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이란 식당 찾았어요."


저와 매우 친하게 지내는 티스토리 블로거인 히티틀러님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어? 진짜요? 어디에요?"

"신촌이요."


바로 약속을 잡았어요. 안 가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어요. 정말 궁금했거든요.


서울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있을 것 같고, 실제 다양하게 있기는 한데, 의외로 외국 음식들은 그렇게까지 다양하지 않아요. 서울에서 중국, 조선족 음식을 제외하고 외국 음식점들이 많은 곳은 홍대, 이태원, 건대, 강남 정도인데, 여기에서 건대는 음식맛 진짜 없는 지역. 그리고 서울 자체가 유행을 상당히 크게 타다보니 인기 좋은 음식들만 쫙 깔리고 그렇지 않은 음식들은 빠르게 사라지곤 해요. 파키스탄인이 요리하든 방글라데시인이 요리하든 닥치고 인도식당, 네팔식당 걸어놓고 일본 음식과 태국 음식, 베트남 쌀국수 천지에요. 중국 양꼬치집 투성이이기도 한데, 이건 중국인, 조선족이 그만큼 많아서 조금 이야기가 다르구요.


이란 음식은 정말 먹어보고 싶었어요. 이란에 대한 호기심이 본격적으로 생긴 것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면서부터였어요. 우즈베키스탄이 이란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튀르크 언어들을 깊게 공부하려면 이란어 지식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이란어를 조금 독학하다보니 이란 문화와 음식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나 한국 귀국 후, 이란 식당을 찾지 못했어요. 의정부에도, 서울에도 이란 식당이 없었어요.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두 곳 가보기는 했어요. 하지만 제가 찾는 그 식당은 아니었어요. 인천이나 안산에 있으면 가서 먹고 올텐데 거기에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이란 식당 가는 것은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신촌'에 있는 '이란 식당'을 찾았다고 하자 너무 궁금해서 바로 가자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이번에 가본 식당은 신촌에 있는 이란 레스토랑인 실라 Shila 에요.


이란 식당 실라 주소는 서대문구 연세로5다길 16 에요. 지번 주소는 창천동 62-66 에요.


서울 신촌 맛집 - 이란 음식 레스토랑 Shila


입구는 이렇게 생겼어요.


제가 갔을 때는 저녁 7시. 문이 닫혀 있었어요. 전화를 하려는데 튀르크계 이란인으로 보이는 분이 제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어요.


"여기 식사하러 왔는데 오늘 영업 안 하나요?"

"아...평일에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9시부터 문 열어요."


졸지에 2시간 더 기다려야 했어요. 그래서 적당히 시간 때우고 9시에 와서 음식을 먹기로 했어요.


밤 9시가 되서 가게로 가자 문이 열려 있었어요.




가게는 술집도 겸하고 있었어요. 이게 꽤 큰 장점인 것이, 보통 무슬림들이 하는 케밥집에서 술을 파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여기는 케밥을 먹으며 술을 같이 마실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란도 바닥에 앉아서 먹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살던 때를 떠올리며 저 안에서 먹을까 했지만 얌전히 소파에 앉아서 먹기로 했어요.




메뉴가 이것 말고 더 있었고, 술도 이것저것 있었지만 제가 먹으려고 한 것이 있는 메뉴판만 사진을 찍었어요. 메뉴판 사진 첫 번째를 보면 여기가 술집도 겸하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어요. 어묵탕, 번데기탕 같은 건 이란 음식이 아니에요. 저건 한국인들이 술 마시러 왔을 때 찾는 한국의 안주들이에요.


"오늘은 평일이라 양고기랑 연어는 양념을 안 해놔서 안 되요."

"아...양고기 피자는 되나요?"

"그거는 되요."


평일 낮에 손님이 별로 없고 평일에 오는 손님들은 주로 2차로 오는 사람들이라 닭고기 케밥 및 피자, 샐러드, 난, 요거트만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닭고기 케밥인 주제 케밥과 양고기 피자, 쉬라즈 샐러드와 이란 차를 주문했어요.



히티틀러님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데 음식이 나왔어요.


먼저 이것은 닭고기 케밥인 주제 케밥이에요.


이란 닭고기 피자


"오, 맛있다!"


주제 케밥 가격은 15000원. 가격다운 양이었어요. 맛도 가격에 걸맞는 맛이었어요.


닭고기는 냄새가 없고 매우 잘 구워져 있었어요. 맛이 자극적이지 않았어요. 상당히 맛있게 잘 구운 닭고기였어요. 이것은 제가 밖에서 사먹은 닭고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맛이었어요.


밥은 중동의 기름밥이었어요. 노란색은 샤프란으로 물들인 밥이었어요. 이 밥은 밥 자체는 기름을 듬뿍 넣고 지은 밥이라 느끼했어요. 이 밥에 후추와 소금을 쳐서 비벼먹으니 이것도 꽤 맛이 괜찮았어요. 게다가 밥 양이 많았기 때문에 이 한 그릇이 양이 적다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았어요.


2시간 다른 곳에서 시간 때우고 15000원 내고 먹는 밥이라 양이든 맛이든 하나라도 미달났다면 기분이 살짝 안좋아졌을텐데 맛도 양도 모두 저를 만족시켰어요.


밥은 사람의 입맛에 따라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기름밥을 안 먹어본 사람이라면 이게 느끼하다고 싫어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중동에서는 이렇게 밥 지어먹는구나'라고 이해해줄 수 있는 맛이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 기름밥에 소금, 후추 쳐서 맛을 조금 낸 후에 먹는 것을 추천해요.


