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밀크티

오뚜기 오리지널 밀크티

좀좀이 2017. 6. 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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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밀크티는 오뚜기 오리지널 밀크티에요.


친한 블로거분께서 크라운에서 '밀크티하임' 이라는 과자가 나왔다고 글을 올리셨어요.


'드디어 나왔구나.'


우리나라에 밀크티맛 과자가 나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나왔어요.


작년, 녹차맛 과자에 별의 별 괴상한 콜라보 제품들이 나오는 것을 보며 이제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 생각했어요. 가장 유력한 것은 밀크티맛 과자였어요.


왜 하필 '밀크티맛 과자'였냐 하면 몇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먼저 어지간한 맛은 다 나왔어요. 새로운 맛을 개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지긴 한 것 중에서 골라야지, 아무도 모르는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할 꿸퉬뛸휠 열매맛이 덜컥 나오면 호기심에 살 수는 있어도 실패 확률이 너무 높아요. 그 이전에 맛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조차 이런 열매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를 수도 있고, 이 맛을 여러가지 재료를 통해 만들어내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문제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바오밥 열매맛 과자' 같은 건 한국인들이 마다가스카르 관광을 엄청나게 가지 않는 한 나오기 참 어렵다는 거에요. 우리나라 사람들 중 바오밥 나무 열매를 먹어본 사람 자체가 몇이나 되겠어요. 그래서 나온다면 밀크티, 장미향 정도 아닐까 했어요.


두 번째 이유는 밀크티가 이제 많이 대중화되었다는 점이었어요. 홍차를 즐기는 사람은 아직도 거의 없지만, 밀크티를 마시는 사람은 많아요. 어지간한 카페에 밀크티 메뉴 하나는 있기 마련이고, 버블티, 밀크티 전문점도 여기저기 있어요.


그렇다면 왜 하필 홍차가 아니라 밀크티냐는 건데, 여기에는 아주 확실한 이유가 있었어요. 홍차맛 과자와 밀크티맛 과자 중 뭐가 먼저 나오냐고 물어본다면 밀크티맛이 먼저 나올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어요.


이런 '00맛 과자'는 대체로 크림을 집어넣는 과자에요. 크림을 안 넣어도 '과자'라는 특성상 밀가루 반죽과 섞이게 되요.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요. 홍차에 우유를 부은 것이 밀크티에요. 홍차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소수만 즐기는 기호식품이고, 밀크티는 상당히 많이 대중화되었어요. 어차피 과자로 만들게 되면 어떤 맛이든 섞일 거고, 크림으로 만들어 집어넣어야 한다면 결국 우유 성분과 섞인 맛이 될 수 밖에 없어요. 이러면 당연히 '밀크티맛'을 고를 수 밖에 없어요.


'홍차맛'이라고 하면 사탕이나 유제품이 아닌 빙과류로 만들지 않는 한 소수의 홍차 매니아들 사이에서 혹평 들을 확률 매우 높아요. 여기에 홍차 자체가 썩 대중적이지 않아요. 밀크티가 훨씬 대중적이고, 홍차가루든 홍차시럽이든 간에 홍차 뭐시기에 우유 성분 섞으면 밀크티 맛이 나와요. 즉, 우리나라 현재 상황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나 '밀크티 맛'라고 붙이는 것이 '홍차 맛'이라고 붙이는 것보다 훨씬 리스크가 적고 안전한 선택이에요.


이미 아이스크림에서는 밀크티맛 아이스크림이 나왔어요. 대표적으로 나뚜루 얼그레이가 있어요.


게다가 카페에서는 밀크티 파우더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어요. 요즘 카페 가서 무조건 밀크티를 주문해서 마시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점 때문이에요. 밀크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아닌 곳에서는 맛이 거의 다 비슷했거든요. 맛이 비슷한 이유는 간단했어요. 공산품으로 나온 밀크티 파우더를 사용하든가 홍차 티백을 사용하든가 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조합 방법에 따라 맛이 약간씩 차이가 나고, 공산품이라도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또 맛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다 따지는 건 그리 큰 의미가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밀크티 파우더 몇 종류가 수입 판매 중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밀크티 파우더 종류는 더욱 많아요. 중요한 것은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에서 Alitea, boh 등 밀크티 파우더가 많이 생산되요. 이거 꽤 중요해요. 식품의 경우, 말레이시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저런 식재료를 말레이시아에서 많이 수입하거든요. 당장 통에 들어 있는 감자칩은 거의 전부 말레이시아산이고, 우리와 한몸 팜유 또한 거의 다 말레이시아산이에요. 기존 수입 루트가 매우 크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어요. 장미맛보다 밀크티맛 과자의 등장 가능성을 더 높게 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어요. 장미 제품의 주요 생산지는 불가리아 등. 우리나라에서 참 멀어요.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식료품을 많이 수입해오던 국가들도 아니에요. 그에 비해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그렇게 멀지 않아요. 게다가 우리나라가 감자칩, 팜유 등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 국가에요.


