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할리스커피 광교테크노벨리점은 원래 갈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11월 12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24시간 카페에 들어갈 때만 해도 여기에서 글을 쓰며 시간을 최대한 버티다 주변을 둘러보고 의정부로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이천시는 의정부시에서 정말 먼 곳이니까요. 다시 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간 김에 느긋하게 글 쓰고 소설도 쓰다가 동이 트고 사람들의 활동이 시작되면 나와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의정부로 돌아오면 그럭저럭 알차게 보내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잊고 있는 것이 있었어요.
나 처음 간 카페에서는 소설 절대 못 써.
처음 간 카페의 경우, 카페 글을 써요. 이렇게 카페 글을 하나 쓰고 나면 머리에 있어야하는 집중력이 발바닥으로 떨어져버려요. 여름에 일부러 제가 애용하는 의정부 24시간 카페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새로운 24시간 카페를 가서 밤새 죽치고 있으며 소설을 써보려 시도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실패했어요. 갔던 곳을 또 가면 자리에 앉자마자 소설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해서 괜찮은데, 처음 가는 곳은 그 카페에 대한 글을 쓰고 소설을 쓰려고 하다보니 소설을 쓸 때가 되면 소설과 관련된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처음 간 24시간 카페 글을 뒤로 미룰 수도 없었어요. 한 번 뒤로 미루면 돌아와서 자고 일어나서 미루게 되고, 설령 미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순간의 감정들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서 글이 밋밋해지니까요.
하지만 이천은 어쨌든 퇴로고 우회로고 아무 것도 없었어요. 할리스커피 이천점에서 나가는 순간 차를 타고 이천을 떠나야한다는 선택지 외에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집중해보려고 했어요.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는 고등학생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그건 괜찮았어요. 그런 것은 의정부 24시간 카페에서도 종종 겪었거든요. 단지 차이점이라면 의정부는 팡도미와 커핀그루나루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조금 분산되는데 여기는 할리스커피 이천점 밖에 없으니 다 모인다는 것. 이들은 새벽 5시가 되어도 계속 떠들었어요. 시끄러운 것 자체는 잘 참으니 어떻게든 집중을 해보자고 했어요.
그때 제 옆쪽에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와서 앉았어요. 앉아서 유럽 여행에서 느낀 각 국가의 악취에 대한 소감, 인종차별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그거 듣는데 너무 재미있고 웃겼어요. 진짜 깔깔 웃지 않으려고 꾹 참았어요. 이건 뭐 제가 안 들으려고 해도 안 들을 수가 없었어요. 2m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제가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 타이핑은 발가락 10개로 하나요. 그렇다고 요가 하듯 신발 벗고 두 발로 귀를 막고 타이핑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 둘의 여행 이야기가 계속 들렸어요. 글을 써야 하는데 계속 웃음 참느라 24시간 카페 글조차 제대로 쓸 수 없었어요.
이 커플이 가자 드디어 집중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미 새벽 4시가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고3 수험생으로 추정되는 남녀가 그 자리에 앉았어요. 둘이 열심히 수학 공부를 했어요. 여자가 남자에게 설명해주었어요. sin 이 나오고, cos 가 나오고, tan 이 나왔어요. 그러자 왠지 제가 그거 들으며 수학 문제를 풀어야할 거 같았어요. 제가 그렇게 증오했고 수능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 생활에서, 제 공부에서 써먹을 일이 전혀 없는 무가치한 그 삼각함수와 관련된 것들요. 싸인이 어떻고 코싸인이 어떻고 탄젠트가 어떻고 하는데 삼각비 열심히 외우고 삼각함수 공부했던 것이 마구 떠올랐어요.
아, 포기다.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었어요. 가뜩이나 집중력은 발바닥에 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니 발바닥에 있는 집중력이 어서 걸으라고 재촉했어요. 이천에서 그나마 갈 수 있는 24시간 카페를 알아보았어요. 이천역에서 첫차는 5시 45분에 있었어요. 이 전철을 타고 7시 전에 도착할 수 있는 24시간 카페를 검색해보았어요.
