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07 제주도 비양도 한림 초등학교 비양분교

좀좀이 2019. 3. 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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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림항 비양도행 도선 대합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비양도 배 몇 시에 있어요?"

"빨리 저거 써서 와요. 곧 배 출발해요."

"곧 출발해요?"


도선 대합실 입구에는 비양도행 배는 12시에 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지금은 배가 있을 때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매표소 직원은 저와 친구에게 빨리 서류 작성해서 가져오라고 했어요. 이제 조금 후면 비양도 가는 배가 출발할 거라고 했어요. 12시까지는 한참 남았어요. 그렇지만 직원이 이제 곧 비양도 가는 배가 들어올 거고, 그거 타고 비양도 가면 된다고 했어요.


서류를 작성했어요. 저는 현재 제주도민이 아니에요. 복습의시간은 제주도민이에요. 제주도민과 비제주도민은 요금 차이가 있었어요.


"서류 어떻게 쓰지?"

"빨리 가져오라고 하니까 그냥 따로 쓰자."


직원이 이제 배 곧 들어오니 빨리 서류 작성해서 오라고 했기 때문에 이런 걸로 머리 싸매지 말기로 했어요. 둘이 따로 쓰고 따로 결제해버리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서류 작성이라고 해봐야 출선 신고서에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적는 것이 전부였어요. 서류를 작성하고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다시 창구로 갔어요. 비양도 들어가는 표를 구입할 때 나오는 표도 같이 구입해야 한다고 했어요.


"우리 지금 들어가면 비양도에 얼마나 있어야 할 건가?"


저와 복습의시간 모두 비양도는 처음이었어요. 비양도는 금능해수욕장에서 멀리 바라보는 섬이었을 뿐이었어요. 여기가 얼마나 큰지, 볼 게 얼마나 있는지 하나도 몰랐어요. 비양도 간다고 비양도에 대해 뭔가 조사를 하고 온 것도 아니었어요. 제가 안 가본 곳이기도 하고, 가볍게 다녀올 만한 곳 중에서는 비양도가 가장 만만했기 때문에 비양도 가자고 한 거였어요. 돌아나오는 배편 시간을 14시로 정할지, 16시로 정할지 이야기하며 고민했어요.


"그래도 한 6시간은 있어야 하지 않을 건가?"

"비양도 2시간이면 충분해요."


직원이 비양도 둘러보는 데에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14시에 나오는 배표까지 같이 끊어주었어요.


"이제 배 와요. 빨리 가요."

"배 어디서 타요?"

"여기 맞은편 도선장에서요."


한림항 비양도행 도선 대합실 길 건너 맞은편이 바로 비양도 도항선 선착장이었어요. 직원이 빨리 가라고 해서 출선 신고서 및 도선 대합실 사진도 못 찍고 일단 선착장으로 갔어요.


한림항 비양도 도항선 승선장


한림항 비양도 도항선 승선장에 도착했을 때는 10시 22분이었어요. 도착하자마자 배가 들어왔어요. 배에 올라탔어요.


한림항


바다를 계속 보며 가기 위해 배 뒷편으로 갔어요.



배에는 객실이 두 곳 있었어요. 객실 둘 다 빈 자리가 없었어요. 복습의시간과 같이 배 뒷편에서 바다 사진을 찍으며 놀았어요. 객실에 빈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저와 복습의시간 외에 다른 사람들도 배 뒷편에 서 있었어요. 비양도 가는 배가 출발했어요.



"어서 객실로 들어가세요!"

"객실 안에 자리 없어요."

"여기 있으면 안 되요. 어서 객실로 들어가요."

"객실에 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해요?"


아저씨가 뒤로 오더니 어서 다 객실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어요. 객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객실 내부에 빈 공간이 없었어요. 정 객실 안에 있으려면 계단에 쭈그려 앉아야 했어요. 복습의시간은 객실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고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사람들 밀치고 앉이 있어야 하나?'


