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달동네 갈까, 말까?"
5월 3일 정오 즈음. 계속 고민했어요. 카메라를 들고 서울에 있는 달동네를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전날 여파가 너무 컸어요.
노원구 달동네 백사마을은 정말 컸어요. 게다가 골목도 많아서 실제 돌아다닌 건 훨씬 더 많이 돌아다녔을 거에요. 집에 돌아오니 다리가 아팠어요. 일단 자고 일어났지만 전날 무리한 여파가 남아 있었어요. 백사마을 규모가 큰 것은 알고 있었어요. 지도로 봐도 백사마을 면적이 넓거든요. 여기는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고 갔지만 실제로는 제 예상보다 더 컸어요.
단순히 체력 문제로 끝난 것이 아니었어요. 백사마을을 다녀온 후 카메라 SD메모리카드를 노트북 컴퓨터에 끼웠어요.
"헉! 이거 뭐야?"
캐논 SX70HS 디지털카메라는 실상 제일 작은 사이즈로 찍을 수 있는 사진 사이즈가 10M 이에요. 사진 한 장 용량이 몇 MB씩 해요. 그런데 백사마을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350장이 넘었어요.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어온 이유는 일단 찍고 봤기 때문이었어요. 동대문구 이문동 달동네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과거 사진을 찾아보았어요. 사진이 제 예상과 달리 몇 장 없었어요. 찍은 곳을 나중에 또 찍은 것이 많았구요.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이런 곳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일단 마구 찍고 봐야해요. 본질적 취향이 바뀌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골라가며 찍으면 몇 번을 가도 비슷한 것, 비슷한 곳을 찍어오게 되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라면 일단 무조건 후려갈기듯 난사해서 사진을 찍어야 했어요. 그렇게 마음먹고 백사마을에서 사진을 찍어서 돌아와보니 350장이었어요. 이건 제 노트북 하드디스크 여유공간으로 감당이 안 될 양이었어요.
게다가 티스토리는 글 하나당 사진을 최대 50장까지 업로드할 수 있어요. 사진이 350장이니까 이건 글로 다 올리려면 최소 7편으로 나눠서 써야 했어요. 문제는 백사마을 전에 간 곳들도 아직 글을 다 못 썼다는 점이었어요.
글이 밀리는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속에 있는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놓지도 못하는 상황. 그래서 더욱 고민되었어요.
그러나 느낌을 따르기로 했어요. 가고 싶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씻고 성북구 정릉3동 달동네인 정릉골로 향했어요.
서울특별시 성북구 북한산 달동네인 정릉골로 가기 위해서는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 2번 출구로 가야 했어요.
2019년 5월 3일 오후 4시 10분.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 2번 출구에 도착했어요.
길을 건너 정릉천변으로 갔어요.
사진을 보면 바로 어디가 정릉골인지 알 수 있을 거에요.
정릉천 주변에는 불교 조계종 절인 경국사가 있어요.
'경국사 잠깐 보고 갈까?'
경국사를 보고 나왔어요.
"어? 벌써 5시 12분이라고?"
경국사를 둘러보며 그렇게 큰 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 둘러보는 데에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어요. 경국사가 작은 절이 아닌데다 문화재도 여러 가지 있거든요. 저는 경국사 둘러보는 데에 20분이면 충분할 거라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어요.
"빨리 가야겠다!"
아무리 캐논 SX70 HS 디지털 카메라의 손떨림 방지 기능이 좋고 해가 이제 길어져서 저녁 7시까지는 무난히 촬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늦장을 부릴 수 없었어요.
'다산동은 오늘 포기해야 될 거 닮다.'
원래 계획은 정릉골을 2시간 돌아보고 바로 종로 다산동으로 이동해 다산동을 한 시간 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시각을 확인해보니 그건 불가능할 것 같았어요.
'정릉골은 별로 안 클 거야. 보려고 하면 금방 다 보겠지.'
경국사에서 정릉골로 들어가는 계단을 올라갔어요.
계단을 다 올라왔어요. 텃밭이 있었어요.
아직까지는 그렇게 특별하거나 인상적인 것이 없었어요.
벽에 뭔가 손으로 적어서 붙여놓은 것이 있었어요.
'야...오토바이 손잡이 훔쳐가는 놈도 있구나.'
하도 신기해서 사진으로 찍었어요. 그때였어요. 어떤 나이 든 아저씨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뭐 찍어요?"
"아, 저는 취미로 사진 찍는데 골목길 사진 좀 찍으러 왔어요."
"독립 영화에서 온 게 아니라요?"
"예? 아뇨! 저는 그냥 취미로 사진찍으러 왔어요."
아저씨 말씀에 의하면 독립 영화 찍는 사람들이 와서 자기 집에서 촬영해도 되냐고 물어보았대요. 그런데 금액이 너무 적어서 거절했대요. 촬영 기간도 무려 한 달이나 되는데요. 이쪽으로 독립 영화 찍으러 사람들이 조금 오나봐요.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윗쪽으로 올라갔어요.
정자가 있었어요.
정자에는 이런 것이 있었어요.
자기가 지은 죄의 무게를 달아보라는 것일까요?
다시 위로 올라갔어요.
슬슬 낙후된 건물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지붕이 무너진 폐가도 있었어요.
계속 위로 올라갔어요.
벽 아랫부분에 팻말이 붙어 있었어요.
나무판에는 '불법투기시고발조치'라고 적혀 있었어요.
계단이 또 나왔어요.
봄날 저녁볕에 나무가 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계속 걸어갔어요.
텃밭이 나왔어요.
하늘은 파랬지만 미세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어요.
"저기 또 있네?"
멀리 또 달동네가 있었어요. 저기도 정릉골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