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5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좀좀이 2019. 8. 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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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며 복습의시간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너 어디?"

"나 지금 남녕고 스타벅스."

"알았어. 내가 거기로 갈께."


복습의시간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세지가 날아왔어요. 복습의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계속 글을 썼어요. 제주도 와서 먹은 것과 스타벅스 가서 마신 제주도 한정음료 글을 쓰니 시간은 잘 갔어요. 글을 쓰다 주변을 둘러봤어요. 스타벅스에 와서 공부하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빈 자리가 거의 없다시피했어요. 제주도 사람들도 이제 스타벅스 참 많이 가고 있었어요.


'스타벅스 진짜 성공했네.'


제주도에 스타벅스가 생기고, 이렇게 장사가 잘 될 줄 몰랐어요. 장사가 잘 되니 제주도 한정 먹거리도 따로 만들어서 내놓고, 제주도 스타벅스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도 만들어서 내놓았겠죠. 조금만 생각해보면 제주도에서 스타벅스가 장사 잘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어요.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온갖 곳에 다 카페가 있었거든요. 카페 밀도를 놓고 보면 서울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제주도로 여행오기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들 몰리는 특정 몇몇 곳에만 카페가 많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거야 예전부터 그랬으니까요. 관광객 상대로 하는 음식점, 카페가 특정 관광지에 몰려 있는 것은 과거부터 계속 그래왔던 것이었어요. 그렇지만 카페는 일반인들이 사는 곳에도 많았어요. 이렇게 카페가 많으면 도민 인구가 60만 정도인 제주도에서 전부 장사가 될 지 진짜로 의문이 들 정도로요.


오후 4시 조금 넘어서 복습의시간이 스타벅스로 왔어요.


"야, 나 강정마을 잠깐 다녀와야 돼."

"강정마을? 머리에 띠 두르고 '구럼비 바위도 생명이다' 하려고?"

"아니. 거기에서 물건 받아올 거 있어."

"너 지금 해군기지 있는 거기 말하는 거 아니?"

"어."


복습의시간은 서귀포 강정마을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어요.


"같이 가자. 어차피 할 것도 딱히 없는데. 간 김에 서귀포 보고 올까?"

"응. 거기에서 버스 타고 가도 돼."

"그러자."


복습의시간과 카페에서 나왔어요.


신제주


버스를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하늘은 우중충한 회색빛이었어요. 바로 지금 비가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하늘이었어요. 그리고 생겨먹은 꼴 답게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날씨 비 오게 생겼는데?"

"서귀포는 여기랑 날씨 다르기는 한데..."

"제발 비 오지 마라."


비 오게 생긴 것이 아니라 비 내리는 제주시. 믿을 것은 한라산.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우리가 버스 타고 서귀포 가는 동안 비구름은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올라오는 거야. 최소한 한라산 중턱에 비구름이 잡혀 있어야 해. 그러면 서귀포는 비 안 내릴 수 있어.


비구름은 한라산을 넘어오고 있었어요. 일기예보상으로 보면 비가 오는 것이 맞았어요. 전날부터 비가 내릴 거라고 했거든요. 믿을 것이라고는 서귀포는 이미 신나게 비가 다 내렸고, 비구름이 이제 한라산을 넘어 제주시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렇다면 서귀포에 갔을 때 비가 안 내리고 있을 수 있어요. 한라산 때문에 제주시와 서귀포 날씨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나 내일 카센터 가야 돼."

"왜?"

"엔진에 문제 있다고 불 들어왔어."


뭐? 엔진에 문제?


복습의시간은 작년인가에 면허를 따고 중고차를 구입했어요. 일단 복습의시간이 운전하는 차를 타본 사람들의 소감은 과장 조금 하면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외치게 된다고 했어요. 일단 제주도 내려와서 복습의시간이 운전하는 차를 타본 결과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중고차 구입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엔진이 고장나다니 희안했어요. 중고차라 해도 엔진이 고장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러면 내일 어떻게 할 거?"

"일단 차는 오일장 주차장에 세워놨으니까 아침에 차 갖고 카센터 가봐야돼."

