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행 중에는 절과 모스크를 꼭 찾아가야해!"
하늘이 개고 있었어요. 이제 더 이상 우산을 안 써도 되었어요. 친구는 시큰둥한 표정이었어요. 당연했어요. 신주쿠에서는 비가 내렸거든요. 이제 모스크에서 나왔을 때 비가 그친 것은 아까 비가 내릴 만큼 실컷 내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친 거라고 봐도 되었어요. 친구가 제게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어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그러나 말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어찌 되었든 모스크에서 나오니까 비가 그쳤거든요.
"우리 이제 어떻게 하지?"
시간이 진짜 애매했어요. 시계에는 현재 시각이 2019년 8월 28일 오후 5시를 넘긴 시각으로 뜨고 있었어요. 하늘이 아주 화창하게 맑더라도 엄청나게 애매한 시각이었어요. 한국 기준으로 본다면 어디든 한 곳 더 갈 수 있는 시각이었어요. 그러나 여기는 일본이었어요. 한국보다 태양이 30분에서 1시간 더 일찍 움직여요.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도쿄 기준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해요. 한국에서 한여름 오후 5시라면 아직 해가 떠 있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일본 도쿄는 아니었어요.
"긴자 갈까?"
"긴자?"
"어."
순간 긴자가 떠올랐어요. 긴자도 상당히 큰 곳. 긴자를 갈 수 있다면 지금 갔다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사실 이때 선택지가 하나 더 있기는 했어요. 바로 요요기우에하라역에서 1.2km 걸어가면 나오는 시부야 번화가를 가는 것이었어요. 시부야도 상당히 큰 번화가 중 하나에요. 그런데 시부야는 전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시부야 대체 뭐 있는데? 그리고 1.2km 걸어가기 싫어.
시부야에 뭐가 있는지 저와 친구 둘 다 몰랐어요. 시부야가 그렇게 크고 유명한 곳이라는 것조차 잘 몰랐어요. 시부야를 들어본 적은 여러 번 있었어요. 그렇지만 일본 도쿄에 있는 여러 번화가 중 하나라고만 알고 있었어요. 제가 여행 준비를 사실상 손 놓아버렸기 때문에 시부야에 뭐가 있고, 왜 가야하는지 아예 몰랐어요. 게다가 시부야까지 약 1.2km를 걸어가야 한다고 나왔어요. 외투 안에 입은 옷은 모두 땀에 푹 젖어버린 상태. 게다가 이제 비만 안 올 뿐이었어요. 덥기는 그대로 더웠고, 습도는 폭발하고 있었어요. 다리도 아팠구요. 1.2km 걸어서 시부야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거기 걸어가면 둘 다 지쳐버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부야 가는 것은 아예 선택지에 없었어요.
친구가 구글맵으로 긴자 가는 방법을 검색해 봤어요.
"여기에서 지하철 환승해야 해."
"아...그러면 가지 말자. 어차피 내일 긴자 가잖아. 지금 긴자 가봐야 사진 하나도 못 찍을 거 같다."
긴자가 가깝다면 긴자로 넘어가려고 했어요. 긴자를 빨리 보고 끝내면 다음날 일정이 무지 널널해질 거였거든요. 그런데 친구 말에 의하면 여기에서 지하철로 긴자를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환승을 한 번 해야 했어요. 그러면 분명히 추가요금이 나올 거였어요. 환승하는 것 자체가 엄청 귀찮았구요.
머리 회전이 갑자기 엄청나게 빨라졌어요.
지금 긴자를 간다? 일단 지하철 환승해야 해. 엄청나게 피곤해질 거야. 여기에서 요요기우에하라역까지 다시 걸어가야 해. 긴자역 도착하면 6시쯤 되겠지? 도쿄는 서울보다 해가 일찍 저물어. 게다가 지금 흐려. 그걸 고려하면 긴자 가면 날이 어두워져 있을 거야. 날 어두워지면 사진도 제대로 못 찍을 게 뻔해. 오늘 무리해서 긴자 갈 필요 있을까? 내일 어차피 긴자 가잖아. 긴자는 내일 돌아다녀도 될 거야.
어떻게 할 지 빨리 결정해야 했어요.
신주쿠로 돌아간다!
"우리 신주쿠로 돌아가자."
"신주쿠?"
"신주쿠 엄청 커. 그냥 신주쿠 돌아가서 조금 돌아다니다 숙소로 가자."
"그래."