객실 두 곳 모두 앉을 자리가 없었어요.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한림항 등대


등대 앞에는 갈매기가 빼곡히 앉아 있었어요.


제주도 어선


하늘은 뿌앴어요. 바람은 별로 없었어요. 어선은 바다 위를 달리고 있었어요.


"뭐야? 벌써 다 왔어?"



10시 41분. 배는 비양도에 도착했어요.


비양도 항구


'뭐 이렇게 금방이지?'


15분 조금 넘게 걸렸어요. 한림항에서 순식간에 비양도로 왔어요. 예전 가파도, 우도 갈 때 생각하고 여기도 30분은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어요.


'이렇게 가까운 곳을 그동안 왜 안 왔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고등학교 동창 중 한 명의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사였어요. 그분은 비양도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고 했어요. 매일 비양도로 출퇴근한다고 해서 그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배타고 또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으니까요. 직접 배를 타고 비양도로 가보니 충분히 가능했어요. 15분 정도 밖에 안 걸렸으니까요. 지하철 타고 가서 버스 환승하는 정도 수준이었어요.


배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비양도 도항선 간이 대합실이었어요.


비양도 도항선 간이 대합실


비양도 도항선 간이 대합실은 시골에 있는 조그만 버스 정류장처럼 생겼어요.


비양도 대합실


바다를 바라보았어요. 저와 복습의시간을 태우고 비양도로 온 배는 손님을 태우고 바로 한림항을 향해 가고 있었어요.



"야, 지도부터 보자."


비양도 항구에는 지도가 있었어요.


비양도 지도


지도가 그려진 입간판을 보니 비양도가 제주시 한림읍에서 유일한 섬이고, 섬 주위 길은 3.5km 라고 적혀 있었어요. 비양도에서 어디를 가야 할 지 보았어요. 비양도 해안가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걸어가면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장이 가장 먼저 나왔어요. 이후 펄랑못, 수석거리, 자갈해변, 돌공원, 혼이토, 코끼리바위가 나오고, 그 다음에 비양봉에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었어요. 반시계 방향으로 쭉 걸어가다 비양봉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다시 해안가로 가면 비양도를 다 볼 수 있었어요.


비양도 바닷가는 제주도에 흔히 있는 검은 현무암으로 된 해변이었어요.


비양도 해변


비양도는 우리나라 영토에서 매우 특별한 영토에요. 우리나라 부속 도서 중 유일하게 언제 생겼는지 역사서에 기록이 남아 있는 섬이거든요.


신증동국여지승람 3권에는 고려 목종 5년(서기 1002년) 6월에 바다 한가운데서 산이 솟아 나왔고, 산 꼭대기 구멍 네 개에서 붉은 물이 솟다가 닷새만에 그쳤고, 그 물이 엉켜 기왓돌이 되었다는 내용이 있어요.


신증동국여지승람 권38 '제주목 고적'에는 고려 목종 10년(1007년)에 서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오르니 태학박사 전공지(田拱之)를 보내 살펴보게 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이때 사람들이 산이 처음 솟아오를 때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고 땅이 천둥처럼 진동했으며, 일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멈추었다고 해요.


이 둘 중 어떤 것 하나가 잘못 되었는지, 아니면 비양도가 두 번의 화산 활동을 통해 생성된 섬이었는지는 몰라요. 지질 조사 결과 제주도와 비슷한 시기에 생성되었다고 밝혀졌다는 말도 있어요. 어떤 것이 진실이든 간에, 우리나라 섬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역사서에 섬의 탄생이 기록되어 있는 섬이에요. 한라산 화산 활동을 통해 생성된 섬 중 마지막으로 생성된 섬이구요.


배에서 내린 사람들 중 대부분은 무슨 투어나 탐사로 온 단체 같았어요. 그 사람들은 안내자가 이야기해주는 지도 앞에서 비양도 설명을 듣고 있었어요. 저와 복습의시간은 설명을 조금 같이 듣다 갈 길 갔어요.