"아, 그러면 내일 그때 같이 나가자."


다음날 일정이 하나 추가되었어요. 복습의시간을 따라 제주시 어딘가에 있는 카센터 가는 거요.


버스가 왔어요. 버스에 올라탔어요.


"우리 한 번 갈아타야 돼."

"응. 너 거기 진짜 시위하러 가는 거 아니지?"

"아냐!"

"너 프로 시위꾼 된 거 아냐? 구럼비 바위도 생명이다! 너 진짜 시위하러 가는 거 아니지?"

"아니라니까."


서귀포 강정마을은 썩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어요. 제주도로 여행을 10년 간다고 해도 안 갈 동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시위로 유명한 곳이거든요. 도룡뇽도 생명이라고 시위하던 승려 하나가 제주도 와서 도룡뇽 같은 아이템을 못 찾자 결국 내세운 것이 '구럼비 바위도 생명이다'라는 정신 나간 소리였어요. 어쨌든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만드는 것에 대해 많은 제주도민들이 정말 많이 싫어했어요. 여기는 군사기지니까요.


군부대가 들어온다고 하면 어지간한 곳에서는 그렇게 썩 달가워하지 않아요. 부대 밖으로 나와서 사고치는 군인들이 꼭 있으니까요. 게다가 훈련 시기가 되면 일상 생활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어요. 이래서 가뜩이나 군부대가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는 동네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 여기에 해군기지라 하자 사람들은 주한미군도 여기에 주둔하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어요. 실제로 서귀포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설치될 거라는 계획이 발표되자 제주도민 사회에 주한미군이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주둔할 거라는 말이 꽤 크게 돌았어요.


지금은 주한미군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어요. 그렇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한미군 이미지는 진짜 극악으로 안 좋았어요. 실제 주한미군들이 사고를 친 경우도 여럿 있고, 민폐를 끼친 경우도 무지 많아요.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은 반미 분위기가 상당히 심한 편이었어요. 자칭 '깨어있는 인간'이라는 운동권 데모꾼들이 북한 주체사상을 숭배하며 미국에 대한 반감을 자꾸 불러일으킨 것도 있지만, 실제로 주한미군이 일반인들 대상으로 행패부리고 사고친 일이 적지 않다 보니 일반인들 사이에서 주한미군 이미지는 무지 나빴어요. 그런데 가뜩이나 멀리하고 싶어하는 군부대가 들어오는데 거기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돌면서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 시위가 상당히 격하게 일어났어요. 거기에 구럼비 바위는 생명이라고 외치는 전문 시위꾼들도 가세했구요.


버스는 중산간 지역을 달리고 있었어요. 창밖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어요. 괜찮았어요. 저와 복습의시간이 내릴 곳은 중산간 지역이 아니었거든요. 중산간지역에 비가 퍼붓든 말든 제 알 바 아니었어요. 제게 중요한 것은 서귀포시 들어갔을 때 비가 안 내리는 것이었어요.


"여기 카페들은 장사 되나? 누가 여기까지 와서 카페 가지?"


창밖을 보며 크게 놀란 것이 있었어요. 중산간지역 - 그것도 사람들 절대 안 찾아오고 다 악셀러레이터를 있는 힘껏 밟으며 빠르게 관통할 곳에도 카페가 크게 지어져 있었어요. 제주시내라면 그래도 아주 조금 이해되요. 제주시민들도 있고, 육지 및 중국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다 한 잔 정도 사서 마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중산간 지역은 그런 유동인구를 노려볼 자리도 아니에요.


"누군가 가지 않을까?"

"진짜 심하네. 저기까지 카페가 있다니..."


아무리 봐도 카페 지어서 장사가 될 자리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주 큰 카페가 여러 곳 있었어요. 풍경과 잘 어울리는 건물도 아니었어요. 왜 제주도 난개발 뉴스가 그렇게 많이 보도되고 있는지 확 와닿았어요. 진짜로 보기 싫었거든요. 무슨 풍경과 어울리는 건물 디자인도 아니고, 왜 저기에 저런 건물이 있어야하는지 납득이 되지도 않았어요. 흉물스럽기만 했어요.


