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기적과 저주2017. 8. 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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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학기부터는 아다비아가 내 공부를 도와줄 수 없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아다비아에게 큰 소리 치기는 했지만 솔직히 자신없다. 이제라도 정말 마음 잡고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이번 학기는 어떻게 넘겼다지만 다음 학기는 정말로 혼자 해야 하잖아. 감비르도 없고 아다비아도 없다. 책을 펼쳤다. 아드라스어와 대륙공통어를 공부해야만 한다. 이번처럼 기적이 또 일어날 보장이 없으니까. 기적이 두 번 연속 일어날 리는 없겠지.


 '그나저나 아다비아는 그저께 왜 화났지?'


 그저께 집에 돌아온 후 계속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다비아는 대체 그날 왜 화가 난 것일까? 걔 성격이 조금 이상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날은 정말 유난히 더욱 이상했단 말이야. 갑자기 내 손을 잡지를 않나, 혼자 신나서 팔짝팔짝 뛸 것 같더니 갑자기 카페에서 돌변해서 짜증 잔뜩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나 때문에 짜증난 거라면 혼자 집에 돌아갈 텐데, 내게 집까지 데려다달라고 한 것으로 봐서는 나 때문에 짜증난 것 같지는 않구. 하여간 이상한 애다. 정상적이었다면 거의 매일 서점에 찾아와서 내 공부를 도와주지도 않았겠지. 걔는 딱 바하르 같이 잘난 애들 좋아하게 생겼는데 왜 나한테 그렇게 잘 해주는 거야? 정말로 아다비아는 친구 하나도 없나? 그래서 나랑 친구하려고 그렇게 노력한 건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손을 막 잡아? 에드자 애들이 다 그런가? 손이 잡힌 것 자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히 기분좋았다. 정말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있냐."


 아무리 이고가 루즈카와 사귀는 사이라 해도 그런 기적이 내게 일어날 리가 없지. 아다비아가 나와 사귀고 싶어한다구?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랑 맞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어보이는 애인데 무슨 나랑 사귀고 싶어해? 아다비아가 직접 내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아다비아 콧대가 절대 낮을 리가 없지. 아다비아 마음에 들려면 중앙학문연구소에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돈도 많아야 할 거다. 그때 중앙학문연구소 가서 이것저것 사온 후 자랑하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나중에 아다비아에게 그날 왜 짜증났냐고 직접 물어볼까?'


 아니야. 그랬다가는 아다비아가 정말로 화낼 거야. 하여간 희안한 애다. 짜증났으면 무엇 때문에 짜증났다고 말이나 하든가. 그러면 다른 찻집을 가든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든 하면 되었잖아? 혼자 신났다 혼자 짜증났다 다 한다. 이해는 된다. 그게 아다비아지. 설마 아다비아는 블랑쉬블르와 비슷한 여자 아니야? 생각이 없어. 왜냐하면 생각이 없거든. 그냥 남에 대해 생각하는 생각 회로 자체가 결여된 것일 거야.


 잡생각 그만하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아다비아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라면 기분이 많이 좋기야 하겠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 뻔히 알고 있으니까. 그런 망상을 하며 혼자 신나고 혼자 괴로워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아다비아처럼 잘난 애가 뭐 할 일 없다고 나를 좋아하겠어? 내성에 가보니 아다비아가 좋아할 만한 남자들 천지더만. 혹시 나를 데리고 내성에 갔더니 내가 너무 없어보여서 제대로 짜증난 거 아니야? 아다비아라면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타슈갈, 뭐해?"

 "감비르! 네가 이 시각에 웬일이야?"

 "너한테 인사나 하러 왔지."

 "무슨 인사?"

 "여행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


 이 미친놈은 진짜 치르치나 가려고 작정했구나. 아직도 진짜 자기가 저주술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동전이 뱅뱅 도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리 친구라지만 너도 단단히 미친 거 같다. 내 주변은 대체 왜 이러냐. 친구라고 있는 감비르는 저주술 한다고 난리지, 라키사는 공부하다 머리아프다고 저주술 책을 읽어대지, 아다비아는 종체 감을 잡을 수 없게 행동해대지, 블랑쉬블르는 사람 갖고 장난치며 노는 게 일이지, 이고 저것은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겠지...진짜 에드자는 미친놈 집합소 아냐?