비양도 비양보건진료소


선착장 근처에는 비양도 비양보건진료소가 있었어요.


왈왈왈!


개 짖는 소리가 들렸어요.


"야, 저기 개 있다!"


개 두 마리가 묶여 있었어요. 한 마리는 귀여웠어요. 다른 한 마리는 컸어요.


"와, 귀엽다!"


복습의시간이 개를 보고 귀엽다고 했어요.


"이 개 가져가요."

"예?"

"이 개 두 마리 다 가져가요."


아저씨께서 장난으로 개 귀여우면 두 마리 다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저와 복습의시간은 웃으며 인사하고 개 앞을 지나갔어요.


"우리 어디로 갈까?"

"그냥 발 가는 대로 가자."


비양도 관광 코스는 해안가를 따라 한 바퀴 뱅 돌며 걷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섬을 돌다가 비양봉 올라가는 길이었어요. 지도를 보고 섬 구조를 다 파악했어요. 어떤 길로 들어가든 모르면 일단 바닷가로 나가면 되었어요. 굳이 다른 사람들 가는 길을 따라 가고 싶지 않았어요. 골목이 있으면 골목 다 들어가볼 생각이었어요. 둘 다 사진 찍으며 돌아다닐 것이었거든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예전에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어요. 하늘은 무지 흐렸어요.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빗방울이 떨어져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하늘이었어요. 제주도 쪽은 공기가 뿌얘서 잘 안 보였어요. 이게 구름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분간이 안 갔어요. 아직까지는 놀랍거나 특이할 것 하나도 없는 평범한 제주도 바닷가 마을 풍경이었어요.



비양봉


섬은 조용했어요.



"우리 그 아무 것도 없던 기차역 갔던 거 기억나?"

"아, 단양?"

"어, 우리 그때 아무 것도 없는 곳 어디냐고 물어봐서 갔잖아."

"그게 벌써 몇년 전이야?"


정말 까마득하게 오래된 이야기였어요. 때는 2006년 초여름. 복습의시간과 당일치기로 여행을 갔어요. 그 당시 둘 다 생활비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 찌질거릴 때였어요. 복습의시간은 여차하면 1박 하고 올 수도 있다고 했어요. 저는 다음날 기말고사 시험이 있어서 무조건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했어요. 그때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둘이 무작정 새벽에 청량리역으로 갔어요. '풍기 인삼시장'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경상북도 풍기로 여행갔어요.


그 여행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에요. 여행 자체도 엄청나게 굴곡이 있었고, 엄청나게 웃겼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 쓴 여행기가 바로 그 여행을 다녀온 여행기였어요. 바로 그 여행기가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에요. 처음 쓴 여행기였기 때문에 그 이후 쓴 여행기와 매우 달라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나의 정말 정신나간 여행기 다음 여행기가 '첫 걸음'이란 제목의 여행기에요. 2007년 1월에 이탈리아 베니스, 튀니지, 모로코, 세우타, 지브롤터, 스페인 여행갔던 이야기에요. 이 '첫 걸음'은 2011년 와서야 쓴 여행기에요.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는 2006년에 쓴 여행기구요.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시작은 아래와 같아요.


H군의 전화로 인해 새벽 한 시에 잠을 깨버리고 말았다. 땡전 한 푼 없어 굶주림을 잊기 위해 일찍 잠이 들었는데, H군의 전화가 나에게 굶주림을 되돌려주고 말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러나 한 번 도망간 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6월 9일에는 시험이 하나 있었다.