2019년 3월 3일 오후 5시 23분.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서귀포 중문동 중문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에서 내렸어요.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초등학교


빗줄기가 강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우산을 꼭 써야 하는 빗줄기였어요.


서귀포


10분 조금 넘게 기다리자 버스가 왔어요.


서귀포시 버스


2019년 3월 3일 오후 5시 51분, 강정마을에 도착했어요.


강정마을


친구가 받아야할 물건을 받자 바로 서귀포 시내라 할 수 있는 서귀포시 서귀동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이동했어요.


서귀포 시내


"야, 비 많이 오는데?"


서귀포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상황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더 최악이 있었어요.


신발에 물 들어온다!


제가 신고 간 운동화 안으로 물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어요. 물이 조금이라도 고여 있는 곳을 밟으면 신발 안으로 물이 쫙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어요. 단순히 방수가 잘 안 되어서 위에서부터 천천히 젖어가는 것이 아니라 신발 밑창과 신발 덮개 틈으로 물이 계속 들어왔어요. 양말이 이미 절반 넘게 젖어버렸어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한 발짝씩 줄어들었어요.


"저녁 뭐 먹지?"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저녁부터 먹고 무엇을 할 지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복습의시간은 여기에서 밤 늦게까지 놀다가 내일 아침에 제주시로 돌아가도 좋다고 했어요. 왠지 그러고 싶어하는 눈치였어요. 뭐라카네와 뭐라카네의 여자친구를 만났던 날, 서귀포에도 24시간 카페가 하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구경한 후, 정방폭포까지 걸어갔다가 24시간 카페 가서 노닥거리자고 이야기하며 왔어요. 24시간 카페 가서 노닥거리다 적당히 찜질방 같은 곳 가서 자고, 새벽에 나와 제주ㅅ시로 돌아올까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일단 신발이 속까지 푹 젖어버렸어요.


게다가 빗줄기가 강했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사진도 한 장도 찍을 수 없었어요. 신발 속으로 물이 콸콸콸 스며드는 건 둘째치고, 일단 비부터 어떻게 그치든가 해야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일단 저녁부터 뭔가 먹으며 상황 보기로 했어요.


"여기 맛집 없나?"

"서귀포에 있을 걸?"


복습의시간과 서귀포 맛집을 찾아봤어요.


"여기 마늘통닭이 유명하다는데?"

"마늘통닭?"

"어,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이래."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이래...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이래...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이래...


느낌이 엄청나게 쌔했어요. 매우 안 좋은 느낌이었어요.


TV프로그램 중 수요미식회 프로그램에 나온 식당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요. 그 방송에 나오기 전에 가봤는데 이후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도 있었고, 밥 먹을 곳 찾다 간 곳이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이었던 곳도 있어요.


수요미식회 나온 식당은 한결같이 진짜 맛없었지. 내가 유일하게 믿고 거르는 게 바로 수요미식회 나온 식당이야.


누군가에게는 수요미식회 나온 식당이 진짜 맛있을 수 있어요. 그래요, 인간은 다양하고 별의 별 사람들이 존재해요. 사람 혓바닥이 아무리 모두 분홍색이라 해도 좋아하는 맛은 제각각이에요. 그러니 수요미식회에 나온 식당이 반드시 누구에게나 맛없다고 할 수는 없을 거에요. 그 프로그램 제작자들, 출연자들한테는 맛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전지구 60억 인구 중 거기에 나온 식당 좋아할 사람들도 많겠죠.


하지만 저는 수요미식회에 나온 식당들을 진짜 싫어해요. 제가 참 별로라고 생각하는 맛이거든요. 수요미식회에 나온 식당이라고 내걸어 놓은 곳은 갈 때마다 돈 아깝고 대체 왜 방송에 나왔나 싶기만 했어요. 무슨 생생정보통이니 VJ특공대니 무슨 아침마당이니 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식당들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할 때부터 이건 내 입맛에 진짜 안 맞다고 하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있었어요. 그러나 오직 수요미식회만큼은 100% 적중률로 먹고 나면 이딴 게 왜 방송에 나왔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항상요. 단 한 번도 빠짐없이요.


