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기적과 저주2017. 8. 3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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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이 없는 조용한 서점. 근무 시간이라 자리에 앉아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고가 나를 불렀다.


 "타슈갈, 너 주변에 괜찮은 애 하나 있냐? 저주술 타령 하는 애 말구."

 "괜찮은 애? 어떤 애?"

 "아무래도 서점에 일할 직원 하나 더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서점에서 일할 직원? 순간 라키사가 전에 내게 이야기한 것이 떠올랐다. 시험을 치고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내 옆에 와서 혹시 서점에 일자리가 생기면 자기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그때 알려주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 서점에서 직원을 하나 더 뽑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당장 지금 나나 이고나 할 일이 없어서 자리에 앉아서 자기 할 거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데 이고가 갑자기 직원으로 뽑을 만한 애가 없냐고 물어보았다.


 "라키사 어때?"

 "라키사?"

 "응. 걔 서점도 자주 이용하고 이번에 학과 1등했어. 그러니 책 파악은 확실히 잘 할 거야. 일도 열심히 할 거구."

 "걔 여자잖아."


 이고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자인 것이 왜?"

 "야, 걔 여기 사람도 아니잖아? 보나마나 잠자리 제공도 바랄텐데, 너 같으면 걔하고 같은 방에서 지낼 수 있겠냐? 걔랑 같이 살면 너나 나나 엄청나게 불편할 걸?"

 "아니야. 걔 아마 잠자리 제공은 바라지 않을 거야. 걔 지금 친척집에서 살고 있거든."

 "그래?"

 "응. 서점 닫을 때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별 말 안 할 걸?"

 "그런가?"


 엉뚱한 놈이 서점에서 일하는 것보다야 라키사랑 같이 일하는 것이 훨씬 낫다. 라키사가 내 공부 도와준 것도 있고, 전에 부탁한 것도 있으니 이고에게 라키사를 강력히 추천해야겠다. 라키사는 성격도 착하고 자기 일도 열심히 하구.


 "응! 걔 서점 일 아마 엄청 열심히 할 거야. 걔 지금 일자리 구하고 싶은데 못 구하고 있거든. 나한테 서점에 자리 나면 알려달라고 했어."

 "그래? 걔한테 한 번 물어볼까?"

 "응. 걔 분명히 열심히 할 거야! 우리 학과 1등이니 잔실수 같은 것도 안 할 거구."

 "하긴. 너보다야 훨씬 똑똑하겠지."


 이고도 아다비아 말투에 오염되었나. 그나저나 갑자기 직원은 왜 뽑지? 루즈카한테 맨날 서점에만 처박혀 있다고 혼난 거 아니야?


 "그런데 갑자기 왜 한 명 더 뽑아? 한 명 더 뽑아야할 필요 없어 보이는데."

 "혼자 책수거하러 돌아다니기 정말로 힘들어서. 낮에 네가 다녀봐야 몇 권 회수해오지도 못하잖아."

 "진짜 그거 때문이야?"

 "어. 나도 이제 내 시간 좀 가져야지. 이제 너 혼자 서점 봐도 서점 어느 정도 보기는 하니까."

 "그게 아닌 거 같은데?"

 "뭐가 또 아니야?"


 너 맨날 나한테 장난치고 놀렸지? 그동안 당한 것 중 일부를 갚아줘야겠다.


 "너 루즈카한테 한 소리 들었지? 맨날 서점에 콕 박혀만 있고 데이트 안 해준다고."


 이고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미소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응. 걔 제대로 삐져서 그거 풀어주느라 혼났어. 일 때문에 못 만난 건데 그거 갖고 제대로 화났더라."

 "내 그럴 줄 알았다."

 "뭐가 또 그럴 줄 알아?"


 이고가 황당해하며 내게 뭘 그럴 줄 알았냐고 물어보았다.


 "나한테는 맨날 서점에서 좀 나가서 햇볕 좀 쬐라고 하면서 너는 맨날 서점에만 박혀 있잖아? 내가 루즈카라도 화나겠다."

 "야, 일하느라 못 나가는 건데 뭐가 또 화나?"