무리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둘 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어요. 옷은 땀에 푹 젖어 있었어요. 가만히 있어도 땀에 절은 옷을 입고 있다는 것 때문에 불쾌지수가 팍팍 올라가고 있었어요. 다음날 일정이 긴자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어요. 신주쿠로 돌아가서 적당히 구경 조금 하다가 숙소로 돌아가서 쉬기로 했어요. 그게 이 상황에서 가장 나은 선택지였어요.
요요기우에하라역을 향해 걸어갔어요. 요요기우에하라역으로 올라갔을 때였어요.
"여기 버거킹 있네?"
버거킹이 있었어요.
"여기에서 저녁 먹고 가자."
저녁은 먹어야 했어요. 엄청나게 큰 신주쿠에서 식당 찾아 삼만리하고 싶지 않았어요. 대충 햄버거 하나 먹는 것으로 저녁을 때우고 신주쿠로 넘어가는 게 매우 좋은 선택일 거 같았어요. 친구도 그러자고 했어요. 버거킹 안으로 들어갔어요. 햄버거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그래, 이 에어컨 바람이야!
누가 일본에 에어컨을 들여왔는지는 모르겠어. 그러나 일본에 에어컨을 널리 보급한 사람은 일본인들이 신으로 모셔야 할 거야.
에어컨 바람에 옷이 보송보송하게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너무 좋았어요. 한국에서는 에어컨 바람 정말 싫어해서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잘 안 틀고 지내고 있어요. 그러나 일본 도쿄 와서는 에어컨 바람을 쐴 때마다 그렇게 좋고 행복할 수 없었어요. 에어컨은 냉방 기능도 있지만 제습 기능도 있거든요. 냉방 기능보다 제습 기능 때문에 에어컨 바람을 갈구하게 되었어요.
햄버거를 먹으며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몸도 식히고 땀도 말리려구요. 천천히 음료수를 빨아먹으며 친구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어요. 햄버거 자체는 한국 버거킹 햄버거와 별 차이 없었어요.
"저거 흡연실 아니야?"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어요. 아무리 봐도 흡연실이었어요.
흡연에 관대한 일본입니다. 흡연실 있는 것 자체는 놀라울 것이 없습니다. 모스버거에서 이미 한 번 경험해봤습니다.
그러나 충격이 2배. 눈알이 띠요옹.
여기 지하철역 안이야! 모스버거 흡연실은 창문이라도 있었지!
버거킹은 요요기우에하라역 역사 안에 있었어요. 완벽히 안에 있었어요. 그런데 흡연실이 있었어요. 형식적으로 갖춰놓은 흡연실이 아니었어요. 과거 흡연실이었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흡연실도 아니었어요. 매우 잘 사용되고 있는 흡연실이었어요. 일본인들이 버거킹 흡연실 안에서 햄버거를 먹고 담배를 태우고 있었어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어요.
흡연실 입구에는 재떨이가 비치되어 있었어요. 재떨이를 들고 흡연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흡연실 안에서 사람들이 햄버거를 먹고, 음료를 마시고 있었어요. 그리고 담배를 태우고 있었어요. 저도 담배를 태웠어요.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어요. 차마 흡연실 내부 사진은 찍을 수 없었어요. 일렬로 벽을 보고 앉는 테이블 하나가 전부였어요. 사람들이 여럿 앉아서 식사를 마친 후 담배를 태우고 있었어요. 그래서 못 찍었어요.
음식물을 버리는 곳에는 이렇게 사용하지 않은 재떨이가 쌓여 있었어요. 여기에서 하나 집어서 흡연실 안으로 들어가면 되었어요. 흡연실에서 나올 때는 재떨이를 들고 나와서 재 비우는 곳에 꽁초와 담뱃재를 비우고 나서 사용한 재떨이를 쌓아놓는 곳에 재떨이를 올려놓으면 되었어요.
"이제 가자."
버거킹에서 나왔어요.
"벌써 6시 반이네?"
버거킹 안에서 얼마 안 있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얼추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었어요. 시원하고 건조해서 좋다고 앉아 있다보니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어요.
요요기우에하라역 플랫폼으로 갔어요.
지하철 탑승 대기하는 사람은 양 옆으로 두 줄로 서라고 되어 있었어요.
지하철은 금방 왔어요. 요요기우에하라역에서 신주쿠역까지는 딱 한 정거장이었어요. 지하철에서 내렸어요. 이제 복잡한 신주쿠역에서 잘 빠져나가야 했어요.
"일본은 진짜 애니메이션 왕국이구나."
홍보물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어요.
신주쿠역은 아까 요요기우에하라역으로 갈 때보다 사람이 더 많아졌어요. 직장인들 퇴근 시간이었거든요.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해 안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왔어요.
