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3 제주도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

좀좀이 2019. 8. 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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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안에 앉아서 글을 썼어요. 예전 같았으면 여행 와서 열심히 메모를 남겼을 거에요. 그러나 그래야겠다는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았어요. 외국 여행이라면 여행 메모 남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다 정보가 되니까요. 지명, 먹은 것 이름 같은 것도 한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낯설어서 적어놓아야 해요. 그렇지만 국내 여행에서는 굳이 그래야할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편의점 가면 물가 다 똑같아요. 동네 슈퍼마켓, 구멍가게 물가 적을 필요도 없어요. 제주도도 편의점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글 쓰는 것 자체가 상당히 재미없었어요. 특별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요.


'진짜 할 거 없네.'


원래는 스타벅스에서 복습의시간이 강의가 끝날 때까지 버티고 있을 생각이었어요. 그건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되어가고 있었어요. 집중은 하나도 안 되고 지루했어요.


'점심이나 먹자.'


2019년 3월 3일 12시 22분. 일단 밖으로 나왔어요.


제주도


'제원분식이나 갈까?'


때는 대학교 3학년이었는지 4학년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군대 전역하고 복학한 후였고, 대학교에 다니고 있던 중이었어요.


"제주도 맛집 제원분식? 이젠 제주도에서 팔아먹을 게 없어서 이딴 것도 올라오나?"


갑자기 제주도 고기국수 열풍이 불었어요. 왜 고기국수가 인기를 끌었는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일본 돈코츠 라멘 비슷한 음식이라고 환장하고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오래 전부터 잔치 때 먹던 음식이라고 했어요. 대체 어째서 고기국수가 이렇게 육지 사람들 사이에서 확 뜨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게 제주도에서 잔칫날에 먹는 전통 음식이라고 하는 것도 솔직히 조금 많이 웃겼구요. 고기국수 생긴 것 보면 그건 역사가 오래된 음식이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진짜 잔칫집에서 잔치음식으로 내놓는 음식은 따로 있었어요.


제주도 고기국수 열풍도 이해 안 되는데 제주도 맛집이랍시고 제원분식이 또 유명해졌어요. 보고 하도 어이없어서 뭐 이딴 것도 맛집이라고 유명해지나 싶었어요. 제원분식이 그 당시 10년은 넘은 가게였어요. 그러나 10년 넘은 식당은 찾아보면 흔해요. 권리금 장사하려고 뜨는 상권에 기괴한 것 잠깐 팔고 빠지는 가게가 많은 곳이 아니라면요. 제원분식은 제가 중학교 다닐 때 떡볶이 먹으러 가던 식당이었어요. 육지 떡볶이가 떡조림에 가까운 모습인 것에 비해, 제주도 떡볶이는 원래 떡국이나 떡탕에 가깝게 국물이 매우 흥덩해요. 제원분식이 어째서 맛집 소리를 듣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신제주에서 학생들이 잘 가는 가게이기는 했어요. 그러나 그런 동네에서 아이들 몰리는 분식집은 어디든 하나 있잖아요.


그때 정말 어이없었던 기억 때문에 제원분식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제주시 노형동


일단 한라병원까지 쭉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제주도 건천


사진 속 소실점에 있는 연한 귤빛 건물이 바로 제원아파트에요. 신제주에서 상당히 큰 아파트 단지에요.


제주도 여행기


여긴 대체 왜 중국인 거리가 된 건데?


신라면세점이 처음 이 근처에 생겼을 때였어. 나는 신라면세점 건물을 보며 진짜 '신라면세점'이라고 전혀 새각하지 않았어. 이 동네는 그런 게 생길 동네가 아니거든.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올 곳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신라면세점이 생긴 것을 봤을 때 제주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관광객 상대하는 큰 기념품점 비슷한 거라 추측했어. 대형 토속품점 같은 거.


신라면세점이 있는 곳 근처에 과거 '그랜드호텔'이었던 큰 호텔인 매종글래드 제주 호텔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진짜 그거 밖에 없어요! 탑동에 들어섰다면 이해해요. 거기는 큰 호텔들 몰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는 진짜 매종글래드 제주 호텔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에요. 사람들 많이 몰려사는 곳이에요. 이런 대형 면세점이 신제주 - 그것도 주차할 곳 제대로 없는 곳에 낑겨들어가듯 들어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 했어요.


