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21 아르메니아 예레반 베르니사즈 주말 벼룩시장

좀좀이 2012. 6. 1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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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6일 아침. 씻고 가방을 챙겼어요. 어차피 다른 곳에서 1박하고 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짐을 많이 꾸릴 필요도 없었어요. 가방을 대충 싸고 나머지는 전부 캐리어에 우겨넣은 후 리셉션으로 갔어요.


"아르메니아에서 어디가 예뻐요?"


보통 아르메니아 오면 가는 곳은 딱 세 곳이에요. 예레반, 에츠미아진, 그리고 세반 호수. 에츠미아진은 예레반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곳이라고 했고, 세반 호수는 꼭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르메니아 여행 정보를 구하면서 사진으로도 많이 보았고, 다른 여행자들도 세반 호수 가서 사진을 많이 찍어와서 보여주는데 특별히 끌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즉, 예레반, 에츠미아진, 세반 호수를 제외한 다른 곳을 가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 도시나 갔다 올 수는 없는 노릇. 여기가 말이라도 통하면 그렇게 해 보겠지만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곳이어서 섣불리 다른 도시로 휙 날라갔다 오기도 망설여졌어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가 아름다워요


'귬리'라는 도시는 이때 처음 들었어요. 다른 여행자들도 가지 않는 도시인데 리셉션 직원들은 귬리가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고 했어요. 사람들이 아르메니아 여행을 오면 많이 돌아다닐 것 같지만 제가 보고 만나본 바로는 그렇지 않아요. 아르메니아는 양옆이 막혀있기 때문에 아르메니아에 오는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왔다가 조지아로 돌아가거나, 터키에서 조지아를 거쳐서 이란으로, 또는 그 반대로 이란에서 조지아로 올라가기 위해 들르는 나라. 다행히 아르메니아 자체가 아름답고 물값 안 들고 물가 저렴한 나라라서 정비도 하고 좀 돌아다니고 하지만 21일 비자를 다 쓰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보통 오래 머물러야 일주일 정도 머무는 나라. 대부분이 가는 코스가 예레반에서 놀다가 세반 호수 다녀왔다가 에츠미아진 다녀와서 다른 나라로 나갔어요. 귬리는 정말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곳.


그래서 귬리로 가기로 했어요.


"오늘 벼룩 시장 있어요."


리셉션에서 오늘과 내일, 예레반에서 주말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이게 정말 볼만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주말 벼룩시장을 보고 귬리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짐을 창고에 넣으려고 짐을 들고 갔는데 창고에 사람들이 짐을 대충 쑤셔박아서 짐을 넣을 자리가 없었어요. 창고 속 짐을 정리해서 겨우 공간을 만들고 짐을 집어넣고 나오는데 팔에 두드러기가 올랐어요. 무언가 매우 불길한 징조. 두드러기가 난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어요. 먼지 좀 뒤집어 썼다고 두드러기가 오른 적은 아예 없구요. 그런데 이때 팔에만 두드러기가 올라왔어요. 빨리 화장실에 가서 환부를 씻었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요.


다른 곳 구경할 것 없이 바로 벼룩시장으로 갔어요. 벼룩시장은 공화국 광장 근처에 있어요. 공화국 광장에서 시계가 달린 건물 옆길로 쭉 내려가서 Hanrapetutyan 거리를 지나 Khandjian 거리로 가다 보면 있어요.


예레반에 오면 꼭 가보아야 하는 주말 벼룩 시장.


헌 책도 팔아요. 단, 헌 책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미 예레반의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찾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여기도 헌책들이 꽤 많이 나와요. 서점에 가서 '아르메니아는 책을 죄다 러시아에서 수입해오고 자국어 서적은 얼마 없구나'라고 생각하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거에요.





아르메니아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들도 엄청나게 많았어요.

다시 구경.








다니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념품은 두 가지 있었어요. 그 중 하나는 바로 아래 사진의 것이에요.


저것들은 꽃잎으로 만든 그림이라고 했어요. 꽃잎을 붙여 만든 그림이라고 했는데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왠지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처럼 보였어요. 정말 하나 사고 싶었지만 한국에 들고 가는 것이 일이라 차마 구입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가장 어이없고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아르메니아의 공기를 팔고 있어!


양철캔에 '아르메니아의 공기'라고 써서 대놓고 팔고 있었어요. 저거 뜯으면 대체 무슨 냄새가 나는 거지? 아르메니아의 공기라고 초록빛, 파란빛이 맴도는 공기도 아니고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투명한 공기인데...아르메니아에서 만든 깡통을 사라는 건가...처음에는 누가 장난으로 가져다 놓은 줄 알았는데 버젓이 팔리고 있는 상품이었어요.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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