그냥 수요미식회와 제 입맛은 상극이라고 보면 되요. 그래서 식당 고를 때 역으로 수요미식회는 제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수요미식회에 나온 식당만큼은 진짜 어지간해서는 피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수요미식회 나온 식당이란 제게 믿고 실망할 수 있는 식당이에요. 그런데 복습의시간이 찾아낸 서귀포 맛집은 바로 수요미식회에 나온 통닭 가게였어요.


'그래도 수요미식회 한 번 믿어봐?'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요. 왜냐하면 이번은 아닐 수 있다고 의문을 품거든요. 그래서 멍청한 짓을 반복하고, 반복적으로 실패해요. 저라고 특별할 건 없어요. 저도 인간이니까요. 비 퍼붓는데 근처에 딱히 맛집이랄 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친구와 회 한 접시 시켜놓고 술을 마실 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술 매우 싫어하는데다 잘 마시지도 못 해요. 제주도에서 먹을 만한 것이라면 기껏해야 몸국 정도인데 몸국 잘하는 집은 제주시 동문시장에 있어요. 나머지 맛집이라고 나오는 곳을 보니 가고 싶은 마음이 참 안 드는 곳 뿐이었어요. 며칠 후면 다시 의정부 돌아갈 거였어요. 서울, 의정부에서 똑같은 것인데 훨씬 더 맛있는 것을 사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들을 판매하는 곳이었어요.


더 찾기도 귀찮았어요. 검색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도 없었어요. 맛집 검색해서 나오는 거라고는 죄다 술집이었어요. 회에 술, 고기구이에 술, 온통 술집이었어요. 밥집으로 맛집을 찾아보면 기껏 제주도 왔는데 이런 걸 먹어야하나 싶은 것 뿐이었어요. 제주도 토속음식 잘하는 집은 안 보였어요. 육지에도 있는 흔한 음식들 뿐이었어요. 그런 거라면 서울 가서 먹는 것이 훨씬 더 맛있어요. 재료빨이 있다고는 하지만, 좋은 재료는 서울도 있거든요. 1등은 서울에 없을 수 있지만 2등은 전부 서울에 있어요. 서울부심이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가 이래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본다는 마음으로 마늘 치킨을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여기 어디가 본점이지?"




마늘 치킨은 지점이 몇 곳 있었어요. 이왕 가려면 본점으로 가고 싶었어요.


"잠깐만 있어봐. 우리 학원 선생님 중에 서귀포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녀온 사람 있거든. 전화 한 번 해볼께."


복습의시간이 일하는 학원에 서귀포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그 사람은 서귀포 사람이니까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될 거라고 했어요. 복습의시간에게 한 번 물어보라고 했어요. 일단 마늘치킨을 사람들 평대로 믿고 가서 먹어도 되는지 확실히 알아봐야 했어요. 정 먹을 게 없다면 차라리 빨리 제주시로 돌아가서 제원사거리 장군닭집으로 가서 치킨을 먹는 것도 방법이었거든요. 그리고 지점이 여러 개이다보니 어디가 본점인지도 중요했어요. 한 사람이 한 곳에서 다 튀겨서 지점으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은 아닐 테니까요.


복습의시간이 전화를 하더니 제게 아무 데나 가도 된다고 알려주었어요. 그러면서 본점은 포장만 된다로 했어요.


"그래도 일단 본점 가보자."



"거 봐, 내 말 맞잖아."

"그렇네."


복습의시간 말대로 본점은 오직 포장만 되는 가게였어요. 그래서 2호점으로 가기로 했어요.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한 마리씩 시키자."

"한 마리씩? 그거 양 엄청 많을 걸?"

"야, 한 사람당 한 마리는 먹지."