면세점이 생긴 후, 동네는 나빠지기만 했다. 제일 먼저 나타난 현상은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관광버스로 중국인들을 쏟아내니 도로가 감당할 리 없었다. 이것도 모자라서 뜬금없이 '바오젠 거리'라는 것이 지정되었고, 중국인들이 떼거지로 이쪽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전국에 흔해빠진 그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중국인 관광객들 모아놓는 장소가 들어서버린 것이었다. 무슨 새롭게 넓은 공터를 만들고 조성한 것도 아니고 신라면세점 하나 뚝 세워놓은 후 바오젠 거리니 뭐니 하며 제원아파트 있는 곳에 중국인 관광객들 밀집지역을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길 양쪽 모두 중국인 관광객과 중국인 보따리상을 위한 식당 및 운송회사들이었어요. 어이없고 황당했어요. 여기는 진짜로 사람들 사는 동네거든요. 이렇게 관광지가 되어야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그랜드 사거리쪽은 과거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하던 가게들과 술집이 있었던 곳이에요. 그런 쪽에 생겼다면 이해해요. 여기는 그랜드 사거리가 아니에요. 건천인 흘천을 따라 유나이티드 아파트에서 한라병원, 남녕고등학교로 이어지는 평범한 길이에요.


무슨 대림처럼 조선족과 중국인, 중국 불법체류자가 모여 사는 동네도 아니고, 멀쩡한 동네를 중국인 관광객 득시글거리는 관광지구처럼 만들어놨어요.


이게 쉽게 와닿지 않을 거에요. 간단히 자기 집 앞이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인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상상하면 와닿을 거에요. 그냥 중국인 관광객들만 바글거리는 곳이 된 거에요. 뭐 하나 변한 게 없어요. 변한 것이라고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바글거린다는 것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만 늘어났다는 것 뿐이에요.


아마 덤으로 당연히 조선족 불법체류자, 중국인 불법체류자들도 어딘가에서 바퀴벌레처럼 기생하고 있을 거에요. 제주도 한정 중국인 무비자를 시행한 후, 불법체류자도 늘어났고, 평화의 섬에서 범죄의 섬으로 전락해가고 있거든요. 중국인들이 제주도로 무비자로 입국한 후, 육지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잡히는 사례가 적지 않아요. 제주도는 중국몽과 함께하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중국 식민지화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반박할 수가 없어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중국인 무비자를 시행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덕분에 제주도 전체가 난개발에 서울 대림 같은 동네로 전락해가고 있어요.


그나마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인들이 많이 덜 오게 되어서 제주도가 꽤 깨끗해졌어요. 그 전에는 정말 재앙이었거든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뚝 끊기자 관광업자들만 죽을 맛이고, 그 외 모든 제주도 사람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이건 선동도 과장도 아니에요. 사실이에요. 제주도에 한해 중국인 무비자를 시행한 결과, 제주도는 엉망진창 쓰레기가 되었어요. 관광산업도 개판이 되었고, 1에서 10까지 좋아진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다고 양질의 일자리라도 늘어났냐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유나이티드 아파트부터 한라병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여전히 중국인들이 득시글했어요.


제원아파트


길을 따라 걸어가자 제원아파트가 나왔어요.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


제원아파트는 1978년 7월에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에요. 여기는 연동이에요. 여기 사는 어린이들은 신제주초등학교를 다니다 신광초등학교가 생기자 거기로 대거 전학갔어요. 제원아파트는 아파트 단지 면적이 꽤 넓어요.


신제주 제원아파트


제가 아주 어렸을 적, 제원아파트와 관련된 괴담이 주기적으로 돌곤 했어요. 바로 제원아파트는 무덤을 밀고 지은 곳이라는 괴담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소리인데 어렸을 적에는 왜 그 말을 무서워했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오래 전, 제주도의 매장 문화는 일단 묫자리를 잡아 매장한 후, 땅 주인에게 땅값을 지불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좋은 묫자리가 있으면 일단 시신을 매장하고 무덤을 만들었어요. 이러다보니 무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어요. 이것이 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지와 밭에서도 묫자리로 쓰기 좋은 땅이라면 무덤을 만들었기 때문에 제주도 전역에 무덤이 산재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어요. 아파트 단지를 세우기 위해서는 상당히 넓은 땅을 밀어야 하는데, 그 정도 면적의 땅이라면 거기에 무덤이 없을 확률보다 있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요. 제주도에 있는 아파트 단지 중 무덤을 밀지 않고 만든 아파트 단지는 아마 없을 거에요.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제주도 전통 매장 문화 때문에 제주도에서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을 한다고 하면 반드시 나오는 뉴스가 있어요. 묘지 이장 문제와 주인 없는 무덤 이장 문제 관련 뉴스에요.