여기에서 H군이 바로 복습의시간이에요. 정말로 저때 돈이 하나도 없었어요. 돈이 없었는데 여행을 갔던 것은 복습의시간에게 돈을 빌렸거든요. 사람들은 복습의시간과 다녀와 쓴 여행기 중 중국 횡단 여행기인 '복습의 시간'을 가장 재미있어 해요. 하지만 실제 여행 자체가 엄청 웃기고 굴곡이 있었던 것은 오히려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에요. '복습의 시간' 여행 때는 둘 다 '정 안 되면 돈으로 해결하고 본다'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깔려 있었어요. 하지만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에서는 둘 다 돈이 없었어요. 게다가 '복습의 시간' 여행 때는 정 안 되면 일정 생략하고 기차 타고 달려버리면 되었지만,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여행에서는 제가 다음날 기말고사 전공과목 시험을 쳐야 했어요. '복습의 시간'이 '어떻게든 돼'라면,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는 '안 되도 되게 하라'였어요.


여행기 링크 :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그 당시 단양과 지금 비양도 길에서 비슷한 점은 인기척이 정말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제주도에서 어디서나 한라산이 보이는 것처럼 비양도에서는 어디서나 비양봉이 보였어요. 사실 비양도 자체가 따지고 보면 비양봉 그 자체에요.



"셔터 스피드 진짜 안 나오네."


백주대낮이었지만 셔터 스피드가 너무 느리게 나왔어요.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으로 된 돌담길을 따라 계속 걸었어요.




"동백꽃 있다."


동백꽃


제주도에서는 동백꽃 보기 어렵지 않아요. 솔직히 쉬워요. 동백나무가 여기 저기 군데군데 있거든요. 그제서야 떠올랐어요. 야자수 보는 것만 서울 및 의정부에서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동백꽃 보는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서울과 의정부에서 동백꽃 본 기억이 거의 없었어요. 동백꽃은 매우 쉽게 접하는 말이라 항상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라 여겼어요. 그러나 정작 생각해보니 서울과 의정부에서 동백 본 적이 있나 싶었어요.



슬레이트 지붕 단층집과 현무암 돌담. 전형적인 제주도 시골 풍경이었어요. 지금은 시골 풍경이지만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제주도 거의 전체의 동네 풍경이 이랬어요. 아파트가 모여 있는 곳이 있기는 했지만, 그 바로 옆은 딱 이런 풍경이었거든요. 지금은 과거 제주시 지역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서 과거 제주시 지역으로 한정하면 이런 곳이 그렇게까지 많이 흔하지는 않을 거에요.


겨울 비양도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07 제주도 비양도 한림 초등학교 비양분교


동네 길은 다시 해안가로 이어졌어요.


비양도 펄랑못


비양도 펄랑못이 나왔어요.



"이런 게 원시시대 조개무지였겠지?"

"어? 너도 그거 보고 있었어?"



조개 껍질이 쌓여 있었어요.



다시 바닷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오전 11시.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에 도착했어요.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


'아, 여기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 아버지가 근무하셨다는 곳이구나!'


비양분교는 매우 작았어요. 운동장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어요.



건물은 매우 조그마했어요. 그러나 운동장과 놀이터는 현대식이었어요.


"저기 안에 들어가볼 수 있을 건가?"

"야, 당연히 못 들어가지."


이렇게 학교 안에 들어가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날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개학도 안 했을 거구요. 학기 중 평일에는 당연히 못 들어가요. 비양분교는 그렇게 크게 볼 게 있는 곳은 아니었어요. 바닷가가 바로 코앞이라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학교에서 길 건너면 바로 바닷가였거든요. 또 다른 섬 속의 섬인 가파도에 있는 가파초등학교도 이렇게 바닷가에 찰싹 붙어 있다시피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가파초등학교는 섬 한가운데에 있어서 바다와 거리가 멀었어요. 우도초등학교도 섬 가운데에 있었구요.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가 이렇게 바닷가에 달라붙어있다시피 한 이유는 여기 섬이 작아서일 거에요.


참고 : 가파도 여행기 중 가파초등학교 : https://zomzom.tistory.com/914



학교 경계에 서 있는 굽은 나무들과 비양봉이 잘 어울렸어요.


다시 해안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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