 "너 진짜 치르치나 가게?"

 "응. 내일 떠나려구."

 "너 거기 꼭 가야겠냐?"

 "응. 거기 꼭 가야 돼."


 저 반짝이는 눈빛. 네가 과제를 할 때 그렇게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면 내가 네 숙제 베껴서 사이좋게 교수의 연구실로 끌려가지도 않았겠지. 과제 할 때는 보나마나 푹 삭은 생선의 흐리멍텅한 눈빛이었을 거다. 그러니 뭐가 뭔지도 모르고 신나게 줄치고 베껴서 요약이랍시고 들고 왔지. 나도 그게 뭔지 몰라서 베꼈으니 감비르에게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저 반짝거리는 눈빛이 말하고 있다. '이건 확실해. 진짜야. 거기에는 순수한 자유와 진리가 있어.'


 "야, 주변에 물어보니까 치르치나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던데? 네가 상상하는 그런 곳 아니래!"

 "네 주변 모두 과연 순수한 자유와 진리를 알까? 걔들은 불쌍한 존재들이야. 아니, 겁쟁이들이라 해야 더 맞을 건가?"

 "루즈카도 치르치나는 조심해야 하는 곳이랬어! 네가 루즈카보다 더 훌륭하다고? 바하르도 '루즈카님'이라고 깍듯이 부르는 저주술사인데?"

 "그까짓 거짓 권위. 순수한 진리와 자유조차 못 보면서 뭐 '님'까지 붙이냐? 나는 내가 직접 본 것 외에는 안 믿을 거야. 못 믿어! 이 세상에 얼마나 거짓이 많은데!"


 이놈은 대체 안 보이던 그 기간동안 무엇을 한 거야? 왜 이렇게 단단히 미쳤지? 내가 알던 그 감비르가 맞나 싶을 정도다. 무슨 충격을 받았길래 이 정도까지 미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바하르는 네 친구잖아? 게다가 걔는 중앙학문연구소에서 저주술 연구하는 애라구! 네 친구인데 설마 잊어버린 거야? 우리보다 훨씬 잘난 네 친구 바하르가 루즈카를 '루즈카님'이라고 불렀다구! 그래, 이건 그렇다 치자.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세상에 거짓이 많고 자기가 직접 본 것 외에는 안 믿겠다는 거야? 무슨 사기라도 당했어?


 "에드자에서도 저주술 수련 할 수 있잖아. 꼭 거기 가야 돼? 여기서는 네가 말하는 진정한 진리와 자유 못 찾아?"

 "여기는 더럽혀진 땅. 순수하지 않아."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아. 여기는 더럽혀진 땅이야. 그건 나도 인정한다. 온통 대륙공통어와 아드라스어 투성이지. 대륙공통어와 아드라스어에 더렵혀진 땅 맞아.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가 우르간 왕국 영토인 것도 아니고 남아드라스 공화국 영토인 것도 아니잖아. 바하르와 치롤라는 여기서 저주술을 잘만 수련하잖아. 여기가 다른 나라들처럼 저주술을 금지하는 곳도 아니구.


 "너 정말 네가 저주술 쓸 수 있다고 생각해?"

 "저주술을 생각하면 심장이 뛰어. 그리고 강렬한 무언가가 느껴져. 그것이 바로 순수한 진리와 자유가 부르는 소리. 멋지지 않냐?"

 "아, 그거 말구! 네가 진짜 저주술 쓸 수 있을 거 같냐구?"

 "이제 정신력으로 실에 매달아놓은 동전을 어느 정도 뱅뱅 돌릴 수 있어."

