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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는 참 보기 싫었는데 사라지니 뭔가 아쉬운 것.


저는 민트 초코를 격하게 싫어하는 부류에 속해요. 민트도 좋아하고 초코도 좋아해요. 그러나 그 둘을 섞어놓은 것은 정말 싫어해요. 그 맛은 초콜렛 먹으면서 이 닦는 정도가 아니라 초콜렛과 치약을 섞어서 양치하는 느낌. 이 엄청난 부조화를 저는 참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취향이에요.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은 또 엄청 좋아해요.


한때 제가 사는 동네 베스킨라빈스31 매장에는 '민트 초콜릿 칩' 이라는 악명 높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과 더불어 민트 초코 계열 아이스크림이 한 종류 더 있었어요.


"민트 초코 뭐가 좋다고 두 종류나 버티고 있냐?"


이 당시만 해도 민트 초코가 싫어하는 사람도 무지 많고 좋아하는 사람도 무지 많다는 사실을 잘 몰랐어요. 민트 초코를 좋다고 하는 사람은 정말 소수인데 원래 베이스로 깔리는 메뉴라 자리를 지키는 줄 알았어요. 좀 더 나중에야 민트초코는 싫어하는 사람만큼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중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구요. 이 당시에는 이것을 몰랐기 때문에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두 종류나 있다는 사실에 황당하기 그지없었어요.


그러다 한 종류는 없어지고 민트 초콜릿 칩만 판매대에 남았어요.


"낄낄낄. 내 그럴 줄 알았다."


그건 분명히 실패작이었을 거야. 내게 베스킨라빈스의 악몽을 심어준 민트 초콜릿 칩 하나만으로도 부족해서 민트 초콜릿 계열이 하나 더 있다니. 이건 분명히 망해서 사라졌을 거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그렇게 민트 초콜렛 아이스크림은 민트 초콜릿 칩만 남았어요. 하지만 홈페이지에서는 아니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민트 초콜릿 칩과 똑같이 생긴 그 아이스크림이 계속 살아 숨쉬고 있었어요. 어딘가에서는 분명히 생존하고 있다는 이야기.


이러니까 이거 엄청 신경쓰이네.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신경이 쓰였어요. 정확히는 무시하려 하면 할 수록 더 신경이 쓰였어요. 얼핏 보면 민트 초콜릿 칩과 똑같이 생긴 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판매중이래요. 우리 동네는 없는데요.


"그때 분기탱천하여 글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먹어볼 걸 그랬나?"


이 아이스크림은 제게 관심이 당연히 없겠지만 혼자 미운정이 들었나봐요. 그래도 이것을 먹고 끝내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그냥 싹 다 사라져버렸으면 이건 망한 거라고 대충 생각을 정리할텐데 홈페이지를 보면 분명히 파는 곳이 있었어요.


나는 이거 맛이 어떨지 안다. 분명히 먹어보고 분노하겠지. 민트 초콜릿 칩을 처음 먹었을 때만큼 분노하지야 않겠지만 내가 왜 이런 바보짓을 반복했을까 후회할 거다. 하지만 막상 어디선가는 팔리고 있다는데 내 눈앞에 안 보이니 궁금해.


전형적인 망조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었어요.


내 눈에 나타나기만 해봐라. 먹고 분노의 글을 써주마.


베스킨라빈스 홈페이지를 접속할 때마다 이 아이스크림을 보고 이렇게 다짐했어요. 전형적인 망조가 깃든 클리셰를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었어요.


팝핑 샤워를 먹으러 갔던 날. 바로 그 매장에서 그 아이스크림을 발견했어요.


이렇게 해서 먹게 된 아이스크림이 바로 쿠키 앤 민트향이에요.


베스킨라빈스31


배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쿠키 앤 민트향은 이렇게 생겼어요.


배스킨라빈스31 쿠키 앤 민트향


얼핏 보면 민트 초콜릿 칩과 정말 많이 닮았어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 쿠키 앤 민트향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에서 쿠키 앤 민트향 아이스크림을 '민트에 빠져버린 달콤한 초콜릿 쿠키~' 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쿠키 앤 민트향 아이스크림의 열량은 257kcal 이에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 쿠키 앤 민트향


그러면 그렇지. 하지만 나를 좀 더 열받게 해보라구!


민트 초콜릿 칩이 초콜렛과 치약을 섞어서 양치하는 맛이라면 쿠키 앤 민트향은 초콜렛 쿠키를 한 입 먹고 양치 한 번 하는 것을 무한 반복하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맛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민트 초콜릿 칩보다 훨씬 적었어요. 맛 자체가 민트 초콜릿 칩에 비해 훨씬 낫고 무난했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가 있었어요.


이건 쿠키 덩어리가 들어가 있었어요. 이 쿠키 덩어리가 작지 않아서 이 쿠키 덩어리만 떠먹어야 했어요. 그래서 아이스크림과 절묘하게 섞여서 생기는 부조화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둘이 마구 뒤섞이지 않고 조금 분리된 느낌이었거든요. 초콜릿 쿠키 한 입 먹고 치약 한 입 먹는 느낌이랄까요? 민트 초콜릿 칩이 카오스 그 자체라면 이것은 질서가 있기는 했어요. 어쨌든 제가 좋아하는 조합과 질서는 절대 아니었지만요. 그래도 혼돈보다는 질서가 낫기는 했어요.


쿠키 앤 민트향은 쿠키의 식감과 초콜릿 쿠키맛 때문에 이건 여름용이 아니라 겨울용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아주 괴악한 맛을 보여주어서 불구대천의 원수와 한판 대결 같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민트 초콜릿 칩보다 충격이 많이 약한 맛이라 글도 밋밋하게 되어버렸어요. 망조 클리셰는 이렇게 끝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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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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