'그래도 아까 와봐서 조금 낫네.'
복잡한 신주쿠역. 아까 신주쿠역 와서 나가기 위해 한 번, 요요기우에하라역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한 번 걸어다녔어요. 이렇게 두 번 신주쿠역 안을 돌아다녀서 이제는 아주 살짝 적응된 것 같았어요. 출구를 반드시 잘 찾아야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표지판이 눈에 더욱 잘 들어왔어요. 이번에는 신주쿠역 남쪽 출구로 나갈 계획이었어요. 그쪽이 상당한 번화가라고 했어요.
'진짜 정신 산만하네.'
표지판을 보며 잘 가고 있었어요. 길은 맞게 가는 것 같았어요. 맞게 가고 있었어요. 표지판 보면서 따라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잘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역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정신이 산만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복잡하기는 엄청 복잡한 신주쿠역이었어요. 여기에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기가 일본이라는 점이었어요. 만약 유럽 같은 곳이었다면 이 인파와 복잡한 역 구조 속에서 소매치기가 접근하는지까지 신경써야 했을 거에요.
친구와 같이 남쪽 출구를 찾아 걸어갔어요. 역 안에서 길을 계속 찾아 걸었어요. 드디어 남쪽 출구로 나왔어요.
"여기가 신주쿠역 에키마에구나!"
삐까뻔쩍한 건물들과 엄청난 인파. 그 속에서 길바닥을 보고 깔깔 웃었어요.
엄청나게 많은 담배꽁초가 길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어요. 여기는 신주쿠역 남쪽 출구 바로 앞이었어요. 이날까지 돌아다니며 길바닥에 담배꽁초가 마구 돌아다니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런데 신주쿠역 남쪽 출구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길바닥에 매우 많이 굴러다니고 있는 담배꽁초였어요. 왜 여기만 이런지 의문이었어요. 이쯤 되면 여기에 공공 흡연장소 하나 만들 법도 한데 없었어요.
사람들이 여기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어요. 담배를 태우고 나서 바닥에 버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여기는 뭐 특별한 거 있나? 무슨 문화인가?'
여기에서 담배를 태우고 버리는 것이 뭔가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어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태우고 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있었거든요. 개인용 재떨이까지 갖고 다니면서 길거리에 담배 꽁초를 절대 안 버리는 일본과 아주 다른 풍경이었어요. 신주쿠역 앞에서 담배를 태우는 것이 이쪽 무슨 미신이나 풍습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그간 보아온 모습과 너무 많이 달라서요. 아니면 무슨 엄청나게 유명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여기 앞에서 담배 꽁초를 버리는 장면이 나와서 사람들이 그걸 다 따라하고 있든가요.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담배 꽁초 보기 어려운 도쿄라 이 장면이 더욱 신기하고 인상적이었어요.
"여기 사람은 뭐 이렇게 많아?"
"우리 저 육교 가자."
"육교? 저쪽으로 건너가게?"
"응."
친구가 육교를 통해 길을 건너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육교 위로 올라갔어요.
사람들이 진짜 많았어요. 무슨 개미집을 부셔놓아서 거기에서 개미가 쏟아져나오는 것 같았어요. 그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어다니고 있었어요. 도로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개미집 부셔놔서 사방팔방으로 쏟아져나오는 개미떼처럼 보였어요.
"너 그거 알아?"
"뭐?"
신주쿠 야경 사진을 찍고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제게 '너 그거 알아?'라고 말을 걸었어요.
"여기 '너의 이름은' 성지야."
"여기가?"
"응. 이 육교가 그래서 유명해."
친구가 알려줘서 알았어요. 제가 서서 신주쿠 야경을 찍고 있는 육교가 바로 '너의 이름은'이라는 매우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소래요. '너의 이름은' 애니메이션은 저도 꽤 재미있게 봤어요. 보면서 대체 왜 메모지에 자기 이름을 적어놓지 않았나 진지하게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요. '아나타노 나마에와?'라고 자꾸 물어볼 바에는 서로 몸이 바뀌었을 때 자기 이름 적어놓으면 되잖아요. 얼굴에 낙서하고 난리치면서 왜 정작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궁금했어요. 물론 그랬다면 그 애니메이션 재미가 크게 떨어지기는 했겠지만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성지까지 왔어요. 친구에게 이것도 모스크를 갔다왔기 때문에 발생한 행운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제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분명히 행운이었어요. 우연히 운 좋게 온 거니까요.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 워낙 인기 좋았던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이 애니메이션 보고 감명받아서 일부러 성지 순례 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별 생각없이 신주쿠로 돌아가자고 했다가 얻어걸린 것이었어요. 분명히 행운이었어요. 그러나 친구 입장에서는 애초에 이게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이었어요. 전혀 행운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것도 모스크를 다녀왔기 때문에 발생한 행운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여기 진짜 번화한 곳이구나!"