일단 지역으로는 두 곳이 있었어요. 성남 판교, 그리고 수원 광교였어요. 어느 곳을 갈지 연구했어요. 일단 전철 노선은 경강선이 판교까지 바로 이어졌고, 판교에서 신분당선으로 환승하면 광교까지 갈 수 있었어요. 시간적으로 보면 성남 판교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가는 것이 맞았어요.
광교 가자.
의정부에서 광교가 더 멀었어요. 판교에 24시간 카페가 몇 곳 있었어요. 판교는 나중에 강남 돌아다닐 때 묶어서 가도 될 것 같았어요. 판교만 돌아다녀도 되구요. 광교는 경기도 이천시보다 의정부에서 가기 살짝 편한 정도였어요. 광교든 판교든 신분당선을 타야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광교가 판교보다 훨씬 더 많이 가야 했거든요. 판교역에서 광교중앙역까지가 20분 걸려요.
광교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글을 후다닥 썼어요. 확실히 빨리 글을 마치고 5시에는 카페에서 나가야한다고 생각하자 집중이 엄청나게 잘 되었고 글도 잘 써졌어요.
2017년 11월 12일 새벽 5시 9분. 할리스커피 이천점에서 나왔어요.
이제 아까 걸어온 2km 를 다시 걸어서 돌아가야할 시간이었어요.
부지런히 걸었어요. 길을 다 아는데다 길 자체가 매우 쉬웠어요. 길을 찾고 말고가 없었어요. 일단 무조건 쭉 걸어가야 했거든요.
드디어 시골 풍경이 시작되는 분기점이 나타났어요.
길을 건넜어요. 무단횡단을 방지하기 위해 쳐놓은 것의 장식이 무슨 꽃인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았어요.
꽃이 아니라 도자기였어요. 이천은 도자기도 유명해요.
다시 시작된 시골 풍경.
"오리온자리다!"
밤하늘에 오리온 자리가 보였어요.
사진 검은 암흑 속의 하얀 점들이 오리온 자리에요. 모니터 얼룩 아니에요. 별이에요. 우측 삼단 하얀 점 3개가 일렬로 있는 것이 오리온자리의 허리에요.
"아, 진짜 춥네!"
오들오들 떨며 걸었어요. 정말 추웠어요.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뿜어져나올 것 같았어요.
"진짜 추운 거였잖아!"
인도에 물이 고여 있던 자리에 얼음이 생겼어요. 아까 할리스커피 이천점으로 걸어갈 때는 물이었어요. 정말 추운 밤이었어요. 제 옷이 얇은 게 아니라 날이 갑자기 추워진 것이었어요. 의정부에서는 이렇게 춥지 않았거든요. 이천이 의정부보다 훨씬 남쪽인데 의정부보다 이천이 더 추웠어요.
"이천역 다 왔다!"
새벽 5시 30분. 경강선 이천역에 다시 도착했어요.
이천역 앞 베치에는 성에가 껴 있었어요.
자동차와 오토바이 위에도 성에가 내려앉아 있었어요.
'7박 35일 발칸유럽, 중부유럽 여행 시절 생각나네.'
2009년 3월 중순에 시작된 7박 35일 발칸유럽, 중부유럽 여행. 4월이 되기 전까지 참 추웠어요. 발칸 유럽이 산이 많아서 유독 추운 것이 아니라 체코, 헝가리도 마찬가지로 그냥 막 추웠어요. 눈도 마구 내리고 볼이고 손이고 꽁꽁 얼었어요. 어쩌면 그렇게 추웠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런 강행군이 가능했을 수 있어요. 땀이 날 수가 없으니 샤워를 매일 안 해도 되었고, 날이 추워서 무리를 하더라도 그것이 근육통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았어요. 자연이 냉찜질을 계속 해주었으니까요.
이천역 앞에 있는 조형물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인물들 모습 하나하나가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힘이 느껴졌어요. 확실히 잘 만든 조형물이었어요. 보고 멋있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경강선 이천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제가 타고 가야 할 경강선 열차는 만원짜리 지폐 위에 있었어요.
왜냐하면 세종대왕에 있다고 전광판에 떠 있었거든요.