 "내 근무시간 때는 나가도 상관 없잖아?"

 "어우...내가 나가기 싫어서 안 나갔냐? 그동안 네가 일 하도 못해서 너 감시하느라 못 나갔지."


 이고가 갑갑하다는 듯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진짜 화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게 평소에 루즈카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그러지. 내가 루즈카 삐질 줄 알았다.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누가 봐도 이고가 루즈카랑 사귀는 것이 아니라 '루즈카님께서 이고와 사귀어주시는 것'이구만. 이고 하는 꼴을 보면 루즈카가 오늘 당장 이고에게 헤어지자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솔직히 데이트하러 나가기 귀찮아서 서점에만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나.



 서점이 문을 닫을 때까지 라키사는 오지 않았다. 라키사는 다음날 오후, 손님이 없어서 나와 이고가 사이좋게 졸고 있을 때 서점에 왔다.


 "라키사, 잠깐 와볼래?"

 "저요?"


 이고가 라키사를 불렀다. 라키사는 특별한 반응 없이 조용히 이고 앞으로 걸어갔다.


 "너 혹시 여기에서 일해보지 않을래?"

 "정말요?"


 라키사가 깜짝 놀라며 활짝 웃었다. 저렇게 좋을까? 옆에서 보니 깜짝 선물을 받아 놀란 아이 모습이다. 라키사가 전에 에드자에서 일 구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일을 계속 못 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했었지. 생각해보면 라키사가 저렇게 좋아할만 한 일이기는 하다. 얼마나 일을 구하고 싶었으면 나한테 와서 서점에 자리가 나면 자기에게 알려달라고 부탁까지 했을까? 자기도 너무 답답해서 나한테까지 부탁해본 것일 거다. 서점에 자주 왔으니 이 서점에 자리가 날 일이라고는 내가 그만두는 경우 아니면 거의 없을 거라는 거 알면서 말이다.


 "직원 하나 더 필요한테 타슈갈이 너 추천하더라구."

 "진짜요? 타슈갈, 정말 고마워!"

 "아니, 뭘..."

 "너한테 부탁하면서 기대 하나도 안 했는데! 정말로 고마워! 이고, 저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요? 진짜 열심히 할께요!"


 이고 표정을 보니 이고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얘는 뭐 이렇게 좋아하냐? 이거 막 쉽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덤덤한 이고의 표정과 너무 신나서 좋아하는 라키사의 표정이 아주 대조적이었다. 하긴, 라키사가 서점 일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겠지. 와서 책 빌려가고 가끔 내가 혼자 책 보고 있을 때 와서 나랑 잡담 나누는 정도였으니까. 내가 한없이 놀고만 있는 줄 알 거다.


 "그런데 너 서점에서 무슨 일 하는지 알고 있어?"

 "책도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돈 계산하는 거 아닌가요?"


 라키사의 말에 이고가 아무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그런 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연체된 책 수거해 오는 거야. 만약 여기에서 일하려면 책 수거 일도 해야 할텐데 할 수 있겠어?"

 "당연하죠! 꼭 해낼께요!"


 이고의 표정은 계속 아무 변화도 없었다.


 "너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

 "오늘부터요! 지금 당장 가능해요!"

 "오늘은 말고 내일부터 해. 근무 시간은 3시부터 8시까지야. 하루에 3주므아씩 쳐서 매달 말일에 근무 일수 계산해서 한 번에 줄께."

 "감사합니다! 꼭 열심히 할께요! 매일 일할께요!"

 "매일 일할 필요는 없고. 너 근무시간 아니면 절대 여기서 일하지 마. 괜히 나중에 일 더 했는데 돈 안 줬다고 하지 말구.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쉬는 날 있어. 너 쉬고 싶을 때 전날까지 말하고 쉬면 돼."


 라키사는 계속 알겠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줄은 몰랐다. 정말로 일해서 돈 벌고 싶었구나. 그리고 에드자에서 일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이 확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라키사가 전에 괜찮은 일은 전부 남자만 뽑는다고 투덜대었었지? 그게 어느 정도 맞기는 한가 보다. 그러니 저렇게 여기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좋아하지.