사람과 자동차가 다 쏟아져나온 신주쿠. 정말 번화하고 번잡한 곳이었어요. 신주쿠의 명성은 많이 들어봤어요.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예전 몰타 가는 길에 2시간 있었던 신주쿠, 그리고 몇 시간 전 잠깐 돌아다녔던 신주쿠. 신주쿠가 크기는 했지만 이렇게 차가 많고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육교에서 신주쿠 야경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제대로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카메라와 그 카메라 무게를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는 굵직한 삼각대를 들고 와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 사람 저거 들고 가려면 무겁겠다."
친구가 엄청나게 무겁게 생긴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며 말했어요.
"야, 사진 찍는 사람들 무시하지 마. 그 사람들 오밤중에 저런 장비 다 챙겨서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이야."
친구에게 웃으며 말했어요. 진짜 사진에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엄청나요. 원하는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과 수고를 다 하거든요. 그냥 올라가도 힘든 산을 깜깜한 밤에 온갖 무거운 장비 짊어매고 올라가는 사람들이에요. 일출 사진을 보면 그 사진이 아름다운 것은 둘째치고, 저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깜깜한 밤에 출발했고, 그 장면 하나 찍으려고 몇 번을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운해 사진은 더 해요. 그 사진 찍기 위해 대체 그 무거운 장비 들고 몇 번을 산에 기어올라갔을까 싶거든요.
진짜 에키마에구나.
에키마에 駅前 えきまえ.
예전에 일본에 대해 관심 있었을 때였어요. 그때 '에키마에'라는 것에 대해 들은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일본은 대체로 역 앞이 그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런 역 앞 지역을 에키마에 駅前 えきまえ 라고 한다고 했어요.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역전'이에요. 역전은 요즘 한국에서 그렇게까지 많이 쓰는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 단어에요. '역전 앞은 틀린 말이다'라는 것 때문에요. 요즘은 '역전에서 보자'고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역 앞에서 보자'고 이야기하죠.
일본에 관심이 있었을 때, 일본은 어디를 가든 역 앞이 가장 번화한 곳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어요. 역 앞이 일본어로 에키마에구요. 만약 일본 가서 번화가를 찾는다면 에키마에 - 그러니까 커다란 역 앞을 가면 된다는 말을 여러 번 접했어요.
신주쿠역 남쪽 출구 앞. 진짜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건물은 빛나고 있었어요. 아주 예전에 접했던 '에키마에'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어요.
'에키마에가 번화가 맞네.'
신주쿠역 앞이니까 신주쿠역 에키마에 맞았어요. 남쪽 출구 바로 앞이었으니까요.
"이제 가자."
친구가 육교 건너편으로 가자고 했어요. 친구와 육교를 건너갔어요.
"뭐가 축소 지향 일본인이야?"
NTT 도코모 요요기 빌딩이 알록달록 빛나고 있었어요. 크고 화려하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어요. 하나도 안 작았어요. 오히려 서울보다 훨씬 더 컸어요. 서울 번화가와 비교할 수 없이 넓었어요. 그렇게 귀에 딱지가 내려앉도록 많이 들었던 말인 축소 지향 일본인과는 아주 거리가 먼 풍경이었어요.
일단 쭉 걸어갔어요. 눈이 휘둥그래진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어요.
그러나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어요.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거든요. 어두워서 양손으로 잘 잡고 있어도 사진이 흔들리는데 우산 때문에 사진이 더 많이 흔들렸어요. 우산은 젖은 상태였고, 가방 안에는 키노쿠니야에서 구입한 책이 들어 있었어요. 가방 안에 책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우산을 가방에 넣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우산을 들고 다니다보니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어요.
방향을 틀었어요. JR신주쿠역쪽으로 다시 가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신주쿠 타카시마야 백화점 高島屋 新宿店 안으로 들어갔어요.
백화점 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 올라갔어요. 일본 전통 디저트 카페가 하나 보였어요.
"우리 저기에서 디저트 먹고 돌아가자."
친구에게 일본 전통 디저트 카페에서 뭐 먹고 슬슬 돌아가자고 했어요. 친구도 좋다고 했어요.
카페에서 일본 전통 디저트를 먹고 음료를 마시며 잠시 앉아 있었어요. 오후 8시 10분.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본 전통 디저트 모형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카페에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쪽으로 쭉 내려가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