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커피에 갔어요. 이번에는 무엇을 마실까 곰곰히 생각했어요. 밀크티 라떼, 밀크티 할라치노, 밀크티 크림 라떼는 다 마셔보았어요.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녹차도 똑같이 다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린티 라떼, 그린티 할라치노, 그린티 크림 라떼가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린티 시리즈로 한 번 다 마셔볼까 싶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하나만 집중적으로 다 공략할만큼 제가 녹차 음료를 열광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렸어요. 녹차 라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막 열심히 마시지는 않아요. 게다가 밀크티 시리즈를 끝내자마자 이번에 그린티 시리즈로 쭉 마셔보는 것은 영 아닌 것 같았어요.
뭐 마시지?
겨울은 유자 아니겠어?
밀크티, 녹차도 좋지만 겨울하면 유자. 유자차는 겨울의 상징. 감기 걸리면 유자차 한 잔. 유자차를 마실까 하다 유자로 만든 다른 것이 뭐가 있나 보았어요.
유자 크러쉬!
이름이 뭔가 있어 보였어요. 유자가 막 제 입을 향해 돌진하는 것 같았어요. 상당히 거칠고 와일드한 맛이 날 것 같은 이름이었어요. 이름을 보니 확 땡겼어요. 유자 자체는 무지무지 신 과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유자청을 넣어서 만들지 않을까 추측했어요. 유자청은 엄청나게 달 거고, 그렇다면 이것도 별로 시지 않고 단 맛이 강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했어요.
이거 시켜보자!
일단 오렌지 주스보다야 훨씬 맛있겠지. 유자 음료는 대체로 맛이 괜찮은 편이니 이것도 맛이 나쁘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의 경험에 미루어보면 최소한 '맛은 있었습니다. 단지 뛰어나게 맛있지 않을 뿐' 수준일 거야. 얼마나 강렬하고 와일드한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도 뭔가 있어보이잖아.
유자 크러쉬를 주문했어요. 아마 많이 시지는 않고 달콤하고 향긋할 거야. 유자 음료 마신다고 생각하고 마시면 만족하며 아침을 맞이하겠지. 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언제나 그래왔듯 유자 음료는 기본은 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설마 맹물 밍밍한 맛이 나겠어? 이것이 무슨 깡통에 들어 있는 음료수도 아니구요. 이상하거나 크게 실망할 맛일 거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어요. 단지 얼마나 달지만 관심사였어요.
저는 regular 사이즈로 주문했어요. 할리스커피 유자 크러쉬 가격은 regular 사이즈가 5700원, grande 사이즈가 6200원이에요.
할리스커피 유자 크러쉬는 이렇게 생겼어요.
일단 생긴 것은 연노랑 슬러쉬였어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유자 조각이 보여요.
할리스커피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유자크러쉬 영문명은 Citron Crush 이에요. 홈페이지에서 유자크러쉬를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고흥산 유자를 얼음과 함께 갈아 시트러스한 상큼함이 좋은 음료'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유자크러쉬 열량은 regular 사이즈가 284 kcal 이에요.
우왁, 시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무지하게 셨어요. 완젼 셨어요. 이걸 뭔 수로 나 혼자 다 마시나 아주 심란해졌어요.
제 입이 잘못된 것 아닌가 하고 다시 한 모금 마셨어요.
아,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신맛이 아니다.
베스킨라빈스31 레인보우샤베트보다 조금 더 셨어요. 문제는 레인보우 샤베트는 아이스크림이고 이건 슬러쉬라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레인보우 샤베트를 먹었을 때는 싱글 레귤러 컵으로 먹었어요. 그래서 양이 얼마 안 되었어요. 그러나 이것은 컵. 양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어요.
이걸 뭔 수로 다 먹나 놔두고 글을 쓰다보니 슬러쉬가 다 녹았어요.
"돈 주고 산 건데 다 마셔야지."
이미 액체가 되어버린 유자크러쉬를 마셨어요.
어? 먹을만해!
다 녹은 후에 마시자 덜 단 유자차 맛이었어요. 제게는 다 녹여서 먹는 것이 훨씬 더 맛있었어요. 물론 다 녹아서 액체가 되었으니 원래 유자크러쉬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되어버렸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