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반 베르니사즈 주말 벼룩시장에는 전통 의상 인형들이 많아서 눈이 매우 즐거웠어요.
전통 의상 인형들보다는 조금 적지만 만만찮게 많은 인형이 바로 당나귀 인형이랍니다.
당나귀가 무엇을 상징하고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르메니아인들과 무슨 밀접한 연관은 있는 듯 했어요. 땔감을 짊어맨 당나귀 인형도 있고, 바구니를 짊어맨 당나귀 인형도 있고, 재미있게 생긴 당나귀 인형도 있고, 나름 사실적으로 만든 당나귀 인형도 많았어요. '당나귀'라는 소재 하나 가지고 이것 저것 많이 만들어놓았는데, 이게 아르메니아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몰라요.
시장은 현지인들도 많고 관광객들도 많았어요. 호객행위가 심하지 않아서 부담 없이 구경하고 사진찍을 수 있었어요.
여행을 다니며 기념품을 사려고 할 때 순간 멈칫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 : 비싼 가격
이 경우는 정말 답이 없죠. 그저 돈이 없는 게 아쉬울 뿐.
두 번째 : Made in China
이 경우는 심한 경우 배신감까지 느끼게 되요. 정말 마음에 들고 예쁜 것이 있어서 기념으로 사려고 했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메이드 인 차이나'. 물론 중국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구입하는 거라면야 별 거 없겠지만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려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는데 그게 중국제면 정말로 기분 잡쳐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히 '현지인들이 많이 쓰는 게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려고 하면 높은 확률로 '메이드 인 차이나'에 걸리곤 해요.
하지만 이 시장의 장점은 대체로 직접 만들어 파는 것들이라는 것이에요. 단, 가게마다 전부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사람이 만들어서 여러 가게에 공급하는 식. 물론 공장에서 가져오는 것도 있겠지만, 직접 손으로 만든 것들도 많아요. 그래서 특히 작고 붙여서 만든 것을 살 때에는 잘 보고 잘 확인해서 사야 해요. 부실하게 붙은 놈도 있고, 약간 부서진 것 같은 놈도 있는데다 손으로 일일이 만든 거라 다 다르거든요.
이렇게요. 이게 다 손으로 만든 건데 미묘하게 다 달라요. 왼쪽부터 라바쉬 - 햄 - 치즈 - 샤슬릭이에요. 잘 보고 마음에 드는 놈으로 골라야지, 아무 거나 집으면 자석이 이상한 곳에 붙어 있거나, 라바쉬가 부서져 있거나, 햄이 완전 상한 햄 색깔인 녀석을 살 수도 있어요. 이게 원래 다섯 종류에요. 제일 아래를 보면 햄과 치즈 사이에 식빵도 있어요. 그래서 원래는 라바쉬 - 햄 - 식빵 - 치즈 - 샤슬릭인데 사람들이 식빵을 하도 많이 사 가서 식빵은 몇 개 없었어요. 제가 봐도 식빵이 제일 예쁘게 생겼더라구요.
여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세요!
참고로 이 가게 주인은 직접 이 냉장고 자석을 만들고 다른 것들도 만들고 있었어요. 우리가 이 냉장고 자석들이 귀엽고 예뻐서 구경하고 있자 청년이 '이거 우리집에서 만드는 거!'라고 자랑했어요. 그래서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 청년의 아버지께서 다른 제품들을 만들고 있었어요. 냉장고 자석을 몇 개 구입한 후, 제작자 분께 허락을 맡고 다른 것들도 사진을 찍었어요.
전통적인 아르메니아인들의 풍습을 담은 기념품들. 정말 구입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한국까지 멀쩡한 상태로 들고 올 자신이 없었어요. 토마토 샤슬릭은 그럭저럭 먹을만 할 것 같은데 피망 샤슬릭은...그것만 먹으라고 하면 좀 많이 괴로울 것 같았어요. 다행히 아르메니아 여행하면서 피망 샤슬릭은 보지 못했지만요.
나무를 조각한 것은 당연히 비쌌어요. 지금까지 제가 다녀본 나라들에 비해 수공예품 치고는 그다지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싼 편이었어요. 솔직히 배낭여행자가 쉽게 살 크기도 아니었고, 가격도 아니었어요.
이것은 '나르디'라는 아르메니아 전통 놀이의 놀이판이에요. 다른 나라에서는 '타블라'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쌍륙'이라고 해요. 중앙아시아부터 터키까지 흔히 하는 놀이에요. 제대로 만든 것은 보통 25000~30000 디람이었으니 우리나라 돈으로 약 75000~90000원. 흥정 하면 조금 깎을 수 있지만 어쨌든 비쌌어요. 함부로 사서 막 굴릴 것은 아니었어요.
이렇게 나르디에서 사용하는 알과 주사위만도 팔아요.