제원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항상 있었어요. 그러나 제원아파트에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본 적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제원아파트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몰라요. 제게 제원아파트란 친구들이 살고 있던 거대한 아파트 단지일 뿐이에요. 오래 전부터 아파트 단지가 있었기 때문에 신제주 상권이 제원아파트를 중심으로 발달했다는 것이랑요. 신제주의 번화가라고 하면 아직까지도 제원사거리 및 그 주변을 이야기하거든요.


제주도 중국 만두


제원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왔어요. 중국 만두를 파는 트럭이 있었어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트럭이겠죠. 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 이게 일상적이고 평범한 건가요?


제주 제원 우편취급국


제주 제원 우편취급국이 나왔어요. 어렸을 적, 여기로 기념우표를 사러 갔었던 적이 딱 한 번 있어요. 당연히 여기에서는 기념우표를 판매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딱 한 번 가봤어요. 이후 엽서 부치고 편지 부치려고 몇 번 가본 것이 전부에요.


제주도 제주시 연동 신제주 제원아파트


"얘도 이제 늙었구나."


어렸을 적 봤던 모습과 지금 보는 제원아파트 모습은 별 차이 없었어요. 그저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낡았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었어요.


제주시 여행기


Jeju island


제원분식이 나왔어요.


제주시 연동 제원분식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왜 맛집 소리를 듣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재료 다 팔리면 문닫아버려서 저녁에 가면 문 닫힌 상태라는 것 때문일까요? 제원분식이 제주도에서 유명한 이유라면 준비된 재료가 다 떨어지면 바로 셔터 내려버린다는 것 때문이에요. 맛 때문에 유명한 곳은 아니에요.


사실 제주도에서 떡볶이 맛있다고 유명한 곳은 없어요. 동네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떡볶이 가게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갖고 무슨 거창하게 맛집이라고 하고 찾아가서 먹고 그러지는 않아요. 이건 심지어 동문시장 사랑분식도 마찬가지에요. 거기도 뭐 거창한 사랑식이니 모닥치기니 하는데, 원래 거기는 그냥 양 많다고 그 동네에서 인기 있던 분식집에 불과했어요. 어찌 하다 육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먹어보고 신기하다고 스고이 스고이 거리면서 블로그에 거창한 맛집이라고 써놓고 이게 또 어찌 하여 다음, 네이버 메인에 여러 번 올라가며 맛집이 되어버린 거에요. 덕분에 제주도 사람들도 대체 거기 뭐가 있길래 육지 사람들이 그리 몰려가서 먹어대나 궁금해서 찾아가 먹게 된 거구요. 


애초에 순위 매기는 놀이, 맛집 추켜세우기 자체가 우리나라에 퍼진 지 얼마 안 되요. 이것들 전부 최근에 들어온 일본 문화의 영향 중 하나에요.


제원분식은 왜 유명한지 알 수 없지만, 제원분식 옆에 있는 장군닭집은 원래 신제주에서 매우 맛있는 닭집으로 유명했던 곳이에요. 예전 간판은 장군 옆에 아래아를 써서 닭이라고 써놨어요. 그래서 아래아 때문에 '장군돍'이라고 읽곤 했어요. 제주도 방언에서는 아래아가 일관되게 '오' 발음으로 가는 현상이 있거든요. 육지 사람들은 아마 '장군닭'으로 읽었을 거에요. 이번에 가서 보니 평범하게 장군닭으로 바뀌었어요.


참고로 아래아 발음은 육지 사람과 제주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특징이에요. 다른 것들은 제주도 사람들도 표준어를 알기 때문에 표준어로 바꿔서 말해요. 이것이 나중에 가면 정말 자연스럽게 되요. 그래서 사투리 해보라고 해도 사투리가 잘 안 나와요. 이건 마치 백주대낮 길거리에서 갑자기 집에서 편히 TV 보는 자세 취하며 과자 집어먹는 거 해보라고 했을 때 그게 안 되는 것과 똑같은 거에요. 분명히 집에 돌아가면 편히 비스듬히 누워 TV보며 과자 집어먹는데 막상 백주대낮 사람들 많은 길거리에서 누군가 그걸 해보라고 하면 하려고 해도 제대로 안 되는 것과 같다는 거에요.


그러나 아래아는 제주도 사람들 중 육지에서 재수하거나 육지에 있는 대학교에서 국어교육과 같은 특수한 몇몇 학과를 다니지 않는 한 제주도 사람과 육지 사람이 아래아를 어떻게 다르게 발음하는지 경험할 일이 없어요. 기껏해야 참크래커, 한글 같은 것을 타지역 사람은 촘크래커, 혼글이라 하지 않고 참크래커, 한글이라고 하는 것을 경험으로 알 뿐이에요. 현대 한국어에서는 입시 준비 외에 아래아를 읽을 일이 없으니까요.