 "너 그러면 이런 말들 이해돼? 손 끝에서 부서지는 산들바람. 악에 차서 개가 울부짖는 소리. 머리 위에서 방긋 웃는 햇볕. 광기의 토끼가 피를 마신다. 파랗게 부서지는 피의 노랫소리. 촉촉하게 땅을 적시는 빨간 웃음소리!"

 "그런 것을 외우는 짓은 멍청한 짓이야. 순수한 진리와 자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알았다.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데..."


 속으로 '그러면 바하르도 멍청한 거냐? 까놓고 말해서 걔가 우리보다 공부 훨씬 잘 하고 저주술도 몇만 배 더 잘 사용하는 거 사실이잖아?'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꾹 참았다. 감비르와 이야기를 더 해봐야 싸움만 날 거다. 얘는 지금 자기 생각 자체가 순수한 진리와 자유라고 믿고 있다. 그걸 찾은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 자체가 그거라고 믿는 거다. 그런데 내 말이 먹힐 리가 없다. 나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나든가, 감비르와 제대로 한 판 붙든가 할 거다. 진짜 아다비아는 나를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감비르는 내 속을 뒤집어놓는다.


 "그래. 여행 잘 다녀와라. 다녀온 후에 같이 대륙공통어랑 아드라스어 공부 열심히 하자. 물론 네가 여행 돌아왔을 때는 내가 너보다 훨씬 잘 하겠지만."

 "그때 봐서. 모르겠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구."


 감비르가 손을 흔들고 서점 밖으로 나갔다.



 "오늘 정말 아침부터 왜 이러지? 진짜 조심해야 하는 날인가보네."


 아다비아가 그저께 왜 짜증났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기분이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다. 가능성은 너무나 낮지만 정말로 아다비아가 나를 좋아해서 그랬을 수도 있으니까. 망상일 확률이 거의 100이라는 것은 알지만 혹시 모를 기적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하지만 감비르, 저놈은 그냥 내 속을 뒤집어놓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 무슨 되도 않는 저주술 타령이야. 아다비아가 감비르 머리를 책으로 내리쳐줬으면 좋겠다. 한 번 말고 감비르가 정신차릴 때까지. 만약 그래서 감비르가 정신차린다면 아다비아는 정말 하지 않을까? 그러고도 충분히 남을 거 같은데.


 '책이나 보자. 알아서 헛짓하다 돌아오겠지.'


 책을 펼쳤다. 더듬더듬 읽어나갔다. 뭔가 허전하다. 책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고 있다. 모르는 단어는 계속 튀어나오지만 읽을 수 있는 단어도 많이 있다. 집중해서 읽으니 진도가 나가기 시작하지만 기쁘기보다 허전한 느낌이 계속 든다. 역시 아다비아가 없어서 그런가? 지금 아다비아가 내 앞에 있다면 아다비아는 분명히 나를 칭찬해주면서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지 알겠냐고 물어보고 그러니 자기 말 잘 들으라고 이야기했을 거다.


 '곧 적응되겠지.'


 허전하기는 했지만 아다비아에게 계속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정말로 나 혼자 책을 보아야 한다. 걔가 내가 싫어서 안 온다는 것도 아니잖아. 이제부터 오후에 중앙학문연구소로 일하러 가야 한다고 못 도와준다는 건데. 계속 책을 읽어나갔다. 반쪽 정도 읽었다. 그때 서점 안으로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누구인지 쳐다보았다. 자에드와 예라였다.


 "너 방학때도 일해?"


 예라가 나를 쳐다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았다.


 "응."

 "왜? 방학이잖아. 고향 안 돌아가?"


 얘네 둘은 처음부터 영 마음에 안 들었는데 지금까지도 전혀 좋아지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런 질문을 내게 꼭 물어봐야 해? 감비르 때문에 짜증나는구만.


 "안 돌아가. 방학이라고 서점이 문 닫는 거 아니잖아."

 "집 안 가고 싶어?"

 "방학 정도는 쉬어도 되잖아. 너 진짜 일 열심히 한다!"


 자에드나 예라나 둘 다 뇌가 짜증나게 하네. 나야말로 왜 방학인데 서점에 왔냐고 물어보고 싶다. 지금 이것을 질문이라고 물어보는 건가?