그리고 여기에서 덤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밀크티맛 과자'를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은 의외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거에요. 중국, 타이완, 말레이시아 등에 괜찮은 공산품 밀크티가 많이 있으니까요.


일본 것을 따라한 건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알 필요도 없구요. 설령 일본에서 먼저 나왔고 우리나라가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딴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상황이 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요. 저 멀리 아프리카 후진국에서는 아이폰 짝퉁 이폰 iiphone 조차 못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그러던 차에 가게에 갔다가 오뚜기에서 밀크티 파우더 스틱이 나온 것을 보았어요.


'이제 진짜 나올 건가?'


식료품 대기업에서 보급형으로 밀크티 파우더 스틱을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으니 과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러던 차에 친한 블로거분께서 밀크티하임을 드셔보셨다고 쓴 글을 보았어요.


그래서 방구석에 처박혀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던 밀크티 파우더 상자를 뜯었어요. 사놓고 방치하고 있다가 그 글을 보고 떠올랐거든요.


오뚜기 오리지널 밀크티는 이렇게 생겼어요.



상자 디자인은...오뚜기스럽게 생겼어요. 요즘 디자인보다는 왠지 1990년대에 나올 법한 디자인.


특히 저 '오리지널 밀크티' 의 폰트! 


저건 일부러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가뜩이나 오래된 것 같은 디자인의 느낌을 더더욱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었어요.


18g 짜리 10포가 들어 있고, 홍차엑기스분말 2%, 홍차추출분말 1.5%, 탈지분유 20% 가 들어갔대요.


상자 뒷면은 이래요.


오뚜기 오리지날 밀크티 파우더


뒷면 디자인의 구도는...마가린 상자 구도가 떠올라버렸어요.


'은은한 홍차의 향과 부드러운 우유맛의 조화'라고 광고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은은한 홍차', '향', '부드러운 우유', '조화'는 노란색으로, 그 외의 글자들은 흰색으로 적혀 있었어요.


제가 진짜로 오뚜기 옥수수 마가린 매우 좋아해요. 어렸을 적 오뚜기 옥수수 마가린에 밥도 비벼먹고 식빵에 듬뿍 발라서 먹곤 했어요. 지금은 식빵값이 워낙 비싸고 자취방에서 밥을 아예 안 지어먹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마가린을 먹을 일이 없지만 지금도 오뚜기 옥수수 마가린 정말 좋아해요.


그렇지만 오뚜기 마가린 스타일로 디자인을 한 것은...솔직히 벌크 제품 아닌가 했어요. 가게에서 이 상자를 발견한 순간 카페로 가야할 것이 가게로 흘러들어온 거 아닌가 하고 순간 조금 움찔했어요.


뭔가 참 기대치를 확실히 낮추어주는 디자인이었어요.


한쪽 측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밀크티 타는 법이 인쇄되어 있었어요.



1포를 온수 100ml에?


100ml면 너무 적지 않아?


일단 설명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어요. 게다가 '시원하게 즐기기'라고 해서 뜨거운 물 30ml 에 분말을 녹인 후 냉수 70ml 를 부어서 잘 섞어 마시라고 아주 친절하게 인쇄되어 있었어요. 더 맛있게 마시려면 뜨거운 물 30ml 를 부어서 분말을 녹인 후 우유 70ml 를 부어서 잘 저어주래요.


그런데 우유 70ml 도 파나???


요즘 우유를 안 사 마셔서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70ml 짜리 우유는 편의점에서 못 본 거 같아요.



이것은 다른 쪽 측면.



식품 유형은 고형차에요.


원재료명을 보면 백설탕, 미국산 탈지분유 20%, 덱스트린이 들어갔대요. 식물성크림이 들어갔는데 이 식물성 크림에 들어간 성분 중 물엿, 식물성 유지, 해바라기유는 외국산이고, 카제인나트륨, 제이인산칼륨, 폴리인산칼륨도 들어갔대요. 결정포도당, 합성향료, 정제소금이 들어갔대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홍차 관련 재료인 홍차엑기스분말은 스리랑카산이고, 홍차추출분말은 인도산이래요.


파우더 스틱은 이렇게 생겼어요.



아악! 누가 이 디자인 좀 어떻게 해 봐!


막 이 디자인 좀 어떻게 해보라고 지인들 불러서 호소하고 싶은 심정. 상자를 보며 오뚜기 옥수수 마가린 상자 디자인을 떠올렸는데, 이번에는 오뚜기 마요네즈 디자인. 기대치는 더욱 더 하락. '이제 남은 건 절망이야!'라고 외치고 싶어졌어요. 맛이 없어도 '그래, 디자인이 솔직했어'라고 스스로 그 이유를 납득해버릴 것 같은 디자인이었어요.



뒷면은 이랬어요.


노란색과 검은색에 가까운 청색의 확실한 보색대비. 글씨 너무 잘 보였어요.


본 제품 1포(봉)을 찻잔에 넣고 따뜻한 물 100ml를 부어 잘 저은 후, 드십시오.


1포가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으므로 괄호쳐서 '봉'도 써주는 이 친절함! '후' 뒤의 쉼표!


