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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비빔냉면 맛집 - 청량리 할머니냉면

좀좀이 2019. 7. 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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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본 서울 냉면 맛집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비빔냉면 맛집인 청량리 할머니냉면이에요.


"냉면이나 먹고 올까?"


날이 매우 덥고 습했어요. 집에서 라면 끓여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눈꼽만큼도 들지 않았어요. 가뜩이나 덥고 습한 날에 방 안에서 라면 끓이면 방은 답이 없어지거든요. 밤이라면 바깥 공기가 시원해서 창문 열어놓고 있으면 어느 정도 괜찮지만, 낮에는 창문 열어놓고 라면 끓여도 답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어요. 에어컨을 틀면 어떻게 되기는 하지만 에어컨 틀기는 더 싫었구요.


갑자기 냉면 생각이 났어요. 의정부에 냉면 유명한 가게가 하나 있어요. 거기는 물냉면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해요. 그때 문득 청량리에 냉면 유명한 집이 하나 있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청량리 가서 먹고 올까?'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 역이에요. 의정부역도 지하철 1호선이기 때문에 환승없이 지하철 타고 바로 갈 수 있어요. 의정부역부터 청량리역까지 지하철로 얼추 30분 정도 걸려요. 이 정도면 잠깐 바람 쐬는 기분으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요.


여기에 지난번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홍릉주택을 갔을 때 냉면 생각을 못 해서 먹고 오지 못했어요. 청량리는 물가가 상당히 저렴한 동네에요. 그래서 1000원에 찹쌀도넛 3개 파는 것을 보고 그거 사먹고 짜장면 사먹었더니 배불러서 더 이상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원래 그날 노원구 당고개역 양지마을 달동네도 가려고 했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가지 못했어요.


청량리도 맛집이 여기저기 있어요. 주로 시장쪽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청량리 가서 찹쌀 도넛과 짜장면을 잘 먹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그 유명한 청량리 할머니냉면 못 먹고 온 것은 아쉬웠어요. 만약 그때 청량리 할머니냉면이 떠올랐다면 무조건 거기로 갔을 거에요.


'이왕 가는 거 여자친구한테 같이 가자고 할까?'


여자친구에게 연락했어요.


"청량리 올래?"

"청량리? 왜?"

"냉면 사줄께."

"갑자기 왠 냉면?"

"청량리 할머니냉면 유명하잖아."

"싫어."


여자친구가 단칼에 거절했어요.


"냉면 사줄께."

"절대 싫어."

"진짜 사줄께."

"진짜 싫은데..."


여자친구는 청량리 할머니냉면 사준다고 해도 싫다고 했어요. 그러나 몇 번 계속 같이 가자고 하니까 같이 간다고 했어요.


여자친구와 청량리역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어요. 약속 시간에 맞춰서 청량리역 2번출구로 갔어요. 청량리역 2번 출구에서 길을 건너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출발하기 전에 위치를 보니 전에 홍릉주택에서 청량리역으로 돌아갈 때 걸었던 그 길에 있었거든요.


청량리 할머니냉면 앞에 도착했어요.


청량리 맛집


"뭐 사람들이 이렇게 줄 서 있어?"


제가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 30분 경이었어요. 밥시간과는 아예 상관없는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밖에까지 줄을 서 있었어요.


"대체 얼마나 맛집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줄 서 있지?"


동대문구 냉면 맛집


준비된 냉면이 계속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면발은 봉지면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조금 기다리자 제 차례가 되었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냉면 보통 2개를 주문했어요. 청량리 할머니냉면 보통 가격은 5천원, 곱빼기 가격은 6천원이에요. 메뉴는 보통과 곱빼기 뿐이었어요.


서울 비빔냉면


탁자 위에는 설탕, 식초, 겨자가 있었어요. 그것만 있었어요.


청량리


옆 좌석에서는 사람들이 매운지 스읍 스읍 소리를 내며 냉면을 먹고 있었어요.


'대체 뭐 얼마나 맵길래 저렇게 소리내며 먹지?'


