을 보고 온 터라 더욱 그랬어요.


사진을 찍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은 30초 미만이라 생각해야 했어요. 초록불이 켜지는 순간 바로 횡단보도 한가운데로 가서 사진을 찍어야 했거든요. 일단 횡단보도에서 대충 줌을 맞춰놨어요. 밝기도 간판에 맞춰서 고정했어요. 초록불이 켜지기를 기다렸어요.


초록불이 켜졌어요. 빨리 횡단보도 한가운데로 갔어요. 줌을 조금 더 세밀하게 맞춘 후 바로 사진을 찍었어요.


일본 아사히 맥주 광고


"찍었다!"


사진이 시커멓게 나오기는 했지만 아사히 맥주 광고 간판은 선명하게 잘 나왔어요. 너무 까맣게 나온 것은 한국 돌아가서 후보정으로 살려내면 되었어요. 간단히 대비와 밝기를 건드리면 살릴 수 있거든요. 노란 배경과 상단의 흰 배경은 맥주를 상징하는 색. 그리고 SUPER "DRY" 라는 문구가 매우 잘 보였어요. 아사히 슈퍼 드라이 맥주는 마시면 입 주변이 약간 뜨거운 느낌이 들어요. 이걸 강조하는 맥주이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아사히 맥주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tavel in Japan


東京 旅行


일본 감성


익숙한 길이었어요. 걸어본 적 있는 길이었거든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


"다녀왔습니다."


아사쿠사 센소지가 나왔어요.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어요.


숙소로 돌아왔어요.


"오늘은 일찍 자자."


다음날 일정은 매우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그래서 일찍 자야만 했어요. 샤워를 한 후, 친구가 하네다 공항에서 챙겨온 무료 도쿄 여행 가이드북을 펼쳤어요. 아직까지도 8월 30일 일정을 결정하지 못했거든요. 대충 우에노 공원 가서 도쿄 국립박물관 돌아다니면 될 거 같았어요.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봤어요.


"야네센?"


야네센 설명


무료 가이드북 우에노 페이지에 '야네센'이라는 곳이 나와 있었어요.


시타마치의 정서가 남아 있는 야네센을 산책하자

야네센 & 야나카긴자

도쿄의 시타마치 지역인 야나카, 네즈, 센다기는 '야네센'이라 불리는 인기의 산책 명소. 도쿠가와 가문의 보리사인 간에이지 절을 비롯해 신사 불각이 많다. 또 다이쇼시대부터 이어온 유서 깊은 점포부터 모던한 양과점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상점가 '야나키긴자'도 볼거리 주으이 하나이다. 상점가 입구에 있는 계단 '유야케단단'에는 수많은 고양이가 있어 고양이 촬영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오래된 골목? 이거 재미있을 거 같은데?"


호화로운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소박한 모습도 보고 싶었어요. 화려하고 번화한 곳만 가는 것보다 적당히 이런 것도 보고 저런 것도 보는 것이 더 재미있거든요. 아사쿠사역에서 숙소로 걸어오는 길이 소박한 길이라 볼 수도 있기는 했어요. 그러나 그 길 말고 도쿄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우리 야네센 갈까?"

"언제?"

"30일에."

"그래도 되구. 거기 우에노 공원에서 안 멀거야."


다음 페이지를 펼쳤어요.


아키하바라 지역 설명


"우리 여기 갈 수 있어?"


친구에게 아키하바라 페이지를 보여줬어요.


"이것들 진짜 가고 싶어!"

"뭐?"

"간다 고서점 거리랑 오차노미즈 오리가미 회관!"


고서점 거리를 가보고 싶어졌어요. 운 좋게 보물 같은 책을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었어요. 책이 쭉 진열되어 있는 것을 봐도 좋으니까요. 헌책방을 하나씩 둘러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거였어요. 물론 일본어 실력이 그걸 완벽히 보고 감상할 능력에는 엄청나게 못 미쳤기 때문에 대충 쭉 둘러보고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기는 하겠지만요.


오차노미즈 오리가미 회관도 시간이 된다면 가보고 싶었어요.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가 종이접기에요. 일본의 종이접기는 상당히 유명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접는 종이학이 일본의 종이접기 기술과 문화의 상징인 존재에요. 지금도 일본 종이접기 기술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종이학 수준에서는 이미 아득히 벗어난지 옛날이에요. 용도 접고 공룡도 접고 별 걸 다 접으니까요.


"야네센이랑 간다 고서점 거리 가자. 시간 되면 오차노미즈 오리가미 회관도 가구."

"그날 시간 될까? 국립박물관 있잖아."