 "라키사, 저기 지게 보여?"

 "예."

 "저거 좀 메어볼래?"


 이고는 라키사에게 책 수거할 때 메고 다니는 지게를 메어보라고 시켰다. 라키사는 지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서 지게를 메었다. 아주 밝고 들떴던 표정이 조금 차분해졌다. 역시 쉽지 않을 줄 알았어. 책 수거가 매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거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이런 여름에는 더더욱. 그런데 이고는 정말 라키사에게도 책 수거 시킬까? 그거 그렇게 쉬운 일 아닌데?


 "지게 짊어맬 만 해?"

 "조금 무거워요."

 "내일 올 때 책 수거할 때 쓸 가방 하나 챙겨와. 적어도 책 다섯 권은 들고 올 수 있어야 해."

 "예."

 "책 수거를 해야 타슈갈과 같은 돈을 줄 수 있어."

 "다섯 권 정도는 들고 다닐 수 있어요."

 "허리 다칠 수 있으니까 옆으로 메는 가방은 들고 오지 말구. 반드시 등으로 양 어깨에 짊어지는 가방으로 가져와."

 "예!"


 라키사가 기뻐하며 서점을 나갔다. 이고는 정말로 라키사에게 책 수거를 시킬 작정인가?


 "이고, 진짜 라키사에게 책 수거 시킬 거야?"

 "그러면 안 시켜?"


 이고가 오히려 내게 되물어보았다.


 "그거 라키사에게 꽤 힘들지 않을까?"

 "상황 봐가며 시키기는 하겠지만 당연히 책 수거는 해야지. 그거 안 할 거면 새로 직원을 왜 뽑냐? 너랑 나 둘이서 교대로 계속 책수거 돌아다니면 되는데."


 이고 얼굴과 말투를 보니 진짜 시킬 셈인가보다. 이고 말에 수긍하기는 하지만 진짜 라키사에게 책 수거를 시킬 작정이라니 조금 놀랍다. 자기도 연체된 책 수거하러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텐데. 여자들 피부 까맣게 타는 거 싫어하는 것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을 거구. 그런데 이고는 그런 거 전혀 개의치 않을 것 같다. 그런 것에 신경쓸 정도였으면 루즈카가 그렇게 화나도록 계속 안 만나지도 않았겠지. 어떻게 보면 라키사 근무 시간이 오후 3시부터인 것이 정말 다행이다. 제일 더울 점심때는 그래도 피한 시각이니까 돌아다녀도 아주 힘들지는 않겠지.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매우 덥다. 부채질을 해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어제보다 더 덥다. 하늘에 구름이 한 점도 없다. 맑아도 이건 지나치게 맑다.


 "오늘 날씨 좋네."

 "뭐가 좋아? 싹싹 덥구만."

 "라키사가 여기에서 일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딱 좋잖아?"

 "진짜 책 수거까지 다 시킬 셈이야?"

 "너 바보냐? 책 수거 못 한다고 하면 당장 다른 애 뽑아야지. 일 못 하는 애를 왜 뽑아?"


 이고는 나를 바라보며 내게 당부했다.


 "너 자꾸 라키사한테 책 수거 시킬 거냐고 물어보는데, 나 진짜 시킬 거야. 그러려고 직원 하나 새로 뽑는 거구. 그러니까 이따 같이 책 수거 돌아다닐 때 멍청하게 걔 도와주지 마라. 얼마나 힘든지 지금 똑바로 알아놔야지, 괜히 네가 어줍잖게 도와줬다가는 걔 나중에 진짜로 고생해."

 "알았어."

 "너는 영 믿음이 안 가는데..."

 "뭐가 믿음이 안 가?"

 "너 꼭 괜히 너 혼자 멍청하게 책 다 들고 돌아다닐 거 같아. 내가 데리고 다녀야 하나?"

 "아니야."


