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20 아르메니아 예레반

좀좀이 2012. 6.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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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분수쇼 굉장하더라."
"그래?"


아침이 되자 친구가 일어났어요. 친구에게 전날 분수쇼가 정말 볼만했다고 알려주자 친구가 자기도 보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분수쇼는 밤에 하는 것. 낮에는 하지 않아요.


다음날 다른 곳에서 1박을 해야 했기 때문에 호스텔에서 알려준 빨래방에 빨래를 맡기러 갔어요. 빨래방은 빨래방이라고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병원 안에서 세탁 서비스를 맡기는 것이었어요.


"내일 찾으러 오세요."
"저희 내일 예레반 떠나는데 오늘 안 되나요?"


비록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써 가면서 의사소통을 했어요. 빨래방에서는 저녁에 호스텔로 빨래를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가격은 3kg에 1500디람.


빨래방에 빨래를 맡겼는데 오늘 저녁 호스텔로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고 리셉션에 말한 후, 혹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아르메니아어판 파는 서점 아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리셉션 직원들은 그 책은 출판되지 않았다고 했어요.


분명 출판되었다는 정보를 보았는데?


리셉션 직원들이 그 책은 아르메니아어판으로 출판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분명히 그 책은 아르메니아어판으로 출판이 되었어요. 그 책이 아르메니아어판으로 출판이 되었다는 정보는 '출판되었다더라'가 아니라 정말 확실한 정보라서 ISBN도 있었거든요.


일단 밖으로 다시 나왔어요.


"어제 흐라파락 가는 지름길 알아냈어."
"어디인데?"
"나만 따라와."


친구를 데리고 푸슈킨 거리를 따라 쭈욱 걸어갔어요.


"일단 명동 가자."
"명동?"
"응. 명동 지나서 조금만 가면 흐라파락이야."


우리들은 공화국 광장을 그냥 '흐라파락'이라고 불렀어요. 왠지 공화국 광장보다는 입에 더 짝짝 붙었거든요.


"여기가 명동."


친구가 어이없어서 웃었어요. 하지만 정말로 '명동'이라는 표현이 적절했어요. 공화국 광장에서 멀지 않고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데, 새로 지은 듯한 건물과 가게들이 많았거든요.


공화국 광장에 가서 서점에 다시 가 보았지만 원하는 책들은 하나도 없었어요. 공화국 광장을 돌아다니다 이걸 발견했어요.

이것은 소련의 흔적!


아제르바이잔이나 조지아나 소련의 흔적을 의외로 찾기 어려웠어요. 그저 건물들을 보고 거리를 보며 '소련은 이랬구나'라고 상상을 할 뿐, 딱 '이것은 소련의 것입니다'라고 나와 있는 것은 없었어요. 드디어 소련의 흔적을 예레반에 와서 찾았어요.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에서는 소련 시대 국장은 거의 다 떼어버렸던데 여기는 아직도 잘 남아 있었어요.

점심은 슈카 시장 근처 지하상가에 있는 케밥집에서 케밥으로 때웠어요.

음료수는 환타 비슷한 오렌지 탄산음료수. 맛은 딱 환타였어요.


점심을 먹은 후, 호스텔 근처 '게미니 카페'에 갔어요.

게미니 카페에서 아이스티를 시키면 뜨거운 차와 얼음을 믹서기에 집어넣고 갈아서 줘요. 그래서 맥주처럼 이렇게 거품이 생겨요. 가격도 저렴해서 뜨거운 대낮에 시간 때우기 좋았어요.


차를 마시고 쉬다가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사고, 다시 공화국 광장에 있는 서점에 갔어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아르메니아어판 있어요?"


직원은 그게 예전에 나왔는데 지금은 절판되어서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Music hall이 있는 Abovyan str.로 가 보라고 했어요. 거기에 헌책방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거기 가면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헌책방에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가장 큰 문제는 언어소통의 문제.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마슈르트카를 타고 찾아갔어요. 갔더니 정말로 엄청난 곳이었어요. 헌책방이 한 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가게가 모여 있었고, 책도 매우 많고 다양했어요. 여기에서 연금술사 아르메니아어판을 구입했어요. 왠지 불법복사본의 느낌이 팍팍 났지만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었어요. 그거라도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었으니까요.


책을 사고 버스를 타고 호스텔에 돌아가려고 했지만 버스정거장을 찾아 걷다보니 어느새 호스텔까지 걸어와버렸어요.


호스텔에 돌아와 직원에게 책을 보여주었더니 깜짝 놀라며 어디에서 구했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Music hall 근처 헌책방에서 구했다고 하자 왠지 '거기라면 있을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표정을 지으며 '외국인들은 거기 갈 일이 없어서 안 알려주었다'고 했어요.


방에 책을 놓고 다시 나와 간 곳은 Surp Grigor Lusavorich Cathedral.


이 교회 주변에는 지하철 Zoravar Andranik역이 있어요.

그리고 지하철역 주변에는

이렇게 제대로 흉물스러운 소련식 아파트가 있어요. 폐가라고 해도 믿을 거 같은데 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아르메니아 예레반의 지하철역 내부. 정말 휑해요.

예레반의 지하철역에는 역 이름이나 키릴 문자로 적혀 있고 나머지는 전부 아르메니아어 문자로 적혀 있었어요. 글자를 못 읽으면 꽤 골치아픈 지하철역이에요.


교회를 본 후, 다시 공화국 광장으로 갔어요. 다행히 분수쇼는 매일 해주는 것이어서 친구도 볼 수 있었어요. 친구도 분수쇼를 보고 계속 감탄했어요. 분수쇼를 보다 다음날 일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와서 리셉션에서 빨래를 받아들고 방으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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