이렇게 나르디 하는 인형들을 팔기도 해요.
"바로 이거다!"
정말 사고 싶었어요. 만약 책 짐만 많지 않았다면 바로 샀을 거에요. 너무나 마음에 드는 인형이었어요.
나르디는 주사위 두 개를 던지는 놀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주사위 굴리듯 던지는 게 아니라 구슬치기할 때 구슬을 엄지손가락으로 쏘는 것처럼 주사위를 던져요. 일단 어느 룰이든 간에 최고로 좋은 것은 '6, 6'. 두 주사위 모두 6이 나오면 최고로 좋은 거에요. 제가 배운 룰에서는 주사위 두 개에서 나온 숫자대로 말을 두 개까지 움직일 수 있어요. 주사위 두 개에서 나온 숫자를 말 하나 움직이는 것에 다 몰아주어도 되고, 말 두 개에 하나씩 주어도 되요. 그런데 두 주사위의 숫자가 같으면 그 숫자대로 4번 말을 움직일 수 있어요. 6,6이 나오면 같은 숫자 2개가 나왔기 때문에 6으로 네 번 움직일 수 있어요. 즉 나르디든 타블라든 쌍륙이든 6,6이 나오면 무조건 최고. '6,6'이 나왔을 때의 심정을 너무 잘 표현한 인형이라 꼭 사고 싶었어요.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아서 바로 사려고 했지만...들고 갈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어요.
정말로 다양한 아르메니아의 전통 의상.
여기는 눈알이 주렁주렁.
저 눈알은 악마의 눈을 피하게 해 준다고 하는데, 그 유래는 정확히 잘 몰라요. 몰타에서는 카르타고인들의 미신이었다고 하는데 이게 지역마다 나름의 유래가 있어서 정확히는 아직 몰라요.
또 다른 인형들.
조지아는 와인이 유명해요. 아제르바이잔은 와인이 유명하다고 하구요. 그렇다면 아르메니아는?
아르메니아는 코냑이 유명해요. 우리나라에는 별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탈린이 처칠에게 매일 한 병씩 복용하시라고 300여 병을 보내주었다고 해요. 이건 술 퍼먹고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코냑이 절대 순한 술이 아닌데 하루에 한 병씩 드시라고 술을 300병 보내준 것은 술 먹고 알콜 중독 걸리라는 소리. 아르메니아 코냑은 전세계적으로 품질이 매우 좋기로 유명해요. 그래서 큰 코냑도 팔고 코냑 미니어처도 팔아요. 참고로 아르메니아 코냑은 50도.
큰 코냑은 들고 다니는 것도 문제고, 우리나라 입국할 때 세관에서 잡히면 조금 골치아파지기 때문에 일부러 미니어처로 몇 병 샀어요. 세관에서 잡을 때 리터와 가격을 복합적으로 보는데, 이런 시장에서 산 술의 가격을, 그것도 달러가 아닌 아르메니아 디람으로 산 술의 가격을 증명하는 것은 참으로 고약한 일이었거든요.
아르메니아 기념품 중 많은 것이 석류. 당나귀와 석류...참 연관성 없는 두 개인데 당나귀와 석류를 주제로 한 기념품이 많았어요.
아르메니아 기념품은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터키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요. 이란은 못 가 보았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지만, 터키,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의 기념품은 전혀 달라요. 좁은 땅에 다닥다닥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문화와 언어는 전혀 달라요. 언어는 터키어와 아제르바이잔어가 비슷한 것 빼구요. 물론 이스탄불과 조지아를 비교하면 당연히 거리가 엄청나게 멀기 때문에 당연히 다르고, 터키 동부와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를 비교해 보아도 서로 너무나 달라요.
아르메니아에서 본 가장 아름답고 신기한 것은 바로 이런 종류였어요.
이건 아르메니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에요. 복숭아 씨앗으로 만든 공예품. 복숭아 씨앗을 가지고 여러 장식품을 만드는데 가격은 절대 싸지 않아요. 아르메니아 벼룩 시장에서의 물가가 워낙 비싸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 가격도 돋보여요. 사진은 복숭아 씨앗을 잘라 만든 병이에요. 복숭아 씨앗으로 열쇠고리도 만드는데 복숭아 씨앗을 조각해서 사람 얼굴을 만들었어요. 복숭아 씨앗 자체가 오돌토돌하기 때문에 사람 얼굴은 당연히 곰보. 앞면과 뒷면이 얼굴이 달랐어요. 한 쪽은 찡그린 얼굴, 한 쪽은 웃으며 메롱하는 얼굴. 복숭아 씨앗으로 이런 저런 공예품을 만드는 것은 오직 아르메니아에서 밖에 못 보았어요.
아르메니아에서만 볼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것은 꽃잎을 붙여 만든 그림과 복숭아 씨앗으로 만든 제품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