닭고기는 따로 소금, 후추를 칠 필요가 없었어요. 하지만 조금 자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취향에 맞게 소금, 후추를 치면 되요.



이것은 쉬라즈 샐러드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종종 시켜먹던 샐러드와 비슷한 맛이었어요.


양고기 피자


이것은 양고기 피자에요. 가격은 11000원이에요.


"이건 진짜 최고다!"


갓 나와서 맛있는 게 아니었어요. 진짜로 피자 그 맛 자체가 맛있는 것이었어요. 제 블로그에 댓글로 양고기 싫어한다고 이야기한 분들께도 '이건 진짜 먹어도 괜찮아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맛이었어요.


양고기 특유의 풍미는 살렸지만 냄새는 완벽히 잡았어요. 양고기라면 학을 떼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요. 모르고 먹으면 '어? 이건 조금 독특한데?'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양고기 특유의 맛이 강하기를 바란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지만 피자 맛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에 양고기 특유의 맛이 많이 약화되었다 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어요. '이거 이란식 불고기 피자임' 이라고 속이고 먹여도 될 정도였어요.


이 피자의 또 다른 특징은 피자가 매콤하다는 것이었어요. 핫소스를 같이 주었는데 핫소스를 하나도 안 쳐도 매우 매콤했어요. 혀에 불나게 맵다는 것은 아니고, 매우 매콤했어요.


게다가 가격이 11000원. 대만족이었어요.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이란 차도 매우 괜찮았어요. 홍차였는데 계피향이 살살 났어요. 주인 아저씨께서 홍차에 자신이 추가로 뭔가를 더 넣어서 블렌딩한 차라고 하셨어요.


홍차를 마시며 닭고기 케밥, 양고기 피자, 쉬라즈 샐러드를 먹으니 우즈베키스탄 시절이 떠올랐어요. 물론 술을 좋아한다면 여기는 술을 파니까 술과 같이 먹을 수도 있어요.


여기는 누구를 데려가도 괜찮다는 반응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케밥은 무난하게 닭고기 케밥, 그리고 피자는 그래도 독특한 느낌 내기 위해 양고기 피자 주문하면 딱일 것 같았거든요. 술 좋아하면 술 주문하라고 하면 되구요. 이러면 양고기 못 먹는 사람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고,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 즐기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이란인 아저씨께서 한국어를 매우 잘 하셨어요. 그냥 한국어로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했어요. 메뉴판도 한국어로 잘 되어 있었구요. 외국 식당 글 보면 외국인에게 외국어로 주문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분, 메뉴판에 한국어가 거의 안 보여서 거부감을 갖는 분이 계신데, 여기는 그런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는 곳이었어요. 한국어만 할 줄 안다면 제대로 주문하고 계산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장점

1. 양고기 피자 매우 맛있음. (양고기 못 먹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음)

2. 닭고기 케밥 (주제 케밥) 양 많고 맛 괜찮음.

3. 메뉴판이 한국어로 잘 되어 있음.

4. 이란인 주인 아저씨께서 한국어 잘 함.


단점

1. 식당 문이 늦게 열음. (평일 밤 9시부터, 토요일, 일요일은 오후 5시 30분부터)

2. 평일에는 안 되는 메뉴가 있음 (양고기 케밥과 연어 케밥 등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됨)


- 주말 저녁에 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평일에 전화를 해서 메뉴 및 개시 시간을 물어보고 가는 것도 괜찮을 거에요.


- 네이버 지도에 나와 있는 정보와 달라요. 결정적으로 영업 시간이 달라요. 여기는 평일은 밤 9시부터, 토요일, 일요일은 저녁 5시 30분부터 영업해요. (주인 아저씨께 직접 물어봄)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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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면서 거의 후반부에선 나도 가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안 맞겠군요.ㅜㅜ
    닭고기 케밥이랑 양고기 피자 평이 너무 좋아서 저도 한번 먹고 싶은데 말이죠~~ ㅡ_ㅡ;

    2017.05.12 07: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청주에서 서울 와서 저기 갔다가 다시 청주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참 애매할 거에요. 아무리 서울에서 청주 막차가 아주 늦은 시각까지 있다고 해도요...ㅠㅠ

      2017.05.12 20:09 신고 [ ADDR : EDIT/ DEL ]
  2. 평일에는 엄청 늦게 여는군요 주말에 가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 메뉴판에 번데기탕 이런거 보고 어라 싶었는데 한국인들을 위한 메뉴인가봐요 ㅋㅋㅋㅋㅋㅋ양고기를 피자로 만들어 먹을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는데 잡냄새만 잘 잡으면 맛이 좋은가보군요^^

    2017.05.12 08: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기가 술집을 겸하고 있어서 술안주로 저런 것도 같이 팔고 있더라구요. 손님들이 주로 2차로 온대요. 아무래도 이란 음식 먹으려면 주말 저녁에 가는 것이 좋을 거에요. 평일에는 개시 시각도 늦고 안 되는 음식들도 있어서요. ㅎㅎ

      2017.05.12 20:15 신고 [ ADDR : EDIT/ DEL ]
  3. 오오 제목의 양고기 피자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음식이 다 맛있었다니 무척 가보고 싶어지는 리뷰에요!
    전 양고기 냄새만 잡혀있으면 괜찮은데... 리뷰를 보니 양고기 피자 정말 먹어보고프네요 그리고 닭고기 케밥도요!!!

    2017.05.12 23: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가 먹은 음식들은 모두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양고기 냄새 확실히 잡혀 있었어요. 양고기 정말 싫어하는 사람에게 먹여도 될 정도로요 ㅎㅎ 저도 저것들은 다시 가서 먹고 싶어요 ^^;

      2017.05.13 21:3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