"그런 데는 안 가도 돼!"


친구가 그날 도쿄 국립박물관 가기로 한 거 아니냐고 물어봤어요. 그런 곳은 안 가도 된다고 확실히 말했어요. 그 말을 친구에게 하면서 마음도 확실히 정했어요.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은 안 가기로요.


어차피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가봐야 엄청나게 재미없을 거였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일본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게 없었어요. '나라시대,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 에도 막부' 정도 - 그것도 단어로만 배운 게 전부였어요. 그 당시만 해도 세계사에서 일본사는 진짜 비중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국사에서 비중있게 다룰 지경이었어요. 신라, 백제, 고구려와 일본의 관계, 임진왜란 같은 것 때문에요.


일본 역사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일본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은 괜찮았어요. 과학 지식만 있으면 언어는 필요없었거든요. 과학 지식이 있다면 아이큐 테스트 수준의 난이도였어요. 그러나 도쿄 국립박물관은 문과의 세계. 이것은 말을 모르면 접근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영역이었어요. 아무리 제가 고등학교때 문과를 나왔다고 해도 문과적 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문과는 언어가 가장 중요하고 핵심인데 언어를 모르면 아무 것도 못 알아보죠. 예상컨데 그나마 보고 뭐 느껴볼 만한 거라면 그림이나 일본도 같은 것일 거였어요. 그림 한 점, 일본도도 한 점만 보라고 하면 이게 일본 문화구나 하면서 보겠지만, 이런 게 한둘이 아닐 거였어요. 보나마나 뭐 세세하게 설명 써놓고 이게 이렇게 다르다고 엄청 설명해놨을 거 같았어요. 고문서 같은 건 아예 설명 봐도 모를 거구요.


하지만 규모 자체가 있으니까 관람 시간은 또 매우 많이 걸릴 게 분명했어요.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보낼 곳이 바로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이었어요. 그래도 가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때 확실히 결심했어요.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은 깔끔히 포기하고 대신 그 시간에 야네센과 간다 고서점 거리를 가보기로요. 시간 되면 오차노미즈 오리가미 회관도 가보구요.


8월 30일 일정을 결정했어요. 이제 슬슬 자야 했어요.


공중파 TV에서는 일본 방송이 나오고 있었어요. 방송을 봤어요.


"어? 저거 인형뽑기잖아!"


전날 아키하바라에서 인형뽑기가 가득한 건물을 다녀왔어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방송을 보니 무슨 인형뽑기 비법 공개 같은 것이었어요.


"뭘 저렇게 또 레벨은 많이 나눠놨어?"


인형뽑기를 난이도와 스킬에 따라 레벨을 몇 개로 나눠놓고, 각 레벨마다 일명 '전문가'를 데려왔어요. 실제 인형뽑기 가게에서 여자 리포터와 같이 촬영한 것이었어요.


"어라?"


전문가가 뭔가 장황하게 설명했어요. 설명을 마친 후 시범을 보여줬어요. 2번에 걸쳐서 뽑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처음에는 인형을 구멍 근처까지 데려다 놓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2번째에 들어 올려서 구멍에 떨어뜨리면 뽑기 성공이랬어요. 전문가의 시범 이후 여자 리포터가 직접 그 기술을 따라했어요. 여자 리포터는 한 번에 인형을 잡아서 바로 뽑아버렸어요.


그 다음 난이도도 역시나 마찬가지. 전문가는 한 번 실패한 후 2차 시도에서 성공했어요. 그러나 역시나 여자 리포터는 한 번에 성공해버렸어요.


"뭐야? 알고 보니까 저 여자 리포터가 인형뽑기의 신 아냐?"


어이없고 웃겼어요. 여자 리포터가 배우는 코너인데 정작 스승인 자칭 인형뽑기 전문가들보다 인형을 훨씬 더 잘 뽑았어요. 완전 거꾸로 되어 있었어요. 전문가라고 등장한 사람들이 여자 리포터에게 두 무릎 꿇고 한 수 가르쳐달라고 빌어야하게 생겼어요.


"이건 노리고 만든 거야, 진짜 저런 거야?"


깔깔 웃다가 TV를 끄고 잠을 청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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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접한 국가들끼리는 사이가 좋은 곳이 드물긴 해요. 세계사에서 당연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죠. 저는 그렇게 풀이하고 싶어요. 일본을 너무 미워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굳이 적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2019.10.19 13: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렇기는 하죠. 주변국은 일단 바로 옆에 보이는 경쟁상대니까요.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데 굳이 적이 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2019.10.20 22:5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