 이고 말에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그래, 네놈 말대로 절대 안 도와주겠다. 라키사한테는 네가 도와주지 말라고 해서 안 도와주는 거라고 말하든지 하구. 그나저나 라키사도 참 운이 없네. 왜 하필 이렇게 맑고 더운 날에 책 수거하는 일이 딱 걸리냐. 정확히 오늘 유독 책 수거가 많다. 게다가 이고는 아주 작정하고 열 권을 수거해오라고 시켰다. 돌아다녀야 하는 집에 7곳이다.



 "안녕하세요!"


 이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라키사가 웃으며 서점으로 들어왔다. 라키사, 이고는 지금 너 골탕먹이려고 작정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내 생각에 이것은 너를 쫓아내기 위해 하는 일이야. 그렇지 않고서는 나하고 너 둘이 일곱 곳을 돌아다니며 책 10권을 수거해오라고 시킬 리가 없지.


 "어떤 일 하면 되요?"

 "서점 일 힘든데 정말 괜찮겠어?"

 "예, 꼭 해낼 거에요! 정말 일 잘 할께요!"

 "그러면 타슈갈이랑 책 수거 좀 돌고 와."


 이고가 내게 대출 카드가 들어 있는 나무곽을 건네주었다.


 "책 수거 나갈 때는 꼭 대출 카드를 나무곽에 넣어서 가야 해. 카드 상하면 안 되거든. 그리고 200마르라 챙기구. 카드 보면서 돈 받아오면 돼."


 라키사가 대출 카드를 꺼내서 보았다.


 "반납 예정일 넘은 만큼 대출 가격 곱해서 받으면 되나요?"

 "응. 너 타슈갈보다 훨씬 똑똑하구나! 그렇게 계산하면 돼. 돈 계산 틀리지 말구. 특히 지갑에 돈 넣기 전에 확실히 확인한 다음에 집어넣어. 지갑에 돈 넣는 순간 돈 어디서 비었는지 못 찾아."

 "예! 다녀올께요!"

 "책은 반씩 들어. 라키사, 네가 먼저 다섯 권까지 들고, 그 다음에 타슈갈, 네가 남은 다섯 권 들어. 둘이 쭉 돌아서 같이 와."



 서점에서 나왔다. 라키사는 싱글벙글이다.


 "서점에서 일하게 된 거 그렇게 좋아?"

 "응! 정말 고마워! 네가 진짜로 나 챙겨줄 줄은 몰랐어!"

 "너도 내 공부 도와주곤 했잖아. 숙제도 가끔 보여주고."

 "그거 별 것 아닌데..."


 일곱 곳 돌아다니는 거 쉬운 일이 아닌데 라키사가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까? 게다가 이고가 라키사에게 처음부터 책을 들고 돌아다니라고 시켰다. 아까 이고가 하도 뭐라고 해서 내가 도와줄 생각도 없지만,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라키사가 거절하겠지. 라키사 표정을 보니 아주 의욕이 충만하다. 진짜 오늘 한 번 해보고 힘들다고 바로 그만둔다고 하는 거 아니야?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라키사가 그렇게 의지가 박약하다면 공부하다 외국어에 질려서 마딜어 책을 읽고 싶다고 저주술 책을 빌려가지도 않았을 거다.



 이고가 다녀오라고 한 순서대로 돌아다니니 두 곳을 돌아다니자마자 수거한 책이 5권이 되었다. 정말로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이고가 절대 도와주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 혼자 책 수거하러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때 어떻게 할 거냐고 말했지. 라키사에게 책을 10권씩 수거해오라고 시킬 리야 없을 거다. 그렇게는 나한테도 안 시키니까. 하지만 오늘만큼 걸어야할 일은 종종 있을 수도 있다. 이고 성격에 그렇게 하고도 남을 거다. 이고는 자기가 한 말은 잘 지키는 편이니까.



 "수거 끝났다! 이제 서점 돌아가자."

 "응."

 "안 힘들어?"

 "괜찮아."


 라키사의 얼굴이 아주 어두웠다. 힘들어서 이를 꽉 깨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게다가 땀도 많이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고생해본 적은 없을 거다. 고향에서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에드자 와서 이렇게 고생한 적은 없겠지.


 "오늘처럼 힘든 날은 별로 없어. 오늘만 유독 힘든 거야."

