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밀크티는 서울 신촌에 있는 '카페 블로그'라는 카페의 밀크티에요. 이 카페 역시 밀크티가 유명해서 온 카페가 아니라 신촌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찾아서 간 곳이었어요. 밀크티 자체를 목적으로 한 카페는 아니었어요.
카페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았어요. 밀크티가 있으면 당연히 밀크티를 주문할 생각이었어요. 밀크티가 보이지 않았어요. 직원도 보이지 않았어요. 2층으로 올라가 청소중인 직원을 불러 지금 혹시 주문 가능하냐고 물어보았어요. 직원은 당연히 된다고 하며 청소를 중단하고 1층으로 내려갔어요. 직원을 따라 저도 1층으로 내려갔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메뉴에 밀크티가 보이지 않았어요. 커피를 마셔야 하나 고민하다가 직원에게 밀크티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직원은 밀크티가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여기 밀크티는 루이보스, 얼그레이,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 이렇게 셋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알려주며 어떤 차로 만든 밀크티를 마시고 싶냐고 물어보았어요. 저는 가장 무난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밀크티로 골랐어요. 루이보스 베이스 밀크티는 지금까지 마시는 족족 실패를 했어요. 그래서 그건 아예 글로 쓰지도 않았어요. 얼그레이 베이스 밀크티는 제게 있어서 도박이었어요. 이건 맛있는 것은 매우 맛있고, 맛없는 것은 매우 맛없었거든요. 그래서 야심한 밤에 괜히 도박하지 말고 얌전히 안전한 선택을 하자는 생각으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밀크티를 주문했어요.
저는 아이스로 주문했어요. 아이스 밀크티 가격은 5500원이었어요.
1층에서 잠시 기다리지 밀크티가 나왔어요. 밀크티를 받아서 2층으로 올라갔어요. 3층으로 올라갈까 했지만 3층은 진짜 사람들이 공부하는 분위기라 얌전히 2층으로 갔어요.
카페 블로그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밀크티는 이렇게 생겼어요.
저는 아이스로 주문했기 때문에 당연히 얼음이 떠 있었어요. 원래는 뜨거운 것으로 주문하려 했지만, 날이 덥게 느껴져서 뜨거운 것이 아니라 아이스로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밀크티 맛을 이야기하려면 아이스가 아니라 차가운 것으로 마시는 것이 보다 정확하기는 해요. 아이스로 주문하면 얼음이 녹아서 계속 맛이 묽어지거든요.
그러나 제가 무슨 밀크티 감별사도 아니고 그냥 밀크티를 좋아해서 이것저것 마셔보는 것이어서 저는 아이스로 주문했어요. 이제 날이 풀려서 사람들이 아이스를 많이 먹을 것이기도 하구요.
이 향기는 초콜렛 향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분유 향이라고 해야 하나?
화이트 초콜렛에서 나는 향이 났어요. 이것은 흡사 분유에서 나는 향기와 비슷했어요. 절충안으로 화이트 초콜렛과 분유를 섞은 향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행히 혀 뿌리를 날카롭게 자극하는 물맛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얼음이 녹아가는데도 다행히 물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얼음이 녹아갈수록 맛이 옅어지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이게 설탕물인지 밀크티인지 분간 못하게 되지는 않았어요.
아주 맛있다고 좋아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딱히 맛있다고 하기에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맛없다고 할 것도 아니었어요.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맛이었어요. 그래도 당연히 패트병에 들어있는 밀크티 보다는 훨씬 맛있었어요. 가게에서 파는 패트병에 들어있는 밀크티는 말이 좋아 밀크티지 그냥 설탕물 같은 맛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