한 사람당 치킨 한 마리 못 먹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아무리 여기가 프랜차이즈 치킨집과 달리 조금 큰 닭을 튀겨준다고 해도요. 게다가 이건 간단한 안주가 아니라 저녁밥으로 먹는 것이었어요. 저녁 식사로 먹는 치킨이었기 때문에 양이 많아야 했어요. 둘 다 먹고 배고파서는 안 되니까요. 아직 바로 제주시로 돌아갈 지 서귀포에서 더 놀 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든든히 먹기로 했어요.



"어? 양 무지 많네?"



양은 정말 많았어요.


양은 정말 많았어요.


예, 양은 정말 많았다구요.


역시 믿고 거르는 수요미식회였어.


치킨 자체는 딱히 큰 특징이 없었어요. 양 많고 무난한 치킨이었어요. 흔한 시장닭이었어요. 특징이라고 말할 것도 없었고, 포인트라고 부를 것도 없었어요. 그냥 튀긴닭 양이 참 많았어요.


'대체 사람들은 이걸 왜 열광하면서 먹냐?'


이해 불가였어요. 마늘 치킨이랍시고 닭 위에 큰 조각으로 다진 생마늘을 올려놨어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다진 생마늘 - 그것도 크게 다진 생마늘을 올려놨어요. 왜 올라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굳이 직접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상식적으로 뻣뻣한 일반 치킨 위에 큰 조각으로 다진 마늘을 뿌려놓으면 치킨을 뜯어먹을 때 마늘 조각이 얌전히 있을 없어요. 다 떨어지죠. 마늘 조각이 떨어진 치킨은 그냥 치킨에 불과했어요. 마늘향이고 뭐고 딱히 없었어요.


순살치킨이라면 저렇게 해도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어요. 순살치킨은 발라먹는 게 없고 그냥 한 알 집어서 입에 넣으니까요. 그래서 순살치킨이라면 치킨 위에 크게 다진 생마늘 조각을 조금 얹어서 먹으면 되요. 생마늘 조각과 치킨의 조합 자체는 괜찮았거든요. 문제는 이게 순살치킨도 아니고 뼈에서 살을 뜯어 발라먹어야 하는 치킨이라는 점이었어요. 생마늘 조각이 닭 위에 붙어 있도록 별도로 물엿과 섞어서 버무려준 것도 아니고, 생마늘을 아주 잘게 갈아서 마늘즙과 마늘 조각을 치킨에 바르거나 버무려준 것도 아니었어요. 생마늘과 치킨은 완벽히 따로 놀았어요. 대체 수요미식회는 무슨 혓바닥을 갖고 이게 맛있다고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앞으로 절대 수요미식회 나온 식당은 안 간다.'


굳게 다짐했어요. 정말 선택지가 없는 경우, 아니면 수요미식회 나오기 전부터 원래 맛집으로 유명했던 집 아니면 수요미식회 나온 집은 믿고 가서는 안 되는 집으로 여기기로 했어요.


그러나 의외로 화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에휴...제주도 음식이 그렇지, 뭐.'


제주도는 음식 맛있는 곳 아니야. 오히려 전국적으로 음식 맛없기로 악명 높은 곳이라구. 거기는 그냥 기분빨로 싱싱한 회, 돼지고기 구이나 먹는 곳이야. 여기에 꿩 관련 음식들 정도랄까? 그런데 이것도 옛날이나 그랬지, 요즘은 물류, 유통 발달해서 큰 의미도 없어. 이건 내가 아무리 제주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나와서 제주도 음식을 옹호해주려 해도 불가능해. 신선한 재료를 써서 재료빨이 조금 살아있다는 거 외에는 옹호할 방법도 없어.


진짜 제주도 토속 음식 중에는 맛있는 것이 몇 가지 있어요. 그러나 이런 토속 음식을 제외한 나머지 중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어요. 특히 붉은 음식, 튀긴 음식은 기대 아예 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워요. 제주도에서 붉은 음식, 튀긴 음식 중 맛집을 찾는 것은 짬뽕 전문점 중 짜장면 맛있는 집 찾는 꼴이에요. 고춧가루, 튀김은 애초에 육지에서 들어온 음식문화거든요.


