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서 사람들 개그 포텐이 다 과열되서 터져버렸나?
어제, 오늘 이틀 연속 날이 참 더웠어요. 그리고 이런 날씨 때문에 사람들 개그 포텐이 다 열받어서 폭발했는지 주변에서 갑자기 웃긴 이야기와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1년 동안 접할 것을 이틀 동안 다 접한 거 같아요. 덕분에 더운 날 아주 재미있게 잘 보내었어요.
친구들의 웃긴 표현과 이야기로 깔깔거리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티스토리 어플이 붕붕 울렸어요. 제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었어요. 무슨 댓글인지 보았어요.
- 루이보스는 시큼털털하고 싱거운 지푸라기 향
이건 또 뭐야!
긴 댓글 속에 저런 표현이 있었어요. 순간 저 표현에 확 꽂혀버렸어요. 시큼털털한 지푸라기향. 이거 뭔가 웃긴 장면이 상상되어 버리잖아!
어렸을 적 동네에 보리밭도 있고 초가집도 있었어요. 시골은 아닌데 그 당시에는 진짜로 초가집도 주변에 있었고, 보리밭도 있어서 지푸라기는 많이 보았어요. 그래서 지푸라기 자체는 제게 매우 친숙해요. 볏짚, 밀짚만 친숙하지 않을 뿐이구요. 그냥 지푸라기향이라고 하면 마른 풀 구수한 냄새인가 했을 거에요. 그런데 앞에 붙은 '시큼털털'. 이 말을 보자 지푸라기와 엮이며 자연스럽게 '발효된 지푸라기'가 떠올라버렸어요. 소에게 먹이기 위해 쌓아놓은 지푸라기가 자연 발효? 아니면 메주 발효시키려고 매달 때 쓴 지푸라기? 이건 대체 뭐지? 왜 지푸라기를 삭히는지는 모르겠지만 푹 발효된 지푸라기의 맛. 지푸라기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어떤 장면일지 나도 모르게 자연적으로 장면이 상상되어 버리는 표현. 확 끌려버렸어요.
대체 루이보스 밀크티는 무슨 맛이길래 루이보스의 향기가 시큼털털하고 싱거운 지푸라기향이라는 거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루이보스 티백은 아크바 것이 방에 하나 있어요. 이것을 우려내서 마셔볼까 하다가 순간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아마스빈에 루이보스 밀크티 있지!
버블티 전문점인 아마스빈에서 오리지날 밀크티를 주문할 경우, 차 종류를 선택할 수 있어요. 아쌈, 얼그레이, 루이보스가 있어요. 아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밀크티에 속하는 것이고, 얼그레이는 마셔보았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루이보스는 마셔본 적이 없었어요.
일반 카페 가서 루이보스 밀크티를 마셔보기는 어려워요. 보통 밀크티는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으니까요. 정확히 '루이보스 밀크티'를 주문할 수 있는 곳 중 가장 쉬운 선택지는 바로 아마스빈 가서 주문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옷을 입고 전철을 타고 아마스빈으로 갔어요. 루이보스 밀크티를 주문했어요.
딱히 루이보스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어요.
아마스빈 캐릭터가 수줍어하고
'오랫동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습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얼핏 봐서는 별 차이 없어요.
대체 뭔 맛이길래 시큼털털 지푸라기 맛이라고 한 것인지 궁금해서 마시기 시작했어요.
음머어 음머어
이거 맛이...음머어..음머어...
약 먹는 느낌이었어요. 이거 코감기약 시럽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표현이 어려운 맛. 약초 먹는 맛. 풀떼기 먹는 맛. 그 파릇파릇하고 째깐한 약초 풀떼기를 즙 짜서 먹는 맛. 내가 갑자기 1등급 육질 자랑하는 횡성 한우가 되는 거 같은 맛.
시큼털털하거나 지푸라기 같은 맛은 아니었어요. 1등급 한우를 만들기 위해 소의 몸보신으로 먹이는 약초 맛? 뭐 그런 느낌? 그랬어요.
펄이 정말 고마웠어요. 펄이 너무 맛있었어요. 펄이 최고였어요.
펄을 질겅질겅 자근자근 씹어가며 대체 이 향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참 많이 고민했어요.
아, 파스향!!!!!
이 향과 참 비슷한 향이 딱 떠올랐어요.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물파스 향. 그 파란 뚜껑이 달린 목 구부러진 하얀 플라스틱 통에 든 물파스. 아, 여름이구나. 어제 내 방에 모기 나와서 잡았는데. 물파스 향이었어요. 그 물파스 향과 너무 비슷했어요.
결국 다 마시고 아쌈 밀크티 하나 또 사마셨어요. 아쌈 밀크티를 마시자 기분이 좋아졌어요. 역시 아마스빈은 아쌈 밀크티가 진리였어요.
결론
아마스빈은 아쌈 밀크티가 최고. 이제 아마스빈 가면 무조건 고민없이 아쌈 밀크티만 시켜서 마실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