 "고향 내려갔다오는 데에 돈 많이 들어. 인파사까지가 여기에서 내성 정도 거리도 아니구."

 "지금까지 돈 모은 거 없어? 너 여기에서 일 열심히 했잖아."


 입이라도 다물고 있으면 밉지나 않지, 정말 미운 소리만 아주 골라서 하네. 그래도 참자. 얘네 지금 손님이다. 내가 일하는 시간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서점 점원이고 얘들은 손님이다.


 "고향 다녀오려면 여기 그만두고 내려가야 하는데, 돌아오면 여기 일자리가 그냥 남아있겠어?"

 "아...그렇구나. 하긴, 서점일처럼 편하고 좋은 일은 찾기 어려워."

 "인파사 꽤 좋다고 하던데 못 가서 아쉽겠다."


 진짜 감비르랑 얘네 둘이랑 한 자루에 집어넣어서 강물에 확 던져버릴까? 그래도 자기들 방식대로라도 이해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 나중에 인파사 가면 너네 집에서 신세져도 돼?"

 "우리집?"

 "응. 인파사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남아드라스 공화국이잖아. 남아드라스 공화국 갈 때 인파사도 들려볼까 하는데, 너네 집에서 머무르면서 인파사 구경해도 돼?"

 "만약 내가 집에 머무르고 있다면."


 영원히 너희 둘이 우리 집에서 신세를 질 수 있는 날은 없을 거다. 내가 왜 인파사 돌아가냐? 집에 큰 일이 생겼다고 하면 내려갔다 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절대 안 내려가지. 그 동네를 뭐가 좋다고 돌아가? 돈 모아서 셀베티아 왕국으로 갈 거다. 반드시 이 나라 떠나고야 말 거다. 이 나라 떠나려고 셀베티아어 전공을 선택했고, 전공에서 안 쫓겨나려고 노력하는 거다. 그런데 내가 고향을 왜 돌아가?


 "그나저나 너네는 방학인데 서점은 왜 왔어?"

 "혹시 괜찮은 책 들어온거 있나 보려고 왔어"


 둘은 서점 안을 휙 둘러보았다.


 "재미있는 거 안 들어왔네."


 자에드와 예라는 서점 안을 산책하듯 한 바퀴 휙 돌아보더니 바로 서점에서 빠져나갔다.



 진짜 저놈들은 나한테 왜 저러나 싶을 정도다. 올 때마다 참 기분나쁜 말을 던진다. 그것도 너무나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일부러 그러는 거라면 나도 독하게 말해서 받아쳐버리겠는데 표정을 보면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다. 그러니 어떻게 독하게 말하지도 못하겠다. 저놈들은 좀 없어져주면 안 될까? 만약에, 정말 만약에 감비르가 저주술을 진짜로 깨우친다면 감비르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자에드와 예라가 절대 이 서점에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 어차피 쟤들은 서점에서 책 빌려가는 일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좀 없어져줘도 돼.


 "이제 진짜로 책 좀 집중해서 봐야지."


 책을 펼쳤다. 사람이 또 들어왔다. 진짜 오늘은 책 보지 말라는 날인가? 왜 책 좀 보려고 하면 계속 누가 들어와서 책 보는 것을 방해하지? 누군지 바라보았다. 라키사였다. 라키사에게 인사를 하자 라키사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낙제 모면한 거 축하해!"

 "고마워!"

 "정말 기적이야! 네가 낙제를 면하다니!"

 "너랑 아다비아가 도와줘서 겨우 면했어! 진짜 고마워!"

 "네가 열심히 한 거잖아."