"아, 추워!"
아까 경강선 승차장에 고객 대기실이 있는 것을 떠올렸어요. 고객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사람들이 이미 안에 들어와 앉아 있었어요.
"어, 살겠다!"
안에 들어가자 따뜻한 온기가 저를 감싸안아주었어요. 자리에 안자마자 '이 망할 추위, 진짜 더럽게 춥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어요. 경강선 배차 간격이 거의 30분에 1대인 점을 생각하면 고객 대기실은 정말 잘 만들어놓은 것이었어요.
안에 들어가서 앉아 있으니 몸이 노곤해지기 시작했어요. 몸이 꽝꽝 얼린 동태 수준은 아니었지만 찬바람 맞은 시래기 수준 정도는 되어 있었거든요.
"이천은 뭐 의정부보다 훨씬 춥냐?"
안에서 잠이 오려는 것을 참으며 전철을 기다렸어요. 전철이 오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바로 밖으로 나왔어요. 다른 사람들도 밖으로 다 나왔어요. 경강선은 한 번 놓치면 그 다음 차가 거의 30분 뒤에 있거든요.
새벽 5시 45분. 판교행 경강선 열차를 탔어요.
자리에 앉으니 잠이 마구 몰려왔어요. 그래도 참고 노트북 컴퓨터를 꺼냈어요. 그동안 밀린 티스토리 블로그 댓글에 다 답글을 달고 답방을 갔어요.
새벽 6시 18분. 판교역에 도착했어요. 사람들이 우루루 내렸어요. 그래서 텅 빈 경강선 객차 사진을 찍으려 스마트폰 카메라를 실행시켰어요. 그때 문을 닫을 거라는 방송이 나왔어요.
사진을 찍고 후다닥 객차 밖으로 뛰어나왔어요. 몇 초 후. 문이 닫히고 저를 싣고 달렸던 경강선 지하철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요.
경강선 판교역에서 신분당선 판교역으로 환승하기 위해서는 환승 개찰구를 통과해야 했어요.
얼마 걷지 않아 바로 환승이 된다고 좋아했어요. 그 기쁨은 아주 잠시였어요.
"뭐야? 이거 강남 가는 거잖아? 나는 광교 가야 하는데?"
광교로 가기 위해서는 신분당선 하행선을 타야 했어요. 환승해서 넘어온 곳은 신분당선 상행선이었어요. 분명히 제가 똑바로 온 것 맞았어요. 가라는 대로 왔더니 상행선이었어요. 하행선 승차장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았어요. 그러나 나가는 곳 표시만 있었어요.
"여기에서 정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반대편으로 가야 해요."
신분당선 상행선 지하철을 기다리는 아저씨께 여쭈어보자 반대쪽으로 가야한다고 알려주셨어요. 반대쪽? 다시 나가야하나? 하지만 분명히 거기에 반대쪽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정신줄 놓고 얼레벌레 온 것도 아니었구요. 아저씨께서는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서 건너가라고 알려주셨어요.
아저씨 말씀대로 계단을 올라갔어요.
맞은편으로 가는 방법 표시해놓으라구!
진짜 엄청 당황했어요. 맞은편으로 가는 방법 표시 하나만 해놓으면 되는데 그것을 안 해놓았어요. 그래도 다행히 하행선 지하철이 오기 전에 넘어가는 방법을 찾아내었어요. 신분당선 하행선 승차장으로 내려갔어요.
지하철이 오려면 3분 정도 남았어요. 느긋하게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안녕, 이천! 안녕, 경강선!
신분당선 광교행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나왔어요. 다른 지하철역에서 듣는 그 음악보다 템포가 2배속처럼 빨랐어요. 사람 몰리는 곳이니 후딱 탈 준비 하라는 건가? 빠른 템포의 음악, 그리고 가운데는 혼잡하니 양쪽 끝으로 가라고 안내하는 화살표. 평일에는 엄청 북적이나봐요.