먹을 만 했고 양이 많아서 큰 불만은 없었어요. 게다가 아직 서귀포에서 노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주시 제원사거리 장군통닭을 안 간 것이 그렇게 크게 아쉽지도 않았구요.


통닭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일단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둘러보기로 했어요.



"이런 애매한 때에도 사람 많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는 관광객들이 많았어요. 비수기에 날씨도 거지같이 비가 내리고 있고 시간도 저녁 8시였어요. 이 점을 고려해 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정말 많은 것이었어요.



시장을 쭉 둘러봤어요.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5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차라리 여기에서 길거리 음식이나 사먹을걸."

"그러니까."


서귀포 중국 탕수육 꿔바로우


중국 탕수육 꿔바로우를 판매하는 가게도 있었어요. 통닭을 먹은 직후라 배불러서 사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어요. 만약 통닭을 안 먹었다면 궁금해서 한 번 사먹어봤을 거에요.


제주도 한라봉


제주도답게 귤, 한라봉, 천혜향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었어요.



"땅콩 만두도 있네?"


제주 우도 땅콩 만두


'우도에서 이런 거 다 감당될 만큼 땅콩 생산량이 많나?'


제주도 우도는 가본 적 있어요. 섬 한 바퀴를 걸어서 돌았고, 우도 가운데에 있는 우도봉도 꼭대기까지 올라가봤어요. 우도에서는 진짜로 땅콩 재배를 많이 해요. 제주도 시장 가보면 어렵지 않게 우도 땅콩을 볼 수 있어요. 우도 땅콩은 일반 땅콩과 생긴 것이 조금 달라요. 길쭉하지 않고 짧뚱해요. 길이가 길지 않아서 다른 땅콩과 생긴 모양과 달라요. 일반 땅콩이 강낭콩 모양에 가깝다면 우도 땅콩은 완두콩 모양에 가까워요.


바로 위에서 말했듯 우도는 그렇게 큰 섬이 아니에요. 땅콩 재배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도처에 널린 - 심지어 제주도 밖에도 존재하는 우도 땅콩 관련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에 땅콩을 팔아줄 수 있을 정도로 땅콩 재배 면적이 어마어마하게 광활한 땅이 아니에요. 그럴 섬 면적이 안 되거든요. 비록 우도는 아니지만 우도 지척에 있는 제주도 본토 성산에서 재배하는 땅콩까지 우도 땅콩이라 한다 해도, 이 수요를 과연 다 따라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의문이 들었어요. 우도에서만 땅콩을 4모작 재배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래서 우도 땅콩 유명하고 맛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도 땅콩 관련 제품을 팔고 있는 곳을 볼 때마다 - 특히 육지에서 볼 때마다 이게 진짜 우도 땅콩 쓴 거 맞는지 의문이 들곤 해요.


제주도 초콜렛


언제부터인가 제주도 초콜렛이 관광 기념물이 되었어요. 이건 좋은 현상이에요. 이렇게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것 중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다른 상품을 만드는 것은 제주도 경제에 도움되요. 긍정적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구요. 관광 산업과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품질만 좋다면 꼭 관광 기념품으로만 한정해서 판매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래야 진짜 지역 경제가 발전할 수 있어요. 관광산업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것이에요. 그것에만 목 매단다면 지역 사회는 오히려 속으로 더 썩어들어가요. 밖에서야 안 보이지만요. 1차산업과 2차산업이 받쳐주지 않는 3차산업발전은 결국 신기루에 불과해요. 어쨌든 인간은 음식을 먹고 물품을 사용해야만 생존하니까요.



서귀포 경제


옥돔 판매하는 가게도 당연히 있었어요.




서귀포 시장


서귀포 먹거리


서귀포 여행


서귀포시 여행


제주도 서귀포 여행




"제주시 돌아가자."


빗줄기가 전혀 가늘어지지 않았어요. 신발 속은 완전히 푹 젖어버렸어요. 신발도 문제였고, 비도 문제였어요. 총체적 난국이었어요. 놀려고 해도 놀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제주시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아까 거기 통닭 별로더라."