 라키사가 웃으며 저주술 책이 꽂혀 있는 책장으로 갔다. 쟤는 계속 저주술 책을 빌려간다. 저러다 진짜 저주술 깨우치는 거 아니야? 저렇게 열심히 읽는데 순간 뭔가 번쩍 떠오르는 거 아냐? 감비르가 저러면 '어이구, 또 뻘짓한다' 하면서 속으로 웃었을 거다. 그러나 지금 저주술 책을 열심히 읽어치워대고 있는 것은 라키사다. 라키사라면 진짜 저주술을 깨우쳐버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다른 사람들이 저주술 수련을 한다고 한다면 될 걸 하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아다비아와 라키사만큼은 다르다. 아다비아와 라키사는 왠지 저주술을 제대로 수련하기 시작하면 금방 저주술을 깨닫고 꽤 잘 사용할 수 있는 경지까지 빠르게 올라갈 것 같다. 그런 예감이 든다.


 "너 그저께 아다비아랑 무슨 일 있었어?"

 "그저께?"

 "응."

 "이번에 낙제 면하게 해준 거 고마워서 아다비아한테 밥 사줬어. 아다비아가 차를 사주었고."

 "그래?"

 "응."


 라키사가 이것을 왜 물어보지? 아다비아한테 뭐 들은 것이 있나?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봐? 혹시 아다비아가 뭐라고 했어?"

 "아니..."

 "그러면 그걸 왜 물어보는데? 아다비아 그날 짜증 많이 났어."

 "그래? 왜?"


 라키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눈을 응시하며 물어보았다.


 "몰라. 찻집에서 갑자기 막 짜증난 거 같았어. 왜 그런지 말은 안 해주더라구. 아다비아가 너한테 뭐 이야기해준 거 있어?"


 라키사가 잠깐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까 아다비아랑 만나서 같이 차 마셨거든. 그런데 아다비아가 너보고 자기 없으면 보나마나 낙제일텐데 왜 그렇게 태평하냐고 흥분하는 거야. 그래서 너랑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봤거든. 그러니까 '몰라, 짜증나!'라고 소리치고 아무 말도 안 해줘서 물어봤어."

 "응?"

 "너 걔한테 뭐 잘못한 거 같던데?"

 "나 걔한테 딱히 잘못한 거 없는데?"

 "설마 그럴리가 있겠니? 네가 아다비아한테 뭔가 잘못했으니 걔가 그렇게 화났겠지. 잘 생각해보고 아다비아한테 미안하다고 해. 걔 너 때문에 화난 거 같던데."

 "진짜 나 그때 아다비아한테 잘못한 거 없어!"

 "잘 생각해봐. 나 갈께!"


 라키사가 서점에서 나갔다. 내가 아다비아한테 뭔가 잘못했다고? 나는 그날 아다비아에게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날 내가 아다비아에게 잘못한 것은 없다. 내가 한 말 한 마디 한 마디, 내가 한 행동 하나 하나를 다 떠올려보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을 못 찾겠다. 설마 고기 다시 익혀달라고 해서? 하지만 그때 짜증 안 내었잖아. 케이크? 그 다음에도 아다비아는 기분이 좋았다. 짜증났으면 나한테 짜증났다고 말을 하든가, 지가 무슨 아드라스어, 대륙공통어야? 봐도 모르겠는데 보고 알아보라고 하고. 라키사는 내가 뭔가 잘못했을 거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아다비아가 그날 다른 것 때문에 기분 안 좋았는데 내 핑계 대는 거 아니야? 하여간 아다비아는 참 희안한 애다. 알 거 같은데 알았다고 생각하면 전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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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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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슈갈... 이녀석도 아다비아가 싫지는 않은 거군요!! 맘이 조금살짝 있긴 하나보네요! 손잡으니까 기분 좋았다 하고!!!
    이번 편 재미있어요. 그리고 타슈갈이 주변 친구들에 대해 자기 시선으로 이것저것 종알거리는게 특히 재미있고 어쩐지 귀엽기까지 해요
    글고 광기의 토끼 다시 나와서 무지 반가워요!!!!

    2017.08.26 22: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타슈갈도 아다비아 싫지는 않아해요. 단지 자기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ㅎㅎ
      광기의 토끼는 간간이 계속 등장할 거에요. 일종의 주문 같은 거라서요 ^^

      2017.08.27 14:4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