옆 좌석은 육수를 부어 붉은 국물 물냉면을 만들어 먹고 있었어요. 냉면이 나오기를 기다렸어요.


뜨거운 육수는 셀프서비스로 갖다 먹게 되어 있었어요. 직원분께서 차가운 육수를 갖다 주셨어요.


청량리 할머니냉면 육수


매우면 양념을 덜어내고 먹으라고 적힌 액자가 여기저기 매달려 있었어요.


청량리 할머니냉면 비빔냉면이 나왔어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비빔냉면 맛집 - 청량리 할머니냉면


"양념 덜어놓을 그릇 갖다줘?"

"응."


여자친구에게 양념 덜어놓을 그릇을 갖다주냐고 물어봤어요. 여자친구가 그래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릇을 가지러 갔어요. 양념 덜어놓을 그릇이 안 보여서 두리번거리다 직원분께 양념 덜어놓을 그릇 없냐고 여쭈어봤어요. 직원분께서 간장 종지만한 작은 그릇 하나를 주셨어요.


"야, 그렇게 먹으면 뭔 맛으로 먹어!"


청량리 할머니냉면 물냉면


여자친구는 양념을 작정하고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덜어내려고 노력했어요. 무는 양념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 걷어냈어요. 삶은 계란 반쪽에 뭍어 있는 양념은 어쩔 수 없어서 그냥 놔뒀어요. 그렇게 양념을 티눈 뿌리 뽑아내듯 아주 싹싹 다 긁어내고 나서 냉육수를 콸콸 부었어요. 그래도 완벽히 걷어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양념이 조금 섞이기는 했어요.


저는 가위로 면을 반으로 자른 후 잘 비볐어요. 냉면 양이 꽤 많았어요.


청량리 맛집 - 청량리 할머니냉면 비빔냉면


악! 맵다!


서서히 올라오고 말고 하는 게 없었어요. 그냥 처음부터 매웠어요. 무지 매웠어요. 어렸을 적 처음 팔도비빔면을 먹고 너무 매워서 물을 마구 들이켜고 혓바닥 씻어내고 난리쳤던 그 충격과 똑같았어요. 제가 엄청 매워하는 걸 보자 여자친구가 깔깔 웃었어요.


"여기 매워서 유명한 곳인 줄 몰랐어?"


그제서야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어요. 왜 여자친구에게 청량리 할머니냉면 같이 가자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기억났어요.


청량리 할머니냉면 가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번 들어봤어요. 청량리는 지하철1호선 타면 금방 가는 곳이라 가기 쉬운 곳이었어요. 그렇지만 단 한 번도 여자친구에게 청량리 할머니냉면 가자고 한 적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서울에서 매운 냉면 가게로 아주 유명한 곳이었거든요. 아주 유명한 정도가 아니라 서울 5대 매운 냉면 가게 중 하나에요. 무턱대고 캡사이신 떡칠해놔서 맵기만 한 게 아니라 맛있지만 무지 맵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제 여자친구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요. 청량리 할머니냉면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서울 5대 매운 냉면 중 하나였기 때문에 매운 것 못 먹는 여자친구를 데려갈 생각을 아예 안 했어요. 그러다 한동안 청량리 할머니냉면을 까맣게 있고 있었고, 왜 여자친구와 같이 안 갔는지 그 이유조차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먹다가 이게 확 떠올랐어요.


내가 여기 너무 매운 곳이라고 해서 같이 가자는 소리 자체를 안 했던 거야.


당연히 여자친구는 여기가 서울 5대 매운 냉면가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냉면 좋아하는데도 안 간다고 했던 것이었어요. 그리고 이게 무지 맵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처음부터 양념을 뿌리까지 싹싹 다 긁어서 제거하고 물냉면 만들어 먹고 있었던 것이었구요.


캡사이신 떡칠해서 기분 나쁘게 매운 맛이 아니었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매운 맛이었어요. 캡사이신 떡칠이 안 되어 있었기 때문에 텁텁한 매운맛이었어요. 대신 쓴맛이 전혀 없었어요.