"그래도 먹을만 하지 않아?"

"거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간 식당 중 실패급이다."


복습의시간도 부정하지 못했어요. 맛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지금까지 복습의시간과 같이 간 식당들 중에서는 실패급이었어요. 그나마 양이라도 많아서 대참사급에 안 들어간 거였어요.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게스트하우스 한 곳이 있었어요. 어두침침한 게스트하우스 입구 안쪽에는 외국인이 두 명 있었어요. 파키스탄인 같았어요.


'파키스탄쪽에서도 제주도 놀러오나보네.'


서귀포에서 파키스탄인을 볼 줄 몰랐어요. 얼굴 생긴 것을 보았을 때 파키스탄인 아니면 인도인이었어요. 파키스탄인이든 인도인이든 굉장한 것이었어요. 그런 나라에서도 제주도로 놀러온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니까요.


버스에 올라탔어요.



제주시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복습의시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학원 강사 이야기가 나왔어요. 복습의시간은 중학교 보습학원 강사로 근무중이었어요. 저는 4년 넘게 학원 강사로 일하다 그만뒀구요. 그래서 복습의시간이 이야기하는 고충이 잘 이해되었어요. 정말 열심히 가르치고 시험 준비 많이 시켰는데 한 줄로 그어버린 것만도 못한 점수가 나온 학생도 있어서 속상하다고 했어요. 복습의시간에게 한 마디 조언해줬어요.


"내 욕심인지 진짜 맞는 방법인지 끊임없이 질문해봐. 학원강사는 애들 점수만 중요할 뿐이야."


어쨌든 애들이 학원과 학원강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점수 상승. 아무리 봐도 푸는 것이 한줄로 그어버리는 것보다 점수가 나쁠 거 같다면 학원강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피곤해하는 학생을 잡아놓고 보강하는 게 나을까, 일단 좀 쉬라고 하는 게 나을까?


복습의시간은 중학교 보습학원 강사를 시작한지 반년 정도 되었어요. 이 말이 와닿으려면 아마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였어요. 점수 못 올려주는 학원강사는 다른 것을 모두 잘 하고 학생들에게 사랑받는다 해도 쓸모없어요. 무가치해요. 그래서 학원강사로 일할 때 일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확고한 목표이자 판단의 기준인 '학생들의 시험점수'가 있었거든요.


거의 밤 10시가 되어서 제주시 신제주 남녕고등학교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제주시 신제주 야경


"바오젠 거리나 보고 갈까?"


바로 친구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매우 아쉬웠어요. 그래서 바오젠 거리를 한 번 둘러보기로 했어요. 심야시간까지 영업하는 괜찮은 카페 있으면 한 번 가보구요.


바오젠 거리


바오젠 거리는 매우 한산했어요.


"너 내일은 뭐 할 거?"

"내일은 삼대악산 만나서 놀다가 캠핑 갈 거."

"그 다음에는?

"그 다음날은 뭐라카네랑 이야기해봐야지. 마지막날 새벽에는 24시간 카페 세 곳 다 가봐야하구."


순간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복습의시간 집은 제주시 24시간 카페 중 하나인 제원 탐앤탐스에서 가까웠어요. 혹시 제원 탐앤탐스 가본 적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아, 너 제원 탐앤탐스 가본 적 있어? 거기 24시간 카페던데."

"나는 중국인 많은 곳은 안 가."


복습의시간은 중국인 많은 곳은 절대 가기 싫다고 했어요. 이해되었어요. 중국에서 일하면서 중국인들에 질려버렸다고 여러 번 말했거든요. 같이 중국 여행할 때도, 한국에서 만났을 때도 그 말을 여러 번 했어요.


제원 탐앤탐스를 제외하고는 오래 있을 수 있는 카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얌전히 복습의시간 집으로 돌아갔어요.


"나 신발 완전 젖었어."

"그거 문 밖에 내놔."

"괜찮아?"

"어."


복습의시간 말대로 신발을 복습의시간 집 문 앞에 놓았어요. 간단히 씻고 잡담하다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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