봉지 상단 Easy Cut 옆에는 왜 느낌표가 붙어 있는 거야!


어쨌든 이건 먹는 것이므로 뜨거운 물을 끓여서 타서 마셨어요.


아, 나 막 화나려고 그래.


갑자기 막 '잇님들, 오늘 제가 너무 속상한 거 있죠~' 라고 하면서 아래의 스티커를 딱 날려주고 싶어졌어요.



향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맛이 영 심심했어요. 정말 향기만 마시는 거 같았어요. 속으로 '에휴...그러면 그렇지'라고 중얼거렸어요.


그 순간.


물 100ml


물 100ml


물 100ml


대충 감으로 물을 부어서 타서 마셨어요. 맛이 영 심심했어요. 맛이 참 심심해서 실망하려는 순간 '물 100ml'가 떠올랐어요. 대체 제가 물을 얼마나 부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 100ml 를 계량해서 제가 항상 뭔가 타서 마실 때 쓰는 컵에 부어보았어요.


나 물 100ml보다 훨씬 많이 부었어...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물을 부었는데 그게 100ml를 훨씬 넘는 양이었어요. 당연히 밍밍할 수 밖에 없었어요.


첫 포 날렸네...


원래 밀크티 파우더를 타서 마실 때 첫 포를 타서 마실 때에는 별 기대 안 해요. 밀크티 설명에 나와 있는 물 양보다 조금 적게 잡아야 원하는 맛이 나오거든요. 밀크티 파우더를 설명대로 물을 부으면 맛이 밍밍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가루에 물을 조금 붓고 살살 맛을 봐가면서 물을 더 부어가며 제 입맛에 제일 잘 맞는 물의 양을 찾아가요.


그런데 이건 조금 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100ml 를 훨씬 넘어버렸어요. 밀크티 파우더는 설명서보다 물을 많이 부으면 무조건 아주 밍밍해져요. 취향을 떠나서, 밀크티 맛있는 카페에서 파는 밀크티들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강한 맛을 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정도 맛의 강도를 기대한다면 물을 설명서에 나와 있는 것보다 적게 잡아야 해요.


도저히 물 100ml를 맞출 방법이 없었어요. 뜨겁게 타서 마신다면 어찌 맞출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한겨울에도 미지근하게 만들어서 마셔요. 게다가 머그컵에 타서 마시기 때문에 100ml를 맞추는 것 자체가 고약했어요.


한 번에 2포를 타자.


1포에 물 100ml 였으니까 2포면 물 200ml. 집에서 머그컵에 커피를 타서 마실 때 200ml 조금 안 되게 물을 부어요. 200ml 라면 평소 커피 탈 때처럼 물을 부으면 되요.


첫 포를 타서 마신 후 얻은 결과는 '이것은 물 쉽게 맞추려면 2포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거 외에 얻은 게 없었어요. 첫 포는 날려버린 셈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도전. 가루 2포를 붓고 물을 부었어요. 아까 100ml 를 컵에 부어보아서 100ml 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왔어요. 물 100ml 조금 안 되게 붓자 가루가 다 녹았어요. 냉수를 부어 200ml 조금 안 되게 만들었어요.


이거 괜찮은데?


홍차향은 평범한 홍차향. 코로 맡았을 때 홍차향이 잘 느껴졌어요. 그리고 입 안에 남은 잔향이 상당히 강했어요.


씁쓸한 맛은 안 느껴졌어요.


단맛은 밀크티가 입 안에 있을 때는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 가볍게 느껴지는 찌릿함을 통해 이거 단맛 절대 약한 밀크티는 아님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오뚜기 오리지널 밀크티 특징은 끝맛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었어요. 마시기 전, 입에 머무는 동안의 맛과 향보다 밀크티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부터 맛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어요. 홍차의 향도, 단맛도 밀크티가 목구멍을 넘어갈 때부터 확실히 느껴졌어요.


맛 자체는 밀크티를 제대로 만드는 카페 말고 평범한 카페에서 마시는 밀크티 중 중상위권 정도의 맛이었어요. 여기에서 평범한 카페란 밀크티가 구색맞추기용으로 들어가 있는 일반적인 카페들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포함되요. 큰 욕심 안 부린다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었어요. 입 안에 남는 홍차 향기는 확실했거든요.


단점은 위의 글을 제대로 읽어보셨다면 바로 알 수 있어요. 물 100ml 붓는 거 자체가 어려워요. 차갑게 마시기 위해 온수 30ml와 냉수 70ml? 또는 더 부드럽게 마시기 위해 온수 30ml 와 우유 70ml? 일단 우유 70ml 를 파는지 모르겠네요. 종이컵에 물 찔끔 부어서 타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면 100ml 맞추기 어려울 거에요. 차라리 2개 타서 200ml 잡는 것이 나아요.


제품 자체는 괜찮았어요. 가루 양만 못해도 물 120ml 에 맞추어준다면 참 좋을 거에요. 그리고 제품 디자인 좀...






p.s.

슬님 댓글을 보고 이런 광고가 떠올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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