냉면에 아무 것도 안 치고 먹었어요. 냉면은 달고 고소했어요. 처음 나올 때부터 참기름 비율을 정말 잘 맞춰져 있었어요. 무지 맵고 달고 고소했어요. 매운맛이 역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신맛은 아예 없다시피했어요.


냉면에서 신맛을 좋아한다면 식초 조금 쳐서 드셔야 할 거에요. 그렇지만 식초 안 넣고 처음에 나온 그대로 먹어도 매우 맛있었어요. 사실 맵기가 조금 덜 매웠다면 애들이 딱 좋아할 맛이었어요. 달고 고소했으니까요.


하지만 노빠꾸다!


춘천 갔을 때 부안막국수 먹으며 느꼈어요. 비빔으로 먹다가 도중에 육수 넣어서 물로 만들어 먹으면 엉망되요. 간이 안 맞게 되거든요. 비빔으로 강한 맛에 이미 길들여진 상태에서 육수 부어버리면 밍숭밍숭해서 진짜 별로에요. 그래서 이건 답도 없었어요. 비빔으로 먹기 시작한 이상 끝까지 비빔으로 가야 했어요. 많이 맵기는 했지만 매운 거 빼면 맛 밸런스가 상당히 잘 맞았거든요.


사실 맵기만 무지 맵고 기본적인 맛 밸런스가 엉망이었다면 여기가 유명해지지도 않았을 거에요. 매운맛을 제외한 나머지 맛들의 조화와 균형이 상당히 잘 맞아서 맛있는 것이었어요.


다 먹고 나니 입에서 불이 났고 땀이 줄줄 흘렀어요. 여자친구는 양이 많다고 조금 남겼어요. 그래서 여자친구한테 남긴 거 내가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여자친구가 그러라고 했어요.


"어? 이거 맛있네?"


여자친구는 냉면 양념을 아주 다 긁어내다시피하고 물냉면으로 만들어 먹었어요. 그래서 엄청 싱거울 줄 알았어요. 아니었어요. 물냉면으로 만들어 먹어도 꽤 맛있었어요. 강렬한 단맛과 고소한맛이 상당히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비빔냉면 한 그릇 다 비운 후 물냉면 먹는 건데 물냉면이 싱겁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어요.


"이거 왜 매운맛 나!"


육수를 들이키다 당황했어요. 여자친구가 깔깔 웃었어요.


여자친구는 분명히 양념을 박박 다 제거하고 물냉면으로 만들어 먹었어요. 그건 위 사진에도 있어요. 그래서 이건 하나도 안 매울 줄 알고 육수를 들이켰어요. 놀랍게도 매운맛이 있었어요. 아주 약간 잔존한 양념이 또 매운맛을 내고 있었어요. 독하게 매운 건 아니지만 안성탕면보다 조금 더 매웠어요. 육수를 처음 마실 때에는 몰랐지만 두 모금 삼키자 혀 뿌리쪽이 미세하게 얼얼했어요. 시원하고 칼칼한 느낌이 들었어요.


청량리 비빔냉면


아주 깔끔하게 다 비웠어요. 여기는 정말 유명할 만 했어요. 오후 3시 30분에도 사람들이 줄 서서 먹을 가치가 있었어요. 단맛과 고소한맛의 균형과 조화가 참 좋았고, 매운맛도 자연스러웠어요.


다 먹고 길을 조금 더 걸어 올라갔어요. 매운 걸 먹었기 때문에 속을 조금 달래줘야 했거든요.


청량리 빵집


매운 것을 먹어 놀란 속을 달래주기 위해 찹쌀 도너츠 3개를 1000원에 파는 빵집으로 가서 찹쌀 도너츠 6개를 사먹었어요.


청량리 할머니냉면 비빔냉면은 매우 맵고 맛있는 비빔냉면이었어요.


단, 청량리 할머니냉면 비빔냉면은 꽤 매운데다 냉면집에 매운 것을 달랠 것도 딱히 없었어요. 다 먹고 너무 맵다 싶으면 시장 길을 조금 더 걸어올라가다보면 빵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하는 빵집이 하나 있어요. 그 빵집 가서 빵 사먹으며 속을 진정시키는 것도 괜찮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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