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은 비빔면의 계절.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비빔면은 사실상 팔도 비빔면이 전부였어요. 그러나 이제는 비빔면도 종류가 꽤 다양한 편이에요. 예전에는 국물 라면만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비빔면도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요.
여름이라 국물 라면 끓여서 먹으면 방 전체가 찜통이 되어버려요. 라면을 끓일 때부터 먹을 때만큼은 에어컨을 강력하게 틀어놓고 먹지만 방이 더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국물까지 싹 다 먹으면 에어컨 바람이 있든 없든 땀범벅이 되어버리기 일쑤에요. 그래서 여름에는 특히 비빔면을 잘 사먹어요. 짜파게티는 면을 삶은 후 스프 넣고 볶는 과정이 하나 더 있어서 그 열기 때문에 덥거든요. 비빔면은 후딱 만들어서 후딱 먹고 후딱 설거지하기 참 좋은 라면. 가뜩이나 더워서 만사 귀찮을 때 모든 것이 아주 간편해서 더욱 자주 먹고 있어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의 이야기. 우즈베키스탄에서 살 때는 비빔면이 가장 비싼 라면이었어요. 왜냐하면 비빔면을 끓여먹을 때 물이 꽤 많이 소비되거든요. 우리나라에서야 대충 수돗물에 헹구어먹어도 별 상관이 없지만 우즈베키스탄은 물에 석회질이 많은 편이라 생수로 끓이고 생수로 헹구어야 했어요. 생수는 당연히 돈 내고 사서 마시는 거라 비빔면 한 번 끓여먹을 때마다 하수구로 피 같은 제 돈이 흘러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이번에 먹어본 비빔면 라면은 오뚜기 메밀 비빔면이에요.
오뚜기 메밀 비빔면은 올해 새로 나온 제품은 아마 아닐 거에요. 그러나 사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비빔면을 구입할 때 이것으로 구입했어요.
오뚜기 메밀 비빔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봉지 앞면을 보면 '매콤새콤한 맛', '통참깨와 김가루가 들어있어요'라고 적혀 있어요.
봉지 뒷면에는 조리 방법 및 제품 성분표가 인쇄되어 있어요.
권장 조리 방법은 이래요.
먼저 물 550ml 를 끓인 후 면을 3분 30초간 더 끓이래요. 그 후 면이 알맞게 잘 익으면 냉수로 3~4회 헹구고 물기를 완전히 뺀 후 액체스프와 참깨고명스프를 붓고 비벼먹으래요.
물론 이걸 굳이 지킬 필요는 없어요. 특히 비빔면은 물 조절을 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매우 끓이기 쉬운 라면에 속해요. 물을 한강이 되도록 콸콸 붓든 적정량을 붓든 팔팔 끓는 물에 면을 삶고 물은 버려버리니까요. 면 삶기에 물이 너무 부족하지만 않으면 되요. 라면 끓일 때 가장 기초적인 라면에 해당해요.
성분표를 보면 우리의 가족 말레이시아산 팜유가 들어갔어요. 호주산 및 미국산 소맥분이 들어갔구요. 면발 재료 중 메밀 가루는 중국산이래요.
알레르기 유발 성분으로는 밀, 대두, 계란, 우유, 쇠고기, 메밀, 조개류가 포함되어 있다고 인쇄되어 있었어요.
스프는 두 종류 들어 있었어요.
위에 있는 스프가 참깨고명스프이고, 아래에 있는 스프가 액체스프에요.
저는 2개 끓였어요. 모든 비빔면이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죠. 1개는 무조건 부족하다는 점요.
사진은 매우 하얗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저것보다 더 붉어요.
원조 팔도 비빔면에 가까운 맛.
팔도 비빔면 맛이 한 번 크게 바뀌었어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요. 대학교 다닐 때 고시원에서 살면서 거의 매일 밥처럼 팔도 비빔면을 끓여먹으며 지낸 적이 있어요. 그때 한 달 정도 그렇게 먹고 질려서 꽤 오랫동안 팔도 비빔면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팔도 비빔면을 다시 먹어보았어요. 확실히 맛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맛이 전체적으로 간식에 가까워진 느낌이었어요.
오뚜기 메밀 비빔면은 예전 팔도 비빔면 맛에 아주 가까웠어요. 단맛이 적고 매운맛이 적당히 있었어요.
이 점이 조금 흥미로웠어요. 정작 팔도 비빔면은 맛이 변했고, 원래 팔도 비빔면 맛에 가까운 비빔면은 오뚜기에서 생산되고 있었으니까요.
예전 팔도 비빔면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판매중인 팔도 비빔면보다는 오뚜기 메밀 비빔면을 구해서 맛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