새벽 6시 25분. 신분당선 판교역에 광교행 지하철이 들어왔어요. 지하철을 탔어요.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나마 있는 모두가 잠이 덜 깨서 잠을 청하고 있었어요. 저도 몸이 노곤했어요. 의자 아래 설치된 열선이 기동되어서 엉덩이는 뜨끈거리고 난방도 가동되어서 몸이 녹아가고 있었어요.
'자면 안 돼. 자다가 광교 가면 그냥 공치는 거다.'
정말 내리기 싫었어요. 이천에서 시달린 그 추위를 또 시달려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어요. 제가 내려야할 역은 광교중앙역. 여기에서 1km 조금 안 되는 거리를 걸어가야했어요. 전철 내리면 절정으로 쌀쌀한 공기일텐데? 이 지하철로 카페까지 그냥 바로 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럴 리 없었어요. 저는 광교중앙역에서 내려야할 운명. 그리고 할리스커피 광교테크노밸리점까지 걸어가야만 했어요.
드디어 내릴 때가 되었어요. 새벽 6시 49분. 지하철이 광교중앙역에 도착했거든요.
지하철에서 내렸어요.
개찰구에서 빠져나왔어요.
여기 역 꽤 멋진데?
지어진 지도 오래되지 않은 데다 관리도 철저하게 잘 하고 있는지 번쩍번쩍했어요. 1호선 구질구질한 역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게다가 기둥에서 푸른 불빛이 반짝이며 불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1호선 지하철역에서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어요.
저는 2번 출구로 나가야 했어요. 2번 출구는 2단 에스컬레이터 구조였어요. 에스컬레이터를 하나 다 타고 올라갔어요.
저것을 올라가는 순간 나는 추위에 내던져지는구나.
정말 역에서 나가기 싫었어요. 이 따스함에서 추운 바깥으로 내몰려야할 순간이었어요.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가니 찬바람이 슝슝 몸을 덮쳐오고 있었어요.
'그래도 아직 지하철역의 온풍이 찬 공기를 막아주고 있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어요.
2번 출구에서 빠져나왔어요.
열섬 현상 만세!
이천처럼 엄청 추울 줄 알았는데 무슨 지하철 타고 타임슬립한 줄 알았어요. 공기가 차기는 했지만 이천의 그 추운 밤공기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어요.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진짜 봄이었어요. 이제야 따스한 남쪽 나라에 온 기분이 들었어요. 당연히 지하철 안보다는 추웠지만 늦가을 찬 공기 맞은 말린 시래기처럼 될 정도의 추위까지는 아니었어요.
높은 빌딩이 쭉쭉 올라가 있었어요. 확실히 도시였어요. 도시의 공기는 따스했어요.
하지만 여기도 무작정 따스한 것은 아니었어요. 어디까지나 제가 이천에서 벌벌 떨다가 넘어왔기 때문에 따스하다고 느낀 것이었어요. 11월 12일 새벽 이천은 정말 쌀쌀하고 추웠거든요.
가로수 아래 낙엽과 잡초 위에 성에가 끼어 있었어요.
이 길의 끝에 제가 가야 할 수원 영통구 광교 24시간 카페인 할리스커피 광교테크노밸리점이 있었어요.
"다 왔다!"
2017년 11월 12일 아침 7시 1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이렇게 해서 이번에 가본 24시간 카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에 있는 할리스커피 광교테크노밸리점이에요.
할리스커피 광교테크노밸리점 주소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에듀타운로 108 이에요. 지번 주소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1351 이에요.
매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카페는 단층 구조였어요.
여기 사진 잘 받는다!
마음에 드는 사진 하나를 건졌어요. 참 기분좋았어요.
정말 책상처럼 생긴 탁자도 있었어요.
할리스커피 광교테크노밸리점 안에는 화장실과 흡연실이 없었어요. 화장실 및 흡연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문을 열고 나가서 오른쪽에 있는 문을 통해 건물 안에 들어가야 했어요.
건물 내부에 있는 흡연 구역은 이렇게 생겼어요.
아직 매우 이른 아침이라 지저분하기는 했어요.
할리스커피 광교테크노밸리점은 조용히 책 읽고 노트북하고 공부하고 글 쓰기 좋은 분위기였어요.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할리스커피 광교테크노밸리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