 "괜찮아. 그래도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어디야. 그런데 계속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녀 해?"

 "아니. 아예 없는 날도 있구. 셋이니까 아무리 책 수거 일이 많은 날이라고 해도 하루에 한 번만 나가면 될 걸? 아주 많으면 두 번."

 "그 정도라면야 뭐."


 라키사가 웃었다. 지금 덥고 힘들고 정신 없을텐데도 웃는구나. 너 진짜 대단하다.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나도 지금 덥고 힘들고 짜증나는데 이 와중에 웃을 정신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벌써 두 시간 넘게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웃지만 내일 당장 아프다고 못 나오는 거 아니야? 이고 이놈은 정말 사람 괴롭히는 데에는 타고난 것 같다. 이거 일부러 오늘 책 수거 많게 조정한 거 아니야? 그러나 그건 아닐 거다. 이고가 무슨 예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구. 그냥 라키사가 정말 운이 없는 것이다. 어제 서점에 오지 말고 오늘 왔다면 차라리 나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이고가 내일 나랑 책 수거를 돌고 오라고 시켰을 것이고, 내일은 책 수거가 오늘처럼 몰려 있지는 않을 거다. 대출 카드를 전부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책장에 책이 얼마나 비어있는지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라키사, 너는 진짜 이 일 시작부터 재수가 없구나.



 서점으로 돌아왔다.


 "할만 해?"

 "예."

 "첫날인데 많이 힘들지 않았어?"

 "괜찮아요."

 "몸 안 좋을 때는 바로 말해. 괜히 오기로 책 수거하러 나가지 말구."

 "어떻게든 해낼께요."


 라키사의 말을 들은 이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몸 안 좋으면 바로 말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건강이 우선이야."

 "예."


 이고는 라키사의 태도가 꽤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표정이 매우 밝다.


 "라키사, 그리고 앞으로는 나한테 타슈갈처럼 말 편하게 해. 괜히 말 높이지 말구. 같이 일하는 처지인데."

 "예?"

 "타슈갈처럼 나한테 말 편하게 하라구. 네가 나한테 말 높이면 타슈갈도 나한테 말 높여야 하잖아."


 이고의 말에 라키사가 당황해했다. 나도 처음에 이고가 저러는 것이 참 이상했다. 지금이야 이고에게 말을 높이는 것이 훨씬 이상하지만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다. 이고가 나보다 나이가 한두 살 많은 것도 아니라 더욱 그랬다. 지금도 이고가 왜 저렇게 말을 낮추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자기 말로는 편하게 대하고 일하다 할 말 있으면 언제든 망설이지 말고 하라고 그러는 거라고 하지만 말을 높이는 것과 그것이 큰 상관이 있을까? 오히려 다른 곳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말 오래 듣기 싫으니까 할 말 후딱 말하라고 저러는 거 아닐까? 지금까지 보아온 이고라면 이럴 수도 있다. 절대 부지런하지는 않으니까.


 "예...아, 응."


 라키사가 상당히 어색하게 대답했다. 아마 그거 적응하려면 꽤 오래 걸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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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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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아 기다리던 2부! 타슈갈 멋쟁이 타슈갈 천사같은 남자~~ 밥팅이 짓도 가끔 하지만 착해요. 라키사 추천해줘서 공연히 제가 감동하고 뿌듯했어요. ㅠㅠ 라키사 얼마나 무겁고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꿋꿋이 해내서 다행이에요 라키사가 앞으로도 잘 해나갈 수 있음 좋겠어요
    근데 이거 알면 아다비아 대왕 삐칠거 같아요 어뜩해... ㅠㅠ

    2017.09.02 23: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앗 천사 같은 남자 ㅋㅋㅋㅋㅋㅋㅋ 타슈갈이 이 멘트 들으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겠어요 ㅋㅋ 라키사가 정말 서점 일 너무 하고 싶어했을 거에요. 생각해보면 오죽하면 타슈갈에게 자리 나면 알려달라고 부탁까지 했을까 싶기도 하구요. 아다비아는...ㅎㅎ;

      2017.09.03 20:3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