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 같은 골목길. 그러나 이 골목길에도 사람이 살고 있어요.


서울 골목길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산 달동네 백사마을 포대 자루를 틀로 사용해 만든 벽이 나왔어요.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산 달동네 백사마을


조금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았어요.


백사마을


다시 위로 올라갔어요.







모래 주머니를 틀로 이용해 벽을 쌓는 것은 현재진행형 같았어요.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산 달동네


사진을 찍으며 계속 걸었어요.










백사마을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전입자 대 전출자 비율에서 전출자 비율이 높아졌고, 2010년에는 전입자 수보다 전출자 수가 많아졌어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었던 백사마을은 2008년 1월에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었어요. 그리고 2009년 5월 지구단위계획 및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어요. 이 당시에는 아파트 위주의 전면개발방식으로 결정되었대요.


백사마을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이 발표되자 보존이 필요하다는 사회 각계의 의견이 제기되었고, 서울시는 주민의견을 통해 주거지 일부 보존을 유도하기로 결정했어요. 2011년 9월에는 정비계획 변경 결정 및 주민설명회가 개최되었어요. 그리고 백사마을 재개발 방식은 전체 면적 중 22%를 골목과 언덕 등 마을 원형을 유지하며 리모델링 방식 재개발로 바꾸었어요. 명분은 아파트로 재개발될 경우 정작 추가부담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정든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위한 배려였어요.


한편, 2012년 6월 백사마을 주민복지협의회와 2003년 6월에 백사마을 원주민들로 결성된 청록회, 백사마을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 중심으로 구성된 104마을 애향회, 인근 영신여고 자원봉사 학생들과 백사마을 주민자치위원회 등은 같이 참여해 백사마을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발대식을 개최했어요. 그리고 이해 7월부터 노후 담장을 도색하고 마을 벽화 그리기를 실시했어요.


2012년 12월부터 1960~70년대 주거 및 문화 보존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비사업 모델 개발 계획 수립이 진행되었대요. 기존 주거 유형과 기형, 골목길, 필지 등을 유지하고, 작은 박물관 및 문화전시관, 마을 공동 주차장, 텃밭 공간 조성 계획을 추진추진하며, 인문학자와 사회학자, 주민 참여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었대요.




그러나 이런 머리에 꽃밭 들어찬 이야기는 당연히 엉망이 되었어요. 저게 제대로 잘 되었다면 여기가 재개발 소리 들리지 않았겠죠. 그게 아니라 유명 관광지로 널리 알려졌을 거고, 온갖 드라마 촬영, 영화 촬영하러 모여들고 여기저기 공방과 카페가 꽉 들어찼겠죠.


2014년, 백사마을 재개발 시행자인 LH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지구 사업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이 보고서에 의하면 이 당시 계획대로 백사마을을 떼어낸 뒤 조합원 및 일반분양 아파트 1720가구를 지을 경우 추정 비례율은 53.04%였어요. 비례율은 재개발사업을 통해 생기는 순이익(분양수입-사업비용)을 기존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한 감정평가액으로 나눈 값으로, 조합원 자산이 어느 정도의 가치로 바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에요. 이 비례율이 53%로 나왔다는 것은 조합원 자산 가치가 반토막난다는 것을 의미했어요. 그리고 이로 인해 이 사업을 추진할 경우 적자가 무려 1119억원이 발생할 거고, 조합원 추가분담금도 주택 평형에 따라 1억7700만~3억500만원에 달하게 될 거라 추산되었어요.


당연히 뒤집어졌어요. 비례율을 끌어올리고 추가분담금을 낮추기 위해서는 주거지 보존사업을 포기해야만 했어요.


더 나아가 한국토지주택공사 (LH공사)는 이 지역 공사비를 평당 480만~500만원으로 책정했어요. 바위가 많은 지형 때문에 공사비가 높아졌어요. 당연했어요. 여기는 불암산 자락이니까요. 불암산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암'이 들어갔잖아요. 불암산은 한자로 佛巖山 이에요. 바위 암자가 들어갔어요. 그러나 서울시는 평당 공사비가 350만~380만원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결국 2016년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업성이 없다며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어버렸어요.


그러나 다시 재개발에 불이 붙었어요. 2017년 7월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되었어요. 서울시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18년 6월, 백사마을 재개발 설계안 마련을 국제지명공모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여기에는 6개 업체가 참여했어요. 그리고 당연히 문제가 터졌어요.


선정된 설계안에 의하면 백사마을에는 2~3층으로 지어질 임대주택 지역, 그리고 이 임대주택 지역과 조화를 맞추기 위해 나머지 개발 지역의 2/3을 4~5층 저층 단지가 건설되고, 총 가구수를 2000가구로 맞추기 위해 불암산 자락에 25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지어질 거래요.


백사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이 설계안에 반발했어요. 설계된 저층 아파트의 동간 간격이 너무 좁아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불암산 앞에 설계된 25층 아파트가 경관을 해치기 때문에 평균 16층 높이로 지을 것을 요구했어요. 2018년 12월 2일, 백사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 100명은 서울 강남구 SH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개발 설계 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구했어요.