여기에 제주도 방언 표기에서는 아래아를 많이 쓰기 때문에 어지간한 제주도 사람들은 아래아가 있으면 일관되게 '오'에 가까운 발음으로 쭉 읽어버려요. 고어를 이해하는 것은 제주도 사람들도 따로 배워야 이해해요. 그러나 아래아가 득시글한 글을 처음 봤을 때, 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는 육지 사람과 달리 제주도 사람들은 소리내서 읽는 것만은 막힘없이 아래아를 '오'에 비슷한 발음으로 발음하며 쫙 읽어버려요.


제원분식 안으로 들어갔어요.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했어요.


'아, 나 관광객이지?'


약간 차가운 기운이 있기는 하지만 봄이 찾아온 제주도. 반면 제 옷은 한겨울 영하 20도도 견뎌낼 수 있는 두툼한 패딩. 누가 봐도 저는 관광객이었어요. 아무리 제주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나왔다고 해도 지금 모습은 영락없는 관광객이었어요. 60만 제주도민 모두가 제 옷차림을 보면 '저거 육지사람인게'라고 할 거였어요. 앞머리고 뭐고 바리깡 1cm로 박박 밀어버린 스타일 보고 바로 저거 중국인이라고 알아차리는 것처럼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어요. 이상할 게 하나도 없었어요. 지금 이 순간, 나는 관광객이니까요. 동네 주민이 카메라 꺼내 떡볶이 사진 찍으면 이상하게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나는 누가 뭐래도 관광객 꼬라지에요. 관광객이 자기가 먹을 음식 사진 찍겠다는데 뭐가 이상하겠어요. 카메라를 꺼내 떡볶이와 튀김 사진을 찍었어요.


제원분식 떡볶이


'역시 제주도에서 튀김을 기대하면 안 되지.'


옛날 방식 그대로 튀긴 튀김이라고 해야 맞을 거에요. 눅눅한 튀김. 분명히 튀긴지 몇 분 안 된 거 아는데 먹어보면 이게 몇 분 안 된 것인지 몇 시간 흐른 건지 분간 안 되는 튀김옷의 눅눅함. 제가 어렸을 적 먹었던 튀김맛 그대로라는 점으로 간신히 의미부여했어요. 바삭거림을 중요시하는 현대 한국인들의 튀김 평가 기준에서 보면 이건 그냥 맛대가리 없는 튀김이었어요. 바삭했던 적이 단 1초라도 존재했는지 의문이 드는 튀김옷이었어요.


Jeju food


제주도 떡볶이는 원래 국물이 매우 많아요. 제원분식 떡볶이는 타지역에서 떡볶이라 부르는 음식과 맛이 꽤 달라요. 단맛이 적고 어묵 국물을 계속 부어주기 때문에 매운탕 비슷한 맛이에요. 떡과 어묵을 다 건져먹고 계란 하나만 남았어요.


tteokbokki in jeju


계란은 으깨서 국물에 섞어먹어야지.


삶을 계란을 잘 으깼어요. 계란 노른자를 떡볶이 국물에 잘 개었어요. 타지역 떡볶기에서는 이렇게 못 할 거에요. 그러나 제주도 떡볶이에서는 이렇게 계란 노른자를 국물에 개어서 먹을 수 있어요. 국물이 흥건하니까요.


'요즘 애들도 이렇게 먹을 건가?'


요즘 제주도 애들도 이렇게 먹는지 모르겠어요. 제 맞은편에 앉아 떡볶이를 먹고 있는 애들을 보니 계란 노른자를 국물에 개어서 먹지 않았어요. 떡볶이 국물에 계란 노른자를 개어서 먹는 것은 제가 제주도에서 학교 다닐 때 모두가 이렇게 먹는 방법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먹은 것은 아니었어요. 삶은 계란을 으깨서 국물에 섞어먹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었어요.


떡볶이를 다 먹고 제원분식에서 나왔어요.


제주도 제주시 여행기


왜 여기가 맛집으로 유명해졌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어요. 예전 제가 어렸을 적이나 지금이나 제주도에 있는 흔하디 흔한 분식집 중 하나였어요. 제주도 떡볶이가 신기해서 맛집이라고 유명해진 건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러려니 해야 했어요. 이런 동네 분식집이 뭔 힘이 있다고 억지로 인터넷에 유명한 맛집으로 띄우는 작업을 했겠어요.


"이제 뭐하지?"


제원분식에서 떡볶이까지 먹고 나오자 진짜 막막해졌어요. 하나도 안 궁금한 동네. 다 아는 뻔한 곳. 무엇을 할지 억지로라도 만들어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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