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홍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홍대입구역으로 갔는데 제가 친구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어요. 전철역은 추웠기 때문에 전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따뜻한 곳을 찾아 들어가려고 전철역에서 나와 돌아다니다 베스킨라빈스31을 발견했어요.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 동안이면 오겠지."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기에는 아마 친구가 일찍 도착할 것이고, 그렇다고 전철역에서 기다리자니 애매한 시간이었어요.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기다리면 시간이 그럭저럭 맞을 것 같아서 베스킨라빈스31로 들어갔어요.


"뭘 먹지?"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하다 베스킨라빈스에서 인기 좋은 메뉴 중 하나인 엄마는 외계인을 골랐어요.


엄마는 외계인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에서 엄마는 외계인에 대해 '밀크, 다크, 화이트 세가지 맛 초콜릿에 달콤 바삭 초코볼' 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제가 먹은 것은 싱귤레귤러로, 2800원이에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 엄마는 외계인



'엄마는 외계인'은 이렇게 생겼어요.




맛이 상당히 부드러웠어요.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 맛이었어요. 초코볼과 자잘한 초콜릿 알갱이가 재미를 더해주었어요. 이것들이 아니었다면 그냥 맛이 괜찮은 초코 크림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해버렸을 거에요.


쿠키에 초콜릿에 코팅이 되어 있는 초코볼이 파자작 씹혔어요. 이것은 덩어리가 커서 '내가 초코볼을 먹는구나'라는 것을 먹기 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커다란 초코볼 외에 자잘한 초콜릿 알갱이도 있었어요. 이 알갱이들 또한 씹는 맛에 재미를 주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건 왜 하필 이름이 '엄마는 외계인'일까?


맛은 있었어요. 분명히 인기 있을 맛이었어요. 그렇지만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었어요. 이 아이스크림의 이름은 '엄마는 외계인'. 이름은 매우 독특한 맛일 것 같은데 실제 맛은 전혀 독특한 맛이 아니었어요. 맛이야 좋지만 외계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기발하고 충격적인 맛은 아니었어요. 딱 '초코 아이스크림 중 맛있는 것'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엄마가 아이한테 이것을 사주었다고 아이가 엄마를 외계인이라고 부를까? 그러면 대한민국에서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모든 어머니가 다 외계인이다! 아무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지만 이게 진짜는 아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아이스크림은 '외계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평범했어요. 하지만 제가 반기를 든다 해도 어쨌든 이름은 '엄마는 외계인'.


엄마가 학교에서 선생님 말 잘 들으면 저녁에 맛있는 것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 말 잘 들었다.

집에 돌아왔다.

엄마한테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 말 잘 들었다고 말했다.

엄마가 저녁에 맛있는 것 해준다고 했다.

신났다.

저녁을 먹었다.

엄마가 초콜릿에 밥 비벼줬다.

엄마가 이상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것은 엄마가 초콜릿에 밥을 비벼주었기 때문에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야! 그것도 콩밥에 밥 비벼줬어! 커다란 초코볼은 큼지막한 콩알이고, 작은 초콜릿 조각은 밥풀이야! 아무리 아이라 해도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초콜릿에 밥 비벼주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어느 순간 엄마는 자신의 정체를 밥을 통해 아이에게 보여준 거야.


수수께끼는 풀렸다. 이것은 엄마가 아이에게 자신이 외계인임을 넌지시 알려주기 위해 초콜릿에 밥을 비벼준 거야. 그 맛을 표현한 거야!


이러자 납득이 되었어요. 맛은 있으나 딱히 기발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는 이 아이스크림에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희안한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해석하면 말이 되었어요. 저라도 누가 제게 이 아이스크림에 밥 비벼주면 진심으로 외계인이 지금 나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 생각할 거에요.


친구가 베스킨라빈스로 왔어요. 친구에게 이 훌륭한 추리를 이야기해주자 친구가 어이없어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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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는 외계인 제목 참 재밌네요

    2017.01.21 06: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기다리던 엄마는 외계인이 나왔네요^ㅁ^
    이름만 알지 저도 먹어본적이 없거든요 ㅋ 밀크초코맛이군요
    이야기를 보다보니 엄마는 사실 탤런트 이계인이었다는 슬픈 아재드립이 떠오르네요 ㅠ.ㅠ

    2017.01.21 09: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름처럼 맛이 매우 개성 강하고 독특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난하게 맛있더라구요 ㅎㅎ 아재개그는...ㅋㅋ;;;

      2017.01.23 12:24 신고 [ ADDR : EDIT/ DEL ]
  3. ㅎㅎ 이름에 추리까지..
    '엄마는 외계인'은 몇번 먹어봤지만 항상 다른것들과 같이 먹어서 맛이 어땠는지 뚜렷한 기억이 없었어요.
    이젠 확실히 알겠네요.