서울시는 눈치만 보면서 분위기 좋으면 나서는 척하고, 분위기 나쁘면 숨어버리기 바빠요. SH공사는 이런 건 처음이라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건축가는 자기의 예술을 최고이고 너무나 아름다우며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한 거라고 우기고, 여기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왜 내 재산을 가지고 남의 건축 철학 실험용으로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마음대로 사용하냐고 난리에요.



2019년 3월, 서울시는 붕괴위험에 노출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붕괴위험가옥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주거 이전비를 이례적으로 먼저 지급하기로 결정했어요. 이로 인해 5월까지 조기 이주에 대한 실태 조사를 마치고 6월중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래요.


보통 주거 이전비는 재개발 사업 단계 중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지급되는데, 백사마을은 현재 정비계획변경 진행단계로 사업시행인가까지 최소 1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이게 넘을 수도 있구요. 재개발 건축 설계 문제로 갈등이 심하거든요.


원래 재개발 사업의 경우, 거주민이나 세입자 등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부여하고 재개발 공고 전부터 거주한 주민들에게는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등을 제공해요. 그러나 백사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당장 이사를 가게 되면 주거 이전비와 이사비 등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 집에 계속 거주하고 있어요. 재개발 추진 절차 중 사업시행인가 후에 이사를 가야 주거 이전비, 이사비를 지원받을 효력이 생기거든요. 서울시는 결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주거 이전비를 이례적으로 먼저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붕괴 위험 가옥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6월 중 주거 이전비와 이사비를 지원받아 조기 이주할 수 있게 되었대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애초에 백사마을을 보존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문화예술업무지구로 조성하든가 상가지구, 민속촌 형태의 관광지 개발 방식으로 갔었어야 했어요. 이도 저도 아닌 마을 보존과 재개발 두 마리 다 잡으려 하니 엉망진창이 되죠.


사실 백사마을은 대중교통이 나쁜 편이에요. 노원구 최대 학원가이자 번화가 중 하나인 은행사거리가 발달한 이유에 대해 교통이 불편한 지점이라 학원들 만들기 좋은 자리였다는 것이 정설이에요. 교통이 나쁘다보니 유흥업소들이 들어오기 나쁜 자리인데다 학생들도 멀리 도망가기 어려운 자리라서요. 그런데 백사마을은 이 은행사거리에서 더 불암산 방향으로 들어가야 해요. 솔직히 여기가 그렇게 주택단지로 재개발하면 가치가 높을 곳인지 진지하게 의문이에요.


정말 보존하고 싶다면 차라리 서울시가 전부 매입한 후 문화예술업무지구로 조성하든가 상가지구, 민속촌 형태의 관광지 개발 방식을 택하고 상하수도 정비 깔끔히 해주고 도시가스 넣어주고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어요. 그 다음 싼 값에 예술가, 수공예 작업장 차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임대주고 관광지로 홍보하구요. 서울시 재산이면 젠트리피케이션 걱정할 필요도 없죠. 아니면 그냥 원래 계획대로 싹 다 밀어버리고 아파트 올려버리든가요.



이제 백사마을 88계단을 보러 갈 차례였어요.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산 달동네 백사마을 88계단


백사마을 뿐만 아니라 이화동 등 다른 달동네 벽화들 본 것 중 최고의 벽화였어요. 이 한 폭의 그림이 이 동네의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어요.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달동네인 백사마을은 어떤 동네냐고 물어본다면 이 그림 하나로 충분했어요.



골목은 여전히 조용했어요.



백사마을 88계단은 백사마을 시장골목에서 위 사진 속 집 맞은편 골목으로 올라가면 되요.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산 달동네 백사마을 88계단 앞에 도착했어요.


88계단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꼭대기까지 다 올라왔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가 왔어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시장골목 입구에는 삼거리식당이 있었어요.


삼거리 식당


시장 안에서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저기서 밥이나 사먹을까?'


지갑을 꺼내서 얼마 있나 보았어요. 현금이 부족했어요.


'그냥 다른 달동네 하나 더 갈까?'


노원구에는 백사마을 외에도 달동네가 더 있어요. 상계역 쪽에 양지마을, 합동마을, 해방촌이 있어요. 일단 현금이 없었기 때문에 ATM 찾아서 가며 생각하기로 했어요.


버스 정류장이 나왔어요. 창동역 가는 버스가 있었어요.


'그냥 달동네 하나 더 가자.'


버스에 올라타서야 백사마을 입구에서 백사마을 전경 사진을 안 찍었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괜찮았어요. 어차피 해가 서쪽에 있어서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없었거든요.


'밥이나 먹고 올 걸.'


창동역 도착해서 후회했어요. 피곤하고 늦어서 다른 달동네 갈 엄두가 안 났어요. 그렇다고 다시 버스 타고 백사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아갔어요.



p.s. 2019년 12월 20일 야심한 새벽 시간에 백사마을로 다시 갔어요.



위 영상은 이때 찍은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동 중계본동주택재개발지구 백사마을 심야시간 풍경 영상이에요. 새벽 2시 30분경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


백사마을 한 바퀴를 돌며 찍었기 때문에 영상이 상당히 길어요. 그러니 유튜브 영상 재생 속도를 2배속으로 설정하고 보시는 것이 괜찮을 거에요.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