    2017.01.21 10: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매우 인상적인 이름이라 맛도 매우 인상적일 줄 알았는데 맛은 오히려 상당히 무난하고 평범한 맛이었어요. 가볍게 먹기 좋은 맛이었어요 ㅎㅎ

      2017.01.23 12:26 신고 [ ADDR : EDIT/ DEL ]
  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엄마가 밥에 초콜릿 비벼주면 정말 진지하게 "이건 우리 엄마가 아니야" 할거예요. 이해가 되네요(?)
    엄마는 외계인 맛은 중학생때까지만 먹어본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베라 아이스크림은 아몬드 봉봉이랍니다.
    뭘 먹을지 고민에 빠졌을 때 지나가던 군인 아저씨(...그당시엔 아저씨였음)가 아몬드 봉봉 추천한 이후부터요ㅎㅎ

    2017.01.21 14: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맛이 이름과 달리 너무 평범해서 이름을 왜 이렇게 거창하게 붙였을까 생각해보다가 저런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ㅋㅋ 슬님께서는 아몬드봉봉 좋아하시는군요! 그것도 베라에서 매우 인기좋은 메뉴 중 하나라고 알고 있어요. 저는 갈 때마다 슈팅스타만 먹어서 아직 아몬드봉봉은 못 먹어보았지만요 ㅎㅎ; 군인 아저씨가 아몬드 봉봉을 추천해주어서 처음 맛보게 되었다니 아몬드봉봉에 재미있는 추억이 있으시군요^^

      2017.01.23 13:47 신고 [ ADDR : EDIT/ DEL ]
  5. ㅎㅎ~ 재미있는 추리에,
    친구분과 즐거운 시간이 되셨겠습니다~^^

    2017.01.21 16: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추리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웃음이 터졌네요. ㅋ
    저도 엄마는 외계인 먹으며 '???'란 생각을 몇 번 했었지만...
    이렇게 상큼한 추리를 해볼 생각은 못했네요.
    좀좀이님의 센스에 새삼 감탄하네요...

    2017.01.21 17: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 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아이스크림 먹으며 이렇게 평범하게 맛있는 것에 왜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았어요 ㅋㅋ

      2017.01.23 14:48 신고 [ ADDR : EDIT/ DEL ]
  7. 우하하 초콜릿에 밥비벼줘서 외계인인 엄마.. 넘 재밌어요
    이제 식인종 이론 대신 초콜릿에 밥비벼주는 외계인으로~~~ :)

    2017.01.21 18: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거 먹으면서 맛이 이름과 달리 참 무난하게 맛있어서 어떻게 해야 이름에 걸맞는 이야기가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저런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구요 ㅎㅎ

      2017.01.23 14:49 신고 [ ADDR : EDIT/ DEL ]
  8. 전 베스킨라빈스가면 자주 먹는게 엄마는 외계인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인데
    엄마는 외계인 주문했는데 초코볼이 없으면 너무너무 서운하더라구요 ㅠ_ㅜ
    아이스크림 먹다가 와삭! 하고 초코볼이 씹히는 기분이 너무 좋은데 말이죠...

    2017.01.22 00: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 아이스크림 포인트가 초코볼인데 그게 없다면 정말 많이 서운할 거 같아요...

      2017.01.23 14:49 신고 [ ADDR : EDIT/ DEL ]
  9. ㅎㅎㅎㅎ 친구에게 이 훌륭한 추리를 이야기해주자 친구가 어이없어했어요.^^ 아 진짜 재미있어요. 엄마는 외계인 저도 이름이 정말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좀좀이님처럼 창의적인 생각은 못했어요. 다만 세가지 초콜릿아이스크림이 뭔가 행성처럼 보여서 그렇게 지었나 싶기도 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라 그런지 맛에 있어 차원이 다르니 외계인이란 이름을 추가한게 아닌가 했어요^^~

    2017.01.22 2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엄마는 외계인은 진짜 기가 막히게 상식을 벗어난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평범해서 대체 왜 이름이 이렇게 거창한가 한 번 생각해 보았어요 ㅎㅎ 세가지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뭔가 행성처럼 보여서 그렇게 지었다는 가설도 나름 그럴싸한 가설인데요?^^

      2017.01.23 15:00 신고 [ ADDR : EDIT/ DEL ]
  10. 대단한 추리...ㅋㅋㅋ
    이름 정말 잘 지은 배스킨의 스테디 셀러지요ㅋㅋ 요즘 배스킨은 가게 리뉴얼이 한창 이더군요. 배스킨의 아성을 깰 경쟁업체가 없다는 게 아쉬워요ㅎㅎ

    2017.01.23 00: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건 이름 때문에 먹어보았어요. 원래는 항상 슈팅스타 먹는데 순간 저거 보고 뭔가 번쩍 떠올라서요 ㅋㅋ 겨울이라 리뉴얼 많이 하는 것 아닐까요? 베스킨의 아성을 깰만한 곳은 정말 별로 없네요. 맛이 좋으면 가격도 높고, 가격이 괜찮으면 맛이 없구요. 베스킨이 딱 중상위 레벨로 밸런스 잘 맞춘 거 같아요 ㅎㅎ

      2017.01.23 15:12 신고 [ ADDR : EDIT/ DEL ]
  11. 31 아이스크림 가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네요
    어머니 하고 같이 가면 차마 엄마는 외계인을 시키지 못하고 다른걸 시켰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2017.01.23 2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거 너무 좋은 스토리인데요?!! 정말 어머니랑 베스킨 가서 '엄마는 외계인'이라고 말하기 진짜 민망하겠어요 ㅋㅋㅋ;;

      2017.01.24 13:22 신고 [ ADDR : EDIT/ DEL ]